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라이히 음반을 듣다 보면 숨이 가빠지는데 오늘도 《Music for 18 Musicians》을 듣다가 재즈에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marimba와 xylophone이 이 음반에서는 긴장감을 한껏 조성한다. 왜 이런 걸까 찾아보게 됐다.


 

˝미니멀리즘이란 단일한 음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연결의 사슬에 관한 것이다. 쇤베르크는 12음렬을 발명했다. 안톤 베베른은 그 패턴 속에 있는 비밀스러운 고요함을 찾아냈다. 존 케이지와 모턴 펠드먼은 음렬을 표기하고 고요함에 방점을 찍었다. 라 몬테 영은 음렬의 속도를 늦추고 최면술같이 만들었다. 테리 라일리는 롱톤을 조성주의 쪽으로 이끌었다. 스티브 라이히는 그 과정을 체계화하고 장(field)의 깊이를 부여했다. 필립 글래스는 거기에 동력화된 모멘텀을 주었다.”
- 알렉스 로스, 나머지는 소음이다, 21세기북스, 2010

“스티브 라이히가 리듬 변화에 집중한 반면, 필립 글래스는 점진적 선율 변화를 중시한다. 그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온음계적이며 간결한 짧은 선율 조각을 조금씩 바꾸어 반복하는 방식으로 미니멀 음악에 접근했다.”
- 임지선, 영화로 보는 현대음악, 수문당, 2014

 

 

 

 


※ 모든 인용은 나무위키 참조 : https://namu.wiki/w/%ED%95%84%EB%A6%BD%20%EA%B8%80%EB%9E%98%EC%8A%A4


임지선 씨는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 비교를 가장 간명하게 표현했다.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서 내가 자주 받는 인상은 리듬 변화가 맥놀이 현상(소리가 중첩되어 주기적으로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현상), 페이즈 프로세스(phase process, 여러 소리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하거나 가속을 시켜 엇갈리게 하는 효과)를 뛰어넘어 초과 상태가 된다는 거다. 그래서 스티브 라이히 음악은 경계를 뚫고 나가려는 포지티브로 느껴지는 반면 클래식의 자장을 아우르는 필립 글래스 음악은 소용돌이처럼 안으로 파고드는 네거티브로 느껴진다. 두 사람 다 점진적인 반복의 구조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지만 이게 내가 두 사람에게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다. 이러한 특징은 스티브 라이히가 필립 글래스에 대해 구식 관습을 고수하는 걸로 비판하고, 필립 글래스가 스티브 라이히에 대해 청중을 간과한 자기도취적 음악이라고 비판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나의 동료들은 구식(Old-fashioned) 작품들을 쓰는 데 만족한다. 그리고 그런 작품이 필요한 곳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작곡가가 아니다. 내 최고의 작품들은 언제나 관습에 의문을 던진다.” 즉, 필립 글래스는 낡아빠진 음악에 투항한 것에 불과하다는 조소.
- 스티브 라이히

“이런 질문이 있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질 때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다면 그 나무는 소리를 낸 것인가?‘ 나는 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에는 청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은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세계 곳곳에서 자주 연주된다. 즉, 필립 글래스는 ‘관객 없는 음악‘은 썩어 문드러진 음악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것.
- 필립 글래스

 

 

 

미니멀리즘 음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의 적대는 일견 재밌다. 줄리아드 음대 동문이기도 하면서 철학을 공부한 학업 경력이나 택시 운전, 같이 이삿짐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가난한 예술인이었던 점. 심지어 같은 여자친구를 사귈 정도로 악연의 인연; 필립 글래스가 미니멀리즘에서 맥시멀리즘(Maximalism)으로 확대된 건 스티브 라이히와 라이벌 관계로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묶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11월 LG 아트에서 크로노스 콰르텟이 연주할 스티브 라이히 Different train을 기다리고 있다.
http://m.lgart.com/Home/Azine/AzineView.aspx?Id=56071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에 대해 떠들었지만 오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네덜란드 음악가 Joep Beving(윱 베빙).
Olafur Arnalds(올라퍼 아르날즈)와 비슷한 느낌인데 두 사람 다 네오 클래시컬로 분류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영화음악에서도 돋보이는데 아르날즈가 메탈, 일렉트로닉 등을 가미하는 실험성이 강한 스타일이라면 베빙은 좀 더 대중적인 클래시컬함을 보여준다.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처럼 서로의 음악을 디스 하진 않을 거 같다.

 

Joep Beving - Solipsism - Midwayer - Album launch - Amsterdam - March 2015

https://youtu.be/2ls_LTGBT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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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오래된 라이트박스가 있다. 남대문 화방에서 낑낑거리며 사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거운 것보다 내 욕심이 더 커서 내 키만 한 탁자도 대중교통으로 동대문에서 경기도까지 날랐다. 가난은 부끄러울 여유도 주지 않을 때가 많다.

며칠 그런 기미가 느껴지긴 했는데 마침내 라이트박스의 써크라인(원형 형광등)이 꺼졌다. 언제든 살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해 조급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동네 철물점을 갔고 이제 단종돼 안 나온다는 소릴 들었다. 다른 철물점에서 먼지 속에 2개만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 쓰던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이었다. 가격도 2배로 받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더 돌아다녀 본 들 나아질 거 같지도 않아 그냥 샀다. 받아든 것에 짤그랑 소리가 나서 다른 것으로 바꿨다. 2개뿐이니 이것 아니면 저것이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의향이라면 LED 라이트박스로 바꿔야 하겠지. 그런데 난 언제나 미루고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잘하고 싶었지만 태블릿 모니터도 늘 꿈만 꿨다. 처음엔 가난이고 다음은 무력감 그다음은... 날 놀라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부끄러워진다.
노인 내외가 마지막 남은 써크라인이 망가진 게 아닌가 체크하려는 중이었다.
깜빡. 깜빡. 깜빡.
나는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깜빡. 깜빡. 깜빡.
어차피 될 것이었다. 그렇게.




2. 늙은 할멈의 절망


조그맣고 쭈그러든 할멈은 아기를 보자 아주 기뻤다. 누구나 예뻐하고 모든 사람이 즐겁게 받들어주려는 그 귀여운 아기는 작은 할멈처럼 가냘프고 또 할멈처럼 이가 없고 머리털도 없었다.
그래서 할멈은 아기에게 다가가 웃음을 띠며 보기 좋은 얼굴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기는 이 착한 늙다리 여자의 손길에 겁이 나서 발버둥을 치며, 온 집안에 가득차게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댔다.
그 서슬에 착한 할멈은 제 몫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밀려나, 한쪽 구석에서 울며 중얼거렸다ㅡ˝아! 불쌍한 우리 늙은 여편네들은 누굴 즐겁게 해줄 나이가 지났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어린애들을 사랑해주고 싶어도 두렵게 할 뿐이구나!˝


 



ㅡ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산문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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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그림이 ‘1일 1그림‘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군요! AgalmA님은 그런 면에서 다작을 하시는 작가네요^^:

AgalmA 2017-09-24 14:44   좋아요 1 | URL
제가 원하지 않는 그림도 거의 매일 그리니 다작은 다작이죠~_~

북다이제스터 2017-09-2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식한 질문해도 될까요? ㅠ
라이트박스는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요?
죄송합니다, 무식해서요....ㅠ

AgalmA 2017-09-24 14:46   좋아요 0 | URL
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 볼 때 쓰듯, 필름 사진에서 필름들 체크할 때 쓰듯 라이트박스는 쓰기 나름이죠. 제 작업에서는 종이 여러 장을 덧대어도 그림을 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되고 있죠. 이 과정도 언젠간 사라지겠죠.

북프리쿠키 2017-09-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무식한 질문ㅠ
<파리의 우울>민음사판 어떤가요??

AgalmA 2017-09-24 14:51   좋아요 1 | URL
민음사판 윤영애 교수 번역은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 말씀 드릴지....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악의 꽃>은 윤영애 교수가 번역했고 민음사에서는 또 황현산 선생 번역으로 나와 서로 각축인 양상이네요^^;
북프리쿠키님이 말씀하셔서 <파리의 우울> 민음사판도 도서관에서 빌려 둘을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희선 2017-09-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시간이 흐르면 아예 나오지 않죠 왜 그렇게 되는지 아쉽습니다 더 나은 걸 만들어서 그렇겠지요 그걸 쓰는 사람은 이상하게 본래 쓰던 게 좋은데 말이죠 물건 만드는 사람은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편하고 새로운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봐요 물건 만드는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겠지만...


희선

AgalmA 2017-09-24 18:01   좋아요 1 | URL
형광등 쓰는 라이트박스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죠. 아쉬움은 없습니다. 발열이나 전력소모, 광량 모든 면에서 led 쓰는 게 훨씬 나아요. 이 글에서 어떤 우울이 느껴졌다면 이 끝없는 적응에 대한 제 심정 때문일 겁니다.
 

9월 알라딘 굿즈 ‘자기만의 방‘ 스테인리스 컵 입수 기념. 혹시 아십니까. 스테인리스 컵으로 맥주를 마시면 유리잔보다 더 시원하고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은 탁월한 선택~
그러고 보니 10월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읽어야겠군. 아, 나의 무한한 즉흥성이여. 내 독서 전개는 대개 이렇다;;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들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표면상으로는, 특정한 종교적 믿음과 과학 지식의 특정한 측면이 지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과 충돌하는가? 성서에 대한 믿음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에서 진화했다는 믿음과 양립할 수 없는가? 기적에 대한 믿음은 물리학이 밝혀낸 엄밀하게 법칙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충돌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유의지와 신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양자역학의 이론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입증될 수 있는가? 이 장의 제목ㅡ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ㅡ이기도 한 질문의 한 가지 대답은 이러한 지적 양립 가능성의 문제들이다.˝
ㅡ토머스 딕슨 《과학과 종교》, 1.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중


 

토마스 딕슨의 실증적인(?) 접근과 발화 방식이 맘에 든다. 이 편도 저 편도 아니요 하면서 애매모호하면서도 편파적인 책이 많아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좀 더 사나울(?) ‘ ‘악마의 사도‘, ‘다윈의 로트와일러‘라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이 일련의 행보는 한국의 한 장관 후보자가 지구 나이 6천 년이란 창조과학에 빠져 있는 걸 목격한 충격 때문일 수도 있다.


간밤에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을 다 읽었다. 역자도 그런 경험을 말했지만, 한병철 저자 책의 장점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책의 형식이다. 이 책도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다. 한병철 저자를 서양 철학에 경도되어 그걸 한국에 퍼트리는 책팔이쯤으로 보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계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앎에 대한 우리의 방편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평가의 저자인지라 선불교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더 궁금했다. 저자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에서 플라톤, 하이데거, 에크하르트, 니체, 라이프니츠, 헤겔, 부버 등을 거론하며 서양 인식의 틀과 한계를 선불교의 핵심 개념들(무, 공, 무아, 무주, 입적, 자비)과 비교해 잘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동양인이고 서양 철학을 공부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에겐 어렵거나 가볍거나 할 테지만 최소한 내겐 울림이 큰 책이다. 선불교 책은 내게 언제나 그랬다. 머릿속을 헹궈준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살고, 전체적으로 죽습니다. 판단 작용에도 들어 있는 구분에서 걱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삶'을 '죽음'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삶의 너머를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죽음과 삶의 관계]은 겨울과 봄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겨울이 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봄이 여름이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신 태도는 독특한 시간 경험과 상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에 전체적으로 머무릅니다. 이렇게 충만하면서 태연한 현재는 이전과 이후로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현재는 자기 너머를 보지 않고, 오히려 자기 속에서 머무릅니다[쉽니다]. 이렇게 태연한 시간은 걱정의 시간을 뒤로합니다. 더 나아가 멈춰 선 현재는 다른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솟아오른 특수한 시점인 '순간'과 다릅니다. 그런 현재는 익숙한[일상적] 시간입니다. 거기에는 강조가 전혀 없습니다.

ㅡ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 죽음 중


 

《콜럼바인》 읽을 생각하니 맘은 무겁지만 반갑고,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를 제쳐두고 왜《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를 지금 샀는가 음미하며 읽어나갈 시간이 기다린다. 도서관에서 이 무거운 걸 안 빌려와서 일단 좋고ㅎ 날이 서늘해서 아무래도 바닷속에 뛰어드는 부테스가 꺼려졌는갑다; 독서쟁이들도 계절 많이 타는 거 아는 사람은 알지ㅎ 책의 톤도 표지도 어두컴컴해지고 있다ㅎㅎ
《파리의 우울》도 보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쬐그만 게 내용이 엄청 꽉꽉 차 있어서 머리 배탈 날까 봐 먹을 순서를 분주히 짜고 있다. 내 독서 산책은 늘 이렇게 우연적이고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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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1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있으면 A님은 굿즈를 보관할 케이스를 필요로 하실 것입니다.
아마도.
A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AgalmA 2017-09-21 23:02   좋아요 1 | URL
어떤 분은 아예 장식장을 따로 마련해 두셨던데 저는 직접 쓰는 걸 더 선호해서ㅎ; 스텐컵 스크레치 날까봐 가장 티 안나는 ‘자기만의 방‘ 샀는데 생각보다 예뻐서 앨리스 스텐컵도....하면서 또 탐을 내고 있어요ㅎ;;;

레삭매냐 2017-09-21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오늘 저도 콜럼바인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빈갑네요.

AgalmA 2017-09-22 03:04   좋아요 1 | URL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나오는 첫 장부터 몰입도가! 눈물날 뻔 했어요; 하루키가 쓴 <언더 그라운드>에서 바란 게 바로 이건데!

북다이제스터 2017-09-21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이 기다린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 같습니다. ^^
특정 행복이 영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저도 요즘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습니다. ㅎㅎ

AgalmA 2017-09-21 23:49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이 많이 기다리고 있음 복이 터진 걸까요-ㅅ-;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 마무리하고 싶은 책이 산더미인데 이러고 있네요ㅜㅜ 읽고 싶은 책이 많아 감사해야겠죠.네네... 흑흑.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의미있으니까;_;

단발머리 2017-09-21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햐~~~ 세상에 부러울게 없는 완벽한 구성이네요~

AgalmA 2017-09-21 23:48   좋아요 0 | URL
언제나 새 책 만나면 그런 기분이죠^^ 며칠 지나면 어서 날 읽어라! 애증과 불효령의 소리없는 아우성ㅎ;;;

겨울호랑이 2017-09-22 0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느 때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계획을 세우셨네요^^: 케인즈의 말처럼 ‘장기에는 모두 죽는다‘고 하니 단기 계획을 세우고 시대 흐름에따라 책을 읽는 AgalmA님의 독서법이 멋지네요. AgalmA님은 케인즈 학파? ㅋㅋ

AgalmA 2017-09-22 06:44   좋아요 1 | URL
^^ 10월 계획으로 보려고 한 책들인데 벌써 읽어나가고 있네요. <콜럼바인>은 너무 궁금했는데, 한참을 읽어도 아직 3분의2가 남았고ㅎ;; 비슷한 두께와 방대한 정보들로 괴롭히던 <신의 입자>에 비하면 그나마 낫지만 이 사건도 워낙 복잡하다보니 리뷰 쓰기 만만찮아 보입니다; 여러가지로 세월호와 참 겹치는 게 많네요.

겨울호랑이님은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해석을 해주시네요ㅎㄱㅎ 저 두서없는 나열을 보고 ‘시대의 흐름‘까지 붙여주시고ㅎ;
케인즈 반파라도 됐으면 주식 반부자는 됐겠죠ㅋㅎ)) 케인즈 멋져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이론> 펼쳤다가 조용히 닫았어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2 06:57   좋아요 1 | URL
^^: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이론」도 좋지만, 아마도 케인즈는 그의 예술철학이 경제철학보다 높이 평가받기를 원했을 것 같아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보다 「도덕감정론」을 아낀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도 예술감성이 풍부한 AgalmA님은 케인즈학파, 저는 합리적기대학파? ㅋ

AgalmA 2017-09-22 07:05   좋아요 1 | URL
<도덕감정론> 여기저기 하도 인용이 많이 되어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오, 케인즈에 대해선 거기까진 몰랐는데 참고할께요^^!
합리적기대학파는 뭐에요ㅋㅋ 잘못보고 합리적기상학파로 봤네ㅋ;;;

겨울호랑이 2017-09-22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제가 알기론 케인즈, 버지니아 울프, 버트런트 러셀, 비트겐슈타인, 바이런 등이 그란체스터 그룹을 통해 예술, 철학과 관련한 교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케인즈는 자신이 예술가라 생각했다는 ㅋ. ‘합리적기대학파‘는 케인즈 사상을 계승한 ‘신케인즈 학파‘와는 상대되는 시카고 학파를 계승한 학파에요. 모든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하에 모든 정책의 무력성을 강조하는 학파입니다. ‘단기‘보다는 ‘장기‘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저는 합리적 기대(?)학파라고 써봤네요. 물론 그들은 저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요.ㅋ 꺼져! 겨울호랑이.ㅋ

AgalmA 2017-09-22 07:24   좋아요 1 | URL
아, 그들이 교류한 건 알았는데 케인즈가 예술가까지 노린 건 몰랐네요ㅎㅎ!
오, ‘합리적기대학파‘에 그런 뜻이~ 겨울호랑이님한테 아침 5분 특강듣는 기분! 좋아요!

겨울호랑이 2017-09-22 07:27   좋아요 1 | URL
^^: 특강이라고 하긴 그렇고, 저도 AgalmA님과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 좋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ㅋ AgalmA님 행복한 아침을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함께 여세요!^^:

다락방 2017-09-22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컵은 많으니까 괜찮아! 하고 넘겼었는데... 이렇게 보니까....엄청 예쁘네요? 음.....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죠. 음.... (해당도서 알아보러 가겠습니다.)

AgalmA 2017-09-22 09:49   좋아요 0 | URL
싼티 안 나고 적당히 무게감도 있으면서 안 깨지는 게 맘에 들어요. 오자마자 발로 차서 엄므낙@0@했는데 멀쩡해서 넘 좋아용ㅎ
저는 또 지를 거 같아 내적 분열상태요- _)))))) 황금색 앨리스 토끼냐 블랙파워 셜록이냐 하며;;;; 아아....

독서괭 2017-09-22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덕에 몰랐던 스텐리스머그 굿즈를 알게 되어 지르고야 말았습니다...OTL

AgalmA 2017-09-22 20:1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ㅜㅜ;;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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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수학을 못했다는 게 이상하긴 했다. 실험물리학자보다 사고실험에 더 치열할 이론물리학자가 수학을 못했다고? 아인슈타인에 대한 오해 외에도 이 책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걸 깨는 정보가 많다.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유럽인도, 미국을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니다. 심지어 미국 본토도 밟지 못했다고 한다. 진실은 책에서ㅎ/ 이건 지금 당장 구글을 검색하면 되지만 이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궁금하지 않음? 마젤란도....
아쉬웠던 건 본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Top 10 분류 항목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가끔 웃기려고 이렇게 분류한 건가 싶은 것도 있고ㅎ; 스스로 밝혔다시피 깨부수고 핵심을 찾는 세계사 책이라기보다 인문학적 생각 깨기 책에 가깝다. 본서 핵심 내용보다 닫는 말에 부록처럼 밝힌 이런 상식 교정이 내겐 더 유익했던 교양 도서^^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못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들먹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여러 수학시험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는 소문은 이미 그의 생전에도 있었다. 그는 그 같은 신문기사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나는 수학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는데, 이미 14세 때 미적분에 재미를 느꼈다." 실제로 그는 6세 때 뮌헨의 페터스슬레 학교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어제 알베르트의 점수가 나왔어. 이번에도 1등이야. 훌륭한 성적표를 받았단다." 두 학년을 건너 뛴 아인슈타인은 9세 때 뮌헨의 명문 루이트폴트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15세 때 조기에 자퇴해 졸업시험인 ‘아비투어‘ 없이 종합기술대학의 물리학과에 입학을 시도했다. 뛰어난 재능 덕에 그는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물리학과 수학 시험은 매우 우수했던 반면 지질학 등 다른 시험 과목의 성적이 썩 좋지 못해 결국 시험에 떨어졌다. 이후 1년간 아라우Aarau(스위스의 아르가우Aargau)의 주립학교에 다니며 정식으로 대입 자격을 취득하면서 1896년 10월에 비로소 연방공과대학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그를 둘러싼 소문에는 오해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라우 시절의 졸업장에는 실제로 물리학 6점, 수학 6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다만 스위스에서 점수 표기 방식은 독일과 정반대다. 스위스에서 6은 ‘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원래 목표는 수학과 물리학 교사 학위를 받는 것이었는데, 그보다 앞서 상대성이론을 고안하게 된다.
p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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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0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제목처럼 즐겁게 읽기 좋은 책이군요.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함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AgalmA 2017-09-20 00:38   좋아요 1 | URL
제가 유머가 풍부했다면 겨울호랑이님 많이 웃겨 드렸을텐데...안탑. 근데 겨울호랑이님이나 저나 그 방면엔 큰 차이 없는 거 같아 든든(?) , 편안한 여유를 많이 주시죠.ㅎ 은근히 심각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겨울호랑이 2017-09-20 00:40   좋아요 1 | URL
^^: 저야 자타공인 썰렁한 편이라 ㅋㅋ AgalmA님은 그래도 유머 감각이 좋으시잖아요^^:

AgalmA 2017-09-20 00:41   좋아요 1 | URL
저는 코드가 통하는 사람들만 통하더라는^ㅁ^;; 온라인에서 몸개그를 보여줄 수도 없고ㅋ;;

겨울호랑이 2017-09-20 00:44   좋아요 1 | URL
^^: AgalmA님이 좀 고급진 유머를 구사하신다는 걸 제가 조금은 알지요 ㅋㅋ 글쎄요. AgalmA님의 몸개그는 죄송하지만 별로 기대가 안되네요 ㅋㅋ

서니데이 2017-09-20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진짜 못했다고 가정해도... 대부분의 우리보다는 잘 했겠죠. 아주 많이.^^;

AgalmA 2017-09-20 01:05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당시 최고 수학자보다 못 한건지 보통사람 수준이었다는 건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대 물리학자도 수학 못했지 위안삼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syo 2017-09-20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도권 교육 ㅈ까라 그래 하는 신화적 요소와 아인슈타인을 헐뜯고 싶은 욕망과 실제로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학창시절 등등이 막 섞여서 저런 말로 후려쳐진 것이 아닐까요ㅎ

AgalmA 2017-09-20 07:20   좋아요 1 | URL
실제로 수학을 전혀 몰랐음에도 전자기유도현상과 ‘장‘개념을 만든 마이클 패러데이라는 예가 있긴 하죠. 패러데이는 생계가 어려워 학업을 하기도 어려웠고 제본소 견습공으로 일하며 제본하던 책으로 공부를 했죠. 쇼맨십도 있어서 강연도 호응이 좋았고 이런 여러가지 면 때문에 대중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은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패러데이는 실험물리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나간 발명가 스타일입니다. 패러데이의 개념들은 후일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수학적으로 증명해 그 유명한 맥스웰 법칙으로 완성된 거죠.
아인슈타인은 너무도 천재라 흠을 좀 만들고 싶었던 게 있지 않나 싶어요. 아인슈타인이 자기 이론 증명을 위해 수학이론을 누구에게 배웠다는 소리 저도 읽은 적 있는데 그 경우는 더 고차원적 수학논리가 필요해 보완하려는 거였다고 봐야죠. 아인슈타인 이론이 워낙 어렵잖아요^^; 지금도 그것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사람 몇 없는데 당시는 더 했을 거 아니겠어요. 누구도 모르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이라니 생각만 해도 저는 까마득)))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 잃어버린 몸 할란 엘리슨 걸작선 2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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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란 엘리슨 리뷰 쓰기의 어려움은 소설의 주요 줄기를 말하는 것이 강력한 스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소설 리뷰에서 자세한 스토리를 밝히는 걸 되도록 피하는데 너무 자세하게 알 경우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 리뷰를 보는 것보다 책을 사기 전에 리뷰를 검토하는 경우가 더 많은 내 경험을 통해서도 그렇다. 스토리를 너무 잘 아는 고전들 경우 사람들이 잘 안 읽는다는 걸 생각해 보라. 독후감 형으로 글 쓰는 사람들은 자기 감상을 쓰는데 도취해 이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세하게 얘기해서 내가 이만큼 열심히 봤다는 걸 알리는 과시형, 귀찮거나 능력이 부족해 대충 말하는 리뷰어 등등 경우의 수는 많다. 아무튼 할란 엘리슨은 스토리 이상 가는 특유의 재담, 화려한 언술이 있다는 걸 당부하며 리뷰로 들어가겠다

    

 

 

마노로 깎은 메피스토  

(1993년 브람스토커상 수상, 1994년 로커스 상 수상, 1994년 휴고상 노미네이트, 1994년 네뷸러상 노미네이트, 1994년 세계판타지문학상 노미네이트)

 

이 단편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물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외톨이 흑인 루디는 유일한 친구이자 짝사랑하는 앨리슨의 부탁으로 그녀가 조사하던 연쇄살인범 스패닝의 진실을 알기 위해 그를 만나게 되는데……. 역으로 루디가 연쇄살인범이 되고 그가 흑인에서 백인이 되는 과정이 있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야? SF 장르물을 많이 본 사람들은 대략 짐작할 수도 있겠고, 제목을 상기하시라.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팔고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허비한 건 인종차별이나 불운 때문이 아니라 끝없는 자기 연민 때문이었다는 루디의 깨달음은 의외로 계도적인 결말이 되어버렸지만 군더더기 없이 상큼한 끝을 보여줬다.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1968년 휴고상 수상)

 

표제작이기도 한 이 단편이 2권에서 단연 돋보인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각국이 개발한 AM의 성격을 얘기하면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 대략 보인다

 

처음에는 연합형 마스터컴퓨터(Alied Mastercomputer)였다가, 그다음에는 적응형 조종자(Adapyive Mastercomputer)가 됐다가, 그다음에는 적응형 조종자(Adaptive Manipulator)가 됐다가, 나중에 그게 지성을 발전시키고 스스로를 연결한 후에는 사람들이 그걸 공격형 위협(Aggressive Menace)이라고 불렀지만, 그때쯤엔 너무 늦었고 결국에는 그게 스스로 AM, 떠오르는 지성이라고 자칭했지. 그건 나는 존재한다(I Am)는 뜻이었어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p102)

“AM은 돌아다닐 수 없었고, 경탄할 수 없었으며, 소속할 수 없었다. 그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p111) 

 

자신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을 죽이는 인간처럼 AM은 모든 인간을 죽이고 자기에게 지능을 부여한 개발자 5명에게 자기가 겪는 무한 고통을 같이 겪게 만드는 걸 목적으로 산다. 마지막 생존자는 AM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처리한 외형으로 인간이라고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없는 입으로 실존의 비명을 지른다.

우리는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과연?) 인공지능을 개발했지만 할란 엘리슨은 자멸의 경고로 풀어놓고 있다. 그의 다른 단편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메시지다. 존재 간에는 결코 융합될 수 없는 이질성이 있다는 인식. 인공지능이 우리 관심을 이토록 끄는 이유는 존재,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크로아토안 

(1976년 로커스상 수상, 1976년 휴고상 노미네이트)

 

도시전설에 대한 단편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연애하던 남자는 불법 시술로 여자 친구에게 낙태를 시켰고 여자 친구는 변기에 흘려버린 태아를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이 이야기는 하수구에 악어를 버려서 탄생했다고 알려진 앨리게이터(하수구 악어) 도시 전설과 이어지는데, 태아를 찾으러 간 남자는 악어를 탄 아이들이 살아가는 기묘한 지하세계를 만난다. 지상에서는 철없는 아이처럼 살았던 그는 이 세계에서는 아버지라 불리며 모든 걸 다시 배워나가는 삶을 살게 된다. 악어를 탄 아이들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랑게르한스섬 표류기 : 북위 38° 54서경 77° 0013에서 

(1975년 휴고상 수상, 1975년 로커스상 수상)

 

이 단편을 두고 카프카, 멜빌, 메리 셸리, 아시모프, 시오드막의 융합이라는 평은 적확하다. 오마주들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늑대 인간이라는 괴물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탈봇은 자신의 존재 이유, 영혼을 찾고 싶어 한다. 비밀스러운 정보제휴처를 통해 그의 영혼이 있는 장소의 지리적 좌표를 얻긴 하는데, 가는 방법은 굉장히 물리학적이다그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가진 연구소 책임자 친구를 가진 덕분에 나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할란 앨리슨은 탈봇의 영혼이 있는 장소를 환상적으로 그려 놓았다. 책을 통해 직접 만나 보시길/

 

 

 

 

 

폭신한 원숭이 인형

(1988년 에드거상 수상)

 

행동심리학 책을 본 사람은 제목만으로도 짐작이 쉬울 텐데, 동물들은 폭신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애니는 아이를 잃고 폭신한 인형을 아이로 여기며 노숙자로 살아가는 흑인 여성이다. 최하층이자 가장 취약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범죄 무리들에게 얽혀 곤경을 헤쳐 가는 모습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그녀가 결국 피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신춘문예 당선작 같은 느낌이었는데(비교할 만한 작품이라면 황정은 신춘문예 당선작 마더) 역시나 에드거상을 탔군

 

 

    

꿈수면의 기능

(1989년 로커스상 수상, 1989년 휴고상 노미네이트, 1989년 브람스토커상 노미네이트)

 

이 단편도 아주 독특한 설정이다. 상실의 아픔을 흘려보내지 못해 타나토스의 입을 몸에 품게 된 맥그래스의 기이한 경험을 담고 있다 

 

그녀가 집단 꿈치료를 제안했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일찍 그 근처로 왔다. 그러고는 하루 대부분을 자신이 정말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경험을 완전히 낯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지 판단하려 애쓰며 돌아다녔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 일대가 어떻게 고급화됐는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변했는지, 이곳에 번창했던 멋진 작은 가게들이 급등하는 임대료 때문에 어떻게 쫓겨났는지 살펴보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 가게와 저 상점을 기웃거리고 쇼핑을 하며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는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쁨이 말라간다는 사실에 갈수록 낙담했다. 기쁨이 말라갔다. 가게마다, 거리마다, 사람마다. 

그러다 누군가는 홀로 남는다.“(p252)

 

몽유병과 꿈, 기억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탐구를 버무린 그로테스크한 미스터리물이다. 1980년대 프랜시스 크릭과 그레임 미치슨의 뇌 연구 이론인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 꿈을 꾼다는 가설”(p253)을 주축으로 할란은 이 단편을 쓴 거 같은데, 최근엔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고도 하니 이거 참 나로선 어려운 문제다. , 읽을 책만 늘어나는 반갑지 않은 소식들.

 

 

 

 

 

 

 

 

 

 

 

 

 

 

 

 

 

  

 

콜롬버스를 뭍에 데려다준 남자

(1993미국 베스트 단편소설집수록, 1994년 네뷸러상 노미네이트)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의 오마주인가 싶은 단편이다. 101일부터 35(?)까지 레벤디스가 행한 악행과 선행 혹은 어느 것에도 속하기 어려운 기묘한 삶에 대한 관찰들을 제목을 붙여가며(‘오디세우스의 여정’, ‘환대하는 수선화’, ‘매일 착한 일 한 가지’, ‘보답 없는 일에 몰두하기’) 일기처럼 기록하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가 그랬듯 언어에 대한 짓궂은 농담들이 많다.

  

레벤디스 : 1034일 필틱요일, 그는 모든 개들에게 영어와 프랑스어, 북방 중국어, 우르두어, 에르페란토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개들이 말한 거라곤 최악이라고 평할 만한 운율을 맞춘 시뿐이었고, 그는 견시(犬詩)라고 불렀다.”  

 

레벤디스는 삶의 기쁨으로 충만한 이라는 그리스어라고 한다. 이야기 진행으로 보아 시공간을 두루 오가는 그는 인간 삶에 개입하며 인간 속에서 살아가는 장난기 많은 타락천사 같은데(반복되는 추임새 전 슬프게도 유한한 세계에서 사는 무한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레벤디스라고 부른 일, 마스터 변수 지출을 많이 한 것 등등으로 본부로부터 견책을 받고 다른 임무에 임한다. 아무도 알아줄 사람도 없는데 세르챠라는 이름을 굳이 택하고.

   

 

 

악동 같은 할란 엘리슨의 웃기고 슬프고 서늘하고 기발한 2권은 이렇게 끝난다. 할란의 작품에서 시간을 낭비해서인간은 이렇다는 견해를 자주 본다. 없는 1035일까지 챙겨서 사는 존재처럼 나도 삶의 창조에 전력해야겠다.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에트루리아어로 열변을 토하던 레벤디스 같을 순 없겠지. 난 일단 에트루리아어를 모르고 더 많은 걸 모른다. 그렇지만 함께 재밌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거다. 좋은 음악만 같이 들어도 삶은 더 나아 보이지 않던가.

 

 

 

Nothing But Thieves 신보가 나왔어용~

https://youtu.be/S6Nt1ssPLBA 

Nothing But Thieves - Broken Machine (Stripped Version)  

 

 

 

 

 


 

이번 Axt(악스트)  No. 014에서 이주혜 씨가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리뷰를 쓰셨지만 제 리뷰가 더 꼼꼼하고 애정 넘친다고 자부합니다-_-! 워워~ 이러다 리뷰 과시형이 될 수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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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18 14: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능력이 없어서 대충 말하는 리뷰어 1번 등장이요! ㅎㅎㅎ

과연, 이런 게 리뷰구만요....ㅠㅠ 끄덕끄덕

AgalmA 2017-09-18 17:28   좋아요 0 | URL
syo님은 읽기도 바쁘시잖아요ㅎㅎ; 저라도 그렇게 읽으면 리뷰 쓸 시간에 책을 더 읽을 듯ㅎ;
리뷰도 계속 쓰는 버릇을 해야 습관이 되고 기술도 늘죠. 안 쓰다보면 또 잘 안 돼요. 자전거 타기처럼 한 번 익히면 평생 되는 그런 게 아니더라는.
남들이 어찌 쓰든 제가 가타부타할 깜냥이 되나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엔 이런 것 같다 정도입니다.

서니데이 2017-09-18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서 리뷰를 쓴다는 건, 쉽지 않아요.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 것 처럼요.
A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AgalmA 2017-09-18 17:30   좋아요 1 | URL
오,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 것처럼˝ 좋은 표현인데요. 서니데이님 공부 열심히 하신 분답게 멋진 표현^^b
더운 건지 선선한 건지 묘한 날이네요~

ICE-9 2017-09-18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슨의 팬으로서 이 페이퍼를 격하게 환영합니다^^

AgalmA 2017-09-18 17:41   좋아요 1 | URL
헤르메스님한테 ˝할란 엘리슨 안 사요, 흐흐˝ 팅겼던 기억이 납니다-.-; 다 소장할 책들인 걸로 아뢰옵니다.

ICE-9 2017-09-18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까지 회심시킨 갓 엘리슨이로군요^^

cyrus 2017-09-1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SF 앤솔로지에 수록된 작품들이 하나둘씩 다시 소개되는 건 정말 좋은 현상입니다. 아작출판사가 요즘 열일하는군요. ^^

AgalmA 2017-09-18 20: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전엔 그렇게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작 같은 데에서 열심히 내주니 관심이 많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