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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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은 어린 기억에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커피는 어른들만의 음료라는 생각에 더욱 강한 동경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을까 해서 커피를 드실때면 곁에 꼭 붙어있고는 했었다.  그러다 고교 진학을 하면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시험기간에만 커피를 사발로 들이킬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고 그때부터 커피에 대한 연구를 나름대로 조금씩 해 왔다.   같은 믹스커피라도 이 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게 더 맛있고, 이 커피는 아이스커피로 물을 좀 적게 넣어 마시는게 맛있고 등등 나름의 레서피를 만들다가 프림이 싫어져서 블랙커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커피의 황금비율이 있다는 걸 선배들에게 전수 받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커피에 대한 입문은 비서일을 시작하면서 부터 였던 것 같다.

 

 

10여년 전 증권회사라는 곳이 어떤일을 하는지 대략적인 짐작만가지고 입사해서 근무하던 중 본사로 자리를 옮겨 '비서'라는 업무를 새로이 시작하게 되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갖게 되었다.  당시 원두커피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메이커를 임원실에서 사용중이었으나  커피메이커 커피는 금방 내렸을때는 괜찮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쓴맛이 강해져 커피 본연의 맛을 찾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커피메이커는 사라지고 핸드드립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도 찾아보고 커피 판매하는 사이트나 카페에서 물어보기도 하며 재미를 가지고 열심히 추출했었던 것 같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들도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던지라 이것저것 구입해서 맛있는 커피를 찾아보기도 하고 커피 뿐만이 아닌 다른 차종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그 시기 즈음이었다.  그러다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커피에 대한 탐닉은 브랜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브랜드 커피라 더 맛있다고 생각했고 한 달이면 적지 않은 돈을 매일 커피 마시는데 투자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믹스, 커피메이커, 핸드드립, 프렌차이즈 커피까지 지나오며 커피에 대한 생각이나 입맛도 조금씩 바뀌어왔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커피가 빠지지 않는 요즘인 듯하다.  모닝커피, 식후 커피 한 잔, 또는 만남의 매개채로 끼게 되는 커피... 이렇게 커피가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자리잡으면서 커피믹스 시장에도 많은 종류의 커피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출시 되고 있고, 대형 카페 프렌차이즈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커피 한잔의 가격은 2천원 대에서 많게는 1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 가격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테리어, 유통과정, 인건비, 재료 기타등등이겠지만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원두의 재료는 그 비중을 얼마나 차지할까?   우리가 카페에서, 또는 집에서 핸드드립이나, 모카포트등 기구들을 이용해서 마시게 되는 원두 커피는 어떻게 우리에게 까지 오는 걸까?  이런 것들에 살짝 관심을 갖게 될 즈음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97년 북카페 일일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가게' 를 갔다가 [Fair Trade coffee 히말라야의 선물]을 만나게 되었다.  관계자분께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었지만 인상 깊었기에 한동안 아름다운 가게에서 티백으로 판매하는 원두커피들을 구입해서 지인들께 선물하기도 하고 집에서 마시기도 해왔었다.

 

지난해 내게 살짝 먼 꿈같았던 커피를 공부하는 시간들을 경험했고 공부를 하며 커피에 대해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히말라야에서 커피나무를?  문득 생각이나 방에가서 찾아보니 내가 쟁여놓고 있던 원두티백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 원산지가 네팔 아닌가...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여정은 커피의 유명 산지들이 아닌 네팔로 가게 되었을까?  실제로 네팔에서 생산되는 많은양의 유기농 재배 커피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으며,  커피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정당한 몫의 이윤을 돌려주는 공정무역 커피라고 한다.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말레마을은 그 길이 쉽게 닿을 수도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000미터에 자리한 말레 마을은 대중교통이 들어갈 수 없기에 마을 근교에 내려서 꼬박 한시간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   커피나무가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말레마을은 하늘이 점지한 커피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은 11가구가 전부인 이 마을은 모두가 커피 농사를 짓는 어엿한 농부들이기도 하다.   




사는 형편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하루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집도 있고,  14살의 어린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커피 농부의 꿈을 키우는 아이,  공부를 하지 못해 글을 모르는 탓에 커피 농사를 지으며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막내아들에게 글을 배우며 아이들은 꼭 공부를 다 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등 책을 읽으며 만나는 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너무 가난해서 커피나무 농사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이들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 커피' 에서 말레마을에 커피 묘목 3천 그루를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전해진 것이다.  커피나무를 키우면서 시련도 많았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들에게 커피 나무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고, 가족이 모여 살아갈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며 보다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꿈의 나무 인 것이다.   그들에게 공동 묘목장이 생기고 3천그루의 커피 묘목이 들어오던 날 그들에게는 3천 그루만큼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공동 묘목장의 관리를 자처하고 나선 학구파 열혈농부 이쏘리가 커피묘목을 향해 잘 자라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부디 3천 그루의 커피 나무들이 잘 자라서 그들의 꿈과 희망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란다.

 

고가의 로스팅 기계나 분쇄기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낸 원두는 더 고소했고, 돌절구에 갈아낸 커피는 더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사실 우리는 이제껏 커피를 비싼 로스팅 기계에서 볶아야 맛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프라이팬에 볶는다 해도 커피 맛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커피는 이미 산지에서 여물 때 맛이 결정되는 건 아닐까. /p169

 

 

커피를 재배해서 판매하기만 했던 말레마을의 커피농부들이 처음으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맛보던날, 비싸고 좋은 로스팅 머신은 아니었지만 매일 사용하는 화덕에서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지는 원두의 향은 어떤 커피맛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더 많은 커피나무를 수확하고 품질이 좋은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서 찌아를 마시는 시간보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커피 한 잔 하자" 라는 말을  하며 이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 주기를 내가 마신 공정무역 커피 한 잔이 희망으로 심고, 키우고 가꾼 그들이 꿈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무심코 마신 커피한 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 정성, 땀과 눈물이 담겨 있음을 어쩌면 이내 잊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공정무역"에 조금더 관심을 갖고 나부터 참여한다면 그들의 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주지 않을까?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제작진 전원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EBS다큐프라임 3부작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책장을 덮고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서 보려고 한다.  2011년 한 해도 많은 분들이  커피 한 잔의 기적에 동참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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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제목도 책표지도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 정아님은 지난해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를 통해서 친숙해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감성적인 그림, 글에 반해서 주변지인들에게 '빨간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선물하기도 했던 책이었다.
그런 그녀와 여행과 글에 대한 필력이 남다르신 명로진 작가와의 만남은 '연애'라는 주제가 아니었어도 기대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여행, 사랑, 연인, 일러스트 등이 만나 한 권의 책으로...

 

방송작가들의 에세이가 더 많은 공감을 갖게 하는건..
일상 가까이 방송으로 접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이기 때문일까?
그동안 만나왔던 방송작가들의 개인적으로 내게 기본이상은 되었던 책인것 같다.
책 제목부터가 마음을 이끄는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제목만으로도 공감가는건 어쩔것인가... - -'' 
 


 

 글을 매일 읽고, 매일 쓰신다는 김연수 작가..
아직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그의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매일 읽고는 있지만.. 매일 글쓰기는 실천을 못하고있는데..
어떤 감성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새로 시작하는 달마다  해당 활동 분야의 추천도서라는 활동을 해보게 되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그냥 보내주시는 책 읽고 리뷰 써도 될텐데 라는 생각도 했는데..

공통 관심분야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리뷰어들이 추천한 책들을 수렴해서..

알라딘에서 그 내용들을 추려 선정한 2권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리뷰 쓰는 과정들이

이제야 익숙해지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2011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라 그런가?

올 해도 많은 책들이 출간 될 것이고~

많은 독자들과 만날 것이고~

그 중에서도 편독이 심한 나는 읽고 싶은 책들만 골라 읽겠지만..

올 해는 더 많은 좋은 책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고..

또~ 책 욕심도 줄여서 깊이있는 책읽기를 해보자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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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소 2011-01-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망머리앤님 반갑습니다~ 에세이에서 활동하는 서평단 아빠소입니다 ^^
저 역시 처음에는 귀찮은 마음이 앞섰는데 지금은 내가 추천한 책에서 몇권이 선정될까~
하는 기대감에 즐거운 마음이랍니다.
다름이아니라...1월에 추천하는 도서는 전달에 출간된 책들중에서 고르는거랍니다.
페이퍼 공지나갈때 자세히 보시면 언급이 되어있구요. 이번에 추천해주신 책 세권중에
두권이 2011년 1월 신간이네요. 요 책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답니다. 그냥 넘어가려다
모르고계신듯해서 살짝 알려드려요~ 제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건가요? ^^;;

까망머리앤 2011-01-05 21:10   좋아요 0 | URL
*^^*
아빠소님 반갑습니다~~~
1월이 되자마자 작성해놓고 글이 뜨자마자 올린거라..
날짜가 크게 걸릴까 싶어서 그냥 올렸습니다~ ^^
알라딘 지기님께도 문의글을 보냈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향기로운이끼 2011-01-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요맘때쯤 되면 어떤 책들을 올리셨나 궁금해서 들리게 되네요.

까망앤 2011-01-07 21: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
이달에 추천한 책들도 기대되는 책이라~
저도 어떤 책을 읽게될지 궁금해지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보테로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마리아나 한슈타인 지음, 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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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에 해외 작가들의 작품전시가 많아지고 있는듯 하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이고, 또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서도 감상 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 같다.  생각할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조용한 전시관을 홀로 거니는 느낌이 좋아 가능하면 오픈 시간에 방문하고는 한다.  라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하고 있구나'라는 기분을 갖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은 습관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동글동글하고 선명한 색채감, 미술전시회를 보러 간다는 느낌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페르난도 보테로' 전을 갔었다.   전시회라고 하면 왠지 그림에 대한 지식이나 그 작가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찾아다니진 않았었다.  보테로 전은 학교숙제 이후로 처음 내 발로 찾아갔던 전시회로 기억한다.  문화생활과 얼마나 높은 담을 쌓고 있었던건지... 그동안 전시회라는걸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전시회에 쉽게 발걸음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계기가 보테로의 동글한 그림과 색채감이 아니었을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외소해 보이는 그림들, 전시회장에서 이어폰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장을 다 돌고 나왔을 때의 느낌은 처음 들어갔을 때 밝고 경쾌한 느낌만은 아니었다.  그당시 TV광고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 밝고 경쾌한 나래이션 음악과 그림이 각인되어서 그 이미지만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그림을 그리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나요?" 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보테로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고 한다.

 

"아니오, 나는 뚱뚱한 사람들은 그리지 않습니다."

보테로는 늘 미술의 고요함을 찬탄했다.  그것이 그에게 이집트 조각같은 무한의 느낌을 주었다.  그의 그림에 상당한 서사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화면 속에서 운동감은 얼어붙은 듯 굳어 있다.  무엇보다 이런 특질은 인물들의 기념비성,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공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몸집은 너무 거대해서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다.  살가죽은 풍만한 체구를 덮기 위해 잔뜩 부풀어 있는 듯 보이며, 개개인을 한정짓는 벽들 또한 인물의 주변에 빠듯하게 다다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의 풍부한 표현, 그리고 그림자가 색깔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의 그림들엔 그림자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늘 "색채가 가능한 유익하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표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라고 했고 이 글을 읽고 그의 그림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의 작품들 속에도 작년 전시회에서 만났던 그림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림은 한 번 보는 것으로 그 작품에 대해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것 같다.   전시회, 도록,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4~5번정도 본 것 같지만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감상은 달라지고 있는걸 느끼게 된다. 

 

 

도록처럼 생긴 얇은 책은 보테로의 작품들과 그가 작품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생활, 변화 과정들을 담고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 출신의 그가 거장의 그림들 단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하고 혼자서 미술을 공부한 건 어쩌면 미술적인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던 걸까?  그가 자신의 고장을 떠나서 그림 공부를 하는 과정과 그림에 대한 이해, 변화들을 그의 작품들과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림이 실려있는 순서와 글의 이야기가 차이가 나서 앞,뒤로 넘겨보기를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글을 읽으며 살짝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또 글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다보니 한 번에 다 읽어내려 가기 보다 중간 중간 다른 책들을 읽어가며 쉬어갈 때 읽는 책으로 읽어갔었기에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의 제목이 그에 대한 이야기 라는걸 짐작은 했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일대기를 간략하게 작품과 버무려 만든 책같아서 차라리 그에 대한 작품들을 작품 초기부터 시대별로 정리하며 설명했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그림에 대한 이해도와 작가에 대한 관심보다 그의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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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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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남녀... 책의 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을 더 끌었던 책 인것 같다.  어린 시절 형제가 많았던 나는 좁은 뒷자리에 네 명이 끼어 앉아야 할 일이 많았었다.  어릴때야 작은 몸집들이라 어찌 끼어 타고 다녔지만 키가 크고, 몸도 조금씩 불어나면서 슬슬 짜증들이 나기 시작했다.  장난삼아 "넷 중에 한명은 트렁크에 타고 가는게 어때?" 하고 이야기 하곤 했지만 정작 트렁크에 타 볼 기회는 그 누구도 갖지 못했다.  트렁크는 차에 필요한 물품들이나 짐을 싣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끔 정리가 잘 되어있는 차의 트렁크를 볼때면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다'라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 소설의 소재이기도 한 '트렁커'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을 말한다.  그럼 멀쩡한 그들은 왜 집을 두고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트렁커 생활을 하고 있는걸까?

 

 

나는 지금처럼 내 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며 단순하고 경쾌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p215  그녀...온두

 

 

"쉽게 말하면, 기우는 반대쪽에 힘을 실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무너지죠.  사람이나 물건이나 몸과 마음이 기우는 쪽이 있어요.  그 끌림이 사랑일 때도 있고, 증오나 분노일 때도 있죠.  무너질 것들은 서둘러 무너져라, 그것이 내 생각입니다.  다른 밸런시스트들과는 생각이 다르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p234  그....름

 

 

유능한 유모차 판매원인 그녀 온두,  밸런시스트인 그 이름...그들이 트렁커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건 어린 시절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피해 숨어들어가 자신을 보호 하고자 했던 아늑한 공간이지 않았을까?  그 공간이 우연히 자동차의 트렁크가 되었을 뿐 아마 어느 공간이라도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그곳이 그들의 '트렁크'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심한 정신적 충격과 그 이후 어린 시절 잠깐 지냈던 곳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던 온두가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던 공간이 트렁크였다.  그렇게 트렁커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어느날 공터의 주인이라며 나타난 이웃 트렁커 '름'  그도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을 피해 트렁커가 되었다.  어쩌면 어렸던 그, 그녀에게 '트렁크'란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장소이며 삶을 연장하기 위해 잠시 편하게 쉴 수 있는 은신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그가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면서 게임을 통해 과거의 기억들을 조금씩 꺼내 이야기하며 숨은 기억들의 퍼즐 맞추기를 시작한다.  트렁커가 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한 과정들이 어쩌면 그냥 잊혀져도 좋았을 과거일지도 모르겠지만 과거의 아픔이 현실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어떤 해결책이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퍼즐을 맞추어가며 아픔, 외로움, 추억, 고통, 다정함, 자랑스러움등을 고백하면서 그들이 저도 모르게 트렁크가 아닌 온두의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을 맞았을 때 이젠 과거의 아픔을 어느정도 이겨냈다는 해피엔딩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고은규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때로는 너무 어두운 이야기에 안타까워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녀와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던 건 그들의 아픔이 짙고 어두웠던 만큼 극복하는 것도 기다렸기 때문이 아닐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트렁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도피와 은폐의 장소.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상처주고, 상처받고, 상처를 극복하는 일의 연속인지 모른다.  세상에는 온두와 름과 같은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네고 싶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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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전염된다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 제임스 파울러 지음,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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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사회 연결망)는 아름답고 미묘하다.  도처에 존재하는 이 우아하고 복잡한 소셜 네트워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우리는 왜 그 속에서 거기에 얽매여 살아갈까?  소셜 네트워크는 어떻게 생겨나며,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영향을 우리에게 미치는가? /p5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했던게 고교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시스템도 많지 않았고 하이텔, 나우누리, 등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온라인을 통해서 얼굴도 모르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채팅'이란걸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메신저, 미니홈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라는 엄청난 네트워크의 전신쯤 되었을까?  그런 온라인 활동을 통해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었고 그 시절 학교가 아닌 온라인을 통한 인맥을 이어가기도 했었던것 같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조금 넘는 세월이 흘렀고 인터넷은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인터넷 연결만 되는곳이라면 세계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도 네트워크, 온라인을 통해서 소식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눌수 있으니 말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미투데이라는걸 시작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인맥에 대해 관심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책을 한권을 읽게 되었다.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과학으로 증명해 낸 인간관계의 비밀! 이라는 주제로 만나게 된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을 읽으며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직접 연결된 사람(친구)이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 더 높아진다.  행복의 확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10%이고,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약 6%였다.  그리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관계, 플러스 온라인을 통한 관계가 플러스 되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였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은것 같다.  페이스북 탄생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소셜 네트워크'가 국내에서 개봉했을 당시에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통한 인관관계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의학과 과학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일상생활과 비교하여 읽다보니 수긍하게 된다.  행복, 즐거움,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과정, 병균의 확산, 정치적인 영향까지 내가 연관되어있는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한편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반짝 했었던 동창 찾기나, 미니홈피, 채팅으로 인한 반짝 인연들은 오래가지 못했던것 같다.  이유가 뭐였을까?  공통의 관심사는 있지만 그 관심사가 사그라 들자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관심사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서 선물을 하고,  그 누군가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무언가를 준비하는건 어쩌면 내가 더 행복해 지고자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기쁘고 행복해 한다면 이건 행복의 전염이 아닐까?  읽기전엔 조금 부담스러웠던 책인데 들고 다니며 읽을때 이 책만큼 주변 분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책도 없었던것 같다.  아마도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인간관계란 살아가는데 있어 평생 우리가 놓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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