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끝나간다.
2월은 3월, 신학기,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 이 시작되기 전의
아주 중요한 마지막 재충전의 시간이다.
앞으로 빠져버릴 살들을 찌우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게 될 책들을 읽는,
나의 소중한 2월.
그 2월을 나는 집에서만 굴러다니며 보내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공벌레처럼!
공벌레 생활을 한 지 어언 20여 일이 넘어가자
불현듯 나는 공벌레와 3월의 학교선생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시차적응'및 '공간적응'을 위해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알게 된 알라딘의 이벤트,
학부 때 읽은 '불란서 안경원', '식빵 굽는 시간' 이후로 쭉 좋아했던 조경란 작가님과의 만남에 참여하게 되어
나는 오랜만에 머리를 감고 집을 나섰다.
들어가기 전, 정문 앞에서
시작하기 전 빈자리, 설레는 마음.
작품을 읽어주신 길해연 선생님, 그리고 조경란 작가님
미모의 작가님
사진으로는 많이 뵈었지만 실물이 더 예쁘신 분이었다.
굴곡없이 살아왔을 것 같은 예쁜 외모보다,
차분하지만 그럼에도 힘있고 전달력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말투가 정말 매력적이었던 작가님.
"가장 애착을 갖는 소설은 아직 씌어지지 않은, 앞으로 쓰게 될 그 소설이다. 저는 과거에 쓴 소설을 잘 돌아보지 않아요."
라는 말씀에서 나는 '가장 애착을 갖는 생의 순간'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올 미래'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개학 첫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화두가 하나 생겼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소설을 쓰고 있는 나'가 '그렇지 않은 나'보다 더 낫고, 더 인간적이기 때문.
다시 말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고, 그 행위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씀에서는 'doing'의 의미, '무언가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풍선을 샀어'의 첫 번째 단편 '풍선을 샀어'에 나타난 '희망의 몸짓'에 대한 이야기_
서로를 통해, 풍선을 부는 행위를 통해 불안와 두려움을 넘어서는 희망의 몸짓을 하는 '나'와 'J'를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읽고, 생각하고, 읽고, 느끼고, 읽고, 진화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_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도
오늘의 수확이다. 아이들에게도 꼭 이야기해주어야지.
뜻깊은 하루였다.
(* 감사합니다. 알라딘 가족분들과 길해연 선생님, 그리고 제 마음에 울림을 남겨주신 조경란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