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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파이널걸서포트그룹 #도서협찬
#THE_FINAL_GIRL_SUPPORT_GROUP
#그래디핸드릭스
많은 여성이 폭력에서 살아남지만 우리 그룹이 파이널 걸이라는 유해한 범주로 따로 분류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괴물들을 죽였거나 죽였다고 믿었음에도 같은 일을 또다시 겪어야 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_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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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계획이란 계획은 다 실패하고, 무기란 무기는 다 소용없게 된 후에? 방어선이 무너지고 머리에 총을 맞은 후에? 잘못된 사람을 믿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최악의 순간에 마음을 열어버린 후에? 인생이 파탄 나고 은행 계좌에 한 푼도 없는 서른여덟 살이 되어, 아이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자기 이름으로 남은 것도 없이, 그저 귀신이 된 사람에 대한 기억과 망가진 친구들 몇 명만 남은 후에?
나는 그 소녀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성인 여성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삶을 살아간다. _472p.
1980~2000년 초반을 중심으로 <스크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등 파이널 걸의 조건에 충실한 슬래셔 영화들이 흥행했었다. 무차별적인 살육, 살인마와의 긴 사투 끝에 그 살인 광기를 멈추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공포영화에서 마지막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이야기하는 '파이널 걸', 영화 이후 생존자인 그녀들의 삶은?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소설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심리학자인 캐럴 박사의 주도하에 16년째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이라는 정기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파이널 걸 6인은 서로를 연대하고 굳게 지지하고 보호해 주는 곳이었다. 거대 부호와 결혼해 부유한 삶을 사는 메릴린, 자신이 죽을 뻔했던 캠핑장을 사들여 범죄 피해 여성의 자립을 돕는 에이드리엔,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린 대니, 자신의 일가족이 살해당한 사건의 생존자인 리넷, 술, 약물중독, 빚으로 고생 중인 헤더, 살인마로부터 친구를 지키려다 하반신 마비가 되었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줄리아. 이들의 긴 시간 함께 해온 연대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며 이틈을 비집고 이들을 죽이려는 이가 있다.
살인마는 가족이거나 우연히 알았거나 혹은 일면식이 전혀 없는 남자들이었다. 살인의 광기와 이유는 다양했지만 살인을 저지를 남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감형을 받고, 영화의 아이콘이 되고, 추종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반면 살아남은 여자들에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자책과 대중의 저급한 관심, 어쩌면 잔인한 시선들을 견디며 그럼에도 삶을 이어나가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했고, 그녀들을 지켜야 했던 처절한 사투. 다시 찾아온 위협으로부터 자매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 모임을 뒤흔들고 이들을 다시 죽이고자 하는 이의 정체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맞설 것인가? 피할 것인가? 그녀들을 지켜야 하는가?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반전의 반전,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결말! 무섭고 잔인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1인임에도 생생하고 무섭게 빠져들어 읽었던 소설, 긴 여름의 시작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파이널 걸들은 서로 약속을 맺었다.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암묵의 약속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했고, 나의 집은 안전하고, 파인이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듯, 우리는 그 약속을 알고 있다. 괴물이 나타나면 서로를 돕는다. 그게 누구의 괴물이든. 무엇을 해야 하든._59p.
개릿이 나를 혼자 두고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나는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들이 하란 대로 모든 것을 했지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다. 아무도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다. 아무도 나를 살펴봐주지 않았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시작했다._224p.
누군가 내 집을 공격했다. 누군가 내 편지를 찾아냈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미워하는 걸까? 누가 감옥 안팎의 사람들을 조율할 수 있는 걸까? 누가 우리의 약점을 하나하나 다 알고 있는 걸까? _232p.
이 일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엉망인 부모들이 괴물을 키우게 놔두지 않을 것이고, 남자아이들이 더 많은 파이널 걸을 양산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건 심오한 고대 의식도 뭣도 아니었다. 그냥 인생의 낭비였다._390p.
총격범은 너무 빠르게, 너무 가까이 나를 따라와 남은 탄환을 들이부었다. 풍선은 터지고, 색 테이프는 종이 가루가 되어 날리고, 총알은 부족미술이 그려진 반대편 벽을 수놓았다. 나는 무기를 든 남자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모든 소녀였다. 목숨을 구하려 안전하게 지내 마땅했던 장소들을 도망쳐야 했던 그 모든 소녀였다. _443p.
죽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인생의 끝에 찍는 마침표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그 앞에 오는 모든 것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침표 따위에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마침표는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없다. _452~453p.
너무나 많은 생명이 쉬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생명이 계속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삶은 이어졌다. 누군가를 위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크리시는 세상에 오직 두 가지의 힘이 있으며 그것끼리 서로 균형을 이룬다고 얘기했다. 삶과 죽음, 창조와 파괴.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삶을 멈출 수는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싸우고 얼마나 죽이든, 생명은 변하고 자라며 살아갔다. 사람들은 길을 잃고, 사라지고, 또다시 돌아오고, 태어나고 계속 나아갔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과하고 버거워도 삶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_4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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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