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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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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 도서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일상에 가장 가까이서 마음속 꺼내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글이 가끔은 얄미울 정도로 부럽기까지 했다.  겨울이가고 봄이 오려는 계절쯤이면 유독 에세이로 눈길이, 마음이 가곤한다.  아마도 겨우내 꽁꽁 얼었을지도 모를 마음에 따스한 글이라도 담아주고 싶어서 였을까?  제목도, 책표지도 유난히 눈길을 잡아 끌었던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는 선뜻 책을 펼쳐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젠 청춘의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기게 되어서일까? 나이 들어감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다가 멈추기를... 책에서 시선을 들어 시선이 닿는 곳을 멍하니 응시하며 생각해보기를 몇 차례나 했던지...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은 마음 구석에야 더할 나위가 있을까.  /프롤로그

 

 

모든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한 달, 일 년...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 뒤적여 볼 수 있는건 얼마나 마음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연습을 해야 가능한걸까?  생각해 보면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으려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것을 조금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꼭 해봐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안으로만 쌓으려하건 어쩌면 그렇게라도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미련때문인걸까?  가끔은 내 마음속도 들여다보며 다독여주고 정리도 해줘야 다른 마음들이 들어설 자리도 생기는게 아닐까?  어른이 되어간다는건 감정을 숨기고, 슬퍼도 참아야하고, 아파도 웃어야 하는거라 하는데... 마음을 다스리는건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그리도 꿈에 그리던 스무살이 되었을 때, 성년되었다는 기분으로 세상 모든것을 가진듯한 기쁨은 얼마나 갔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관계'의 혼란스러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함께해야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 사이도 비밀이 생기면서  하나 둘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그 '적당히'의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를 알 지 못해 과연 '사람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관계',  적당한 '거리''는 지금도 어느 정도가 적절한건지 이어지고 있는 생각들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정답이 있는걸까? 

 

 

하지만 세상은 살수록 복잡해졌고,

내게는 친구 말고도 챙겨야 할 관계들이 수두룩하게 늘어갔다.

어느새 우정이란 단어는 가끔 만나 수다를 떨며

삶의 무게들을 조금씩 덜어놓는 관계 정도로만 정의 내려졌다. /p166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더욱 선명하게 남아 오래도록 문득 떠올라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기뻤던 순간들은 순간처럼 지나가버려 아쉽기만하다.   내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쳐지나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면 다 내 욕심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끔은 마음도 쉬어주어야하고 괜찮은지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기도 해야한다는 것을.. 괜찮다만 하면서 누르고만 있다보면 그 안에서 터지고 곪아 내게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걸, 그리고 그 상처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걸 자신의, 지인들의, 또는 작가로서의 글로서 조용히 전해주고 있다.  글로 사진으로 만나는 에세이의 이야기들이 눈을, 마음을 자꾸 그 곳에 머물게 해서 어느덧 책 여기저기에 붙기 시작한 포스트잇은 알록달록하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p247

 

 

어쩌면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실수하고, 후회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순간 순간 마주하는 기쁨들을 더크게 축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느 시간도 헛되게 흘려보내지 않았을거라는 작가의 말에.. 위로를 위안을 받는다.   정민선 작가의 글과 함께 실린 임초이 작가의 사진은 꼭 한사람의 작품처럼 너무도 잘 어울려 책의 분위기를 한껏 돋보이게 했던것 같다.  글을 읽고 사진을 감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누구한테도 이야기 하지 못한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책을 읽으며 글과함께 마음을 나누었는지도 모르겠다.  집 나간 마음을 찾는게 이런거라면 곁에 가까이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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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미궁호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6
야자키 아리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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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 앨리스』를 연상하게 하는 제목,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책일까? 야자키 아리미의 시리즈 작품으로 돼지돼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열 두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책이었는데... 정말 책표지처럼 배구공만한 분홍 돼지인형이 등장한다.  뭐지 이건?  정말 동화책인걸까?  이야기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벚꽃축제를 준비하기위한 연극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위주로 진행된다.  호텔의 버틀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미야자키 돼지돼지'씨는 그를 볼 수 있는 사람들 눈에만 보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다.

 

 

무슨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고 믿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결국은 그런 이야기다.  아무리 진심을 이야기해도 상대방을 믿을 수 없으면 깨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p185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일상과 고민에 놓여있지만 호텔 버틀러인 '돼지돼지'씨를 만나게 되고 작은 변화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돼지돼지가 특별한 초능력이나 다른 재능이 있는건 아니다.  그저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과 관심, 그리고 성실함... 작은 봉제인형이 살아움직인다는  설정도 살짝 의아했지만 책을 읽으며 어느새 동화책을 읽는듯한 기분이었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밉다기보다 무서웠다.  아무리 비열한 일을 해도 겉모습은 여전히 저렇게 귀엽다.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다.  /p198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제대로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오셀로>라는 작품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고 호기심도 가지게 되었다.   오셀로의 악역인 '이아고'의 역할을 맡게된 돼지돼지씨를 보며 배구공만한 작은 봉제인형이 연극에 출연해서 그것도 비중있는 역할을? 했는데 음... 읽다보니 살짝 소름끼치거나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분홍색의 작은 봉제인형 착하거나 선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이면에 감추어진 내면을 인형을 통해서 더욱 부각시킨듯하다고 할까?  어쩌면 우린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들으며 내가 생각하고 편하고자 하는 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나도 그 무서운 이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귀여운 돼지 인형을 등장시킴으로 그에 대한 대비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던게 아닐까?

 

 

귀여워보이는 책표지와 봉제인형 돼지가 등장해서 동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던...그리고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를 압축적으로 등장인물들과 절묘하게 매칭시켜 진행한 이야기는 좋았지만   아마도 나랑은 좀 맞지 않았을까?  10년동안 장수시리즈로 이어온 ' '야마자키 돼지돼지'시리즈라고 하니 다른 책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앨리스의 미궁호텔 같은 장소나 돼지돼지씨가 버틀러로 있는 호텔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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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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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커피, 카페 이런 것들이 모여 카페붐이 일기 시작하고, 커피와 책, 카페 창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걸까?  사회생활을 하며 베스트셀러 위주의 사재기(?)위주의 책읽기를 했었는데 북카페라는 온라인 활동을 하며 본격적인 책읽기와 서평이란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며 관심이 자연스레 커피와 함께 '나만의 공간'을 꿈꾸며 카페 창업으로 생각이 흐르기 시작했다.  '북카페'라는 공간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지난 가을쯤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공간을 왜 이제야 만나게 된거지?'라는 생각에 카페를 다니며 카페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내가 생각하는 카페의 이미지를 구상해보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뭔가 답답하거나 기분이 다운될 때는 늘 대형서점으로 향하곤 했다.  광활한 그 공간에서 길을 잃은 듯 책과 사람 사이를 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기분이 정리되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지금도 나는 알지 못한다.  책의 존재감은 나를 차분하게 해주고, 그곳에 내가 있다는 느낌은 결국 어떻게든 현명한 결론에 마주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p27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계기는 몸도 마음도 어디 한 군데 의지 할데 없고 이야기 할 수도 없이 지쳐있을 때였다.  처음엔 가까이 있는 손에 잡히는 책들을 읽다가 집도 답답할 때면 대형서점으로 무작정 나가곤 했다.  궂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많은 책들 사이를 거닐며 눈길이 가는 책, 평소 온라인 서점에서 눈 여겨 보던 책들을 들어 몇 줄 읽다 보면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건지 책 속에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그 즈음부터 책을 들고 카페를 다니며 읽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읽어지지 않거나 활자들만 날아다니는 것 같은 책들을 '북카페'라는 공간에서 읽으면 집중도 잘 되고 생각도 잘 정리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카페를 다니다보면 적당히 친절한 종업원과  '여기다!'싶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적당한 소음과 그라인더에 원두가 갈리는 소리와 커피향, 그리고 토닥거리는 노트북 자판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주변 요인들이 함께 작용해서 였을까?  카페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책 한 두권을 들고 혼자 조용히 카페를 찾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커피에 대한 관심도 더 깊어졌고 지난해 바리스타라는 직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력의 결실도 맺게 되었다. 

 

 

카페 창업에 관심도 있었고 주변에 함께 공부하던 지인들도 창업에 관심들이 많으시다보니 관련 서적들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커피, 사이드 메뉴나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인 책들이 대부분이라 '북카페'라는 공간은 역시 수도권에선 힘든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익성'을 어느 정도 접고 시작해야 가능한 것이 '북카페'라는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을때  『북 카페 인 유럽』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 일까? 아니면 그냥 북카페 기행을 담은 에세이 일까? 등등 책을 주문해 놓고도 궁금해서 당일 배송이 가능한 사이트를 찾아 주문을 해놓고는 도착하자마자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내 손에 부드럽게 와닿는 종이의 감촉이 좋다...중략....  내 손에 들린 책의 기분 좋은 무게감, 노랗게 변한 책에서 발견한 밑줄을 보며 회상에 젖는 시간, 책을 살 때의 기분을 써놓은 맨 앞장 내 글씨의 흔적, 그런것들은 이제 촌스러운 아날로그 향수로 남게 되는 걸까.  책들이 물리적 공간을 채우며 만드는 특별한 분위기, 나는 이런 서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크기와 빛깔, 그 익숙한 감촉으로 책장에 들어가 있는 책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짠해진다.  '난 너희들이 오래 버텼으면 좋겠어.'  /p89

 

 

다른 지역 다른공간이었지만 '북카페'라는 공간에서 생각하고 만날수 있는 이야기들을 탐방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을 이야기 하는것 처럼 이야기 하는 에세이라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각각의 공간마다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공간들이 한 번쯤 나도 그 공간에 있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일게 했으며 저자가 그 공간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함께했던 작품들을 만나면서 소개된 책 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나 노년의 실버세대들이 북카페라는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작은 책모임을 갖는걸 보며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굴북카페를 만나기도 하고 아주 작은 북카페에서 세계의 다양한 책들을 만나기도 한다.  공장이 북카페로 변화하기도 하고, 커피향보다 음식냄새가 가득한 북카페를 만나기도 했다.  함께도 좋지만 혼자가 더 좋은 공간인 북카페, 이 공간을 꾸리는데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더 많은 연구를 공부를 하고 책도 더 읽어서 유행으로 흘러가는 공간이 아닌 진정한 책과 공간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고 있기에 유럽의 북카페 나들이는 즐겁고 신선하며 즐거웠다.  마지막에 저자가 공개하지 않은 '나의 작은 은신처'를 읽으며 나도 동네에 책은 없지만 소개하지 않은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기에 살짝 반갑기도 했다.  조용히 카페에 앉아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눈것 처럼 즐거웠던 한 권의 책.  읽으며 줄어드는게 아쉽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까?  다음 이야기엔 공개하지 않았던 공간의 이야기와 더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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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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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문장이다.  /p8

 

책을 읽으며 리뷰글을 머리속으로 정리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첫 문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막상 글을 쓰려고 모니터를 마주 하고 있으면 잡다한 생각과 글들만 떠올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엉뚱한 말도 안되는 글을 써놓은듯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데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걸 읽고 글을 쓸수록 느끼고 있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좌절모드에 돌입.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읽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은 걸까?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소개된 책들만 대략 봐도 몇 십권은 족히 될 것 같다.  

 

 

책은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리고 사람이 지나간 곳에 있다.  그래서 가끔 난, 한 권의 책을 찾는 것은 곧 그 책이 지나온 궤적을 더듬는 것이고 그것은 곧 한 사람의 삶의 길을 되짚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p126

 

 

책의 제목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책이지만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되는 책이기도 했다.  책이 귀중해진 시대, 고서들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책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찾는 '책 사냥꾼'이 등장하게 된다.   헌책방을 운영하며 '책 사냥꾼'이기도한 반디가  어느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조직 미도당의 의뢰를 받게 되는데...그 의뢰가 책 사냥꾼 세계의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권의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과 연결되어있다는 비밀을 알게 되며 주변 인물들 그가 속한 세계, 그리고 책들과의 이야기 등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모험이 시작된다.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 때 소리를 낸다.   /p212

 

 

책을 읽으며 그의 모험에 집중할 수 없었던건 모험의 흐름을 끊는듯한 책의 소개, 환상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겠는 나레이션등으로 좋은 책들의 소개도 많았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좋은 책과 좋은글을 정해진 지면에 많이 담고 알려주고 싶으셨던것 가상의 세계와 연결되어 소개되어지는 책들이 그닥 눈길을 끌지 못했던것 같다.  국내출간 되는 책들, 번역서들, 수입되는 원서들 등등 우리에게 읽혀지지 못하고 버려지는 책들은 얼마나 될까?  이미 나의 책장에도 아직 읽혀지지 못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새로이 출간되는 도서들을 볼때마다 욕심이 나긴 한다.   시작하지 않은 책은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장에 묵혀지고 있는 책들에게도 책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꼭~ 내봐야겠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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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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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가 모여 집필한 한 권의 책.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의 이야기라고 하니 아슬 아슬 그 과정보다 마무리가 어찌 될지 궁금했던 한 권의 책 이었다.  읽는 동안 즐거운 책을 고르다 지난 연말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책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날 새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게 되었던 책이다.  각기 다른 나이대의 여자들을 사랑하게 된 한 남자.  그리고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  『19 29 39』  제목이 독특해서 설마 책 제목일까 싶었던 책이었는데 '아홉'이란 이 마지막 숫자들이 정말 의미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이름은 편의상 숫자로 표기)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힘을 내야 하는 일이다....(39)/p40

 

 

부족한 듯 하지만 꽉 차 보이는 숫자 '아홉' 그래서 불안하고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은 나이.  19살, 29살의 나는 어떤 고민들을 했고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는지 지금은 살짝 가물 가물 하지만 '사랑' 에 있어서 분명 다른 차이가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벌써 세대차이를 느끼는걸까? 책에 등장하는 19의 이야기들은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보다 조금은 가볍게 읽었던 건  아마도 결혼 적령기, 임신 가임기등을 무의식적으로 29, 39에게 더 비중을 두고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포스트잇이 붙은 부분들만 읽다보니 19의 글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걸 보고는 '어!' 하며 19의 이야기만 다시 읽어 보았지만 그녀에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있을거라는 무한한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쿨하게 그녀의 이야기는 패스하기로 한다.

 

 

아마 내 나이가 한 두 살 더 어렸다면, 그래서 내년에 서른이 되는 게 아니라면 나는 그토록 치열하게 그와의 사랑을 지키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내가 사고를 쳤을지도 모르고, 웬만한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내 감정대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곧 서른이 되는, 스물아홉의 여자였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와 다투고, 헤어지고, 화해하고의 무한 반복을 거듭하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양산해내는 연애라는 행위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한 행위는 이제그만 이한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29) /p94-95

 

연애와 일, 두 가지가 뒤엉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기 힘든 나이가 바로 지금 내 나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서글퍼졌다....(29) /p115

 

아니, 어쩜 알 만큼 알아버린 나이의 여자는 사랑을 할 때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느새 '누가 뭐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는 어린 시절의 무모함과 당당함을 잃은 채 두려움을 신중함으로 가장한, 서글픈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29) /p121

 

 

차이한과 5년간 연인사이이며 약혼자인 29(정유현), 어느날 그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왔음을 고백하고 그녀들을 만나기에 이른다.  6개월전 여행에서 그를 만나 사랑을 키워온 39(한세진), 100일전 우연한 사고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19(지아).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들의 최종 결론은 어떻게 될까?  만약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내가 29의 입장이었다면 난 어쩌면 정해진 수순을 밟았을 지도 모른다.  29라는 숫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주는 부담감이란 그리고 그 시기의 '선택'이란 어쩌면 살아가며 제일 큰 고비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연애와 일 자칫 잘못하면 최선이라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 평생을 후회할 아픔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든 남자가 제일 나쁜게 아닐까?  약혼자가 있다고 밝혔다면 사정이 달라졌을까?  남자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건지... 그녀들을 동시에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변명이 정말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싶었다.

 

 

물론 나도 결혼했던 이유가 엑스를 사랑해서라기보다 건강하게 초산을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것이 더 컸던 여자다.  당장 결혼하긴 싫지만 나중에 못할까 봐, 아이를 낳아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낳을 수 없을까 봐.  반쯤 접는 심정으로, 세월과 타협하는 기분으로 결혼하는 여자가 어디 나뿐이겠느냐마는, 다들 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작은 타협이지만 누구나 결혼 후 행복하길 바라니까....(39) /p130

 

 

살다보면 '나이'에 쫒기 듯 살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가  흔히들 말하는 '아홉수'에 도래하는 시점이 아닐까?  모자른 듯 하지만 꽉 찬 숫자, 서두르지 않으면 뒤쳐 지는것 같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사회의 '평균'이라는 잣대위에 나를 올려놓고 저울질 하며 다른이의 이목이나 내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작은 가시쯤은 그냥 품어도 어찌 될거라는 생각이 결국 고름이 되고 더 큰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기로에서 자신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 그녀들의 결정에 열렬한 응원을 해주고 싶다.   "열아홉, 당신을 응원합니다. 스물아홉, 당신을 사랑합니다. 서른아홉, 당신을 동경합니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가 되어도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내가 나를 속이면서, 내가 아닌 채로 살면서 제대로 나이를 먹는다고 하 수 있을까.... (29)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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