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도 않아

맺어지지도 않아

얼굴이야 고요하지

그 뒤 비오고 바람부는

격랑의 바다

그 누가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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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한 세월

달팽이 2007-02-2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무는 연못 위로
잎새에 적어 띄우는
그리움의 편지 한 장
흘러흘러 그대 창가에
작은 미풍을 타고 넘어
가슴에 내려 앉고 싶네
여기 모여 앉은 이 밤
물결위에 물비늘되어
다시 꺼져갈지라도
꽃처럼 피워낸 삶의 이야기
그대향해 보내는 사랑 이야기
단 한 번의 물비늘로
일었다가 사라져도
그대 가슴 가닿으면
그것으로 족하리
물비늘은 사라져도
호수의 이 물 어찌 마를리 있으리...

파란여우 2005-06-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술 한 잔 해야겠슴돠.
근데, 술이 없으니 어쩌나요...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만이 아름다운 밤에

지금은 우리가 상처로

서로를 확인하는 때

지금은 흐르는 피로

하나되는 때

벗이여 어서 오게나

움푹 패인 수갑 자국 그대로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에 패인 주름살 그대로

우리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안락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서로의 상처에 입맞추느니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아, 그 시절 인연

뭔가를 위해 나를 잊었던

또 다른 날들의 기억

역사도

민중도

사랑도

그 무엇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던 날들

나 이제 여기

그 무엇으로

행복할까

세상 모두를

다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삶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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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상처에 입맞추는 일이라....
괜시리 눈물납니다.

달팽이 2005-06-2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창우 시인의 노래로 제가 대학 다닐 때 많이 불렀던 노래입니다.
서정적 선율이 좋았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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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잠언 시집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유려한 사고와 상상력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삶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눈으로 오랫동안 들여다보아 일종의 깨달음같은 것을

짧은 한 줄의 글로 남겨 놓은 것이다.

때로는 그런 글들이 모여 긴 시가 되기도 하지만

역시 그런 시도 단 한 줄로 줄일 수 있다.

자연의 변화와 그 속에서의 삶의 이치를 깨닫는 사람들이라면

농부든, 어부든 글자를 모르는 문맹이라도

자신의 온 삶을 녹여내어 한 줄의 잠언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 가슴에 녹아드는 한 편의 시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시란

내 몸과 자아를 녹여내리는 단 한 편의 시

그것이 목적이 된다.

단 한 편의 시면 족하다.

내 온몸을 녹여 삶의 진실을 순간에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시

한 편이면 모자람이 없다.

류시화 시인이 이 시집을 엮은 이유도 그러하다.

비록 이름없이 세상의 어느 한 조각 땅을 밟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삶을 완전히 담아내는 단 한 줄의 말

또는 단 한 줄의 글

그것이 시인에게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비추는 단 한줄기의 빛과도 같은

시..

단 한 번의 떨림

하지만 온 세상을 녹여내는

단 한 번의 시가..

시인으로서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인 그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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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시화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류시화의 시집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는데. 저도 이 시집을 집에 소장해 두었지요. 어렸을 때는 잠언시집이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님의 말씀대로 깨달음을 전해주는 시집이더군요.
삶은 단 한번의 기회만을 허락하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말을 되네이게 되곤하지요. 그래서 오늘도 생각합니다. 언젠가 다시 이렇게 되네이지 않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무엇을 깨달아야 한다고요. 그렇게 매일매일 깨닫다보면 그런 말을 하지 않게되는 날이 올까요? 의문입니다.

달팽이 2005-07-0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과정으로서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좀 더 지혜가 생기게 되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삶의 의미를
그냥 알아지게 되는 때가 생깁니다.
머릿 속에 지식이 쌓여서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겨서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그런 말이 필요없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여전히 그런 말이 필요한 경우도 생기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우리들의 의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험난하고 거친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결국 그것은 우리들을 더욱 성숙하고 지혜롭게 만들것이니까요...

비로그인 2005-07-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험난하고 거친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결국 그것은 우리들을 더욱 성숙하고 지혜롭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우리들의 의지가 아닌가... 님의 뎃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힘을 얻어갑니다. 뎃글도 굉장히 성의있게 남겨주시니..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네요. ^-^ 머리 속에 지식이 쌓여서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기게 되는 날이 오겠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려야 할까요?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요? 조금은 두렵기는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리라고 믿어봅니다. 살아가는 것은 정말 신비함의 연속인가 봅니다.
 

95년 3월 13일 오후 2시

그 때부터 나는 민간인 용욱에서

공군 사관후보생 94기로 예비군인이 되었던 날이다.

날 기다려주던 여자라곤 오직 어머니밖에 없이 나는

바리깡 아래로 내 서글픈 머리칼을 떨어뜨려야만 했다.

24시간을 죄어오던 그 악몽같은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하던 나의 뜻밖의 강함이었다.

그러나 그 강함의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110여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버티어야 한다는 운명에 대한 순응이었다.

가입교기간이 끝나고 '개새끼'에서부터 시작된 밑바닥인생에서

내가 기다리던 것은 저 앙상한 플라타너스 잎새가 우리들 머리통만 해지기만 하면

'백만광촉' 다이아몬드를 달고서 자유의 몸, 해방의 몸이 되리라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개새끼의 인생은,

사회생활을 박사로 지내던 동기나 정부종합청사에서 전도유망한 사무관을 하던 친구나

나처럼 별볼일없이 교단이 적성에 맞지 않은 것 같아 대학원에서 유예된 인생을 즐기는 한량에게도

평등한 것이었다.

훈련이 힘든 날이면 황동인간(황토빛 진흙에 온몸을 비벼서 구릿빛 얼굴과 몸을 한 우리들을 그렇게 불렀다)의 모습을 하고서 병동에 들어오면 세면세치도 못하고 취침의 방송이 나올 때, 그것도 서럽도록 밝은 달빛이 창가에 들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때 소리없이 동기 하나가 주전자에 물을 받아 플라타너스 나무 앞에 서면 우리 모두 물을 받는 그 플라타너스 잎새가 빨리 빨리 자라도록 얼마나 빌었던가?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를 좋아했던 것은 순전히 사회와 가로 막힌 그곳에서의 기본군사훈련과정에서 유일하게 접할 수 있었던 사제 배급품 음악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기들의 저녁식사', '가스 체험', '권총 사격' ,'100킬로 행군','야간지속훈련', '마지막 기지구보', '임관식'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임관식 날 사령부 본관을 지나며 받은 준위 아저씨의 우렁찬 경례소리와 함께 나는 군대생활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

공군대학에서의 특기교육, 훈련단에서의 교관생활, 생전 처음 내 삶에서 얻은 자유와 더불어 나는 참 많은 여행과 참 많은 삶의 고민과 참 많은 사랑의 고민을 했었지....

그리고 나의 친한 벗의 죽음도 이때였군..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듣기도 전에 장교숙소에서 자면서 그가 찾아왔던 꿈...

나를 껴안고 "보고 싶었어, 정말..."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군..."

"같이 갈래?"

난 물론 그를 뿌리치고 문을 힘차게 열었고

그런 내 몸 위로 무수한 빛이 쏟아졌지....

잠은 깨었고,

이른 새벽 나는 온 몸이 젖어 있었지...

숙소엔 룸메이트는 없었고

여명의 옅은 빛이 창을 뚫고 스며들고 있었지...

아픔은 아픔대로 나를 지나가고 기쁨은 기쁨대로 나를 지나갔지

그러는 동안 나는 성숙했지.

그 모든 일들이 나를 더욱 성숙시켰어..

물론 지금은 그 시절을 또 이렇게 추억도 하지만,

전방에서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않좋아.

그래도 나에겐 이젠 아름다운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은 군대생활인데...

그들에겐 삶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이 되어버린 것이...

그 삶을 그들이 어떻게 수용해내어야 할 것인지가 남은 그들의 몫이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아픈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야.

잊혀지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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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인 자나, 죽은 자나 모두 안타깝습니다.
가슴이 콱콱 막혀와요

달팽이 2005-06-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돌고 도는 '화'가 때로는 제 인연을 찾아서 눈을 번뜩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묻어둔 '화'는 없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때로는 그 화 아래에 있는 삶의 상처, 영혼의 상처까지 보아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슈타이너는 그래서 아이의 영혼을 치유하는 교육이야말로 참다운 교육이라고 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데
마음 공부는 그것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은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달팽이 2005-06-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내가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또 하나가 이 때에 형성된 것이군...^^ 플라타너스 잎새가 무럭무럭 자라니까..^^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작자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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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6-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 각각의 삶은 어쩌면 영혼의 길위에 놓여진 깊은 구멍일런지도 모른다.
늘 자신의 마음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내가 있어도 자아에 집착함으로써 우리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질퍽한 삶의 구멍,
나는 또 얼마나 깊은 구멍에 빠져 있나
내 영혼을 놓치고 사는 오늘은 또 얼마만큼의 구멍인가?
눈을 떠야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고
그래야 이 곳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생길 것 아닌가?
둘러서 가는 그 길은 어떤 길인가?
스스로 가보아야만 알 그 길이 아닌가?

파란여우 2005-06-2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구멍을 돌아서 왔음은 행운입니다.
저는 구멍에 여러 번 빠졌어요.
간신히 나와서 몇 해 지나곤 다시 빠지곤 했죠.
이제 다시는 빠지지 않을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글쎄요, 다시는 안 빠질까요?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달팽이 2005-06-2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게 말이죠
저도 빠지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빠질 만큼 빠져봐야 또 내가 어디 있는지 바라볼 눈이 생기겠죠.
그러니 빠지게 된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죠^^

어둔이 2005-06-2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라는 구멍에 빠져있습니다 허덕이든 아니든 우리모두는
생사의 구멍을 돌고 돌면서 내내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명의 큰 구멍
이 구멍을 누가 알고있기라도 합니까?
너무 큰 것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없는 것이라고 살면 빠져나올 생각도 아니하는 법입니다.
삶의 구멍을 네모로 만드나 동그라미로 만드나
직게 두거나 아니면 몸맘이 편하게 아주 크게 뚫어 파내거나
구멍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그 구멍으로 부터 빠져나와야 하는 생명 본래의 길
한번 빠져나오면 헛짓이었음을 알고 한바탕 웃음을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인생의 구멍에 빠져 우리 모두는 살아갑니다.
그 질퍽한 삶 위의 우리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하늘의 별빛 구멍조차
유혹당하지 않는 그런 생명의 길이 있다면, 누군가가 그런 길을 찾았다면
.................

나는 구멍에 빠져있었다
길 한가운데 구멍이 있었다
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건 나 잘못이 아니야라고 했지만
그 구멍을 빠져 나오는데는
그런 말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둔이 2005-06-2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물을 벗어난 금빛 물고기는 무엇을 먹고 살지"
"그렇게 말하는 니가 그물에서 벗어난다면 말해주겠다"


그물 밖에 나온 금빛물고기는
고인물에 살지를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몸부림
천길 물을 뿜어 큰 파도 일으켜
우뢰같이 쩡 울리면 한줄기 맑은 바람이 인다
아 하늘위 하늘아래
이 호쾌함을 아는 이 몇이나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