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 이븐 하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기에

언제나 새로우며

 

최상의 호기심으로 배움에 임하지만

결코 지식을 쌓지 않으며

 

무엇이 되려고 한 적이 없기에

없음이라고 불리며

 

끝이 없이 깊고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앎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모름이라고 불리며

 

그의 힘은 무한하나 한없이 부드러우며

 

보지 않는 구석이 없고

듣지 않는 소리가 없으며

 

그의 덕은 높고도 크나

겸손은 한없이 낮으며

 

우리의 사고가 끝나는 곳

단어의 의미가 끝나는 곳에서

 

어쩌면 만날 수도 있는

그것은 실체로서의 사랑

 

                                                                     -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둔이 2005-04-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전히 가득 차있기에)
(언제나 변함이 없는)


(아무런 호기심없어 배우기를 그만두어도)
(전혀 모르는 것 없는)


(무엇이든 다 될 수 있기에)
(참으로 있음이라 하며)


(시작함도 없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모름이 결코 없어 모두 다 알기에)
(참으로 앎이라 불리며)



(그의 힘은 느낄 수 없어도 한없이 강하니)



(봐도 보는 것이 없고)
(들어도 듣는 소리 없으며)


(그의 덕은 낮고 작으나)
(그 존귀는 끝없이 높으니)



(우리의 사고가 처음 시작하는 곳)
(단어의 의미가 비로소 생명을 얻는 곳에서)



(어쩌면 만나고 싶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것은 꿈결에서의 사랑)
댓글저장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삶의 경험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영원화시킨다. 비록 한 장의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우리들의 과거의 체험과 현재 그것을 바라보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 앞날의 모습까지 그려보게 한다는 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것이다. 또한 달리 표현하면 시간이 사라져버린 이미지이자 삶의 절대적 체험이기도 하다.

  보통 사진이라고 하면 시각의 예술이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이 드러내는 이미지는 단순히 시각적 요소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청각과 후각, 미각을 포함한 오감각이 모두 들어있다. 나아가 때로는 그 속에 인간 존재의 심연을 보여주는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영역이 조각퍼즐의 한 조각 조각처럼 듬성 듬성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보는 독자로서 내가 중심적으로 보는 것은 이것이 내 존재의 심연을 얼마나 떨리게 하고 있는가이다.

  그녀는 아마추어 사진가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을 단순한 아마추어 여행사진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것은 우선 그녀의 여행동기에서부터 그러하다. 물론 거창하게 자기와의 만남이라든가, 삶의 깨달음을 위한 것이라고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의 여행이 단순히 자신의 보금자리와 일자리를 유지한 채 휴가철에 떠나는 휴식이나 삶의 위안이 아니라 바로 여행자체의 삶을 겪어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비록 짧지만 한 생 속에서 선택한 또 다른 생을 살아본 것이고 그 또 다른 생의 기록이 바로 이 책에 담겨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체험이 얼마나 충실하게 사진으로 담겨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가 세상을 보는 따뜻하고 신비로운 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낯선 문화를 대할 때에는 늘 자신 속에 익숙해진 문화와 상이하거나 대립될 때 갖게 되는 일종의 경계심이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적어도 파인드 안에 피사체를 담아낼 때에는 그런 경계심이 자연스레 녹아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우열과 시비를 떠나 상대방과 또는 대상과 직접 교감하면서 생기는 수용이 그런 태도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리라. 한 장의 이미지를 파인드 속에 담아내기 이전에 우선 그 이미지를 우리의 뇌속에서 그리고 가슴속에서 만들어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진이 촛점을 맞춘 곳은 내면적 소리이다. 그것은 이미지화된 풍경과 인물 속에 담긴 그 사람 고유의 소리가 가슴에 와닿는 떨림을 만들어낼 때의 바로 그 소리이다. 그 소리야말로 사진기라는 매체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을 담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피사체가 내는 소리를 담아내는 데에도 장애가 있고, 그 담아낸 소리를 이미지로서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장애는 존재한다. 물론 그 사이에 카메라나 사진가가 담아낼 수 없는 능력의 한계도 있겠지만 피사체를 대하는 사진가의 마음은 무한히 열려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담아내지 못한 것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도 없는 법이니까....

  그녀의 사진은 계속될 것이다. 그녀의 삶이 그러하듯이 늘 그녀는 과정속에 놓여져있기 때문이다. 도달할 수 없는 "궁극의 한 장"을 찍어내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여행을 통해 찾으려 했던 삶의 의미들을 파인드에 담아내기 위해 스스로가 사진기가 되고 피사체가 되고 동시에 그녀도 될 때에 결정적 한 장에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시각적 의미를 넘어 오감각, 나아가 마음을 담아내고 현재와 과거, 미래까지도 단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결국 한 장의 사진에서도 인생은 담겨져야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새부터인가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이 나에게서 생기고 있었다. 또한 매년 바뀌어가는 젊은이들을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을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미래의 직업을 희망하고 돈과 부를 쫓아서 일확천금을 바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적 소리에 귀기울임없이 외부적 기준에 맞추어서 살려고만 하는 모습들이 더욱 못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에 내가 지쳐서이기도 하다. 점점 내가 희망하는 삶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의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나도 나이를 먹고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젊음은 역시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젊음은 그 자체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노년기의 성숙함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내면의 열정이 가득하면 일단은 발로 뛰는 것이다. 좌충우돌해도 좋다. 사실 성숙함이라고 얘기하는 성인들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뿌리를 내린 기형식물일 수도 있으리라 하고 생각해본다. 실패야말로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것을 얻게 해주는 연금술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고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지의 달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의 11명의 젊은이들의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이 좌충우돌의 끝없는 방황과 좌절의 이야기 속에 그는 일본의 미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부의 기준에 맞춘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한 젊은이들의 삶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삶이 아닌가? 학교의 기준으로는 열등생이자 낙오자였던 그들이 자신의 삶의 목표를 발견하는 순간 무서운 노력과 질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자신에게 맞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돈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문득 묻어버리고 싶었던 나의 젊음과 방황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방황을 거쳤던 그 시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그 방황과 좌절이 내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비록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해도 그 방황이 없다면 지금의 내 삶의 목표와 방향이 또한 서있겠는지를 반문해본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은 없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 어디에서나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맞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가 청춘의 표류가 없었다면 좀 늦으면 어떠랴,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내 것을 찾기 위해 표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는 인생전체를 관통하여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한 것이든지,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든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7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둔이 2005-04-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삶에는 방황이란 없다
더욱이 청춘에 표류란 없다

방황이 없기에 삶은 한방울의 대양일 수 있으며
표류함이 없기에 청춘이 한덩이의 땅으로 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인다 물결이 부서진다
삶의 방황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푸르름에 물이 든다
청춘의 표류란 그렇게 멋져지는 것이다.

표류하고 방황하는 것이
표류하고 방황할 때여야 만이
표류하고 방황하는 것이니

물결이 부셔져도 여전히 바다의 물이듯이
삶이 방황하여도 여전한 삶

푸르름이 붉게 물들어도 여전히 대지의 일이듯
청춘이 표류하여 변한다 한들 여전한 청춘

그러니 삶의 방황을 두려워말고
청춘의 표류에 몸을 던져라

방황으로서 삶을 구원하고
표류하므로써 청춘을 사수하라

삶과 청춘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고
방황하고 표류하며 삶과 청춘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거니

이것이 바로 우리 사는 생명의 온전한 비밀이다.

2005-04-13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04-1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군요..복순이언니님... 감동적인 책입니다...

달맞이꽃 2005-05-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잘 보았습니다...

달팽이 2005-05-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첨 뵙겠습니다.
댓글저장
 

꽃은 무슨 소용으로 필까
씨앗 날리는 사랑으로
그럼 씨앗은 무슨 소용으로 맺힐까

내가 경전을 읽고 예배를 드릴 때
제단의 향과 촛불은
무슨 소용이란 것이 없었다

세계일화의 신비속에서
경전 읊조리는 소리와 그윽한 향
그리고 촛불은 말없이 타오르고만 있다

꽃이 피는 봄날
물든 은행잎처럼 노란 햇살을 쪼이는 이유
아무도 묻지 않는다

곧 담장의 목련도 질 것이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이 세상에서
하얀 그늘로 아무런 소용도 없이

오늘 나는 시든 꽃잎을 밟고서 예배를 드렸다
바람이 만트라를 실었고
아지랑이가 향처럼 피어올랐다

제몸으로 밝혔던 생명의 빛 하나를 던지며
‘툭’하고
마지막 꽃잎이 머리위에 떨어졌다

의문이란 그런 것이다


- 강연성 「봄날의 의문」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