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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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동생의 블로그에 새 리뷰가 떴는데 제목이 눈에 띈다.  <돈 없어도 난 우아한게 좋아> 호기심에 들어가서 읽어보니 이 책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흔 두 살 싱글의 로맨스.  제목과 책표지가 시선을 사로 잡아서 더 궁금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읽어야 할 책들도 있고 다음에 읽자고 살짝 미뤄두었던 책을 그 동생이 선물해줘서 다른 책들은 뒤로하고 먼저 읽기 시작했다.

 

 

"우리 앞으로 동반 자살하기 전날의 심경으로 사귀어 보지 않을래?"

진짜다.  황홀하다.  실현될 리 없는 여정인데, 생각만 해도 둘의 세계가 달콤해진다.  나는 직감했다.  이 남자, 아주 좋은 제안을 하는 사람이다.  내게는 득이다. /p13-14

 

 

시작부터 낯선 문체가 잘 읽어지지 않더니 어느덧 책 중간 중간에서 자꾸 멈추게 된다.  마흔 두 살의 싱글녀 지우.  그녀가 살아오며 느끼고 생각한 사랑,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하는 남자 사카에와의 만남.  엉뚱한 제안을 하고 그런 제안이 그녀도 싫지 않다.  동반 자살하기 전날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이런 제안을 하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가며 그만큼 사랑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  어떤 감정이었더라.  낯설고 어색하다.   사랑이란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 나이가 나이테처럼 한 겹씩 나를 감싸는 것 처럼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받지 않겠다고 버티기만 한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랑=결혼' 이라는 어릴때부터의 고지식한 생각 때문에 즐겁고 행복해야 할 '연애'가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과 숙제처럼 나를 짖누르다 결국 포기했던것 같다.  사람을? 사랑을? 어떤걸 내려놓았던 걸까?

 

 

짝사랑을 할 수 없는 여자.  그게 나다.  기다리게 한 시간만큼 발걸음 가볍게 달려오는 남자와 친밀해지고 싶다.  흔히 말하는 어른의 사랑 따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든 서로를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래야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은근한 맛이 배는 것이다.   마침내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몸이 뜨끈한 열기에 납땜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로 이어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행복감은 둘이 마주하는 황홀한 시간의 수하.  그는 어른스럽지 못한 내가 찾아낸, 나의 보물.  /p50

 

 

나는 짝사랑을 잘하는 여자.  그녀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마음이 먼저 기울기 시작한다.   일단 마음이 기울기 시작하면 흘러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 마음과 신경이 그곳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고 감정이 헤프거나 한 건 아니다.  그러다 막상 연애가 시작되면 물이 끓어오르다 식는것 처럼 이내 상대에 대한 열정이 사그러 들기 시작한다.  왜일까?  아마도 상상속에 만들어진 상대의 이미지를 사랑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은 그냥 그리움만으로 좋은걸까?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작용, 양방통행이어야 하는데 어쩌면 일방통행에 너무 오랜시간 익숙해져서 소통의 방법이 낯설기 때문일지도.....  막상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때 혼자 그리워하며 상상해왔던 것보다 마음 한구석이 더 허전해지는 건 상대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 였을까?  아니면 내 자신을, 내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걸까?    

 

 

나는 아무래도 돈 냄새를 풍기는 남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돈이 없어 오히려 홀가분한, 그런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렇다고 가난뱅이 마니아는 절대 아니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사랑만 있으면 경제력 따위는 어쩌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철부지 같은 생각은 꿈에도 없다.....중략......이불 속에서 한숨 돌리고서야 관계가 시작된다.  그렇다.  나는 사랑의 줄다리기와는 인연이 없는 여자.  좋아하니까, 날 좋아해 주니까, 사귄다.  그뿐이다.  베리 심플.  /p74-75

   

아까워 내밀지 못한 마음은 쓸모가 없어지고 끝내는 유통 기간마저 지나고 만다.  그런 것들만 마음에 꼭꼭 보존하다 보면 새로운 마음이 들어 찰 장소가 없어진다.  그때껏 나는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늘 아까워한 탓에 결국은 썩어 버리게 했다.  /p100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그때는 같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지.  마음은, 틀림없이 뒤따라 죽을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계속, 같이 죽는 날을 위한 길동무."  남은 인생, 이 남자가 아닌 남자는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를 만나기까지 헛걸음을 꽤나 많이 했다.  조금 피곤하지만 깔끔한 이부자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잠들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천국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이 이부자리처럼 낡았다.  하지만 둘이라면 함께 솜을 다시 터는 방법을 알 수 있다. /p193

 

 

'날 좋아해주는 사람 좋아하기' 마음처럼 될까?  오히려 그 편이 더 어렵다는걸 안다.  결국 내 마음대로 흘러가 버릴거라는걸 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내 마음을 들키기보다 혼자 그 마음을 키우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유치한 사랑놀이가 불가능 할 것 같이 생각되는 마흔 두 살,그녀의 사랑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멈추어 몇 번을 다시 읽기도 하며 움찔 했던건 그런 그녀의 흘러가는 듯 한 감정이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표현처럼 내게 사랑이 어렵고 유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까워 내밀지 못한 마음이 쓸모없어지고 유통기한도 지나 썩어버리게 되서 고여있는 그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돈 없이 우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다 오래도록 마주하게 되는 문장들 사이로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마흔 두 살의 동갑내기의 로맨스는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사랑이란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할 감정일테니까.  흘러가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시길....가을의 시작을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시작하게 되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가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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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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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의 작가로 책을 읽기 전에 국제도서전에서 멀찌감치 뵈었었고,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마력같은 글 솜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계서 더욱 궁금했던 작가분이셨다.  고령화 가족은 제목도 제목이고 책표지가 그닥~이어서 기회가 되면 읽지 뭐..하고 말았는데 지인분께서 이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나셨는데 꼭 추천해주고 싶으셨다며 선물해주신 책이었다.  가족소설을 즐겨읽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이 추천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것은 그저 위선에 가득 찬 역할극에 지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실은 그것이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선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허망한 판타지일까?  집에 들어와 함께 살기 전까지 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힘이 쭉 빠지게 만드는, 평생 달고 사는 오래된 지병 같은 거였다.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두리만을 떠돌며 낭떠러지를 걷듯 살아온 천애의 삶, 아무리 똥줄 타게 뛰어다녀봤자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무능과 무지, 숱한 수모와 상처, 불명예와 오명의 역사.....도대체 내가 어떻게 가족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p141

 

 

정말 이런 가족 구성원이 가능한 걸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가족들이다.  마흔 여덟 살, '오인모' 충무로에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으나 영화는 망했고, 아내도 그의 곁을 떠났다.   영화제작비는 고스란히 그에게 떠넘겨 졌고 그가 실패한 것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결국 수중에 한푼도 남지 않게 되자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집엔 쉰 두 살 전과 오 범의 경력과 백 키로가 넘는 거구의 형, '오함마'가 살고 있다..  얼마 뒤 동생인 미연도 딸을 데리고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는데...  각자의 사연도 다르지만 엄마의 지붕아래 모인 세남매들,  조카, 칠순의 모친까지 가족구성원의 평균연령이 49살이다.

 

인모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들은 자신도 그렇지만 한심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TV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평범한 가족들은 일상에선 존재할 수 없는 판타지 인걸까?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내 입장에선 그들 가족의 세계가 판타지 처럼 느껴진다.  멀쩡하지 못한 가족들이 모여서 부대끼고 살며 알게 된 엄마의 비밀, 형과는 이복형제, 여동생과는 이부남매. 아... 이 가족 정말 어떻게 된거지?  점점 꼬여만 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과연 이런 상황들을 잘 해결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인생이 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이리저리 한 세월 이끌려 다니기도 하는게 세상살이일 터인데 때론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p273

 

 

인모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엄마의 삶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 엄마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 자신의 엄마에 대해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고 생각한 그에게 가족들과의 이야기로 하나 둘 씩 떠오르는 엄마에 대한 과거 속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자신의 자식이 아닌 한모를 자신들과 똑같이 키워준 모성이 가득한 엄마, 한때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가정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던 엄마.  사회에서 실패하고 무참히 깨져서 돌아온 자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며 격려하고 끌어안는 여인 역시 엄마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을 꾸미는데 있어 게으름이 없던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보다 여인으로의 삶을 더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인모의 엄마는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자 했던 여인이 아니었을까? 

 

우린 부모님의 모습을 정형화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빠니까, 엄마니까 그들이 남자, 여자로서의 삶보다 우리의 부모로 남아주기를 원해서 생각하는대로 살아주시기를 원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부모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건 아닐까?  결혼이라는, 자식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면 '자신의 삶' 이라는건 가족들을 위해 조금씩 희생하며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들의 삶과 비교해 본다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인모가 애정을 가질 수 없었던 가족들을 그 자신이 조금씩 깨어지면서 가족을 이해하게 되고 가족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던 게 아닐까?  어떤 가정이나 약간의 문제나 골칫거리(?) 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삶은 살아가는 이들이 각자의 울타리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나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가족에 대해서, 그래고 내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고래 이후 6년만의 작품이라고 하니 다시 6년을 더 기다려야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암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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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품절


제목과 책표지 만으로도 이 가을 떠나고 싶어진다. <물고기 여인숙> 제목만 보고는 소설일거라 짐작했는데 시인인 저자가 4년동안 섬을 찾아 바다를 표류하며 사진 찍고 적어내려간 우리나라 섬 이야기이다. 국내여행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곳들이거나 섬이라면 제주도여행이 전부 였던지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섬들이 있다는데 저자가 다니며 사진으로, 글로, 마음으로 담은 섬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하필 섬이냐고,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남들이 마다하는 오지나 두메를 무던히도 떠돌아다녔다. 방랑자로 살아온 것도 어언 1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 나에게 섬은 궁극의 여행지였다. 오래 떠돈 여행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 그러나 죽을 때까지 떠돌아도 다 가지 못하는 곳이 섬이리라. - 작가의 말





섬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그리고 바다의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에 일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이동이 쉽지 않아 섬여행을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 떠돈 여행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여행지가 섬이라고 하니, 나는 섬 여행을 즐기려면 내공부터 조금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어쩜 섬 여행이라는 자체에 흥미가 없다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걸음을 따라 이동한 국내 섬여행은 나를 위로하며 걷다/ 멀고 또 멀다/ 그 섬엔 문화가 흐른다/ 잠시 바람이 머물다 간다 등으로 국내 잘 알려진 섬들, 생소한 섬들 34곳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섬을 거닐며 현지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만의 감상으로 적은 글들은 여럿이 어울려 여행하는 여행보다는 조용한 여행하는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섬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주는것 같았다.




섬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섬으로 안내하는 길을 소개하는 지도와 배편문의 전화번호가 실려있어서 여행을 떠나고자 하면 바로 출발~ 하고 이 책 한 권만 들고 나서도 될것 같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건 작가 개인의 감상보다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며 그곳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함이 좋았다. 따뜻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젊은 사람들은 거의 떠나고 나이 드신 분들만 지키고 있는 섬들... 10년후, 20년후에 그 섬엔 누가 있어 지나가는 이들을 반겨줄까?


그.리.고.

섬 이야기는 계속 된다. 천천히 걷고 싶은 섬길/ 나만의 섬 일출 일몰 명소/ 섬에서 즐기는 낭만 해수욕장/ TV도 반한 우리섬 (1.대한민국 대표 예능 1박2일이 다녀간 섬, 2.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우리섬) 몇페이지 안되는 이 부분만 참고해도 내가 가고 싶은 섬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계절의 매력을 지닌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섬들. 조금만 눈을 돌려본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여행지들은 많이 있는것 같다. 찬바람이 불기전 높은 가을하늘과 어울릴 만한 나만의 섬, 여기서 찾아봐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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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Sentimental Travel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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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이었을까?  유독 눈에 밟히던 책이었는데 마침 지마켓에서 특가세일중인걸 발견!!   망설임없이 바로 구매하게 됐다.   흐렸던 어느주말, 활자가 가득한 책은 손이 안가고 외출길에 들고 나섰던 책을 집에 다시 들어오기전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을수 있었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그런 생각 아닐까?  나만을 위해 살고 싶지만 과연 그럴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런 시간을 보상받기 위한게 '여행'이 아닐까?  그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할 터이니 그리 알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 없다.  노력하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인연은 끝까지 가게 된다.  너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러했다.  -p133

 

 

저자가 길에서 찍은 사진 한장이 때론 글보다 더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몇 줄의 짧은 글이 날 다독여주기도 했다.  그동안 몇 번의 여행을 했지만 나 자신을 또는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짧은 시간 방문한 다른장소를 더 많이, 더 바쁘게 다니느라 시간이 흘러 그 장소, 그 당시의 기억이 희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정류장에 멈춰 오가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떠나기 위해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또는 도착하기 위해서 우린 떠나고, 돌아오기 위해 정거장에서 멈추곤 한다.  정류장이란 숨고르기 같은곳이 아닐까?  일상생활에서 잠시 스쳐가는 곳이지만 여행자들에겐 멈추어서 다음 여정을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어쩌면 살아가며 가끔은 정류장에서 멈춰 숨고르기하며 다시 달리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순간이 필요한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길에서, 여행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나만을 위한 삶'이란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나만의 삶은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나'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그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기를 이야기 하는건 아닐까?  여운이 많이 남는 안개속을 지나온듯한 느낌을 갖게하는 책이었다.  최갑수님의 다른 여행에세이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사진 참~ 마음에 든다.

 

 

 

어떤 책에선가 인도의 한 순례자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당신이 외롭다면 당신의 외로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은 여행자다.  여행자는 당신의 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먼 길을 걸어가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깊은 숲 속에 묻어버릴 테니까.' -p149 

 

철길을 서성였다.  여행이라는 게 결국 서성대는 거, 그리고 기웃거리는 거다.  담 너머에 뭐가 있나 하고 궁금해하는 거다.  그러면서 내 삶을 흠칫 뒤돌아보는 거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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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불행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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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책 제목때문에 궁금해서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달콤한 불행' 불행이 달콤하다? 달콤함이 불행하다?  어떻게 해도 말이 되는것 같고 또 아닌것도 같고.... 책을 받기 전엔 그냥 단순한 에세이려니 했는데 소설이다.  미국에선 제법 유명하신 작가분인것 같은데 찾아보니 국내에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작가는 책의 소재를 중국음식점의 포춘쿠키를 먹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행운의 메세지가 들은 포춘쿠키 하지만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잖아? 하며  불운의 쿠키를 굽는 지독한 염세주의자 소피를 탄생시키게 된다. 

 

 

행복은 네 속에서 빛나는 선물.

네 마음의 소원은 곧 이루어지리라.  -p33

 

 

9살 생일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저녁식사때 포춘쿠키 메세지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아빠에게 초코렛 한개만 먹는게 소원이라며 조르다가 그만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소피의 9살 생일이었던 그날 가족들을 사고로 모두 잃게된다.  그날의 불행이 모두 자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그 사고 이후 20년의 세월을 자신을 자책하며 보내게 된다.   운명처럼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가렛과의 갑작스런 파혼 이후, 단맛은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쓰디쓴 초코의 맛을 그대로 사용한  그녀만의  '미스포춘쿠키' 그녀가 아침마다 직접 적어 메세지를 넣어 만든 미스포춘 쿠키는 의외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한때 미끼상품에 그칠거라 생각했는데 주력상품으로  날개돋힌듯 팔리자 소피도 깜짝 놀란다.   과자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은 '미스포춘 쿠키'안에 들어있는 불행에 대한 메세지에서 무엇을 찾고자 한 것 일까?

 

 

사방을 둘러보던 소피가 미간을 찌푸리며 지는 태양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해봐. 오늘 이 순간 야외는 아름답고, 태양이 비치고 따뜻해.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아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고, 저 운명의 쪽지는 어디론가 굴러가 버리겠지. 다 망가져버리는 거야. 트러플은? 동틀녘에 배고픈 다람쥐나 너구리가 먹어치우기 딱 좋겠지. 저 운명의 말도, 초콜릿 조각도 결국은 희망도 꿈도 사라져버린다는 걸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될 거야. 부모님에게도, 내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부모님의 이름 아래 새겨진 비문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읽었다. "그게 내 인생담이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진다는 거." - p68

 

 

아픈과거가 있음에도 그녀는 쇼콜라티에로 그녀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쩜 그녀는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들보다 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그녀였다면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녀처럼 아픈추억의 한조각이었던 일을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녀의 29번째 생일날 다시 그녀를 찾아온 가렛 블랙,  그녀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신문에 광고를 내어 영속하는 행복사연 100개를 모아오면 만나주겠다고 한다.  그녀 입장에선 그를 만나고 싶지않은 그녀가 생각해낸 적절한 방패막.   이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그녀를 놀라운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인생이란 그리 크지 않은 삶의 범주내에서 돌아가는 것일까?  그녀가 자신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어린날의 기억이 사고현장에 있던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다른 사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사고는 빗길에 일어난 단순한 교통 사고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에 실수로 인한 인재였을까? 

 

지우고 싶었던, 없었으면 했던 그날의 사건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피.  그녀는 어린시절의 아픔을 딛고 그녀의 사랑도 다시 찾을수 있을까?  어린시절의 기억을 외면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날의 불행을 계속 담고 살아온 그녀가 '그 날'의 진실을 마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   책을 읽다보면 미스테리 같기도하고 로맨스 소설같기도하고, 인생의 처세를 이야기하는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이 모든것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아닐까?  소피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이란 씁쓸함과 달콤함의 조화로 더 아름다움을 발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행복도 불행도 영원한건 없으며, 행복한 순간에도 어딘가에 불행은 다가오고 있을것이고, 불행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행복의 순간은 여기저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함을 일깨워준다.  인생은 씁쓸한 순간도 많지만 달콤한 행복의 순간도 많이 있다는걸....

 

 

"지난 몇 달 간 세상을 보는 내 관점이 좀 바뀌었달까.  맞아, 인생에는 맛이 씁쓸한 순간도 많아.  하지만 그건 여기저기서 터져오르는 행복의 순간 때문에 누그러지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맛있는 경험이 되는거야."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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