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네 몸 안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싶네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져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한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아,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

 

 

 

                                     -함성호, 성 타즈마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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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7-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둥둥 떠다니는 햇살 속에서의 슬픔
하얀 겁질같은 푸른 하늘 아래서의 외로움
아지랑이 솜털같은 언덕 위에서의 괴로움
빗물에 낙화 짓이겨진 돌담에 기댄 서러움
비단결 펼쳐놓은 물결로 떠도는 그리움

이 모든 것 속에서도 먹고 사는
알 수 없는 인생의 가벼움

달팽이 2005-07-13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한 가슴 긁어대는 바이올린 선율 위에 선 애절함
고요한 아침을 찢는 산새 울음 끝에 매달린 처량함
희뿌연 강안개 뒤로 몸을 숨기는 갈매기의 아련함
해저무는 길가에 풀잎을 눕히며 지나가는 바람의 덧없음
머물지도 못하면서 구태여 나누는 사랑의 가슴시림

이 모든 것 속에서도
살아지는 구름같은 삶의 몽환

파란여우 2005-07-1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워.서...
보.고. 싶. 어. 서....
오늘 밤하늘엔 별도 안뜨고요....
 

 

截取冬至夜半强

春風被裏屈幡藏

有燈無月郞來夕

曲曲鋪舒寸寸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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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7-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짓달 긴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내어
춘풍 부는 날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 임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어둔이 2005-07-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짓달 기나긴
추운 밤을 꺽어자른

이불 속의 봄바람
고이 접어두었다가

달도 없어 어둔 밤
호롱 밝혀 님 뵐 저녁

굽이굽이 펼치고
마디마디 보이리라
 

내가 든 한 권의 책

이것은 무엇인가?

지혜를 구하는 인간의 마음

이것은 마음이다

그 마음은 왜 생겼을까?

그것은 사랑이다

책이 그 쓰임새로 소용되는

내 영혼이 보다 성숙해지는

이 우주가 보다 우아해지는

그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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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할아버지가 얼마남지 않는 자기 인생을 끝에 서서 손녀딸에게 해주는 마지막 말로서 이처럼 아름다운 말을 보지 못했다.

내 마지막을 지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도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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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너무 아름답습니다.

달팽이 2005-07-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혜덕화 2005-07-1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요즈음의 화두인가요? 제목에 사랑이 많이 보이네요.
대중매체들이 사랑을 많이도 평가 절하 시켜 사용하긴 하지만, 사랑없는 세상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요._()_

달팽이 2005-07-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사랑이 대체로 자아에 집착된 욕망구조로만 보는 입장이 사회에 만연해서 그런지 사랑의 의미가 많이 왜곡되기도 하였지요..물론 저의 사랑도 그런 감정적 사랑의 색깔을 벗어버리지 못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그런 감정적 깊이에 비례해서 잃게 될 때 가질 상실감의 깊이 또한 크겠지만 그래도 그 상실감마저도 포용하는 사랑을 하고 싶군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라고 하는 주제가 흔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독자가 그것을 읽는 것이 식상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랑을 경험하고 따라서 그 나름대로의 사랑관과 연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글쓰기로서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흔든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의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적어도 하나의 특징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별다를 것 없는 사랑의 시작과 끝의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에 의해서 새롭게 의미부여하고 그것에 따라 우리들이 뭐라 부를 수 없지만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들에 대해 해석하는 방식의 특별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멀어져가는 연인사이에 상대방의 떠나버린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한 사람의 극단적인 노력을 '낭만적 테러리즘'이라고 새로운 정의를 내린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결국 아무런 소용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낭만적 테러리즘도 결국은 상대방에 대한 테러나 자신에 대한 테러로 끝을 볼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결국은 마음이 떠나버린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만이 남게 된다. 

  결국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사랑하는 당사자의 마음 속에 포착된 어떤 욕망구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내적인 욕망구조인 것을 우리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욕망구조는 어릴 때부터 그가 현재까지 존재해 온 인생 전체의 경험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때로는 왜곡되고 때로는 뒤틀린...사랑을 끝낸다는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고착화된 상대방에 투영된 자신의 욕망을 해체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사랑은 늘 행복과 상처사이를 단지 시간적 간격만 두고 왔다갔다하는 추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늘 행복의 정점에서 머물고 싶어하지만 삶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언제나 상처와 아픔으로 향하여 달려갈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의 함수 한 축에서 사랑의 행복이 시작되는 순간 다른 축에선 그 상실감의 크기가 사랑의 깊이와 비례해서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사랑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갖게 되는 절망의 상처와 아픔 밑바닥에서 새로운 사랑의 꿈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결국 한 평범한 사랑의 시작됨과 끝남의 과정을 따라가며 당사자인 두 남녀의 심리의 변화를 여러 가지 해석을 통하여 설명한 평범한 사랑이야기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흔히 하는 사랑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특별한 해석이나 특별한 깨달음이나 지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사랑에 관한 뭔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면 그것은 보통이 글을 쓰는 방식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마치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직접 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사실 이 소설은 그가 20대 중반의 나이로 쓴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가 이런 사랑의 열병 속에 충분히 몸담았을 시절, 자신의 사유적 색채로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내려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보다 쿨하고 생동감있게 다가오는 그의 스토리가 독자로 하여금 좀 더 글에 밀착하게 하고 또 20대의 그의 사유로 써내려간, 크게 깊이와 지혜가 있지는 않지만 지적 욕구와 쿨한 사유가 돋보이는 생기발랄한 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열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들어서 그런 열병을 앓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젊은 시절의 사랑의 열병은 더욱 생생하고 따라서 더욱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글을 읽는 것이지만 그런 기운이 글을 타고 전달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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