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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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음도언젠가잊혀질거야 #스미노요루


"내가 지금 카야를 한 번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도 언젠가 반드시 잊혀질 거야."

스노 사나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내 마음과 소중한 것에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야 해. 그러고 싶어.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지금을 쌓아 올리는 수밖에 없어. 그걸 반복했을 때, 치카를 좋아했던 자신이 분명히 있었다는 지금이 생겨. 음악에 영향을 받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지금이 생겨.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 "잊어도 괜찮아." 치카를 향한 추억의 잔재가, 마음속에 남은 타다 남은 재가, 무너져서 떨어진다.

그 파편들이 내 마음속 저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_428p.


세상 시크한 고교생 카야는 아침저녁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같이 쉬어가는 한밤중의 버스정류장. 어느 날 그곳에서 눈과 손발톱만 빛나는 다른 세계 소녀 치카와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이 속한 세계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통한 이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자신들이 행한 행동이 서로의 세계에 미미하게나마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누구도 마음에 들이지 않았던 카야는 치카와 만나가며 세상 무심하기만 하던 카야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좋아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그러한 마음으로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결심.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치카와 마음이 통했고 공유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치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이후 다시는 치카를 만날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다른 세계의 소녀의 만남은 카야의 한 시절 강렬한 경험과 기억으로 남지만 치카와의 마지막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카야가 열여섯 그 시절보다 더 무심한 어른이 되었지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열여섯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데... 치카로 인해 단 하나뿐인 특별한 인간이 되었던 시절의 자신, 그 시절 좋아했던 치카만큼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고 마음에 담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지만 그러한 카야의 세계를 조금씩 파고드는 사나에와의 이야기로 후반부가 이어진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시절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잊혀지면서 새로운 시간이 쌓여가는 게 아닐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순수하고 강렬했던 순간을 추억하고(떠올리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권하고 싶은 한 권의 소설.


아무래도 인생이란 건 형편없이 시시한가 보다. 어른들이 죄다 10대 시절이 제일 즐거웠다는 소리를 하는 게 그 증거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매일매일을 찬미하고 부러워하다니,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일이 없을 거라니._6p.


이미지와 말이 일치하는 순간이 있다. 마음속에 있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지금 치카가 이름을 주었다. _135p.


사람이 맺는 관계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중단되지 않을 특별함을, 영원한 고양감을 원한다.

그러니 만약 오늘 깨달은 감정의 발아가 언젠가 치카 개인을 향한 커다란 감정으로 성장해도 그건 행복이 아니다. 만남 이상의 무언가, 치카가 없어도 괜찮은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한다.

사람을 향한 감정은 일시적인 위안에 불과하다. 게다가 많은 결단을 방해한다. 그리 쉽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_164p.


"무언가 마음으로 강렬하게 결심하고 행동할 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건 불가능해. 그렇게 남에게 상처를 주면 언젠가 카야의 소중한 것, 지키고 싶었던 신념도 상처를 받게 돼. 예를 들어, 내 가족을 위해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가족에게 상처를 주게 돼. 그리고 자기 자신도 상처를 받지. 엄마는 카야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는 거야." _268p


#소미미디어 #도서협찬 #소미랑 #소미랑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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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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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이신경쓰입니다 #마스다미리


확인을 게을리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확인'도 있죠. 저는 그 별로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_마스다 미리


한 두 권 읽다 보니 꽤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작가, 마스다 미리.

이번 이야기는 '인생에 별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라는 작은 이슈를 일상 속 짧은 에세이와 만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읽기 전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설레는데, '확인'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나도 한 번쯤은 해봤던 생각이 아닌가! 하고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중요한 일은 여러 번 확인하면서도, 체크하다가 지치고 시간이 임박해지면 에라 모르겠다!라는 기분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던 일들, 저자 역시 이러한 순간이 있었다는 걸 읽으며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하고 배시시 웃음이 오르기도 했다. 궁금증이 많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다양한 '확인'들을 읽으며 나만의 '확인'을 찾아 짧은 에세이를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다. 다가오는 봄, 유쾌한 책 읽기로 추천!


길을 가고 있을 때

남의 집 1층 창문 커튼이 열려 있으면 흘끗 들여다보게 되는, 일은 없나요?

빤히 들여다보는 건 안 되니까, 정말로 '흘끗'입니다만,

나는 확인하고 마는 것입니다.

어째서 남의 집 안을 들여다보고 싶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극히 한순간, 그 집 주인의 인생을 살아보기.

머릿속에서 그렇게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_80~81p.


날마다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고, 다른 누구와도 교대할 수 없다. _138p.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도서협찬 #권남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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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장날입니다 - 전국 오일장에 담긴 맛있는 사계절 김진영의 장날 시리즈
김진영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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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장날입니다 #김진영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지역마다 나는 것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 책은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어디 가서 꼭 먹어야 할 음식에 계절을 더한다. 지역마다 맛으로 빛날 때가 있다. 장터와 계절을 같이 봐야 이 책은 더 맛있다. 한반도는 생각보다 넓고, 각 지역은 때에 따라 각자의 맛으로 빛난다. 그 빛을 따라가는 여정이 오일장이다. _9p.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 <가는 날이 제철입니다> 오일장 시리즈의 마지막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는 계절마다 지역의 특색을 품고 있는 맛의 고장들을 찾아 떠난 28년 차 식품 MD 김진영 작가의 글이다. 봄에는 미나리가 제철인 창녕, 경북 상주에서 참외를 여름을 앞둔 5월은 꽃게가 제철, 함안 수박으로 고구마 순이 보이면 여름이 시작이라고 한다. 여름은 전라남도 신안의 새우젓, 경상북도 고령의 자두와 감자 멜론, 우리나라의 생활협동조합이 처음 시작된 강원도 원주. 가을 시작을 알리는 밤은 충청북도 충주가 유명하고 밤의 품종은 그냥 먹으면 아삭하게 맛있는 밤, 보늬밤을 만들면 좋을 밤 등 계절별로 새롭게 알게 되는 맛으로 한가득이었다. 장의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받아 열리지 못하는 날은 다음에 열리는 날 방문하면 되지만... 지방 소멸로 인한 사는 이, 파는 이의 감소로 시장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조금 늦었지만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라는 제도로 개인이 선택한 지자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금 혜택과 함께 지역 특산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지역, 또는 관심 특산품을 계기로 선택해서 지방 소멸을 조금은 늦춰볼 수 있지 않을까?


책에 수록된 시장의 풍경과 작가의 글에서 읽을 수 있었던 시장의 정취는 오래전 엄마를 따라 장보러 나섰던 청량리 경동시장, 부모님을 따라 호기심에 나섰던 지방의 작은 장터 등을 떠올리기도 했다. 싱싱한 야채와 생선, 지역의 특산품들을 구경하며 시장통에서 판매하는 각종 주전부리들을 즐기는 것도 장날의 맛으로 기억에 남아있어 가족과 함께 또는 아이들과 함께 전국 오일장 지도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계절 따라 맛 따라 떠나는 오일장 여행 다음 나들이는 오일장으로 결정!


오일장이 서지 않는 지역이 몇 곳 있다. 지난 80개의 시장 기사 중 서산, 강릉은 오일장이 없는 동네였다. 아직 취재하지 않은 속초와 이번에 다녀온 부안 역시 오일장이 없다. 전국에서 열리던 오일장은 물류가 발전하며 대다수 상설시장으로 대체되었다. 필요하면 열리고, 필요 없으면 사라진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떤 형태로든 장이 열린다. 매일, 혹은 5일, 그마저도 힘들다면 10일에 한 번이라도 말이다. _63p.


오일장의 매력은 기대하지 않았던 식재료를 만나는 재미인 듯싶다. 틀에 박힌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과는 다른 오일장의 매력. 다니다 보면 보물찾기 하는 재미가 있다. _247p.


#오는날이장날입니다 #가는날이제철철입니다 #상상출판 #상상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협찬 #오일장여행 #책추천 #오일장 #전국오일장 #전국여행 #book #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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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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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학대에서벗어나기 #비벌리엔젤


우리는 약해서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한 번쯤, 아니 사실은 여러 번 피해자가 되며, 누구도 피해자가 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이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학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해한 후, 필요한 전략을 활용하여 학대적인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이 이러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_21p.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문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은 정서적 학대에 대한 네 권의 책을 펴냈지만, 이 책은 아마도 그가 집필한 책들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서적 학대는 가려져있고, 교묘하며, 이것이 학대인가?를 인지하기에 너무도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그 피해 정도가 너무도 서서히 나타나 눈에 보이지 않기에 가장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고 한다.


1부 수치심과 정서적 학대의 관계

2부 수치심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3부 떠나야 할까 남아야 할까?

4부 떠난 후에 해야 할 것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해 봤거나 '그랬던 건가?' 하고 의심해 봤음 직한 사례들은 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의 일상과 비교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쉽게 이해된다. 자신의 심리 상태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해 보고 싶다면,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혹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게 되는 글이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돌보자. 내가 소중해야 나도 나의 주변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책. 많은 이들이 읽고, 이야기하고 알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일수 있으므로..


정서적 학대는 가장 알아보기 어려운 학대에 속한다. 너무나도 가려져 있고, 교묘하며,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정서적 학대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그 피해는 너무나도 서서히 나타나서 처음에는 당사자조차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학대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한 피해도 미묘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별것 아니라 생각하거나 피해 자체를 부정하며 착각이라 믿으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_10p.


정서적 학대는 종종 말을 통하지 않고도 이루어진다. 표정이나 몸짓만으로도 정서적 학대가 가능한 것이다. _43p.


정서적 학대는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리는 고문에 비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마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당신을 점차 무너뜨린다. _51p.


가스라이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신호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시 자신을 신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_168p.


스스로에게 연민을 베풀고 마음속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 인지, 나아가 존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서적 학대는 당신에게 많은 아픔을 남겼다. 그 경험은 당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망가뜨렸고, 당신으로 하여금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을 품게 했다. 또한 학대 경험은 당신에게 인지와 정신에 대한 자기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정서적 학대로 인해 입은 피해이며 상처다. 치유를 위해서는 우선 상처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_227~228p.


학대적인 파트너의 곁에 남기로 했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그 대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택이 가져올 결괴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고, 늘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돌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_354p.


#도서협찬 #소미랑 #소미미디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인문 #심리 #인문심리 #book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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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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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양조장집 #도다준코


이 집에 온 지 벌써 50년이 되었다. 평생 대나무 소리를 들어왔다. 낮에도 밤에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행복했을 때도 그렇지 못했을 때도. 긴카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어준 것은 양조장과 저 대나무 숲이었다. _9p.


오래된 양조장집의 공사를 시작하려던 날, 오래된 어린아이의 유골이 발견되고, 이를 좌부동자라 이야기하는 긴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못하는 나오타카, 요리사 못지않은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미노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슬쩍하는 도벽을 가지고 있다. 늘 밝은 웃음을 지으려 하는 긴카는 화가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하지만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엄마를 원망하는 열 살 소녀이다. 엄격한 할머니 다즈코와 인형같이 예쁘지만 얄미운 한 살 많은 고모 사쿠라코. 얘는 긴카와 개연성이 있겠어? 싶었던 쓰요시와의 인연까지..


<대나무숲 양조장집>의 표지글을 읽으며 '한 가족의 일대기, 가족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얼마나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독성은 둘째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생생한 등장인물들은 개성 있으면서도 사건이 하나씩 벌어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놀라움에 긴장할 즈음이면, 엄마 미노리가 차려내는 음식들의 등장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서술하고 있어 야심한 시각에 읽기엔 참으로 괴롭기도 했다. (후에 폭풍 눈물을 흘리는 계기가 되기도)

자기 멋대로인 고모와의 인연은 정말 너무도 얄미워서 나중에 사쿠라코 때문에 뭔 사건이 터져도 터지겠구나 싶었는데, 그마저도 보듬어 안는 스케일이라니.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미운 캐릭터도 있지만, 개개인의 사연을 놓고보자면 하나같이 안쓰러운 면이 있는 이들..


이정도 비밀은 있어야, 이정도 파란은 겪어야 단단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야! 가족이라고 비밀이 없고, 사랑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가족'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비밀과 거짓으로 얼룩진 밤들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긴카의 이야기는 , 그야말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기게 될 것이다. 추천!!


불을 켜자 구석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놀라서 숨을 삼킨 순간, 나무통 뒤에서 작은 사람 그림자가 후다닥 달려갔다. 남자아이다. 기모노를 입고 있다. 어둠 속에 하얀 발바닥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나무통과 나무통 사이 어둠으로 사라졌다. 양조장 안에는 차닥차닥하는 발소리만 남았다. 방금 그 아이는 누구일까. 이웃집 아이인가, 하고 생각하고 퍼뜩 깨달았다. 좌부동자다. _101p.


쓰요시가 스스로를 얼마나 탓하고 있는지 안다. 네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죄 아닌 죄는 보통의 죄보다 더 질이 안 좋은 법이다.

긴카는 아빠가 죽었을 때를 생각했다. 내가 좌부동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하고. 내가 아니라 아빠가 봤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한다. 분명히 죽을 때까지 생각할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다. 죄 아닌 죄는 그런 것이다. 죄가 아니기 때문에 속죄하지 못한다. 속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_251p.


긴카는 오랜만에 오동통 참새 토령을 꺼내서 흔들어봤다.

딸랑, 달랑달랑.

토령은 여전히 옛날과 똑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다, 어디로 굴러가든 가다 멈춘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 되는 일에 생떼를 부려봤자 추하기만 하다. 가정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모 자식 간이든, 자식이 없는 부부이든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하고 긴카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_321p.


오탈자 222p. 아래서 세번째줄

나오타키 씨를 -> 나오타카 씨를


#소미미디어 #소미랑 #도서협찬 #이정민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추천소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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