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김이 온도시에 뿌려졌나?

대지가 급변하는 기온에 열이 났나?

산 골짜기마다 걸린 짙은 안개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놓았구나.

하늘의 구름도 안개되어 강물 위로 내려앉았나?

조용한 학교로 들어서는 마음 절로 차분해지구나.

짙게 깔린 안개는 떠난 님 그리는 소쩍새의 연정인가?

고요속에 잠긴 학교는 시간마저도 멈춰버렸는데

일순간 멈춰진 시간을 깨는 소리는 무엇인가?

그 적요를 깨뜨리며 들리는 낭랑하고 또랑한 목소리를 쫓아

아이들의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창가에 기대서서 먼 곳을 응시하며 노래하는 한 학생이 시야에 들어온다.

멎어버린 비를 향해 부르는 노래인가?

아직도 잠을 깨지 못한 풀잎을 깨우는 노래인가?

1학년 4반의 조정래라고 했던가?

신화창조의 "떠나는 사람을 위하여"라는 노래라지

그 아이가 내지르는 맑고 푸른 구슬 구르는 소리가

대지 위에 잠든 뭇생명의 아침을 깨우네....

이 빈 공간에 맑은 소리 깃드니

맑고 한가한 이것 외에 또 무엇을 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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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두드리는빗방

울소리에그댄가잎

새위에구르는빗방

울소리그댄가방울

방울그대얼굴보네

 

                  - 용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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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5-1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감아도보이는
이그대인가눈을떠
도사라지지않는이
그대인가싫든좋든
그대는나의눈부처
 

점심을 먹고 매점을 돌아 나오는 길에서 너는 나에게 다가왔지

쭈뼛쭈뼛한 태도로 "선생님, 나 이상한 꿈 하나 꾸었는데 해몽해줄래요?"하고는

역시나 우물쭈물하고 있었지...

그때였어

네 얼굴 위로 12년전의 내 모습이 비친것이...

꽃잎이 바람에 뒹굴고 화단에 핀 지푸라기 흐느끼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지.

나는 너무도 생생한 꿈을 꾸고서

꿈 이야기를 내 벗이자 선배인 그에게 얘기하고 있었지

그 때 벗의 어깨너머로 저녁의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고 한결 무거워진 공기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

그는 내게 "너에게도 이제 사랑이 시작되고 있구나" 하고 해석해 주었지.

순간 나는 그 사랑은 어떤 대상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스스로의 자양분으로 자라고 있음을 깨달았어.

왜냐하면 한번도 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의 경험이 없었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이미 내 스스로에 대한 욕망과 애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어렵지 않았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사랑은 그렇게 왔더랬어...

하지만 피어보기도 전에 그 사랑의 꽃은 시들어버렸고,

그 사랑의 예언을 했던 벗과는 앞으로 영영 꿈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

한 번은  벗의 집에서 그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를 보았어

유난히도 슬픈 눈을 가진 그녀는 전해에 학교 숲속 어딘가에서 목을 매었다고 했지..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젖어있음을 느낀 것은 순전히 직감이었지...

어머니를 잃고 계모의 슬하에서 아주 어린 배다른 동생을 둔 그가

빈 호주머니에 꿈과 사회적 정의를 가득 채우고 다녔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비로소 삶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을 무렵

그에게 닥친 사고는

그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된 나로 하여금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추억 속에 유폐시켜버렸지.

오늘, 나에게 꿈을 묻는 네 얼굴에도 사랑의 꿈을 가슴에 간직한

그날의 내 모습이 있었을 줄이야...

 내 짧은 사랑과

그와 함께 한

내 깊은 추억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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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5-1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이 괜시리 형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날, 형이 살았던 그 이층집이 보고 싶어졌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자고 했지, 형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사랑과 진리와 참삶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밝아오는 새벽을 맞았던 날들을 생각했지. 근데 이게 뭐야, 내 기억 속에 형은 20대 중반의 모습에서 세월이 멈춰버렸는데, 나는 30대 중반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야, 참 세월 짖궂지 않아?
 
시 읽기의 방법
유종호 지음 / 삶과꿈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시를 구성하는 언어들의 배열과 선택에 있어 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왜 이런 어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선택되었고 시 전체에 흐르는 움직임과 감정의 고양이 어느 부분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시인과 공감하지 않을 때 그 시는 그저 지적 이해에 머물 뿐이다. 시의 이해에 있어 유종호 교수의 안내를 받는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축복이다.

  필연적인 언어, 대체될 수 없는 언어의 사용도 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적어도 이 50편의 시를 읽는 동안 시의 맥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어휘가 거의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언어를 다 돌아서 눈 앞에서 확연하지고 또렷해지는 단어 하나가 시 속으로 들어가 제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이 단순히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언어가 아니라 유기체의 한 부분으로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얻게 됨을 보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리 뛰어난 평론가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인가를 느끼며 읽는 시맛에 비할 것이 없다. 시의 질퍽하고 거친 골짜기를 지나 능선을 타고 한껏 올라서 어느듯 사방이 탁 트인 마루에 올라 맛보는 천의무봉의 열림! 그 열림 속에서 나는 우주와 하나가 되고 시와 하나가 된다. 그곳에서 시인과 나는 만나고 마음은 한 편의 시 그 자체가 된다.

  그러므로 시읽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가슴을 열고 그 심장의 떨림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시에 대한 불필요한 많은 설명을 피해야 한다. 독자의 상상력에 메스를 가하지 않는 시론이 필요하며, 독자들이 시와 만나는데 매개자없이 체험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삶이 상품화되어 갈수록 더욱 우리들의 체험도 간접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적 이해를 위한 책보다는 시가 가슴에 담기도록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나는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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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외롭더라도자

유로울수있다면그

외로움을저녁반찬

으로밥을먹으리라

영혼을살찌우리라

 

                  - 연성 -

 

 

나에게는꿈이있습

니다외로움과자유

가형제처럼손을맞

잡고나란히앉게되

는그러한꿈입니다

     

                  - 용욱 -

 

 

강앞에서머뭇되는

영혼의저녁물깊고

건널배없어밤새울

지금높은별하나바

라볼그리운그대여

 

                  - 연성 -

 

 

천개의강에비친달

을찾고있나온우주

를돌아온새벽별찾

고있나앗조심하라

그것은손가락일뿐

 

                  - 용욱 -

 

 

왜손가락을문제삼

나손가락에원수졌

나나는가르키는손

가락이아니라코후

비는손가락일뿐냐

 

                   - 연성 -

 

 

아야야

그냥책이나읽을것

오늘은내가

손해만보았구나

 

                  - 용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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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