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평전 미다스 휴먼북스 8
양구오롱 지음, 이영섭 옮김 / 미다스북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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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래 향교를 찾았다.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아는 것은 동래의 역사를 무시하고서 이루어질 수 는 없는 것이었다. 그 중 동래의 중등 공교육기관이었던 향교에는 조선 500년의 역사가 숨쉬고 있고 그 5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어온 부산이라는 공간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때 정책적으로 육성되었던 왜관과 남포동을 중심으로 한 부산부라는 또 하나의 근 현대의 역사와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었다. 명륜당의 대문을 지나 바로 눈 앞에 들어오는 큰 현판이 '명륜당'이란 글씨다. 윤리를 밝히는 집이란 말의 이 글이 바로 맹자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맹자에 의해서 인간의 이성은 윤리적 성격을 띄게 되었고, 공자의 인 사상은 인, 의, 예, 지의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 자신의 사상을 펴기 위해 여러 국가를 돌아다녔지만 세상의 그 어느 곳도 자신의 이상을 제대로 펼 수 없었던 운명은 맹자에게도 숙명으로 이어졌던 것일까? 전국시대의 백가쟁명의 혼란시대에서 양주와 묵적의 관점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유가정신으로 시대의 혼란상을 통일시키려 했던 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인 맹자 역시 그 시대가 담을 수 없는 그릇이었던 것일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사회 속에서 군주에게 이익 대신 인의 이념으로 세상을 통치하라고 가르쳤던 그의 사상은 이미 이해관계 속에 시비와 인정도 사라져버린 세상에 대고 외치는 공허한 울림 뿐이었을까?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시대의 혼란 속에서 순결한 이상을 품었던 한 사상가의 외침을 하늘과 땅은 잊지 않았다. 전국시대의 혼란 상이 지나고 대륙의 역사를 보다 길게 쓰기 위한 움츠림은 아니었을까?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의 탄압 속에서도 그의 사상은 은거했던 이름없는 선비의 가슴 속에서 가슴으로 이어졌고, 한대에서도 정증, 조기, 고유, 유희, 정현 등의 학자들에게 면면히 이어졌으니 말이다. 조기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맹자는 분량이 7편, 261장, 34,685자이다. 맹자는 여기서 천지와 만물을 두루 포괄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인의, 도덕, 성명, 화복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왕이나 공후가 이 가르침을 쫓으면 천하를 안정시키고, 조정을 기릴 수 있게 된다. 경대부가 이 가르침을 따르면 임금과 아비를 존경하고 충신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지조를 엄하게 지키는 자가 이것을 따르면 절개를 높이고 소인배에 맞설 수 있게 된다. 책 속에는 국풍의 시들의 지은이가 사물에 의탁한 뜻, 대아, 소아의 바른 말들이 들어있는 데, 곧으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굽어 있지만 굽히지는 않고 있으니, 그를 두고 운명에 통달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큰 인재라고 일컬을 만하다." 주희 대에 와서는 주지하다시피 맹자는 공자와 더불어 유가사상의 성인으로 추앙되었으며 우리나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실에 대고 맹자는 말한다. 과연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살 것인가? 감정적인 지식에 따라 충실해 살 것인가? 아니면 이성의 원칙에 따라  살 것인가? 아니면 몸이 가진 구멍을 막고 이성작용이 멈춘 곳에서 참된 진리를 구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 시대의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올바른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라면 맹자의 삶의 고민 역시 우리들의 고민이 된다. 그의 사상이나 관점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했고, 또 자신이 옳다 여기는 이상을 통해 혼란상의 시대를 구해보고자 했던 맹자의 마음씀을 배워보는 것은 어떤가? 자신의 욕망의 그늘에 파묻혀 주위와 세상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이 사는 우리들에게 과연 그대는 어떤 인생의 의미로 목적으로 살고 있는가? 하고 맹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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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자를 읽으며 '측은지심'에 공감했었지요.
달팽이님 평안하시지요. 하하





달팽이 2011-08-09 12:30   좋아요 0 | URL
더운 날씨, 안녕하신지요? 측은지심은 인의 정신이니...인생을 다 살아 그것을 알 수 있다면...의미있는 삶이라 할 수 있겠지요. 오랫만에 한사님을 뵈니 좋습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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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감정코칭기법을 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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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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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만나는 것은 한 사람과의 만남과도 같다. 첫만남의 설레임부터 책을 열고서 그 목차를 보고 그 사람의 인상과 느낌을 파악하고 첫내용을 읽어가면서부터 그 사람의 깊은 속내를 탐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남의 길에서 때로는 더욱 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내 마음에 놓여있는 장애물때문에 먼저 마음을 닫기도 한다. 비단 책 뿐만이 아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림을 한 점 두 점 사들이기 시작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용돈을 아껴가면서 한점 한점 사들인 그림을 기다리면서 나는 그림과의 만남이 사랑하는 벗과의 만남보다 더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만한 기다림과 설레임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즈음 이 책을 만난 것도 인연이었다. 이충렬님의 그림애호는 내가 본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 가지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런 묵은 냄새는 비단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드러난 것들을 통해서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정신을 읽어내고 함께 즐기는 공유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에게도 같은 냄새가 나기 마련인 것이다. 굳이 내가 직접 쓰지 않아도 그리지 않아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몰입의 대가도 적지 않다. 대개의 경우 그 관심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삶의 영역은 포기해야 한다. 아니 아주 극빈층의 삶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인내심과 자기절제를 필요로 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구입하기 위해 친구와의 만남도 줄이고 집안의 가구도 줄이고 자신의 취미도 줄이면서 만나는 일은 보다 마음에 두는 일을 위하여 다른 것을 포기해도 되는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일이 더욱 마음에 커서 다른 것들이 작아보이는 이유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돈이 많아서 여유가 많아서 시작한 그림이 아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그림 한 점이 나를 이 길로 들게 하였다. 책에서 이미지를 통해서 보는 그림이 아니라 실물을 대하면서 갖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분명이 그 그림 뒤에 보였기 때문이다. 한 점의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게 되면서 그 그림이 전달하는 메세지가 분명해지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보면 볼수록 그림의 의미가 새로워지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볼 때마다 이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그림이 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한 이라 하더라도 그 심중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고 보내는 세월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그림은 사람보다는 더욱 솔직하고 사람보다는 더욱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고보니 이 그림의 인연을 맺게 해준 사람들도 있다. 늘 내 삶에서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통해서 이 그림이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내 안의 취향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끌어준 사람도 있고 그 그림의 취미를 단지 경제적 여유와 과시라는 시선으로 보지 않고 그림의 매력을 알아주어 집으로 한점 두점 들어오는 만큼 반대방향으로 새나가는 생활비를 묵묵히 참아주는 아내도 있었다. 함께 그림을 구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도 나누어주는 벗들도 있었는가 하면 그 그림을 나에게 안전하게 가져다주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배달해주는 택배회사직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누리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사람들도 고마웠다.  

  이제 그림 사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주로 판화 위주의 그림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기 전 한번쯤 쉬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미 바닥이 났다. 좀 더 회복력을 가지기위해 멈추어야했을 뿐이었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 좀 더 그림에 대해 미술세계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준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준비가 필요하듯 그림을 만나는 것에도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가?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것처럼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내 정신을 더욱 맑게 하는 예술품을 만나는 일에서인것을....그림에도 사람과의 만남처럼 인연이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나와 그동안 인연을 맺은 그림들을 더욱 깊이 사귀는 시간을 가지며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나가는 노력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한 점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화가의 사유구조가 보인다. 미를 표현하는 그의 생각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 그림을 쳐다보는 내 마음의 어딘가가 꿈틀거린다. 때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색채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그 쓸쓸함과 시린 추위를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향수와 온기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끝없는 의문속의 의문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어떤 그림이든 그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한번의 돌이킴으로 되는 것보다는 끝없는 노력과 삶이 쌓여야 되는 때가 있는것 같다. 이 충렬님은 그의 인생 속에서 비록 화가는 아니더라도 그림만큼 중요한 색깔을 가지는 것이 또 있을까 느낄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꿈에서도 그림을 만나고 깨어서는 그 자취를 쫓고 그 그림이 드러나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을 꿈꾸고 자신의 세계를 가족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에 그리는 대로 되듯이 인연되는 그림이 그에게 닿게 되었다. 그의 그림이야기는 개인의 삶의 궤적이기도 하지만 아픈 우리의 역사이야기이기도 하고 세계의 미술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림을 통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어떤 삶의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씨앗 하나를 심는 마음으로 그림의 세계에 발 하나를 들여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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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하신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같은 대상을 사랑하면 어쩐지 마음이 통할 것만같거든요.
그렇지!, 나도 그런데.. 등등요. 하하

그림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솔찬히 행복하게 합니다. 하하


달팽이 2010-11-06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한사님. 늦은 안부 여쭙습니다. 서른 여점의 그림이 제게 왔습니다. 처음엔 못마땅해하던 처도 그림으로 바뀌는 집안분위기를 보게 되고 아이들도 이건 달리, 저건 피카소 하면서 기뻐합니다. 이젠 구입으로 쏟았던 마음을 돌려 그림과 진정으로 만나야겠습니다. ㅎㅎ 간혹 여유생기면 사진으로 글도 올려보겠습니다.

도란도란 2010-11-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달팽이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달팽이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vive de cirque
 

어린시절 소독차의 연기를 따라 온 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있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아저씨의 쑈를 보기 위해 어른들 틈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몰래 서서 구경했던 일도...

하물며 거리를 지나가는 가장행렬의 구경이라든지 시골집 어디에서 열리는 굿구경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라도 구경을 다녔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볼거리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은 인지상정이다.
도심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서커스의 행렬...
그 긴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들..
그들의 마음 속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자리잡고 있다. 
  

 

  파리 운하가 보이는 길목을 따라 구경나오는 사람들..
호텔창가에 서서 구경하는 한쌍의 연인
저마다의 축제를 즐기는 양 마음을 거리로 향하고 있다.
처음 내 시선을 끈 것은 빛바랜 오렌지색과 낡은 회색계열의 건물이다.
드라크루아는 파리의 근대의 모습을 주로 그렸던 화가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리고 사라져가는 파리의 옛 모습을 향수어린 마음으로 담아낸다.
낡은 벽, 회칠이 떨어져나간 자리에 드러난 벽돌
아득히 어두워지는 하늘 위로 오르는 굴뚝 연기들...
그 모든 것이 이 그림을 보는 파리 사람들에겐 따뜻한 추억의 온기이지 않을까?  

  

 

 

 

  다음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손을 앞뒤로 휘저어가며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몸동작을 보라..
축제같은 날 아이들의 동심이 빠진다면 무슨 재미랴..
아마 고명빠진 밍밍한 국수의 맛이리라..
하얀말의 발걸음 또한 경쾌하다.
그 앞으로 드러난 가득한 설레임과 즐거움...
선두마차 앞의 강아지의 즐거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 앞에서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소녀와
서커스단의 행렬이 궁금해 창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
즐거운 것은 구경꾼들만이 아니다.
화려한 복장으로 서커스단 행렬 속에 몸을 둔 사람들도 보자. 
프랑스 국기를 든 흑인도
말을 끄는 중년의 키작은 신사도
전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도
그 얼굴에 드리워진 웃음을 읽어낼 수 있다.

축제의 행렬을 중심으로 그림 속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축제의 마음이 된다.
건물 사이로 드러난 파리운하도 그 시선을 이 곳으로 향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어둑한 밤의 거리를 밝히고 있는 불빛들이다.
판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는 저 불빛들...
그 불빛의 번짐을 보라.
건물의 색깔과 형태에 따라 미묘하게 드러나는 색감의 차이는 빛을 처리하는 그의 사유구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선이 닿은 곳은 하늘이다.
시선을 올릴수록 도시의 불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빛의 층차와 어둠의 층차들....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들이 그 어둠의 하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이 그림을 그리는 그의 마음엔 유년시절의 축제가 함께 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따라 나는 그림 속으로 뚜벅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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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이어 이쁜 그림 올리시는군요..
하하

오, 들라크루아!


달팽이 2010-09-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판화가 아니라면...제가 어찌 이 그림과 인연이 되었겠습니까? 덕분에 요즘 눈의 호사를 누립니다. 직필 사인이 오른쪽 아래로 들어간 작가보유분이 저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집안이 갤러리로 변해갑니다.ㅎㅎ
 

 

 

 

내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보는 사람이 너라면...







  “한 점의 빛이 떠오르니, 한 세상이 펼쳐진다.”

멀리서 해가 뜨고 있다.

아직 그렇게 눈부시지는 않은...

그 빛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또 다른 하루를 밝히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빛이다.




  소 

 

 

 

 

 

 

 

 

 

 

 

 

소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소녀를 내려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방금 눈을 뜬 듯한 한 소녀의 얼굴과 만나게 된다.

아직 눈이 부신 듯 왼손을 이마 위에 올려 놓고 쏟아지는 햇살을 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열린 입속에서는 상쾌한 웃음이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듯하다.

오른손은 길게 늘어뜨려진 그녀의 금발 위에 제멋대로 놓아두고

편해보이는 드레스를 치켜올리며 왼쪽 다리를 세우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다리가 새벽 햇살 속에 빛난다.

테라스에 놓인 하얀 기둥 두 개에 스민 빛들이 기둥의 명암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손에 잡힐 듯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주고 받는 두 눈빛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성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소년과 소녀티를 벗어내지 못했고

소년과 소녀라기엔 그 몸의 굴곡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육체적으로는 이미 남녀의 모습을 갖춘 두 사람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속세의 욕정에 물들지 않은 듯한....

그래서인지 주고받는 두 눈빛에 욕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러나 또 그 눈빛을 사랑의 감정이라 아니할 수도 없다.

사랑을 하면서도 존재에서 우러나는 크나큰 사랑...그것은 우정과도 같다.  



  Maxfield Parrish(1870~1966)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이상주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을 그린 국보급 화가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풍경과 사람을 그렸으며 빛과 색채를 다루는 그의 독특함을 사람들은 ‘Parrish Blue'라고 불렀다. 그는 리디아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55년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고 그 우정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나자 그는 그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때는 봄일 것이다.

테라스의 기둥을 따라 내려오는 무성한 잎새들과 그 사이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꽃들....

아마 한창의 봄일 것이다.

봄의 야외테라스에서 맞는 아침.

그 첫 세상의 눈길이 사랑하는 이의 눈길과의 마주침이라...

내가 바라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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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달팽이님

이쁜 그림입니다. 하하


달팽이 2010-09-0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몇 점을 구입하였습니다.

실제로 보는 그림은 색채와 질감이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미국국립박물관에 있는 크롬특수인쇄를 사용한 귀한 그림이

어떤 인연으로 저에게 왔습니다.

기쁩니다. ㅎㅎ

라로 2010-09-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y break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귀한 그림을 얻으셨다니 기쁘시겠어요~.^^
저도 제가 바라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마침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듣는데
좋은 음악과 함께 행복한 아침을 맞으라는 멘트를 하더군요~.
음악이 함께하면 더 좋을것 같죠?^^
거기에 그림,,,와 환상적이에요~.^^

달팽이 2010-09-0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저의 취미가 그림입니다.
책도 좀 읽고 그림도 몇점 사는데...
가끔 이렇게 그림을 앞에두고 한참을 바라보면...
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합니다.
이야기가 그림과 나 사이에 생겨 이렇게 그림에 대한 나만의 설명으로 덧붙여지기도 합니다.ㅎㅎ
물론 음악도 곁들여지면 더욱 좋겠죠?
다만 지금은 그림에 몰입하는 것이 더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