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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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언니에게보내는행운의편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는 정세랑 작가의 이런 말에서 시작했습니다.

천년 전, 이천 년 전의 여성 작가들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언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흐름 속에 내가 있구나, 릴레이 같다는 생각을 해요. _ jtbc 「방구석 1열」 141회에서

 

'언니'에 대한 막연한 마음 같은 게 있었다. '언니가 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많은 언니와 부대끼고 경험하며 그들에게 많은 보살핌을 받기도 했다. 때론 친언니보다 더 친언니 같은 마음으로 조언을 해주고, 이끌어주었던 내 삶의 언니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살면서 부대껴온 많은 언니들이 있기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라고 생각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쓰인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시대의 여성 창작자들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는 그 대상이 다양한 만큼 이야기도 짧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페이지를 넘기며 나만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질 것이다. 다정하고 든든한 언니들의 편지,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언니들의 이야기, 추천하고 또 추천하고 싶다.

 

이 행운의 편지가 이전 세대의 여성과 당신을,

당신과 다음 세대의 여성을 잇는 가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막힌 벽, 제한선. "너는 여기까지만 해" 하고 가로막는 손이 나타나면 함께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더 나빴던 과거에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았던 여성들처럼요. 어떤 거부는 거부 받는 사람에게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점점 더 명확하게 보게 됩니다. 혼자 걸을 때에도 함께라는 걸 알고 나자 벽들이 투명해져요. 벽을 짓는 사람들보다 멀리 걸어가기로 해요. _14p. #정세랑

 

여성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끌어줄 때 발휘되는 힘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잘했다고 더 많이 말해줘야 합니다. 여성은 쉽게 공격당하고 폄하되고 통과하기 힘든 벽을 늘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_25p. #김인영

 

여자들의 아름다운 공동체.... 자매애... 시스터후드... 더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막 이렇게... 꿈을 꿨어. 그 꿈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 사실은 여자들끼리 갈등이 얼마나 많은데?

페미니스트는 유연하게 교차하고 치열하게 싸워야 해. 투쟁은 인류 문명의 필연적인 현상이고, 우리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언니,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는 지치고 어려워. 이게 나의 자기 검열인지. 가부장제의 더 커다란 검열인지 헷갈리기도 해. 때로는 이 사회가 우리를 영원히 여자로 묶어두려는 것 같아. _206p. #정희진

 

#손수현 #이랑 #이소영 #이반지하 #하미나 #김소영 #니키리 #김정연 #문보영 #김겨울 #임지은 #이연 #유진목 #오지은 #김일란 #김효은 #김혼비 #창비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창비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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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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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가는 세상. 간혹 정말 이해도 안 되고 이상한 사람과 엮일 때가 있다. '내가 잘못된 걸까?' 싶어 맞춰보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고, 단지 나보다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저 '당하기만'해야 하는 입장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본다면?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갈 수 있는 데까지 힘껏 도망가라고... 그리하여 '나를 지켜주고 알아주는 사람'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어린이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짧은 문장과 그림을 넘기다 보면 '이 책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때로 몇 줄 안되는 글과 그림이 큰 위로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사람에 일에 치이고 마음이 분주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관계에 지친 어른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도망치고 찾고 움직이고, 움직여서 부디 '무언가를' '누군가를' 찾기를...

 

'위험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움직여.

'좋아해!'라는 생각이 들어도 곧바로 움직이고.

우리는 움직이기 위해 살아 있으니까.

 

#도망치고찾고 #요시타케신스케 #권남희 #어린이 #어른이책 #추천그림책 #주니어김영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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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 그림으로 남긴 순간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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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네가다시제주였으면좋겠어


앞으로의 제주 여행을 생각한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관광지라고 생각했다면 이 섬을 이렇게 오래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명소를 순회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로컬에 스며드는 여행을 꿈꾼다. 이것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알알이 맺힌 제주의 작은 마을들을 다시 바라보고자 하는 이유다.

오래 머무는 여행,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지향한다.

그 수단으로의 그림 여행을 권한다. _9p.


여행을 하며 사진으로 순간의 추억과 풍경을 담아내는데 익숙해졌을 즈음, 느린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간단한 스케치로 여행지의 풍경을 남기고 싶은 로망은 오래된 꿈이기도 해서 해마다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기도 하다. (완강했던 적이 있던가...ㅠㅠ) '그림으로 남기는 순간의 기록' 어쩌면 그림 그리는 시간 동안 현지에서 경험하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조금 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내 손으로 기록하는 그 순간의 감상이 있을 것이다.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시간과 흔적이기에 더욱 마음이 가는 게 아닐까?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혼자, 천천히, 북유럽>등 여행과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 김현길의 신간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는 그가 제주를 직접 걷고 보고 그린 순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제주의 역사, 오늘의 이야기, 풍경, 그리고 상점들의 건물 외관 이미지와 주소,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수록하고 간략한 소개를 담고 있어 그림을 담은 여행 에세이 같기도, 그림으로 그린 여행 안내서 같기도 하다. 막내동생네가 제주로 이사한지 3년 차가 다 되어가는데 내년엔가 볼 수 있으려나? 가게 된다면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를 들고 그가 소개한 여행지들을 방문해 보고 싶다.


여행 작가로 활동하며 가지게 된 고민이 있었다. 대중에게 여행지를 소개하는 행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그로 인해 여행지의 자연과 본래의 정취를 파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몇 년간 제주도의 변화를 지켜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 우선 관광객의 숫자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정비되어야 한다. 지역만의 자연과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공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여행자로 하여금 이곳만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_63p.


하루의 여행이 끝났고 스케치북엔 몇 장의 그림이 남았다. 긴 시간 걷고 그리느라 팔다리는 뻐근했지만, 풍경이 간직한 이야기를 생생히 더듬을 수 있었다. 두 마을에 남은 미처 다 만나지 못한 이야기들엔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이곳을 찾아올 핑계가 생겼다. _221p.


결국 이야기는 모두 길 위에 있었다. 섬을 그저 관광지로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마을 안 올레와 푸르른 밭담길을 걸었다. 드센 바람에 흔들리고 뙤약볕에 찡그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걷고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멈춰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며 풍경이 말을 걸어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 느린 여행의 결과물로 수십 권의 스케치북이 남았다. _에필로그


#리모 #리모의여행드로잉 #상상출판 #여행에세이 #스케치여행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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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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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웃오브이집트


나는 알렉산드리아에 대해, 잃어버린 시간과 잃어버린 세상, 마침내 다가온 끝의 최후, 코스타 씨, 몬테펠트로, 알도 코흔, 로테, 플로라, 지금은 너무도 멀리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 말을 자르며 경멸스러운 악취라도 물리치듯 손사래를 쳤다. "다 쓸데없어. 난 현재에 산다." 내가 불러낸 향수가 짜증 나는 듯했다. _10p.


<콜미 바이 유어 네임>, <파인드 미>, <수수께끼 변주곡>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는 이집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개성이 뚜렷한 대가족과 인물들과 생생하게 그려지는 배경들은 이 작품 이후에 발표된 모든 소설들의 출발점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국적인 이집트의 풍경과 시대적인 배경을 살아갔던 가족들의 이야기 미묘한 감정과 언어를 통해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여느 에세이보다 느리게 읽었고 그래서 더 꼼꼼히 읽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햇살을 머금은 모래 언덕, 오래된 야자수 이국적인 풍경과 뜨거운 바람, 바다가 일렁이는 파도, 북적거리는 도시의 세세한 묘사들은 이국적인 풍경들과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이집트로 데려갈 것이다. 안드레 애치먼 작품의 시작점으로 이야기되는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 이 작품을 읽으며 먼저 읽었던 작품을 되짚어 보는 것도 책 읽기의 또 다른 재미가 되어주지 않을까?


플로라 숙모의 표현에 의하면 이집트의 하루는 세상에서 가장 길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 외할머니는 아무런 걱정근심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불쑥 말했다. 친구와 가족, 집, 피아노가 있는 곳에서 평화로운 오후 햇살과 함께 삶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싶어진 거였다. Une bonne viellesse, 좋은 노년을 준비한다는 건 그런 뜻이었다. (···) 잠자는 동안 어느 상냥한 이의 손을 붙잡고 저세상으로 가는 것, 치욕과 수치심을 겪을 필요가 없는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_73p.


옥상은 매우 고요했다. 저 아래에서 윙윙거리는 자동차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손 닿는 것마다 델 듯이 뜨거웠다. 텅 빈 옥상을 돌아다니며 다른 건물들의 옥상을 바라보노라면 무한한 지평선을 따라 늘어진 거대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파란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나 나를 손짓해 부르는 바다였다. _144p.


일주일 후 몇몇 가족이 이집트에서 추방되었다.

3개월 후에는 네 명이 스스로 떠났다.

곧바로 여섯이 더 떠났다. 다들 프랑스에 정착했다.

1년 6개월 후에는 성녀와 남편도 프랑스로 떠났다.

이제 이집트에는 엘사 할머니, 플로라 숙모, 공주, 네심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우리 세 가족 해서 여덟 명밖에 남지 않았다. _274p.


#안드레애치먼 #안드레애치먼회고록 #에세이 #잔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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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의 꽃 1~2 세트 - 전2권
최정원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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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전자책으로 구입해두고, 묵히고 묵히다 우연히 읽게 된 <묵호의 꽃>

신분과 남녀의 신분이 명확히 나뉘던 조선시대, 북방의 오랑캐 침입으로 큰 혼란을 겪은지 3년이 지났지만 심상치 않은 사교모임과 조정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하나뿐인 누이를 잃고 팔을 다쳐 한량처럼 지내는 병판의 아들 민훈. 민훈의 정혼자인 시호. 음식, 밭일, 수놓기까지 재주꾼인 솔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이웃이기도 한 동네 오라버니 현은 어떤 사람인 것인지! 그리고 민훈과 이솔의 곁을 맴도는 기묘한 능력자 시백, 인물들의 캐릭터도 생생하지만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은 조선시대 연애 활극! (사실 로맨스 라인이 살짝 약해... 민훈, 현오라버니, 솔의 삼각관계가 조금만 더 그려졌다면 참 좋았을 텐데, 솔이가 너~~어무 눈치가 없...ㅋㅋ ) 시대를 생각하면 이런 여주 캐릭터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솔이~ 볼수록 매력 있어. 인물 하나하나 매력있었던 묵호의 꽃!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드라마화되며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결은 <성균관 스캔들>과 더 닮아 있는 느낌이다. 무겁지 않고 발랄하면서도 스토리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도는 소설이었다. 나 왜 이제 읽었니!!! 생생하고 통통 튀는 인물들과 빠른 전개에 날 새는 줄 모르고 빠져들 소설이다. <묵호의 꽃> 드라마 갑시다!


“바보냐?”

“네?"

차사가 늘어진 갓끈 끝을 잡아당겼다. 굳게 묶은 매듭이 그 손에서 스르르 풀어졌다.

“내 평생, 너같이 둔한 인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왜 화를 내나

솔은 그렇게 생각,했다.

차사는 갓 끄트머리를 잡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어깨가 크게 부풀었다 내려앉았다.

“너 빼곤 다 알더라. 어떻게 너만 모를 수 있느냐. 네가 제일 많이 봤으면서.”

낮은 목소리가, 조금은 서글픈 울림을 가지고 흘러나왔다.

민훈은 갓을 벗었다. 부드러운 사가 얼굴을 스치며 흘러내리더니 허공으로 날려갔다. 천천히 내리는 팔을 따라 그의 세상도 느리게 밝아졌다. 드디어 마지막 그림자 하나마저 모두 걷혀 나가고,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갓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솔아. 그만 이리 와라.”_묵호의 꽃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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