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안개눅눅한저녁

사람들의어깨축축

하고넘어가는하루

힘겹다아아발에밟

히는분홍빛겹벚꽃

 

                  - 강연성 -

 

 

능선을오르던안개

산을넘지못해마루

에걸렸는데내마음

에짙게깔린연정은

어느곳을헤매는지

 

                    - 이용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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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우터골의 가는 봄



 

 

 

 

 

 

 

 

 마당가에 핀 꽃잔디. 우리나라의 패랭이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니긴 했지만 원산지는 미국 동북부이다. 4월부터 5월까지 저 작은 꽃잎이 폈다 졌다를 반복하며 오랜 생명력을 보여준다. 번식력도 놀라워서 한 삽 퍼다 심어 놓으면 이듬해 봄엔 두 배정도로 영역을 넓히는 녀석. 크고 화려한 장미가 부담가는 시선이라면 엄지손톱만한 작고 앙증맞은 저 녀석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는 일도 사는 일에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아름다운 것을 기준하는 일이란 우리가 가진 마음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이제 막 시집온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 새색시의 고운 앞치마 같은 꽃잔디.



 

 

 

 

 

 

 

 

 



 

 

 

 

 

 

 

 

'나의 화려한 계절은 가고'라면서 영탄조의 한숨만 내 쉬기에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 비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숫처녀 단물을 다 내주고도 한 점 후회없는 삶이 비로소 성녀의 삶이라고. 그래서 창녀와 성녀는 비유의 저울대 위에 종종 등장하는 세상. 욕심없이 살다 가는 우리들의 삶은 그래서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신의 고결한 눈동자는 어떤식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는가. 밝고 화사한 봄꽃? 붉게 물드는 저녁 노을? 눈부시게 화려한 명품이라는 물체? 잘 다듬어진 정원에 피어 있는 정갈한 튜울립? 그러나 세상의 모든 시간은 저녁 노을과 맞물리듯이 세상 아름다움의 출발은 갸녀린 새순부터다. 저것이 없는 생명의 출발선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늙은 할머니의 바삭바삭한 손을 마주잡은 세살배기 어린 손자 녀석의 갸날픈 손이 내 집 앞마당가에서 지금 한창 실로폰 소리처럼 웃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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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1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05-1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자운영 앵초깽깽이풀 현호색 자란 고갈제비꽃 금낭화 얼레지 괴불주머니 금란초 구슬봉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봄들판 온천지가 다 좋턴데 이제 꽃피는 봄들판 다 지나가고 잡풀무성한 여름들판으로 가야하네 혹 그 푸른 들판 사이로 여름들꽃이라도 찾아낸다면 나는 좋겠네 행복하겠네.. 그 여름 들판에 패랭이 꽃잔디 피어 함께 사는 세상 사랑나누었으면 정말 좋겠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로 향하는 길의 변화는 내 인생의 변화와 함께 했다.

초등학교 때 지팡이를 짚고 아직 세월의 때가 많이 끼지 않았던 아버지와 함께 동행할 때에는 솟아오른 논둑길을 따라 유채꽃이며 제비꽃, 쑥이며 고들빼기 등 온갖 야생초가 어우러진 동화같은 길이 아니었던가?

옆으로는 호수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가며 우리를 따라 오고 있었고,

냇가에는 바지를 걷어붙이고 고기를 잡는 아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곤 하였는데... 

이제 그 길은 사라지고 없다.

아래길에는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길을 넓혀 놓은 곳에 오늘은 또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었다.

오른쪽에 호수와 왼쪽에는 넓게 펼쳐진 논을 두고 예쁘고 길다랗게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고향에 대한 꿈을 얼마나 꾸었던가?

어릴 때 육촌 또래를 따라 소풀을 먹이러 왔다가 노을이 지는 둑길을 따라 흙투성이 모습을 하고서 집으로 향하던 풍경은 또 얼마나 또렷했던가?

할머니가 시내에서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빈집에 홀로 남아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옷장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던가?

내 어깨만큼 자라고 있던 소나무들이 어느덧 돌을 던져야만 다다를 수 있는 높이로 자랐고, 손을 뻗어 잎을 따곤 했던 그 나무는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성장을 멈추어버렸는데....

내 손을 이끌고 장에 다니시던 할머니는 여기에 누워 있고, 나를 닮은 아들녀석이 이제 갸우뚱 갸우뚱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데...

아 아! 인생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 눈앞에서 철봉에 매달리던 아버지는 냉면에 든 고기가 질기다고 꺼내어 놓으시고...

담 옆에 키크게 자란 감나무에 올라갔던 소년은 이제 쓸쓸한 눈길로 썩어가는 고목을 지켜보아야 하는데...

인생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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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없이 살고 싶습니다.
파란 하늘처럼, 구름처럼, 마당가 은행나무처럼.......

달팽이 2005-05-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그리고 무엇이 삶의 참된 의미인지 알고도 싶군요...
 
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은 걷어치우고 다만 삶은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이가 든 어른일수록 마음은 더욱 굳어져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감동이 마음 속으로 스며들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늘 쉽고도 간결한 언어로서 우리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동고동락'삶은 늘 고락이 함께 합니다.

항아리의 삶에서도, 밀물과 썰물도, 선인장 이야기도 손거울, 물과 불에서도....

 늘 우리는 삶의 행복과 아름다움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참다운 행복과 아름다움이란 삶의 고통과 좌절과 시련마저도 감싸안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다운 사랑입니다.

그것마저도 감싸안을 수 있는 진정한 내가 내 가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반쪽의 날개를 찾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반쪽의 날개를 찾아야만 비로소 우리는 날 수 있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경계를 넘어 타인과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그것들과 하나되는 것입니다.

항아리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져 있습니다.

볼품없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항아리

그 옆에는 항아리를 만든 소년이 있습니다.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의 첫 작품을 어쩌지 못하는 표정으로....

항아리는 그래도 멋진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오줌통이 되어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항아리는 늘 자신이 참된 소용으로 쓰일날을 기다립니다.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그 전에 인생은 자신의 소용됨으로 기뻐함입니다.

비록 오줌통으로 쓰일지라도

그것이 이루어내는 일들이 있음을 아는 보람입니다.

그 숱한 세월을 걸쳐 사원의 종소리를 받아내는 천년의 항아리로 거듭남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거듭남을 위한 시련과 기다림과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가슴을 열어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걸맞는 그림들이 더욱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서재지인의 삶이 이 그림 속에 담겨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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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3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쓸모 있을걸?>이라는 이오덕 선생의 어린이책 제목이 생각나네요.^^

달팽이 2005-04-3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찾아보아야겠군요...안녕하세요...로드무비님...
 

뭔가 허전하다.

무엇일까 하고 잠시 둘러본다.

서랍을 열며 나는 허전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휴대폰...

분주하면서도 틈틈히 나는 허허로운 시간엔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서랍으로 간다.

'부재중전화'나 '문자메세지'를 기대하며 열어보곤 하던

휴대폰이 없다.

아, 어디에 두고 왔을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누가 내게 전화하진 않았을까?

누가 날 급히 찾진 않았을까?

이리저리 찾고 있다가 문득

마음을 바꾸어본다.

그동안 내 마음이 휴대폰에 많이 들러붙어 있었군...

늘 나도 모르게 가닿던 휴대폰에

오늘 두고 온 휴대폰에

들러붙었던 마음 이제 어디로 갔나?

원래 내게 없던 휴대폰이라 생각하니...

왠지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없던 마음 있는 물건 접하고 생기는 마음

있던 마음 사라진 물건 접하고 없어진 마음

오늘 휴대폰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된다.

뒷산 나무 잎에 실바람 동동

서편 하늘에 흰구름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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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4-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집에다 두고 출근을 한 휴대폰에 대한 기억
깜빡잊고 사무실 책상 서랍속에 넣고 퇴근을 하는 기억.
전, 거의 일상사입니다.
흰구름 둥둥. 실바람 둥둥...좋은 봄날입니다.^^

달팽이 2005-04-2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여우님...좋은 봄날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