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여신 - HERA(JUNO)
서양에서 6월은 결혼의 계절이며 6월을 June이라고 하거니와, 이것은 결혼의 여신 주노(Juno)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여신은 로마의 제우스인 주피터의 아내로서, 그리스에서는 헤라(Hera)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녀는 신성한 결혼과 그로부터 성립하는 가정을 수호하는 신이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헤라의 시녀이며 심부름꾼이며 헤라가 총애하는 새는 공작이다.
결혼의 순결성을 상징함인지 그녀는 해마다 지하 세계의 입구인 스틱스 강에서 목욕을 하고 처녀성을 회복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헤라 자신의 결혼 생활은 결코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헤라의 남편 제우스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그는 헤라 이전에도 많은 여신과 관계를 맺었고, 헤라와 정식 가약을 맺은 이래로도 무수한 여신과 인간의 여인들을 농락하였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트로이의 왕자였던 가니메데스에게 반하여 그를 하늘로 불러다가 시동으로 삼기까지 했던 것이다.
결혼의 여신인 헤라가 자기 자신의 결혼 생활에 흠집을 내는 이따위 불륜의 연적들을 그냥 내버려 두었을 리가 없다. 제우스와 관계만 맺었다 하면 그 여인이든 여인의 자식이든 헤라에게 모진 고초를 당해야만 했다.
이오는 헤라의 질투에 쫓겨 그리스에서 이집트까지 가야 했으며, 제우스의 사생아 헤라클레스는 평생을 모진 고생속에 보내야만 했다.
매서운 질투로 무장한 헤라여신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여인상이다.
그러나 모계제에서 부계제로 이행하고 있던 초기 그리스 사회에서는 매우 낯선 성격의 여신이었을 것이다.
루이스 모건의 [고대사회]라는 책에 따르면, 원시 모계제 사회에서는 남자도 여러 여자와 분방하게 성 관계를 맺었고, 여자 역시 아무런 도덕적 가책없이 여러 남자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이 시대에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많은 자식들이 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혈족을 형성했다는 것이 모건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헤라처럼 한 지아비를 자기 곁에 붙들어 두기 위해 그렇게 애를 태우는 여인상이 존재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을 하고, 제우스를 가장으로 하는 올림포스 가족이 탄생한 것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부계제 가족제도가 이때에 이미 정착되어 있었음을 알려준다.
헤라도 본래는 모계사회가 섬기는 '가슴 넓은' 지모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신과 인간의 아버지인 제우스와 결혼한 뒤의 헤라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도끼눈을 하고 남편의 외도를 단속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둔갑하고 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