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생각에는 어둠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덕성이 없다. 전 우주가 최상의 생각을 향해 가는 흰빛으로 가득 차서 넘실거린다. 자연의 도덕적 측면이란 인간의 편견에 불과하다. 천진한 아이에게는 천사도 지품천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교자가 침묵이다. 아는 이는 설교를 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침묵은 영원히 계속된다."

 

ㅡ 헨리 D. 소로우, 1841년 8월 1일 일요일 《소로우의 일기》(2003, 도솔), p62

 

소로의 일기는 그가 24년에 걸쳐 쓴 2백만 단어에 달하는 내용으로 그의 사후 1906년 블라드포드 토레이와 프란시스 H. 알렌의 노력으로 14권 출판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로우의 일기》(2003, 도솔)가 그나마 읽을 만하게 나왔는데 그마저 품절 상태여서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갈라파고스에서 제1권, 제2권, 제3권을 뽑아《소로의 일기》(2017, 갈라파고스) 청년 편을 내 반가웠습니다.《소로의 야생화 일기》(2017, 위즈덤하우스)도 같은 시기에 나와서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ㅜㅜ. 소로《월든》의 배경지이기도 한 미국 콩코드의 식물들을 십 년간 조사하고 담은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방대한《소로의 일기》 발췌본 내용이지만 배리 모저의 아름다운 식물 그림도 무척 궁금해 일단 이쪽 먼저 질렀는데 도서관에서 《소로우의 일기》(2003, 도솔) 빌려 읽고 있으니 《소로의 일기도 조만간 사야 겠군요;_; 옮겨 적을 정도가 아니라 복사를 해야 할 판; 필사하는 분들의 필수 아이템이라고도.

 

 

 

 

 

 

 

 

 

 

 

 

 

 

 

 

전 세계가 사랑하는 시인 릴케가 담은 풍경 이야기로 《릴케 베네치아 여행》도 만만찮은 매력이 있죠. 아름다운 문장가인 릴케가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를 어떤 식으로 담았을지 무척 궁금해 그만 또......

 

"괴테는 1786년 "베네치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야기되었고 모두 인쇄되었다"라고 한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위대한 대가는 실수를 했다. 100년 뒤 한 젊은 시인이 괴테가 무시했고, 여행자들이 기피했던, 그리고 베네치아 사람들조차도 수백 년 동안 잊고 있었던 장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게토Ghetto이다. 릴케는 1900년 《사랑스러운 신의 이야기들》에서 게토를 최초로 문학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 가운데 「베네치아 게토의 한 장면」은 베네치아의 귀족 마르크 안토니오와 아름다운 아가씨 에스터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유대인인 에스터는 할아버지 멜키제데크와 함께 게토에 살고 있었다. 동화 형식을 사용한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종교적 우화로 끝난다. 게토는 우화를 위한 우연한 무대처럼 작용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날에도 릴케의 단편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베네치아 역사에서 가장 어두컴컴한 모퉁이로 갈 때 유용한 여행안내서로 사용될 수 있다."

 


ㅡ 비르기트 하우스테트 《릴케 베네치아 여행》, p133

 

이 책이 릴케 지음으로 나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릴케의 많은 문장과 작품을 가져왔지만 비르기트 하우스테트가 릴케를 중심으로 엮은 베네치아 문화 역사서라고 해야겠지요. 아무튼 릴케의 인상적인 문장들과 함께 많은 사진들을 보며 베네치아 강을 유유히 떠다니는 기분! 책이 곤돌라~

사진 속 풍경은 영화에도 자주 나오던 베네치아 산 마르코 피아차

싱그러운 녹색 책이 가득^ㅁ^

 

이런 와중에 페르난두 페소아가 안내하는 리스본 여행 가이드 《페소아의 리스본》(2017, 컬처그라퍼)도 나오고...
알라딘 구매 이벤트 상품인 라벨 글라스 저그가 넉넉한 사이즈라 핸드드립 서버로 쓰기도 좋던데 하나 더 생기게 됐...꺄...(((이럴 때가 아닌....)))
일은 언제 하니....ㅠㅠ 여행 가기 전에 책 사느라 파산하겠음ㅎ;;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20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0 16:02   좋아요 1 | URL
김석희 번역 좋잖아요. <월든>은 기본으로 읽고 이 책들은 추가적인 거죠ㅎ
컵이 빨간톤 무늬가 있어서 그래 보이는데 아이스 커피요! 이 글 쓰고 나니 얼음 다 녹음ㅜㅜ;
오늘은 소잉데이지샵 티코스터 등장^^

서니데이 2017-07-20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얼음 다 녹음.;;
더운데 일하시려면 다시 얼음 넣으셔야.;;
네. 오늘은 티코스터 등장.
그럼 저는 내일쯤 신상 디자인 사진을.^^;

AgalmA 2017-07-20 16:07   좋아요 1 | URL
신상 티코스터 나옵니까? 기대됩니다^^

서니데이 2017-07-20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편집 해야 되는데. 빨리 해볼게요.
나중에 보러오세요.^^

2017-07-20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0 16:28   좋아요 1 | URL
소로 문장은 구구절절 왤케 다 옳은 말씀 같은지! 철학적이면서도 쉽게 전달되는 게 또 소로 문장의 장점이겠습니다.

오래된나무 2017-07-20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갈라파고스 출판사입니다. 저희 『소로의 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저희 책은 도솔 출판사와는 판본이 다른데요, 1906년 미국의 조류학자 브레드포트 토레이가 편집한 14권의 일기 가운데 제1권, 제2권, 제3권에서 가려 뽑은 것이랍니다. 20세부터 34세까지의 일기를 모은 청년편으로, 이후에 중장년편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0^

AgalmA 2017-07-20 18:42   좋아요 0 | URL
번역자 분이 같아서 제가 실수했네요. 정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수정했습니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 무엇을 하다 보니 혹은 어쩌다 보니 또 여름을 맞는 건 아닐까. 더 정확히는 여름 카테고리에 온갖 것을 집어넣고 여름을 겪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걸” 배웠다고 나름 자긍하더라도 그건 순간이었고, 그는 아이를 잃어버린 이후의 시간으로 다시 배워야 했다(입동, 바깥은 여름). 사소하고 시시한 삶들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약손’(비행운우찬제 해설 중)이 된 김애란은 무엇을 배워나가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단편 소설집 달려라, 아비(2005), 침이 고인다(2007) 인물들이 사춘기에서 청춘에 해당하는 시기의 열기, 실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 과도기인 비행운(2012)을 거쳐 바깥은 여름(2017) 인물들은 반지하 자취방과 노량진과 학원과 고시촌과 고시원의 사슬, 서울살이의 미숙함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 그러나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호텔 니약 따, 비행운),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건너편, 바깥은 여름)라고 말하며 파국을 곱씹는 시간을 여전히 겪고 있다. 앞의 두 단편집과 확연히 다른 비행운바깥은 여름의 단편들이 여름의 폭염과 장마 풍경인 게 우연은 아닌 거 같다. “아주 먼 데서 형성된 기류가 이곳까지 흘러와 내게 영향을 주던 시간이.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자꾸 내리던 시절이. 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물속 골리앗, 비행운)이란 표현처럼 악전고투하지만 더위에 더위가 더해지고 비에 비가 더해지듯 대부분의 나날이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들의 연속이라 지리멸렬하고 싱거워지는 인생살이와 닮았기 때문이리라.

 

카뮈의 '여름'이 굴복하지 않는 태양의 결기, 절망하지 않는 문학정신으로서 작품에 반영됐다면 김애란의 '여름'은 물기()-죽음과 눈물의 위치라 아주 대조적이다.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거대한 금치산자”(물속 골리앗, 비행운) 같은 게 자연뿐만이 아니라서 이 세계는 더 나아가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가리는 손, 바깥은 여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애란의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군가와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종종 물속으로 뛰어든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비행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바깥은 여름) 계절과 달리 사람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이들은, 떨어지지도 썩지도 못한 채 겨울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처럼 죽은 이가 남긴 테이프 속 목소리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를 대답할 상대도 없이 따라 하거나(「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비행운), 기계장치 Siri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며 인간적 편안함을 느끼거나(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바깥은 여름), 기성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다단계 조직원으로 서로를 악랄하게 착취하며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걸 깨달을 땐 돌이킬 수 없게 되거나(서른, 비행운), “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묻기만 하고 자기 욕구에 충실하느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노찬성과 에반, 《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에서 특히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은 노찬성과 에반이었다. 이 작품은 달려라, 아비부터 김애란 소설의 큰 줄기인 소통과 유대를 가장 잘 나눌 수 있는 존재 - 부모 세대를 잃은 소년의 최신판이다. 플라이데이터리코더(침이 고인다),물속 골리앗」(비행운) 까지 그 빈자리를 판타지로 채우던 상상력의 실험은 모두 사라지고,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자신의 설자리마저 살얼음판으로 만드는 팍팍한 현실과 소년만 덩그러니 소묘로 묘사해 놨다. 아이를 얻고 기르려는 새로운 부모 세대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 철거지역에서 양수가 터지거나(서른, 비행운),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려고 이사한 곳에서 어이없이 아이를 잃거나(입동, 바깥은 여름), 아이의 미래를 위해 생이별을 하거나(침묵의 미래, 바깥은 여름), 인종차별과 도덕적 잣대를 걱정하지만 부모 자신이 혼혈아인 자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다(가리는 손, 바깥은 여름). 소통과 유대를 가장 잘 나눌 수 있는 존재의 부재나 방기나 오해가 부른 부비트랩 상황이다.

 

이광호 평론가는 침이 고인다해설에서 김애란 소설의 문학적 성취는 동시대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개인성의 균열과 심연을 탐사하고, 그 안에서 실존의 지리학과 우주적 공간을 발견하는 상상적 모험을 펼쳐 보인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우찬제 평론가는 비행운해설에서 김애란의 발전상에 대해 이런 상황을 구성하면서 작가는 단지 사회구조의 모순을 드러낸다거나, 그 안에서 이전투구하는 인간관계의 난맥상을 그린다거나,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가혹한 시대의 피해자일 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 같은 그 어떤 부류의 면죄부를 위한 알리바이도 대지 않은 채, 자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문제의 근원을 전면적으로 재탐사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어른이 되는 시간이란 게/결국 실망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겠지만/글이란 게 그걸 꼭 안아주는 것은 아닐지라도/보다 실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2011))란 작가의 문장이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김애란의 초기작은 좋아했지만 최근작에 대해서는 예전만큼 호감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독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연인의 대표적 이벤트 날인 크리스마스가 가난한 연애 해프닝(「성탄 특선」, 침이 고인다)에서 더 이상 참지 못 하는 부부의 이혼 결정(건너편, 바깥은 여름)으로 묵직해졌듯이 김애란의 자연(특히 여름)-환경과 소재들은 반복되는 소용돌이 속에 침묵의 결을 키워가고 있다는 게 지금 내가 주목하는 점이다. 어느 대목에서는 이 침묵이 레이먼드 카버의 그것과 비슷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판타지나 상상력의 실험이 아니라 김애란은 더 많은 실망과 실패의 실험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리라 짐작한다.

서른을 넘겼던 작가가 쓴 서른의 주인공은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거 같다고. 조만간 다시 옛날이 될 오늘이, 이렇게 지금 제 앞에 우두커니 있네요.”라고 말했지만, 작가는 과거나 사실을 보고하는 자가 아니라 사람, 시간, 감정, 인상모두에 공기처럼 배어 있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려는 자 아닌가. 바깥의 여름도 스노볼 안의 폭설도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 품이 드는 이해가 시차를 좁힐 것이고 한 사람만의 일은 아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20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0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17-07-20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평론가분의 글인줄 알았어요. 즐겨찾는 서재라 찾았다가, 아름다운 문장에 놀라고 감동받고 갑니다

AgalmA 2017-07-20 16:12   좋아요 1 | URL
어이쿠, 평론가분들의 글을 가져와서 그런 인상이 강해진 걸까요;;;
딱딱한 평론 같은 글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분석적으로 쓰다 보니 어째 그런 식으로 보이게 된 지도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7-07-20 1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려고 검색해 보니
모두 6권이 있는데 모두 대출 중이네요.

한참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네요.

AgalmA 2017-07-20 16:13   좋아요 1 | URL
<기사단장 이야기>를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 보다는 빠를 거 같은데요^^;; 레삭매냐님 부러워요!

cyrus 2017-07-20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애란 소설의 ‘여름‘은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은 구름이 잔뜩 낀 계절이었습니다. ‘노찬성과 에반‘의 결말이 안타까워서 작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AgalmA 2017-07-20 16:14   좋아요 1 | URL
다 비감한 작품들이었죠...<노찬성과 에반>에 대해서 다들 그런 감정이 조금씩은 들 거라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7-07-20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행운> 중에서도 한 작품만 읽은 것 같아요. 김애란을 잘 몰라요 ㅠㅠ
Agalma님 리뷰 읽다보니까 김애란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뭐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솔솔 듭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AgalmA 2017-07-20 16:15   좋아요 1 | URL
이 책 때문에 그동안 안 읽고 있었던 김애란 단편집을 다시 읽게 됐는데 역시 전작 읽기가 작품과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감사요/

서니데이 2017-07-20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아직 책은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을이 되어야 읽게 될 것 같아요.

오늘 많이 덥네요. a님 더위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7-07-20 16:16   좋아요 2 | URL
읽을 책 많으시잖아요. 바깥이 여름이 아닐 때 읽는 맛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서니데이 2017-07-20 16:34   좋아요 2 | URL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하면서 열심히 사서 모으고 있습니다.;;

[그장소] 2017-07-22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 이거 너무 좋다 . 리뷰(?)라고 하기엔 아깝고 평론이라고 해야겠어요 . 넘 멋져요 . 이 책은 아직이지만 몇 몇 작품은 읽었던 것들이라 더 와닿는 것같아요 .
모처럼 집중도 높게 읽은 글이라 기분 좋아요!!^^

AgalmA 2017-07-24 17:22   좋아요 1 | URL
리뷰대회 때문에 부러 쓴 리뷰인데 리뷰같지 않고 평론 같으면 이거 곤란한 거 아닙니까ㅎㅎ; 어쨌거나 당시로선 이렇게 쓰고 싶었고 결과가 어찌 되든 지나간 일이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왔다가 비 잔뜩 쏟아져서 에어컨에 몸을 맡기고 잠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자니 잠이 와요-.- 배가 고파서 일까요, 1000페이지 넘는 책이 책베개 같이 느껴져서 일까요. 시원해서 나가기 싫지만 배고파서 가야 겠어요.
그장소님 저녁 메뉴는 뭐예요?
책에서,
˝쓴 맥주 육 파운트요.˝ 포드 프리펙트가 호스 앤드 그룸의 바텐더에게 말했다. ˝빨리 좀 줘요. 세상이 막 끝장나려는 참이니까.˝라고 하네요.

[그장소] 2017-07-24 18:29   좋아요 1 | URL
아, 쓴 맥주 좋네요! 시원하게 쭉 한잔 들이키면 저녁으로 딱일것 같아요 .
리뷰대회 결과는 감히 못 물어보겠잖아요 ~~^^
수상내역에 없으면 그건 평론이라고 말한 제탓입니다 ! 흐헉! ( 매를 벌고 있는 중??)
비가 와서 오후가 견딜 만 해요 . 걸으면 땀은 비오듯 쏟아지지만요!
어여 어여 맥주랑 든든한 저녁 식사 하세요! 맛난 걸로 드시고요 . 저는 아직 고민하는중~~^^

AgalmA 2017-07-24 22:15   좋아요 1 | URL
결과야 알아서 나겠죠ㅎㅎ 제 선을 떠난 것은 과감히 잊는 게 속 편한 거 아닌가요ㅎ
저는 오징어덮밥 해먹었어요. 맥주도 떨어져서 편의점 가서 흑맥주 사다 먹고요ㅎ
비가 와서 후덥지근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네요. 더워도 전 여름이 좋아요^^

[그장소] 2017-07-24 23:49   좋아요 1 | URL
전 여름은 엉~엉~~;;; 싫어요 ~ 싫어~ ㅎㅎ
가을만 있는 나라가 있음 좋겠다니까요 . ㅋㅎㅎ 매콤달콤 오징어 덮밥 좋았겠어요 .
입맛도 돌고요! 흑맥주도 그렇구!!^^
저는 금욜까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단 보류 ^^
지금도 비가 오다말다 그러네요. 여기는~
그래서 꽤 선선해요 . 그쪽 동네도 이 공기 나눠주고 싶네요 .^^
음음~ 어떤 결과든 멋진 리뷰였다는 건 변함없어요 . 제게는요! 히잇~♡ AgalmA님도 굿밤 굿밤 되시길 ~

AgalmA 2017-07-24 23:54   좋아요 1 | URL
오늘 뉴스 보니 여름이 늘어난 만큼 겨울이 제일 줄었다네요. 한 20~30일? 봄이 5일, 가을이 9일 정도 줄고...앞으로 한국에서 살려면 여름 대마왕에 적응해야 할 듯^^;;
그런데 올여름엔 매미 소리를 많이 못 들은 거 같아요. 장마 그치고 기세를 펼치려나^^;
그장소님은 제가 메주로 리뷰 써도 좋다라고 할 양반ㅋㅋ 고마워요^--^♡

[그장소] 2017-07-25 00:39   좋아요 1 | URL
아닛~ 이거 왜 이러세욧^^? 저 , 나름 기호 있는 여잔데~~^^!! ㅎㅎㅎ 호불호가 분명한~!!!
싫어하는 쪽으론 읽지도 않는다는 분명함을 보이잖아요 .푸하하핫~^^ㅋㅋ

아 , 가을 왕국 같은 곳으로 이민을 가야할까요?
난민 신청 같은거요~ ㅠㅠ
더위가 심해지면 에어컨 실외기 가동은 더 극심해 질테고 환경은 더 가파르게 파괴되어 갈테고 ... 우주로 히치하이커라도 ... 진짜 고려를 해야할까봐요 . 겨울이 줄었다는 말은 기쁘면서도 역시 동시에 환경 문제가 ..끄응 ~~
에잇~~~
고맙긴요 . 좋은 글 읽게해준 글쓴이에게 제가 감사를 !( 이러다 감사로 밤새 서로 인사를 주고 받다 날이 샜다는 ... 꼬끼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66136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 소개라니 너무 어려운 주문 같습니다. 좋은 책이 많으니까요. ‘가장‘이란 수식어 때문에 단 한 권만 골라야 될 거 같은 부담도 있습니다ㅎ 그래서 저는 '지금'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소설을 꽤 읽어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추천할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띠지에 ˝국내 소설가 50인이 뽑은 2016년 올해의 소설˝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걸 읽어보면 압니다. 저도 명성을 익히 들어 꼭 읽어보려 한 책입니다.
폐지를 태우는 주인공이 나오는 첫 대목부터 허만 멜빌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나면서 이 책 심상치 않겠구나 대번에 그런 생각이 들었죠. 너무 작은 책이라 아껴 읽고 싶고 페이지마다 밑줄 가득 그으며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좋은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두루 가지고 있더군요. 풍부하고 놀라운 상상력, 정확하면서도 시적인 표현, 단선적으로만 읽게 되지 않는 문장의 깊이, 다양한 소재들과 이야기의 중첩들...

 

p19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p24~25 하늘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 엄마가 어여쁜 모습으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중략)... 십 년째 지하실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해온 터라 나는 습관처럼 화장터의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보았다. 책들을 두고 하는 일을 거기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신 네 구를 태운 참이었고, 그 가운데 엄마는 세 번째였다. 나는 꼼짝도 않고서 인간의 궁극적인 실체를 목격하고 있었다. 장의사 인부가 추려 곱게 갈아서 어머니의 마지막 유해를 철제 상자에 담았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기차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킬로그램당 1코루나에 팔릴 굉장한 화물을 싣고 떠났을 때처럼.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燐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p26 탈무드의 구절들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어때요, 정말 읽어볼 만한 책이죠?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0 07:10   좋아요 0 | URL
요즘 녹색 책이 많이 보이데요^^ 최근 산 책에 녹색이 많아요ㅎ;

서니데이 2017-07-1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파우치는 왜 등장하나요??
(갑자기 궁금해서요.^^;)
a님 저녁 맛있게 드세요.^^

AgalmA 2017-07-20 07:13   좋아요 1 | URL
첫째로 서니데이님이 책표지와 사진을 맞추시듯 저도 녹색 색감에 어울리는 소품을 찾았는데 마침 소잉데이지 북파우치가 어울리길래 찍었고, 둘째로 아마 이렇게 사진 찍으면 서니데이님이 꼭 알은체 하실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ㅎ
오늘도 무지 덥다네요. 조금이라도 덜 덥게 지내시길/
참, 저녁은 더워서 방울토마토로 해결했습니다ㅎ

서니데이 2017-07-20 14:48   좋아요 1 | URL
a님의 신호였군요. 댓글을 쓰라는^^
저희집 파우치 잘 쓰고 계셔서 감사해요.^^

요즘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요.
a님도 더위 조심하시고요.

cyrus 2017-07-19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작년 ‘알라딘 올해의 책‘에 선정되지 않은 게 놀랍습니다. 올해 들어서 알라딘 서재/북플에 이 책의 리뷰나 페이퍼를 많이 나오는 걸 보면 몇달 전에 나온 신간도서 같은 느낌이 듭니다. ^^

AgalmA 2017-07-20 07: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들 자기만 알려고 숨겨두시는 겐지 의외로 평이 눈에 안 띄어서 의외인 책이긴 합니다.
너무 얇아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사길 잘했다 싶어요^^

ICE-9 2017-07-1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아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손에 들고 읽곤 해요^^

AgalmA 2017-07-20 07:15   좋아요 0 | URL
역시 알만 한 사람은 다 좋아할 책이라니깐요ㅎ

2017-07-19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0 07:15   좋아요 0 | URL
좋은 책 같이 좋아해서 저도 좋으네요^^
 
평등의 몰락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가
리사 두건 지음, 한우리.홍보람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진보 좌파 정치로 통칭되는 세력이 현재 파편화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고찰이다. “진보 좌파들이 경제 대 문화, 보편성 대 정체성 기반, 분배 대 인정 지향, 지역·국가 대 세계 분파로 분할된 것으로서 스스로를 제시하거나 재생산하는 한 늘 스스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적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940~50년대에 시작하여 성립에 수십 년이 걸리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는 1980~90년대 워싱턴 컨센서스(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모두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것에서 유래한 말,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금융·경영·정치 엘리트들의 일종의 비밀 거래 회의장)’라 불리는 국제 통치와 경영 활동을 위한 정책들과 관련되는데, 신자유주의 정책 실행의 효과는 각종 불평등과 국가 정부의 주권 감소에서 기인한 정치적 취약성을 비롯해 많은 종류의 불안정성을 낳았다. 신자유주의는 지구적 문제와 국내적 문제 양자에서 경제정책을 주로 중립적이며 기술적인 전문지식의 문제로 정의하면서 인종, 젠더, 성적 불평등이 단순히 문화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묵살당하는 문화를 조성했고, 물질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는 계급전쟁이라는비난을 받았다. 단적으로 한국의 귀족 노조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발전적 분석들은 어떻게 그 많은 지역 연합, 문화 프로젝트, 민족주의 의제, 경제 정책이 불균등하고 종종 예측 불가능하게 갈등과 모순으로 가득 차서 세계 자원의 위를 향한 재분배를 위해 함께 작동했는지를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이러한 자원은 돈·안전·건강보험·이동성, 지식·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접근권, 여가·오락·유흥, 출산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성적 표현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자유, 그리고 정치적 권력, 즉 민주적인 공적 삶에 대한 참여적 접근…… 요컨대 모든 종류의 자원을 의미한다.

 

“1980년대 이래 진보 좌파 정치의 아킬레스건은 경제·정치·문화의 관련성과 상호관계를 대부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1960~1970년대 진보 좌파 사회운동은 아래로의 재분배 문화를 기치로 평등을 외쳤으나 위를 향한 ()분배 문화를 건설하려는 친기업적 반대운동과 부딪혀야 했다. 진보 좌파 정치는 혼성적·잡종적이어서사회운동의 범위(반인종주의자, 반제국주의자, 여성주의자, 레즈비언과 게이, 급진 노동자, 환경주의자)가 경제를 강조한 진영 또는 문화를 강조한 진영 중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속하거나 한쪽으로 쉽게 분류되지 않고, 에이즈 활동가들이 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종교, 국적의 충격과 효과를 일괄적으로 다룰 수 없었듯이기업과 금융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업과 금융은 권력, , 문화적 지위의 불평등을 지지하거나 수립하는 메커니즘을 증진시키기 위해 언어와 개념, 실천과 정책을 만들어 새로운 제도를 수립해 나갔다

 

각양각색의 급진적 조합운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뉴딜 협조주의에 대대적으로 포섭되면서 붕괴했듯이, 사회운동은 자유주의 개혁 분파를 남겨놓은 채 와해되었다. 지금은 법적 체계·선거제도에 압력을 넣으려고 조직하고 권리-주장에 집중하는 정체성정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경제, 국가, 시민사회, 가족에 대한 자유주의적 분리는 진보 좌파 정치를 형성했지만, 계급정치(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정체성정치(시민권과 시민적 참여에 대한 배제와 가정생활에서의 위계에 대한 저항)을 분리함으로써 진보 좌파 정치를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흔히 이러한 분리는 1968년 이후의 급진/진보/좌파 정치로부터 기원했다고 여겨지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노선화가 과연 생산적이었나 생각해 볼 지점이다. 한때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나 좌파라고 정의했던 새로운 신보수주의자들’(네오콘)1980년대에 이르러 그들이 도망쳐 나온 민권 운동, 흑인 급진주의, 복지 국가의 성장, 1960년대의 반문화운동, 1968년 이후의 새로운 페미니즘과 게이 해방 운동, 신좌파, 미국의 민주당을 공격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1980년대 동안 네오콘은 미국의 보수주의적인 정치적·지적 움직임들에 통합되었고, 이것은 미국 정치에서 중도라고 인식되는 지점을 더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 흐름은 마치 한국이 복사판 같다.

 

2장에서는 문화 전쟁이 제시되는데, 1997년 뉴욕주립대학 뉴팔츠 캠퍼스의 여성학 콘퍼런스는 '성적 변태의 축제를 위한 세금을 빨아먹는 지적으로 파산한 여성학 프로그램이라는 비난과 함께 섹스와 교육이 엮이며 많은 도덕 담론을 양산했고 뉴욕 주 자치 기관에 대한 지원 감세 의제와 연결되었다. 공공지원이 가장 약한 지점인 진보적 기관 외부의 취약한 변두리를 공격하는 문화전쟁 사례이자 공공대학 체계의 기업화를 위한 공략 과정이었다. 1978년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의안 13호는 많은 이들을 위한 공공기관과 시설을 지지하는 시민으로서보다는, 세금을 지불한 가격에 대한 최고의 대가를 기대하는 소비자 시민권이 낳는 경제적·인종적 차별 문제를 보여줬다.

 

우리는 소수자들이 진보 좌파 정치를 추구할 거라고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을까.

1950~60년대 호모필 운동, 1970년대 레즈비언 페미니즘과 게이 해방 운동, 1980년대 자유주의적 게이 권리 옹호 운동에 이르는 조직된 게이운동은 민주주의와 평등의 목적을 공유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래로 독립게이포럼 작가들이 형성한 영향력 있는 게이 정치는 중도 자유/진보주의부터 급진적 좌파까지 이르는 연속체, 즉 일반적으로 게이운동이라는 표현으로 호소됐던 그 운동으로부터 결정적 단절을 나타냈다.” 미국의 지난 10년 간 전국의 레즈비언 게이 시민권 로비·소송 조직들은 지지층 결집 및 공동체 기반의 협의에서 거의 완전히 분리되어왔다. 권리에 대한 국가적인 정치 문화를 따르고 생존을 위한 자금 조달의 시급함에 압박당하면서, 게이 시민권 단체들은 신자유주의적 수사와 기업적 의사 결정 모델을 채택해왔다. 전국의 주요한 레즈비언 게이 시민권 조직 중 상당수는 더 이상 광범위한 진보운동의 대표가 아니다. 이 조직들은 점점 더 특정한 게이와 부유한 엘리트를 위한 로비, 법률, 홍보 회사가 되었다. 그 결과 동성결혼과 군복무[의 기회가 게이, 레즈비언에게도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전국의 운동단체들이 수십 년 전 진보적 사회운동의 맥락 속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추진했던 정치·문화경제적 쟁점들을 대체했다.” 한국의 성 소수자 운동도 규모가 커진다면 그리 먼 얘기는 아니다.

 

저자는 진보정치를 위한 공간 생산이 명료하고 실질적인 정치적 분석과 함께 결합한 집단적 돌봄, 사랑과 돈의 평등한 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 속성과 마찬가지로 소비에 물들고 자본주의 기업 체계를 더 넓게 모방해 나가는 속성 또한 인간에게서 온 것이기에 내 맘은 참 어둡다.

이 책의 원제는 《평등의 황혼? : 신자유주의, 문화정치,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역자의 말처럼 "황혼의 시간에 어떤 이들은 경제와 문화, 정체성과 계급이라는 상상적 분리의 프레임 속에 들어가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의 강한 당부이기도 한)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탐색해가는 여정 없이 삶이 만족스럽기를 바라는 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전반적인 복지 ‘개혁’의 추진이나 소위 복지 ‘재정 지원 혜택’의 제거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기능을 공적 기구로부터 저임금 고용으로 유지되는 사적 가정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나 그들이 부양하는 가족의 요구와 불안정한 직장이 제공하는 불충분한 임금 및 복지(혹은 아예 제공되지도 않는 복지)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가족이 감당해야 할 영역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자선사업에는 지나친 부담이 지워졌다. 이런 방식으로 적절한 국가 기능이 축소되고, 세금을 덜 걷고 임금이 삭감되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시민사회와 가족에게 흡수되면서, 사회 서비스 기능들은 개인적 책임을 통해 사사화(민영화)된다. 게다가 비용과 이익의 재분배는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의 위계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

정치학과 교수인 로렌스 미드는 복지 ‘개혁‘의 ‘근로연계복지‘의 기반이 되는 의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그 누구보다도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마치 징병이 때때로 군대를 충원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던 것처럼, 저임금 노동은 명백히 의무화해야 한다. 적어도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국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순응을 달성할 것이다. 정부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역자 주: ‘근로연계복지‘는 사회적 복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특정한 활동(교육 수강 등)과 노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복치 체계를 말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생산적 복지‘와 유사한 개념이다.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복지와 관련한 비판적인 논의로는 송제숙, 《복지의 배신》(추선영 옮김, 이후, 2016)을 참고하라.

복지 개혁의 옹호자들은 육아 비용(그리고 여성이 가정에서 무급이나 저임금으로 돌보는 환자와 노인에 대한 비용)을 국고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로 전가하는 것을 조용히 자행했다. ‘온정적 보수주의자들’은 가장 부유한 미국인의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액 목표와 [복지에 대한] 비용 삭감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결혼 이전의 금욕에 대한 가치 부여는 전통적인 도덕주의자로부터 성실한 공동체주의적 진보주의자까지 신자유주의적 정치 스펙트럼에 속하는 범위 전반에서 수용되지만, 사회적 비용을 사사화하는 억압적 도구로서 결혼의 중요한 역할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크리스천 패런티, 앤절라 데이비스를 비롯한 미국의 "교도소-산업 복합체"에 대한 비판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옥률을 자랑하는 미국에서의 대규모 구금 증가가 두 가지 흐름을 통해서 진행되었다고 지적해왔다. 첫째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 통치하에서 광범위한 정치적 저항이 일어나고 사회적·인종적·경제적 질서가 불안정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서 시작됐다. 둘째로 로널드 레이건 통치 하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 재구조화를 통해 만들어진 가난과 혼란에 대한 대응으로서 계획되었다. 가난한 인구의 분노와 소외를 통합하고 완화하려는 주요 양식으로 사회적 민주주의 정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신, 신자유주의 정책 입안자들은 규제적이고 훈육적인 핵심제도로서 치안 유지 활동과 구금으로 방향을 돌렸다. 1930~60년대 동안 사회계급과 인종적 집단 사이에서의 오랫동안 지속된 투쟁들이 만들어냈던 협상된 사회민주주의적 사회안전망은 축적된 부와 권력의 일부를 아래와 외곽으로 재분배해왔다. 1960년대 기업 이윤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사회적 통제를 위해 선호되는 방식과 정치적 수사는 더 가혹하고 비열해졌다.

주디스 버틀러는 경제/문화 구분을 ‘단지 해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구분이 자본주의적 자유주의 담론의 일종의 계략임을, 즉 자본주의 근대성의 제도에서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계급 관계의 복잡한 중첩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인 문제로서 지위와 계급은 자본주의에 의해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역사 발전의 모든 단계에서 지위 범주를 통해서 작동한다. 백인 남성에게만 한정된 제한적이고 전적으로 형식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에서 자본주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위와 계급은 수사적으로 분절된다(미국에서 이것은 19세기 초 몇십 년 동안에 발생했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것이 진짜 분리가 아닌 형식적 구분이라는 것을 폭로하고 변화시키기보다는, 거기에 빠져버려서 이 구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8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19 00:52   좋아요 1 | URL
재분배 문제가 사실 미묘하죠. 내가 상대에 맞추자는 건가 상대를 끌어 내리자는 건가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볼 수 있죠. 복지 문제만 해도 국가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겠다는 것과 국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양면성이 있잖아요.
톨스토이 유명한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을 떠올리며 최상의 행복 추구보다 누구든 보다 덜 불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1세기컴맹 2017-07-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릉의 모든 소리와 소음이 여기 다 모여있는듯합니다. 뭐가 진정 옳은 방향성을 지니고 하다못해 대안적이고 가치있는지
늘 흔들리며 읽습니다. 돗보기도 크고 굵은 것으로 다시 맞춰야겠다고 읽으며 집중도 못했어요 ^^

AgalmA 2017-07-20 07:16   좋아요 0 | URL
저도 늘 흔들리고 정신없고 바쁘고 그렇죠^^; 더운데 건강 잘 챙기시길요/
 

민음 북클럽에 가입해 부지런히 포인트를 쌓은 관계로 탐내고 있던 사마천 《사기》 세트 30% 할인받아서 샀습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산 지 얼마 안 됐는데(아직 읽지도 않아서 더 치명적...) 할인 행사 보고 흑흑하다가 《사기》 세트로 낙점.《사기》사기~

가격 부담 때문에 눈독만 들이던 분들은 내년 행사 대비해 회원 가입해 포인트를 부지런히 쌓아도 가계에 보탬이 될 거 같군요. 출첵만 잘해도 포인트 금방 늘어나요. 책을 사기 위해 각종 부지런이 필요ㅎ;; 이런 책은 샀다고 금방 읽어 치우는 게 아니니까 저렴한 가격일 때 사는 게 좋죠.
민음사도 열린책들처럼 e book 세트 시장을 열심히 만드는 게 좋을 텐데 종이책 판매에 더 열성인 건 좀 안탑...

아무튼 《사기》 번역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제가 살펴본 바로는 김원중 씨 번역이 쉽게 되어 있어 진도 나가기 어렵진 않겠습니다. 딴 책에 한눈팔지 않아야 한다는 게 더 중요;

 


북박스를 보며 집안 인테리어가 이런 풍이면 잘 어울리겠다 어쩐지 중국 악기가 등장하는 음악을 틀고 중국차를 마시며 읽어야 할 거 같다 실없는 생각을 하며, 유통기한 지난 중국차와 내 협소한 중국 음악 리스트를 떠올리며, 나는 우선 이걸 어디 두어야 하나 집안을 망연히 바라봄.....




* 민음사 세트도서 할인전
http://minumsa.com/event/29002/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7-18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7-18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은 민음사 판으로 구매하셨군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만 책이 밀려 생각만큼 읽히지 않네요 ㅋㅋ

AgalmA 2017-07-18 22:46   좋아요 1 | URL
할인 뽐뿌 때문에 지르긴 했는데 민음사 디자인...전혀 제 취향은 아닌 거 같고요ㅎ 이거 다 읽게 되면 중고로 팔고 신동준 번역으로 다시 사 봐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이..일단은 있는 거부터 우선 읽는 게 중요하죠;

2017-07-18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18 22:45   좋아요 0 | URL
사재기하기에 폼 나나요ㅎㅎ;;

단발머리 2017-07-1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민음사 좋아 보여요~~~ 근데 찬찬히 살펴보니 집에 두 권 있네요~~~
세트로 사고 싶은데... 그럼 두 권 팔고 사야할까요~~ 아~~ 고민 ㅠㅠ

AgalmA 2017-07-19 16:29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서재에서 크레마부터ㅎ 단발머리님 고민 중이신 거 많이 봤는데 저마저 일조하여 죄송한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