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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8월
평점 :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는 2017년 새해에 엄마가 신년 포부로 꺼낸 말이었다. 그보다 앞선 2015년 새해에도 "올해는 어떤 해를 보내고 싶어요?" 하고 물었더니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다." _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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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님을 간병하다 떠나보냈다고 하는, 내게 있어 간병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말이다.
"나오코 씨, 저는 엄마를 간병하다 떠나보내고서 생각했어요. '간병은 부모가 목숨 걸고 해주는 마지막 육아'라고요."
(···) 엄마는 지금,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 자식인 내가 인간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마지막 육아를 해주고 있구나...
_253p.
영상감독인 딸이, 치매 진단을 받은 85세의 엄마와 그런 아내를 조용히 보살피는 93세의 아버지를 기록한 애틋한 나날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깊이 와닿고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나의 엄마가 과거를 하나씩 잊어가며 자신이 딸과 남편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닌지... 영상감독인 딸이 카메라를 구입하고 부모님의 모습을 간간이 촬영하던 것을 엄마의 치매가 의심된 후로 영상 찍기를 잠시 멈추었던 딸에게 "내가 이상해져서 안 찍니?" 하고 물어오는 엄마의 질문에 자신을 돌아보는 딸. 홈 비디오를 다시 들게 되면서 우연한 기회로 엄마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TV 방송을 타고,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질병으로 정의되고 기억될 수 없으며, 우리도 언젠간 늙고 병들어갈 것이며 결국 서로에게 연결되어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변에 요양 시설 전문 병원이 부쩍 늘어나고 '노치원'이라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노령인구, 그를 뒷받침해 줄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걸 감안할 때 앞으로 이런 가족의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어갈까? 꽤 어린 나이부터 가족들의 죽음을 경험했던 터라, 삼십 대 즈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시간들은 사십 대 즈음부턴 '부모님과 이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만약 우리 가족에게도 치매 환자가 발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간병은 부모가 목숨 걸고 해주는 마지막 육아"라는 문장이 맴돌고 또 맴돈다.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나를 위해 일독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가족이 늙고 간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 또한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각오와 마음의 자세다. _37p
치매 가족을 간병하고 있으면 무의식중에 상황에 매몰돼버려 감정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기 쉽다.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비참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빈틈없이 척척 잘했으면서 대체 왜...'
'같은 소리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왜 저런 폭언을 내뱉는 거지....'
사사건건 슬퍼진다. 상대는 아프니까 어쩔 수 없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만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돼 말이 거칠어지고, 뒤늦게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하며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이다. _147p.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기 마련이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는 건 당연하다._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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