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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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건축가의이야기

 

건축가는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이 사는 집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게 개인 집이든 공동주택이든 혹은 사무실이나 박물관이든, 특정 혹은 불특정 개인이나 다수의 삶이 거주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직능으로 삼는다. (···) 진실은 늘 현장에 있다. 그래서 현장을 찾는 일, 즉 여행은 건축가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며 그 여행을 통해 수없이 깨우치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_6~7p.

 

원작은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했던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다. 일본,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총 4부작으로 연재한 글은 누적 조회 수 20만 회를 넘기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단행본으로 재구성하며 이탈리아 편을 빼고 중국, 미국 편을 새로 썼다. 사진을 줄이는 대신 도면을 그려 넣어 읽는 이의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억압당한 이 시대, 좁은 지면에서나마 자유롭게 건축과 도시를 거닐며 작은 위안 삼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11p.

 

도시를 설계하고 건축하는 건축가. 여행을 하며 인상적인 건축물을 기록하고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드로잉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나 영상강의를 찾다 보면 건축가들의 영상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설계하고 짓는 이들의 그림이라 더 입체적이라고 할까?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자의 설계도면과 사진, 글이 함께 어우러져 건축 여행 에세이를 읽는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저자의 글도 좋았지만 사진과 함께 실린 설계도면은 시선이 머물게 된다. 스쳐가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여행, 사람이 살아가는, 또는 공동체를 위해 지어진 건물들과 도심을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건축가의 이야기.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여행의 부재가 길어지며, 이러한 책과 글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건, 책과 글로 나마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일과 여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건축가의 도시 이야기는 앞으로 저자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건축은 단단하고 도시는 거대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건축과 도시가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쉽게 착각한다. 인간의 일생이 건축과 도시의 시간보다 너무 없이 짧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하면 시대가 변하듯 건축과 도시 또한 늘 변화한다.

 

애플 스토어는 디테일에 대한 애플의 집념이 건축으로 발현된 사례이다. 전 세계 25개국 약 500여 곳에 들어선 매장들은 단순히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다만 방문자로 하여금 애플이라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사야 할 물건이 있어야만 찾아가는 다른 전자제품 매장과 달리 친구와 함께, 연인과 데이트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도 그곳을 찾아 유유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방증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고, 교류하는 장소로서 애플 스토어는 현대 도시에서의 '광장'과도 같다. _36p.

 

#이규빈 #샘터 #물방울서평단 #인문 #건축 #도시건축 #건축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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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호라이 + 호라이호라이 - 전2권 호라이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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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몇 권씩, 조카들에게 보낼 그림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곤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 덥석 구입한 서현 작가의 <호라이> <호라이 호라이> 세트는 달걀 프라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한 권은 사인펜으로 그려 컴퓨터로 합성, 다른 한 권은 콩테로 그린 그림책은 처음 넘겼을 땐, '좀 쉽게 그린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다는 생각으로 다시 넘겨보니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개인적으론 깔끔한 그림체인 <호라이>보다 콩테로 그려지고 약간의 글이 첨부된 <호라이 호라이>가 취향이었다. 8살, 5살, 2살인 조카들이 어떻게 읽어줄지 벌써 기대가 되는 호라이 세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저자의 친필 사인도 너무나 귀여운 호라이 세트! 곧 방학을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호라이 #호라이호라이 #서현 #사계절 #그림책 #그림책추천 #내돈내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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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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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데카메론프로젝트

 

삶의 가장 무서운 경험 중 하나에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에 쓰여진 단편소설들이 밀려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 작가들이 예술을 창조하고 있음을 느꼈다. 현재 겪고 있는 공포를 그토록 강력한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고의 소설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 단편들은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급증하고 있던 7월 12일에 게재되었다. _10p. #케이틀린 로퍼

_

 

열 명의 젊은이가 피렌체 외곽에서 격리 생활을 결정했다. 1348년, 흑사병이 덮쳤을 때였다.(. )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서 도망친 후에 이 젊은이들은 무엇을 할까? 그들은 먹고 노래하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 ) 이야기는 대부분 우스꽝스럽고, 어떤 이야기는 슬프지만, 전염병에 집중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이것이 거의 700년 동안 찬사를 받아온 책, <데카메론>의 구조다._13p.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면 곧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자영업을 하면서 마스크 왜 안 쓰고 들어오시냐고 하면 ‘나 백신 접종했어요!’ 하는 사람들도 있고, 5인 이상 집합 금지인데도 타인인 것처럼 나눠 들어와서 먹다가 다른 테이블 사람이 빠지면 웅성웅성, 식당에서 되도록 식사만 하고 이야기는 마스크 쓰고 인데… 몇 시간이고 수다 떠느라 마스크는…하… 이 사태를 어쩔 것인가…

 

며칠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확진자는 1300명대를 유지하고, 급기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시행한다고 한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소설가들의 29개의 이야기, 기발하고 상상력이 넘치지만 또 너무나 현실감이 있는 글들이다. 자영업자들만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뭐 하나, 우리 모두 조금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보여주기식이 아닌, 이젠 그만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그땐 그랬었는데...' 하는 추억이 되겠지만 그 시간들을 버티기 위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

“우리 모두 그랬잖아요?” #이처럼푸른하늘 #모나아와드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3일 뒤,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르기를 원했다. 아마도 단순히 모두에게서 거리를 두는 것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 120일간의 격리 생활이 끝난 뒤, 당신이 생게를 위해 익숙하게 하던 일이 정확히 뭐였는지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121p.

#바깥 #에르가르케레트

 

“완전 엉망이죠. 우린 10년 동안 ‘한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어요. 엉망진창이죠.”

#유품 #앤드루오헤이건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지막 버스 클럽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바꿔 놓았다. 이제 승객의 대다수는 ‘응급 상태’가 만성이 된 사람들이었다. #마지막버스클럽 #캐런러셀

 

그들은 검색한다:

(. )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가

괜찮은가

내가 할 수 있는가

숫자들, 올라가는 숫자, 증가하는 숫자.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바이러스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가?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내가 우울증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가장 안전한 포장음식은 무엇인가?

#시스템 #찰스유

 

#소설 #정혜영 옮김 #마거릿애트우드 외28인 #인플루엔셜 #팬데믹 #팬데믹시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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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 완전한 휴식 속으로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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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림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지만, 일상을 위로하는 저자의 글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선물하고 또 선물하고 있는 책. 올 여름 이 한 권만 있어도 충분히 버텨낼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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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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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시시리바의집 #히가자매시리즈 3탄

 

쿠웅. 이번에는 소리가 나면서 조금 앞쪽의 모래가 움푹 들어갔다.

쿠웅. 이번에는 조금 더 앞쪽이. 또 조금 더 앞쪽이.

모래 먼지가 잇따라 피어오르면서 시야가 뿌예졌다.

움푹 들어간 타원형의 구덩이가 우리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또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발자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아니, 무엇인가가 모래 위를 걷고 있다. _111p.

 

하시구치의 집에 놀러 가게 된 이가라시와 히가, 화목한 가족의 모습과 다르게 기척이 느껴지는 집이 조금 이상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하시구치의 집은 비워지고 유령의 집이라고 소문이 나버린 그 집에 이가라시와 그의 친구들이 유령의 집 체험을 하겠다며 들어가는데.... 그 집에 다녀오고부터 이가라시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고 머릿속엔 늘 모래가 사라라라락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남편의 전근으로 도쿄에 살게 된 가호는 낯선 도시의 삶이 힘들다. 소꿉친구였던 히라이와의 우연한 재회, 그의 집에 초대받아 방문하게 되고 어린 시절 자신을 예뻐해 주셨던 할머니와의 만남. 화목해 보이는 친구 부부와 함께 있으면 가호의 외로움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다. '사아아아아아아' 소리, 집 안 곳곳에 쏟아져내리는 모래가 히라이와에겐 보이지 않는 걸까? 어딘가 피로해 보이는 그의 아내 아즈사, 모래에 대해 살짝 언급하지만 그저 모래일 뿐인데 뭐가 이상하냐고, 단언하는 히라이와.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가호는 그 집에 가는 게 점점 꺼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히라이와의 집에 가지 않을 때면 다시 혼자 쓸쓸한 가호. 이제 이 집에 발길을 끊어야겠다. 고 생각 한 순간, 결혼반지가 사라진 걸 알게 되고, 결혼반지만 찾아오자고 다시 그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2015년 <보기왕이 온다>로 일본 호러소설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사와무라 이치, <즈우노메 인형>에 이은 히가 자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시시 리바의 집>이다. 영매사 히가 고토코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인<시시리바의 집>은 모래가 쏟아지는 집, 가족의 구성원만 채워지면 상관없는, 사람을 조종하는 영적인 존재의 등장. 지금까지의 히가 자매 시리즈가 그래왔던 것처럼, 스산하지만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시리즈로 읽어도, 단권으로 읽어도 넘치는 매력이 있는 소설, 추천하고 싶다. (쫄보인 저도 읽었습니다!! ㅋㅋ)

 

쓸쓸한 집과 히라이와의 행복한 집. 이 두 집에 깃든 진실은 무엇인가.

어느 집에나 이상한 일은 있다.

어느 집에나 무서운 것도 있다.

과연 당신 주변에는 그런 집이 없을 것인가. _이선희

 

부엌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발에 눈길을 향한 순간, 마룻바닥에서 시선이 멈췄다.

발자국이 몇 개나 있었다. 발자국이 없는 곳에는 갈색의 미세한 입자가 보였다. 바닥을 둘러보자 여기저기에서 기묘한 흔적이 보여 흠칫 놀랐다. 발이 스친 듯한 자국도, 바닥과 벽의 경계선에 갈색 입자가 쌓여 있는 것도 모래였다. _38p.

 

"안전한 집안, 원만한 가정, 번창하는 가족 ······ 수호신은 이 세 가지를 관리하지. 집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상관없어. 부부애든 가족애든, 가족의 머리만 조종하면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어. 너무 기계적이야. 아무리 조종해도 집 밖과 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어, 지금처럼. 어쩌면...."_308~309p.

 

#사와무리이치 #이선희 #보기왕이온다 #즈우노메인형 #arte #장르소설 #호러소설 #공포 #일본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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