[경향신문] 2005-03-14

소설 ‘다빈치코드’(댄 브라운·베텔스만)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이 작품은 이달 들어 판매량 2백만부를 넘어섰다. 1백만부 돌파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2백만부는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국내 출판시장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온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이다. 지난해 최고 히트작이었던 자기계발서 ‘아침형 인간’이 90여만부에 그쳤고 틱낫한의 ‘화’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도 1백만부 고지를 넘지 못했다. ‘다빈치코드’와 더불어 외국소설 붐을 일으켰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도 80만부 판매돼 ‘다빈치코드’의 40% 수준이다.

‘다빈치코드’는 21주간 베스트셀러 1위(한국출판인회의 집계)를 지키다가 지난달초 2위로 내려앉았지만 출판사와 업계에서는 3백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그림과 자료가 포함된 양장본 ‘다빈치코드 일러스트판’이 나오는데 10만부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빈치코드’는 2003년 3월 첫 출간된 이후 전세계 44개 언어로 번역돼 2천4백만부가 팔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1천만부가 팔렸고 한국 판매량은 아시아 최고다. 이 소설은 현실(fact)과 소설(fiction)을 결합시킨 팩션(faction)이란 말을 유행시키면서 ‘진주귀고리소녀’ ‘추방’ ‘임프리마투르’ ‘단테클럽’ 등 비슷한 종류의 추리소설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나 일본시장에서 ‘다빈치코드’가 성공하지 못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 밀리언셀러에 오른 것을 두고 “새로운 형식에 대한 한국 특유의 다이내믹한 반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판시장에서 ‘다빈치코드’의 파생효과는 상당하다. 소설 출간 직후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다빈치코드의 진실:해설편, 사전편’(예문) ‘다빈치코드 깨기’(규장) ‘다빈치코드의 비밀문서’(이레미디어)가 잇따랐다. 최근에도 ‘다빈치코드의 비밀:최고전문가 46인이 밝히는 진실과 허구’(루비박스) ‘성혈과 성배’(자음과모음)가 출간됐다.

이 책들은 소설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예수와 막달라마리아의 결혼설, 레오나르도 다빈치·아이작 뉴튼 등이 주도한 시온수도회의 존재 등 기독교의 이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논픽션 ‘성혈과 성배’는 ‘다빈치코드’의 이론서격으로 저자인 마이클 베이전트와 리처드 레이가 댄 브라운에게 표절의혹을 제기해 화제가 된 책이다. 가장 성공한 ‘다빈치코드의 진실:해설편, 사전편’은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4만부가량 팔렸다.

이설에 맞서 정통 기독교 입장을 반영한 책도 눈에 띈다. ‘다빈치코드 진실인가 허구인가’(생명의말씀사) ‘다빈치코드에 숨은 거짓과 진실’(라이트하우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 책들은 다빈치코드의 내용을 비난하지만 어쨌든 다빈치코드 열풍을 한 몫 거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련된 인문예술서의 출간, 판매도 활발해져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모음전까지 열렸다.

작가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빈치코드’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이 등장하는 전작 ‘천사와 악마’는 끼워팔기 식으로 국내에서 출간됐으나 30만부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올 7월에는 그의 첫 작품인 ‘디지털 포트리스’가 출간된다.

비도서 시장에도 ‘다빈치코드’ 효과가 있다. ‘다빈치코드:다큐멘터리’(엔터원) ‘다빈치코드’(다우리 엔터테인먼트) ‘다빈치코드’(에이나인미디어) 등의 DVD가 나왔다. 외국에서는 소설에 언급된 파리, 로마, 런던, 스코틀랜드, 뉴욕 등지를 오가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비밀문서가 묻혀 있는 곳으로 지목된 생쉘피스 성당에는 소설의 진위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져 최근 “베스트셀러의 내용과는 달리 이곳은 이교도들이 비밀을 감춘 곳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내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다빈치코드’의 인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원서를 출간한 더블데이 브로드웨이 출판사는 24.95달러(2만5천원)짜리 하드커버 판매에 아무 문제가 없어 페이퍼백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전작 ‘천사와 악마’는 8백만부 이상 인쇄됐다. ‘다빈치코드 일러스트판’은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출간 이후 1백만부가 팔렸고 ‘천사와 악마’ 삽화본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이 책의 인기는 내년 상반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가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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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배추농사 > 서점20문답

1. 서점에 자주 가십니까?
인터넷서점은 거의 매일,  오프라인 서점은  롯데마트, 까르푸에 갈일 있을때 서적코너 덤으로 둘러봄.

2. 책을 보고 싶을 때는 어떤 방법을 씁니까?
책꽂이에서 사 두거나 경품받은  책 중 골라서 본다.

3. 거주지 근처의 서점이 당신이 찾고자 하는 서적을 잘 구비하는 것 같습니까?
서점이 없다.

4. 직접 서점에 가는 것과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구입은 인터넷이지만 책 장 넘기는 즐거움은 오프라인이 좋죠..

5. 가장 좋아하는 or 자주가는 서점은 어디의 무슨 서점입니까?
특별히 좋아하는 서점은 없음.

6. 그 서점이 만약 당신의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뚜렷한 흑자경영을 위한 수익성 창출과 더불어 인지도 항상을 위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업계 1위 승부수를 던지겟음.

7. 서점에 대해서 불만 사항이 있다면?
인터넷 서점마다 그 서비스 질은 종이 한장 차이므로 특별한 불만은 없음. 평균적으로는 알라딘의 경우 배송이 다소 늦은 것이 단점.

8. '서점이 이렇게 되면 좋겠다' 싶은 이상적인(상상적인) 요소들을 자유롭게 손꼽아본다면?
좋은 책,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는 것도 좋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손해보고 팔아서 회사 자금사정이 악회되지 않도록 하는 것더 중요. (모닝 365, 델리북, 코스북, 베스트샐러 50...모두 저렴함을 무기로 하다가 망하거나 망하기 직전임)

9. '이럴 때 정말 서점이 고맙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생각지도 않은 이벤트 당첨으로 책이나 마일리지 등을 받을때, 고객 불만에 대해서 신속하고 자세하게 빠른 답변이 올 때.

10. '이런 건 서점이라고 할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들던 서점이 있었나요?
없음

11. 서점에 가서 찾아도 잘 없는 당신만의 장르가 있다면?
없음

12. 서점에 가면 어떤 장르/코너를 가장 많이 훑어보십니까?
대중적인 모든 장르의 작품들..

13. 보고 싶은데 남의 이목이 신경쓰여 주저되는 장르/코너 가 있다면?
없음.

14. '이 장르/코너가 아주 크게 번성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습니까?
액션과 추리가 결합된 스릴러 소설들..

15. 헌책방을 이용하십니까?
어딘지 모름.

16. 서점에서 발견한 가장 희귀한/뜻밖인 책이라 할만한 게 있다면?
없음

17. 마일리지를 쌓아서 나중에 한 권 공짜로 사는 게 좋다 or 책 가격을 깎아주는 쪽이 좋다? 
모  인터넷 서점 2곳이 망해서 30만원 넘게 날리고 보니 마일리지는 저축성 예금으로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음.. 10프로 마일리지 보다 5프로 할인이 더 좋음, 마일리지는 인터넷 서점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임. 책 구입이 가능하면 바로 사용하는게 최선임.

18. 당신이 생각하는 인터넷 서점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장점 - 다양한 이벤트 참여와 오프라인 보다 저렴한 가격.

단점-- 대부분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수익성 구조대문에 마일리지 보전이 어려움.

19. 서점에서 인상깊었던 모습의 사람이 있었다면?
책 안사고 서점에서 다 읽고 가는 사람,  좀 낫뜨겁고 미안하지 않나 싶음...

20. 서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서점에 관한 자유연상 하나 털어놔 보십시오.
원하는 책을 구입하려 햇는데 50원인가 적립금이 모자라서 편집자 분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특별히 적립금을 제공해주셔서 구입했던 기억... 작은 돈이지만..기분 좋았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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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콘 2005-03-0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후로는 마일리지를 일정 부분 모이면 사용 해 버립니다.
마일리지 적립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현금으로는 못 받는다더군요.

인터넷 서점들이 대부분 부실하다는 걸 절실히 알았습니다. 여인닷컴이나 해피올도 파격 할인을 하던데 얼마나 갈까 싶습니다.
 

  영웅문시리즈로 알려져 있는 김용의 사조삼부곡 중 제 1부격인 사조영웅전 수정판 나왔다.  지난 2003년 12월에 출간된 이 책은 기존 영웅문의 문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번역문제를 제기하고 심각한 오탈자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번역에 관한 문제는 개인 한 사람의 번역자가 아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의 여러 번역자가 참여함으로서 통일성 있는 문장으로 번역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후에 출간된 사조삼부곡 2부인 신조협려에서는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소속인 이덕옥 한 사람으로 통일을 해서 번역을 맡기고 사조영웅전보다는 다소 신중하게 교정, 교열을 봤다고 한다.

한편, 사조영웅전 1판 1쇄를 구매한 독자들이 김영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서 교환 및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기존 1쇄 및 2쇄가 유통중일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자 지난달 말 새로운 수정판이 나오자 게시판에 문제 제기를 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수정판으로 무상 교채를 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부담을 감수하고 도서 리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기존 1쇄가 팔려야 지속적으로 다음판을 수정해서 보완을 할 것이지만 오탈자 문제가 입소문 퍼지면서 판매가 늘지않자 어절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수정판(실질적으로는 3~4쇄)을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판사에서는 기존 1쇄본을 회수하고 있지만 전체를 다 교체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면 개정판이 아닌 관계로 도서소개상으로는 수정판 유무를 알수가 없다.

아래 김영사의 답변이므로 이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분은 참고하기 바란다.

2005년 2월 수정판(세트)이 나와 시중에 유통중입니다만 현재는 이전판들과 섞였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저희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만,
독자님께서 책을 구입하실 땐
인터넷 서점이나 김영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을 하시되, 반드시 2005년 2월 수정판을 원한다고
말씀하십시오.

독자님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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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존 스킨 에센스(남성 에센스) - 남성용 100ml
참존화장품
평점 :
단종


나는 원래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는 편이다. 머리에 헤어스프레이나, 무스를 뿌린다던가 하는 ...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몸에 닿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화장품도 늘 선물 받은 것, 혹은 가장 저렴한 로션 정도만 가끔 바르거나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질때 바르는 정도다.  특히 건조복합성 피부인  내가 스킨, 로션, 겨울에는 에멀전까지 바르는 것은 되게 불편해서 화장품을 다 쓰고 버리는 것보다 한해 두해 지나서 오래되서 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구입조건 첫째는 자주 안바르는 스타일이니 한 번 발라도 충분히 보습이 되어야 하고, 텁텁한 느낌이 안들어야 하며 샴프도 린스를 따로 쓰기 귀찮아서 같이 합쳐진 것을 쓰는 나에게 화중품도 하나로 통합이 된 것이 있으면 했는데 이 상품이 바로 그 조건을 모두 충족을 하는 것 같다.

스킨, 로션, 에센스가 같이 하나로 되어 있고 심하게 근적거리거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3가지가 하나로 있다보니 기존 로션따로 스킨 쩨품의 경우처럼 로션만 다 쓰고 스킨만 남아서 계속 밀려서 오래되서 버리는 경우도 없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여러 가지 화장품을 따로 발라야 하는 귀찮음이 싫으신 분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독한 제품이 아니라서 피부 트러블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서 얼굴이 트실트실 일어나는 분들은 보다 보습효과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 제품은 다소 무르기 때문에 심하게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효과가 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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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윤영무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구입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버지가 바로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같이 공감하면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남보다 더 힘든 맏며느리 혹은 큰 며느리로 불리는 내 어머니도 이 책을 공감할 것이며 나 또한 장남인 아버지를 늘 지켜보면서 이 책을 읽으며 뭔가 동조를 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먼저 읽은 어머니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이 정도 가지고 장남으로서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실망이셨던 것 같다.

어머니가 읽은 후 내가 이 책을 손에 잡았다. 전반부는 기자출신인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장남으로 살아온 과정이 세세하게 추억을 더듬으며 진행이 되며, 후반부에는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고, 거부하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장남이라는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받아드리고 장남으로서 행동지침 같은, 한마디로 장남으로 살아가는 노하우를 말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먼저 읽은 어머니의 반응이 왜 그렇게 시큰둥 했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 책의 지은이는 집안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장남으로서의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장남인 자식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잘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는 급기야 시골의 집과 선생님이라는 보기좋고 안정된 직장을 등지고 도시로 와서 트럭운전을 하면서 어렵게 자식을 교육시키는 모습이라던가,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가 허름한 트럭 운전사가 되어 우연히 학교 제자를 만나면서의 어색한 만남은 눈을 찡긋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것이 부담스러웠고 장남으로서 해야 할 것들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힘들었음을 얘기한다. 본인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의 아버지가 장남인 아들이 집안에서 큰 기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삼고초려를 하면서 신경을 썼던 모습들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세삼 위대하고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낳기만 한다고 부모 노릇이 다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집 얘기를 해야겠다. 아버지는 5남 2녀 중 장남이다. 연세 많으신 먼 친척분들에 의하면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즉, 나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 젋음 시절부터 뚜렷한 직업도 없었고 열심히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매달 받는 월급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때 쯤 분가를 할 때 까지 고스란히 할머니께 같다 드리고 아래 쭉 늘어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했단다. 어머니는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그렇게 보잘 것 없었던 네 아버지한테 시집을 왔는지" 참 어리숙했지.." 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은 먼저 시작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보금자리인 내집을 마련한 것도 가장 늦었고, 직장 때문에 분가를 하면서도 한동안 가장 많은 생활비를 늘 붙여 드려야 했으며, 가장 못 배우고 가장 작은 체격, 현재까지도 형제들 중 유일하게 자가용이 없어 먼 시골 제사를 갈때면 동생 차를 얻어타거나 고속버스를 몇 차례나 갈아타고 다니시는게 지금 내 아버지의 서글픈 모습이다.

둘째 동생 집안 사정이 어려울때 갯돈을 털어서 보태주고, 셋째 동생 장가갈때 우리 어머니 적금 통장 깨서 결혼비용 마련해주고..... 가장 형편이 어렵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동생들이 손 벌리면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쥐뿔도 없는 집안 문중에 무슨 대소사가 그리도 많은지 장남이라는 이유로 이런 저런 자리에 모두 참석을 해야 하고...그나마도 한번 잊어버리면 이곳 저곳 높은 친척분들이 전화해서 장남인데 그러면 되냐고 하고...그렇다고 누구 하나 진심으로 고맙다는 사람은 없다.... 형제간에 그렇게 돈독한 우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저마다 그 시절은 까마득이 잊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나는 부러운 것이다.

저자는 그래도 장남 노롯 잘 하라고 뒤에서 지지해주고 믿어준 든든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는가....나는 이 책이 찬반양론이 갈린 책인지 몰랐는데 여러 사이트에서 서평도 읽어보고 지난해 KBS의 < TV 책을 말하다 > 에서 어떤 여성분이 정말 돈이 너무 아까웠던 불쾌한 책이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다소 놀라웠다. 이 책을 보고 동조하기가 어려웠다. 혹은 장남한테만 무슨 그런 예우가 필요하냐.. 혹은 요즘은 시대가 다르다. 혹은 장남이라고 해서 뭐가 그렇게 혼자 잘해야 하는냐...라고 불만이신 분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집안 내력이나 환경이 다소 보수적이고 문중 법도를 따르는 등 비 개방적 가족구조에서 자라신 분들, 혹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오신 분들, 혹은 장남으로 힘들게 살아온 분들, 혹은 그 주변 분들, 장남인 아버지를 둔 나 같은 입장에 서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도 아버지, 어머니는 왜 그렇게 사세요...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장남이라고 해서 왜 그렇게 더 희생을 해야 하냐고... 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자주 드렸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그게 바로 장남의 위치가 아닐까...그게 바로 장남이 운명이 아닐까...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같은 장남으로 살아가고 있는 분, 혹은 장남이지만 장남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젊은 독자분들에게는 다소 도움이 될 것이지만 장남이나 차남이나 무슨 차이냐? 혹은 장남만 무슨 집안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혜택을 받는 것은 불공평 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지 않다. 또한 핵가족화로 장남이라는 위상의 표현이 모호한 시대적 상황에서 이 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라고 묻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 장남보다 몇 배나 더 힘들게 살아온 분, 그건 바로 맏며느리 혹은 큰 며느리로 불리는...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장남의 아내들이다. 명절이 되면 가장 힘든게 맏며느리다. 우리 어머니는 늘 명절때가 되시면 시계가 정시를 가르치듯이 입술끝이 불룩하게 부어서 고름이 생기고 나중에는 터진다. 병원에 같더니 명절증후군이란다....신경성. 이게 바로 큰 며느리의, 어머니의 안스러움이다. 혹시 이 서평을 읽는 20~30대 주부(장남이 아닌 남편을 둔...)분들,  설, 추석 음식 장만 할 때 음식 다 만들고 나서 나타나지 말고 조금 일찍 와서 큰 며느리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 자체에서 내가 원했던 책읽기의 즐거움이나 만족스러운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진정한, 믿어 의심하지 않는 장남정신으로 살아가는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수고로움에 존경을 표하고 싶고, 장남이 아닌 이유로 미쳐 그런 부분은 잘 몰랐다는 분들로 이 책으로 다소 공감을 하고 장남 형님들에게 좀 더 잘 대해주시길 바란다. 더불어 좋은 부모님을 두셨던 이 책의 저자인 윤영무님도 앞으로도 계속 장남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인용:

그러던 어느 날, 건너편에 트럭을 세워두었던 운전사 한 명이 성큼성큼 아버지에게 다가와 모자를 벗으며 반색을 했다.  "저 아무개 선생님 아니십니까?....!"

순간 아버지는 당황했다......중략....

나는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귀밑까지 빨갛게 물드는 것을. 온몸이 떨리면서  말을 더듬는 것을. 아버지가 그렇게 당황해하시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점잖은 교편을 잡던 시골 마을의 유유자적한 선비가 아니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제자 앞에서 아버지는 ' 그림자도 밝지 못했던' 과거의 그 말쑥한 양복차림의 선생님이 아니라 허름한 작업복에 털털거리는 트럭을 운전하는 일용직 화물 노동자였던 것이다.

--------p. 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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