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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저자 / 달 / 2023년 8월
평점 :

#반은미치고반은행복했으면 #도서협찬
#강혜정 #독파 10/1~15
나의 일탈은 '이탈'을 지향했다. 지극히 혼자만의 것도 아니었고 바르지도 않았고 예의를 벗어나기도 했지만 적잖이 항생제 같은 녀석이었다. 습관처럼 기록하고, 공유가 낙이며, 저장 용량도 넘쳐나는 이 현실에선 예전만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이런 괴짜스러운 일탈이 여전히 고프다. _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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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나는 너를 미워하나 봐요.
그래서 나는 네가 외로워 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를 내버려 둘 수가 없어요.
(중략)
나는 오늘도 너를 봤는데 못 본 척하고 있군요.
내일도 너와 내가 있을까요?
아는 게 너무 없네요, 나는. _82p.
책의 제목에 끌려 선택했고 이후 저자가 배우 '강혜정'임을 알고 읽게 됐던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저자의 프로필을 읽어보았다.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 각 잡고 앉아 원고를 써야지! 하고 쓴 글이 아닌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써 내려간 글 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밀한 기억, 정체 모를 불안으로 서성였던 젊은 날과 세상과 단절되었던 코로나19를 지나오며 느꼈던 감정들을 그도 느끼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구나, 라는 생각에 더 깊이 문장을 곱씹으며 읽어보게 되기도 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내 주변의 삶과 함께 살아가며 그 시간들을 곰곰히, 때론 조금은 까칠하게 보며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다는건 참 멋진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강헤정의 글과 사진은 에세이라기보다 조금 길게 쓰인 '시' 같았으며, 책표지 그대로의 느낌이었던 책이다.
"지금까지 너는 어떤 에너지로 발전한 것 같아?"
누군가로부터 받은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에너지로 살지?
나는 무엇에 가장 동요하는 걸까?
무엇이 나를 이끄는 성장 동력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지? _33p.
그런 날이 있습니다.
당장에 결과물이 있어야 할 듯 어깨가 무거운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
(중략)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그냥 아무 존재도 아니었으면 하는 날.
그런 날이 있습니다. _77~78p.
꽃가루가 이목구비를 괴롭히고, 더위가 숨통을 틀어막고, 존재감 없이 짧은 추락 끝에 썰렁하게 비워진 계절. 그 겨울.
이 모든 것들이 가히 희망적이다. 시야가 트이고 게으를 여유가 생기고 불필요한 말이 일상을 훼손하지 않고 비워진, 감춰진, 밀폐된 겨울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134p.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혼자만의 망상과 공상을 오가며 떠올리는 것에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언제부턴가 좀 힘들어졌다. 생각을 채우려 나갔다 혼란만 리필해오는 건 아닐는지. 역시나 마음이 생각을 튕겨내는 것을 보니 아직은 꾹 다문 속을 다 열지 못한 듯하다. _ 179p.
털어내고 싶은 것들이 있는 만큼 먼지가 날리는 거니까. 이 글에 담아 털털 털어버리고 싶은 것들이 세상에 먼지처럼 날리는 때에 분명 나는 소란스런 재채기를 해댈 것이다. _263p.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난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