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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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착해지는기분이들어

 

'정성껏'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게 음식과 요리는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사람과 삶을 한층 더 정성껏 바라보게 하는 대상이었다. ... (중략)...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취할 때의 마음을 구별하게 한다. 한 그릇의 요리에 담긴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_9p.

 

최근 들어 몸이 좋지 않아 책 읽기도 여의치 않은 몇 주를 보내던 차였다. <스크린>,<무비위크>, 중앙일보<magazine M>의 취재기자를 거쳐 프리랜서 영화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이은선이 이야기하는 영화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시각을 조금 더 따스하고 내밀하게 생각하고 보게 된다. '어! 분명 봤던 영화인데, 이런 부분이 있었나?' 싶은 영화도 있고 관심이 가는 영화도 생겨 리스트업 해보기도 해보기도 했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하지만, 영화는 개인 취향에 따라 그 편차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음식과 영화가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감탄에 감탄을 하며 책장을 아끼며 넘기게 된다.)

 

전염병의 시대는 언제나 우리를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줄까?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끼는 여운을 느껴보고 싶다. 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들인 요리는 일상을 가꾸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만큼, 영화는 우리의 영혼을 위해 꼭 필요한 평생의 친구가 아닐까? '영화와 요리에서 발견한 매일을 지탱하는 순간의 온기' 따스하고 매력 가득 한 글이다.

 

전염병의 시대가 모든 것을 바꿨다. 영화관을 찾는 일일 관객 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충격적 수치로 연일 바닥을 쳤다.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공공시설마저 하나둘 문을 닫는 시기에 전 세계의 영화관들은 대책 없이 휘청였다. 그 안에서 누려왔던 '공통의 경험'이라는 말은 무색하게 느껴졌다. _64p.

 

2020년에 내가 무엇을 가장 크게 잃었는지 생각해 봤다.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마음과 시야의 크 기를 압도적으로 잃었다. 살아가는 이상 사회적 배경과 주변의 관계들을 말끔하게 제외한 ‘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나’만 생각했다. 폭삭 주저앉으려는 산업 안에서 공포를 느낀 나, 1인 가구의 경제적 위기를 실감하는 나, 작아지는 나, 고립을 자처하는 나, 나, 나. 그러나 기실 이런 자의식은 그저 방어기제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것이다. _69p.

 

 

인생에는 단맛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운 순간들을 맞이할 때, 피로가 몸과 마음을 지배하려 할 때 즉각적인 처방전으로 이보다 유용한 건 찾기 어렵다. _80p.

 

스스로 돌봄에 있어 대충은 안 된다. 취향 때문에 식은 음식을 선호할 순 있어도, 누군가가 '차가운 국을 내놔도 언제나 불평 없는 사람'으로 나를 대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자존감을 지키는 비결은 결국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만들어낸다고 나는 믿는다. _206p.

 

#이은선 #에세이 #책수집가7기 #아르테 #arte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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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1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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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와인에몹시진심입니다만

 

이 책은 와인교에 귀의한 한 사내의 좌충우돌 신앙생활을 솔직 담백하게 담고 있다. 첫 만남의 그 신비로운 체험에서 시작해 고진 박해(아내의 등짝 스매싱)와 경제적 어려움(가산 탕진)을 이겨내며 자신의 믿음을 견지하는 신실한 성도의 모습을 거짓 없이 유쾌하게 그려낸다. ... (중략)... 이미 신을 영접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간증서가 될 것이며, 이제 갓 신도가 된 이들에게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안내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_12p.

 

정확히 2015년 9월 6일부터 와인을 좋아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누군가(무언가)를 좋아할 때, '나는 몇 월 며칠부터 그 사람(물건)을 좋아할 거야'라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좋아한다는 것은 일종의 돌발 사고다. 열대 섬에서 몰려오는 태풍처럼, 그 순간은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_17p.

 

사회 초년생 시절 비서실에 근무하던 몇 년 동안 음식, 와인들을 경험해볼 기회가 많았다. 다양하게 꽤 많은 와인을 마셨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거라곤 지독한 숙취로 인한 술병. 워낙 알코올 해독을 못하는 체질이다 보니 레드와인을 마신 날이면 다음날 거의 초죽음 상태였고 그나마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은 몇 잔 마시는 정도였는데, 이 지경이다 보니 레드와인은 마시기 전에 겁부터 내다보니 향을 음미하고 뭐, 이런 건 상상도 못했....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입맛에 맞는 스파클링 와인은 몇 병씩 쟁여두고 홀짝거리는 정도가 되었고, 레드 와인도 한 잔 정도는 천천히 마셔도 무리가 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와인을 마신 날, 안 마신 날, 어느 날이 기분 더 기분 좋겠는가."

 

전문가의 글이었다면 궁금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덕통사고처럼 닥친 와인과의 만남, 정확하게 와인을 좋아하게 된 날을 정확히 기억하며 정가에 속지 않는 와인 구매법, 직접 마셔보고 추천하는 가성비 와인 추천, 와인을 그에 맞는 와인잔에 마셔야 하는 이유 등등 와인을 알지 못했던 사람이 와인에 빠져들기까지의 이야기는 와인이 궁금한 초심자도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모두를 설레게 할 와인 에세이다.

 

"대한민국 와인 애호가들이여!

언제까지 호구로 살 텐가."

 

○ 와인 정가에 속지 않는 법

○ 가성비 와인 리스트

○ 와인에 맞는 안주 고르기

○ 와인 잔 선택하는 법

○ 와인 더 맛있게 마시는 꿀팁

○ 상황별 추천 와인 리스트

○ 와인 직구하기

○ 와인 라벨 읽는 법

○ 와인 평론가 점수 참고법

 

온도에 따라 변하는 와인의 풍미는 마치 꽃봉오리와도 같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꽃잎을 닫아서 꼭 움츠리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꽃잎이 너무 벌어져 상쾌함과 생기가 떨어진다. 이런 건 백날 말로 설명해 봐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_91p.

 

재구매로 이어지는 와인의 최저 가격대는 마트 할인가로 대략 2만 원 언저리였다. '이 와인 꽤 괜찮은데? 다시 마셔볼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최저 가격대라고나 할까. 그렇게 재구매로 이어진 2만 원 언저리 와인 중 TOP5를 골랐다. 혹시 광고 아니냐고? 제안이나 한번 받아 봤으면 좋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부 내 돈 내고 마신 후 맘에 들어 다시 사 마신 와인들이니 걱정 놓으시라. _94~95p.

 

이 와인을 '감바스 알 아히요'에 곁들이면 막걸리와 파전 생각이 순식간에 삭제된다. _279p.

 

와인 글을 연재하던 기간에 국내 와인 소비는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의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43% 상승하고, 롯데마트는 63% 늘었다고 한다. 이게 다 내 와인 글 때문이면 좋겠지만, 와인 업계 관계자로부터 거의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내 글과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약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나는 언제든 연락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_302p.

 

#임승수 #에세이 #방구석와인생활 #와인에세이 #수오서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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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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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강물과 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그 줄기가 가늘어지는 걸까, 아니면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집과 같아서 점점 방의 수가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결코 떠날 수 없는 단 하나의 방만 남게 되는 걸까?

...(중략)...

왜 그들은 와이엇이 아니라 테레사를 죽였을까? 왜 와이엇이 아니라 오말리를 죽였을까? 왜 멜로디와 칼린. 그립과 빙엄씨를 죽였을까? 왜 와이엇은 아니었을까? 어째서, 모두를 죽이고, 목격자를 살려둔 것일까?

말이 되지 않는다. 와이엇은 그 범인들을 알지 못했다.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이었다.

결코 답을 알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와이엇은 오래전 그 물음을 멈추었다. 멈추려 애썼다.

왜 난 여기 이렇게 살아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은 거죠? _174~175

 

 

 

사고로 친구들을 다 잃고 혼자 살아남았던 와이엇, ‘왜 난 여기 이렇게 살아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은 거죠?’ 그가 고향을 떠나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사건 현장을 마주하게 되며 그 순간들을 되짚어간다. 비슷한 시기, 오클라호마의 지역 박람회에서 사라진 아름다운 소녀, 사라진 언니의 행적을 쫓는 줄리애나의 간절함은 그녀의 희망을 믿고 싶어지게 한다.

 

 

사실 초반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건 세세한 묘사로 길어지는 문장들이 사건의 원인을 빨리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장하는 두 남녀가 어떻게든 연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포인트에도 집중하게 돼서 더 길게 느껴졌는지도, 중반? 이후 어쩌면 이 둘은 전혀 접점이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인가 보다 하고 읽게 된다. (이게 포인트!) 그동안 읽어왔던 추리하며 읽는 미스터리 소설방식으로 읽기보다 그저 이야기의 두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 흐르듯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초중반의 진입장벽을 지나면 그제서야 문장의 섬세함들이 스며들듯 다가온다.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기 시작한 건 안 비밀!)

 

 

와이엇과 줄리애나의 시간은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이들은 26년이 지나 진실을 마주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기억이란 강물과 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그 줄기가 가늘어지는 걸까, 아니면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집과 같아서 점점 방의 수가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결코 떠날 수 없는 단 하나의 방만 남게 되는 걸까?

그건 이 세상을 사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참담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방에서 생을 마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_174p.

 

 

“인생을 살다 보면 이제 와 돌아봤을 때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죠.”_263p.

 

 

부상을 입은 상태임에도 그는 꽤 멀끔했다. 미소 또한 멋있었다. 줄리애나는 그의 두 눈이 흥미로웠다. 그의 미소와 일치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언가가.

“생명엔 지장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열상 단면부에 마취약을 서서히 주입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전 와이엇이에요.”

“줄리애나요.”

...(중략)...

만나는 모든 여자들이 어딘가 모르게 테레사와 닮은 것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이 간호사 역시 어딘가 모르게, 희미하게 테레사를 닮았다. 그녀와 똑같은, 치밀하고 겹겹이 짜인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와이엇은 예감했다. 이 간호사 역시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은 부류라는 것을 말이다. _ 299~307p.

 

 

단순하고도 바보 같은 행복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와이엇은 그 행복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 벽에 가로막혀 혼자만의 공간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온기는 전달되지 않는 특별한 유리 벽.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타닥거리는 모닥불 주위로 가족들이 한데 모여있는 사진을 바라보는 기분. 모닥불은 사진 속 사람들에게는 온기를 주지만, 사진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그 온기가 전달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절대 그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_390~391p.

 

 

답은 없다. 그는 깨달았다. 아니, 답은 있지만, 이것이다 싶은 것이 없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지. 와이엇은 선택해야 한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 _538p.

 

 

긴 세월 동안 그녀는 오로지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는 이의 인생만을 마음에 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부터는 지금, 이곳에서의 일만 마음에 담으며 살기로 결정했다. _541p.

 

"이제 어떻게 되는 게냐?"

그가 말했다.

와이엇도 알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뭐든, 누가 알겠는가? _547p.

 

 

 

#북클럽피오나

#오래전멀리사라져버린 #루버니 #박영인 #네버모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book #lamy #사파리오리진 #테라레드 #사파리오리진테라레드 #독서노트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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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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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365일

 

"저 여자야."

속삭이는 와중에도 목이 마구 조여드는 것 같았다.

"바로 저 여자라고."

머릿속이 빙빙 돈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다. 혹시 헛것을 본 건 아닐까. 드디어 내가 미친 걸까.

...(중략)...

그녀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순간 내 심장은 멈추었다. 그녀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물론 차창은 반사 유리니 나를 본 것은 아니겠지만. 그 눈, 코, 입술.... 그녀가 맞아. 환상 속 그대로야. _15p.

 

폴란드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365일」은 책보다 유튜브 영상으로 먼저 알게 되었던 영화였다.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라는 타이틀에 끌려서 짤막한 영상 소개를 시청했지만 주연 배우들도 별로이고 스토리도 뻔해 보여서 스킵! 했던 영상인데, 국내 출간된 책의 표지와 소개에 이끌려 책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

 

총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환상 속에서 매일 같은 여자를 보고 어딘가에 그 여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는 마시모, 호텔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다 서른을 앞두고 휴식기를 가진 라우라는 시칠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마시모에게 붙잡혀 (납치 아닌가?) 365일을 자신에게 달라는 조건을 요구받는다.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손 대지 않겠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혼란스러웠던 라우라는 (우리의 여주들이 그렇듯) 위험하고 나빠 보이는 마시모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패션, 재력, 보석과 파티, 슈퍼카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가진 데다 카리스마와 세상 멋짐까지 두루 갖춘 남자가 이 모든 게 다 네 거라고 하는데, '난 납치되었고, 저 남자가 아무리 멋져도 내 나라에 가고 싶어!'라고 생각하며 반항하지만 당근을 주면서 자꾸 당기는 마시모가 싫지 않은걸... 이쯤 되면 우리 여주는 시간 게임이다. 어떤 계기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인가?

 

「365일」 핫하긴 핫했다! 이전 읽었던 그레이 시리즈, 크로스파이어 시리즈 외에도 로맨스 소설을 두루 섭렵하며 읽었지만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 없게 하는 힘도 작가의 역량이겠지, '전 세계 모든 연령의 여성이 읽고 있는 놀라운 책' 마시모가 섹스 판타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변태도 아니라 다행인 한편 라우라의 캐릭터도 주관 있어 보이고 자신의 '안돼요 안돼요! 돼요 돼요 돼요~'가 아닌 '난 내가 하고 싶을 때 해!'라는 당당함도 매력! 마시모의 상상으로만 구체적으로 그려왔던 여자를 실제로 만나 2달 만에 결혼에 골인 직전? 왜 때문에 시리즈인 걸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 장에서 헛웃음이 나게 해주시는 건지... 이르지 마요~ 궁금하잖아!

 

"라우라, 넌 틀림없이 내 거라는 뜻이야."

이젠 못 참겠어. 난 쏘아붙였다.

"난 누구의 것도 아니야!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당신은 날 가질 수 없어! 사람을 납치해놓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하지 말란 말이야!" _60p.

 

"살짝 재미를 보자는 거예요. 이런다고 목숨이 위험한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_215p.

 

#블란카리핀스카 #심연희 #다산책방 #소설 #365일3부작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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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바뢰이 연대기 1
로이 야콥센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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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보이지않는것들

 

"폭풍은 널 해치지 못해." 한스가 딸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잉그리드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들리지 않았다. 그는 섬이 요동치고 하늘과 바다가 사나워졌지만 섬은 흔들릴지언정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으며 영원히 그 자리에 딱 붙어있다는 걸 몸소 느껴보라고 소리쳤다. 이 순간 딸과 공유하고픈 신앙 같은 거였다. 한스는 날이 갈수록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딸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섬이 절대 좌초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가르쳐야 했다. _59~60p.

 

태어났는데 작은 섬의 후계자야! 왠지 멋있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만 같지 않은가? 아이가 태어나 세례를 받기 위해 본토에서 목사가 배를 타고 와야 하는 바뢰이섬. 섬의 이름은 이 섬에 사는 바뢰이일가의 성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버지로부터 섬의 주인자리를 물려받은 한스는 섬에 작은 농사를 짓고, 염소와 소를 키우며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에겐 더 큰 꿈이 있다. 본토와 다른 섬을 연결하는 항구를 바뢰이 섬에 부두를 만드는 것. 섬을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미혼모가 되어 돌아온 바브로, 본토에서 교육을 마치고 톰메센 부부의 집안일을 도우며 보다 넓은 세계에 눈을 뜨게 되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을 데리고 바뢰이 섬으로 돌아온 잉그리드를 보며 '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잔잔하게 시작된 글은 이내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다시 잔잔해지며 거대한 감동으로 남는 글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많으니 천천히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 작은 외딴섬, 그 섬에 사는 가족의 이름을 딴 바뢰이 섬. 마틴 바뢰이, 그의 아들 한스 바뢰이, 그의 딸 잉그리드 바뢰이의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세대를 거듭하며 섬과 함께 성장한 잉그리드세대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섬은 곧 우주고 별은 눈 아래 풀 속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간혹 섬을 떠나려고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_24p.

 

바뢰이섬에는 버드나무 세 그루, 자작나무 네 그루, 마가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다. 몸통 한가운데 큰 상처가 있는 마가나무 한그루는 늙은 마가라고 부르는데 열두 그루 모두 자연이 시키는 대로 구부러졌다. _29p.

 

숲은 종종 조용해졌다. 섬에서는 조용한 일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무슨 일인지 서로 물었다. 침묵은 궁금증을 불렀다. 신비롭고 스릴을 가져다주고 들을 수 없는 발자국 소리를 내며 섬을 가로지르는 검은 망토를 걸친 얼굴 없는 이방인 같았다. 침묵의 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서 겨울에 땅이 얼었을 땐 길게 찾아오고 여름에는 한차례 바람이 불고 그다음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 밀물과 썰물 사이에 잠깐 찾아들거나 인간에게 기적이 일어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바꿀 때 찾아왔다. ...(중략)... 침묵이란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아주 잠시 죽음을 본 것에 불과했다. _105~106p.

 

"뭘 그렇게 씩 웃고 있어?" 라스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바뢰이의 여왕이 말했다. 잉그리드는 자신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저어 주는 배를 타고 왕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계획이 실행되기 전까지 그들은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 (중략)... 잉그리드는 두 사람을 잃은 뒤로 그 어느 때보다 부모님이 그리워졌다. _263~264p.

 

#로이야콥센 #잔 #북유럽소설 #공민희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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