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세계 열린책들 세계문학 45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지음, 장희권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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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우스의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위치를 바꾸며 돌이 되거나 새로 변신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는 곳, 유배자와 도망자들의 땅 토미. 끝없이 돌들이 무너져 내려도 늑대의 울음소리가 그 속에 파묻히는 것에 더 마음이 진정되는 백일몽 같은 곳. 로마법과 이성 같은 것이 굳건히 서 있을 수 없는 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굶주린 독수리가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부위를 가장 먼저 공격하듯이 인간의 부주의, 무지, 가장 연약한 지점부터 무너진다.

 

벌레가 득실거리는, 구역질 나고 악취 나는 유기체의 부패 과정에 비하면 화석의 운명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 인간의 품위에 어울리는 일인가. 이런 역겨움에 비하면 화석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구원이며, 언덕과 협곡과 황무지로 이루어진 낙원에 이르는 과정이다. 유성과 같은 인생의 영화는 무에 불과하다. 돌의 위엄과 지속성만이 최고의 것이다...... 하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다고 했다.”

 

 

짐승들조차 화석이 되는 것이 존재의 혼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 언제나 돌이었어요. 유배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화석이 되는 것으로 끝났죠. 때때로 저는 오비디우스가 돌아가고 그가 지펴 놓았던 불이 꺼진 뒤에도 그가 불속에서 읽어 준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동굴의 바위벽에 몇 시간씩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어요. 항아리 위에, 또는 아궁이의 시뻘건 불속에 돌로 된 코와 뺨과 이마와 입술과 슬픈 눈들이 어른거렸어요. 오비디우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랍고도 신기했어요. 그는 마른 개울 바닥의 침적물과 자갈에서도 시대와 생명을 읽어 냈어요.˝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돌을 만드는 여정. 파도에 모두 휩쓸려가는 걸 재차 겪더라도. 작가는 이 여정에서 피타고라스가 오비디우스의 하인일 수밖에 없다고 결정했다.

 

 

피타고라스는 오비디우스의 대답과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서 점점 자신의 생각과 느낌 일체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그 일치감이야말로 후세에 전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조화(調和)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모래에 글쓰기를 멈추고 어디를 가나 비문(碑文)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하 술집의 책상에만 손톱과 주머니칼로 글을 새겨 넣더니, 나중엔 점토 파편으로 집 벽에 글을 쓰거나 백묵을 가지고 나무에 글을 남겼다. 때로는 길 잃은 양이나 돼지의 몸에도 글을 써넣었다.”

 

  

유배 당한 오비디우스를 찾아 코미에 온 코타는 그리스인 피타고라스가 그의 주인 오비디우스의 운명을 따르려 한 것과 닮았다. 그가 토미 해안에서 모두의 운명이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는 건,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세계를 재해석한 이 소설, 이 소설을 읽으며 세계의 진면목을 보려 하는 독자의 상황과 동일하다. 모두가 결국 미치는 것, 미치지 않는 세계란 없다는 것은 진실일까 비유일까.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다면 미치지 않는 사람, 세계도 없다는 소리겠다. 아무튼 독자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소설은 코타도, 독자도 자신이 되기 위해 왜 이렇게 힘든가를 생각하게 한다. 돌에서 이야기를 읽는 일과도 비슷할 것이다.   

 

 

덧)

신화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존 바스 키메라도 추천한다. 이 작품과 견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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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5 01:15   좋아요 0 | URL
「호모 데우스」 보니까 고고학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인공지능도 쉽지 않은 영역이라 미래 유망직종일 거라고 그러더군요ㅎ 인공지능도 따분해 하는 영역에서도 인간은 재미를 찾는 종족이니 지질학도 어련하겠습니까ㅎ;

레삭매냐 2017-06-05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빙하와 어둠의 공포>라는 책으로
알게 된 작가였는데 다른 책도 있었네요.

신화와 현대의 이종교배가 빚어낸 이야기가
참신해 보입니다.

AgalmA 2017-06-06 04:24   좋아요 0 | URL
저도 <빙하와 어둠의 공포> 인상적으로 읽고 이 책 기대하고 읽었는데요. 잘 안 읽혀서 몇 년만에 다시 펼쳐 들게 되었죠ㅎ; 그 책과 상당히 다른 색채였어요. 말씀하신 부분이 포스트모던한 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헌데 전 신화 우려먹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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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원제는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 believing is seeing'이다. 언어학자 쉬르는 기표와 기의 간의 연결 관계가 자의적이며, 기호의 의미도 그 자체의 고유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규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즉 언어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 글을 읽어도 뭘 말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물론 내 부족한 글을 탓할 수도....;). 보다-믿다의 근본적인 상관성을 잘 따져보지 않은 채 많은 이들이 보는 욕심만 채워왔고 채워가고 있다.

역자가 말하는 역사적 맥락은 이렇다.

 

 

르네상스 이전, 중세에서는 청각이 가장 중요한 감각이었다고 한다. 시각과 청각의 위상 교체는 15세기에 활판 인쇄가 등장하고 원근법이 확립된 이후, 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광학 장치가 등장하고 난 16세기에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역전은 사진, 영화,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가 계속해서 등장한 19, 20세기까지 이어지며, 비로소 세계는 문자 이후의 시각의 시대로서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의 서구 문화는 시각의 패러다임으로 이끌어졌으며 시각의 보편성과 필연성은 모더니티의 주요 의제였다. 모더니티 프로젝트는 시각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효과적으로 성취되었으며, 인간의 시각의 정확성에 대한 모더니티의 신념은 종교와 신성함에 대한 근대 이전의 신념을 대체했다. 외부의 자연과 내부의 마음을 연결하는 감각들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었던 시각은 그 자체로 자율적이며 순수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생산이 육체적 노동에서 보는 작업으로 전환된 최근에는 신체에서 의 분리가 더욱 확고하게 된 것 같다.”

 


 

미술은 자연에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과정의 산물이다. 100년 전의 미국인들은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듯이 100년 전 미술 개념과 지금 미술은 다르다. 과거의 문화와 문명이 남긴 것들인 고대 제례용품에서부터 절대권력을 상징화한 베르사유 궁전의 인테리어, 창작자 개인이 명명한 소변기(뒤샹 )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술이라는 개념과 이데올로기를 계속 만들어왔다.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예술ART'이라는 용어는 18세기부터천재적인 개인의 독창적 산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창작물은 아름다움을 지닌 물체였지, “정치 선전물도 아니며, 종교적이거나 신성한 대상도 아니며, 미술이나 공예도 아닌, 이렇게 예술이라 불린 것은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근대의 미술은 미술가의 절대적인 소유물이었지만, 현대의 미술은 전시되고 교환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얻는다.”

미국을 주로 다루는 이 책에는 나와 있지 않는데 영국 출신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이자 영화감독인 크시의 일화는 미술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는 미술의 소유화, 권력화를 잘 보여준다. 뱅크시가 거리에 그린 그래피티는 소유자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경매에 고가로 팔리는 씁쓸한 풍경으로 자주 회자되었다. 뱅크시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현대 미술의 위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사치 갤러리에는 어떠한 작품도 내놓지 않겠다. 나의 책은 55천 권이나 팔렸고 다큐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나는 찰스 사치에게 예술가로서 인정해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다.”

나는 갤러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날 예술작품의 가치는 백만장자가 그것을 좋아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마틴 불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중에서 발췌)

 

 

뱅크시의 말은 에르 부르디외구별짓기: 취미의 판단에 대한 사회학적 비판(1979)에서 취미는 계층을 구분하고, 구분한 자를 구분시킨다라고 한 말과도 맥락이 닿는다. “부르디외는 미술과 문화의 소비가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하는 양상을 관찰했고,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순수미술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은 자신을 부각시키는 수단이며, 감상자가 어떤 사회적 계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술은 계급적 특권일 뿐만 아니라 성적 특권이기도 했다. 이 책은 창작자에서도 수용자에서도 오랫동안 배제된 여성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심심찮게 접하지만 19세기까지도 교육계에서는 여성 미술가들이 누드모델을 그리는 것을 금지했다. 나는 19세기 전까지는 남성 권력층이 아카데미 교육 환경을 만들어 엘리트주의를 만든 문제가 매우 크다고 본다. 알렉산드라 엑스터와 류포프 포포바, 바바라 스테파노바 같은 여성 미술가들의 업적은 당시의 카지미르 말레비치와 알렉산드로 로드첸코, 블라디미르 타틀린 같은 남성 작가들보다 평가 절하되었다. “최근에 와서야 프리다 칼로와 메레 오펜하임, 스테파노바, 루이즈 부르주아, 에바 헤세, 한네 다보벤 같은 여성 미술가들이 남성 작가들의 지위나 대우와 균형 잡힌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쪽에서는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등이 여성 창작자의 주체의식을 보여주는데 두각을 나타냈다.

 

공간의 변화도 커졌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박물관의 기초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확립되었다. “실용적인 연구나 상쾌한 기분전환을 하는 곳이 아니라 고급미술을 보존하기위한 박물관의 최초는 1822~30년에 지어진 베를린의 구박물관(알테스 박물관)이다. 1980년대 포스트모던 미술관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미술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같은 박물관들은 전시장의 중요성만큼이나 기념품 가게와 서점과 식당과 카페로 구성된 사교활동 장으로서도 중요해졌다.

 

 

미술관과 화랑, 미학, 예술이란 용어와 마찬가지로 미술사Art history 역시 근대 발명품이다.” 1764고대미술사를 쓴 요한 빙켈만은 미술을 처음으로 '양식style'으로 다루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을 태동, 발전, 쇠퇴, 즉 고대 그리스 양식과 초기 고전 양식, 후기 고전 양식, 로마의 모방과 쇠퇴라는 시기의 연속으로 연대기화해 분류했다.” 아직까지 이 양식으로 미술을 해석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우리는 믿기 때문에 보고 해석하니까양식에 포섭되지 않고 양식을 만들려고 가장 노력했으가장 많이 뒤흔든 작업은 아방가르드, 다다-초현실주의, 팝아트였다고 생각한다 미술이 늘 강조하는 독창성새로움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제 Brillo 상자를 잔뜩 세워두고 당신이 보는 게 뭔 거 같아라고 묻는 듯 시선을 관람객에게 돌려주는 앤디 워홀의 통쾌함.

 

개인으로 가장 다양한 양식 파괴를 실행한 미술가는 카소였을 것이다.

 

피카소는 남은 생애 동안 환상적이리만치 다양한 양식의 작업을 보여 주었다. 그는 한 시기에 서로 다른 양식의 작업을 하는 한편, 회귀해 이전에 창조했던 양식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60년 동안의 작업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일생에 걸친 피카소의 양식에 대한 분석은 현대에 주체성에 대한 연구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개인이 정체성과 창조성의 원천이며 본질적으로 비역사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믿는, ‘주체라고 하는 자유주의적 인간주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의 천재 미술가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거대한 작업을 통해 천재라는 신화를 해체하고 있음은 정말로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정리해보자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들은 "특정한 역사와 문화에 의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재현하는 것과 소통하는 방식조차 특정한 목소리에 묶여있으며, 그 목소리는 성gender과 인종, 국적, 성 정체성, 매우 개인적인 기억, 집단적인 기억, 그리고 역사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당신은 여기서 자유로운가.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세계를 새롭게 보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잃지 않기수많은 인류가 그래왔듯 창조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 볼 것. 그것이 꼭 미술이 아니더라도.

 

 

김대중 전대통령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림도 늘 함께 해왔다.

 

 BANKSY 作

 

  BANKSY 作 (팔레스타인 장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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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3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과 사회가 맺는 관계에 따라, 개인도 사회도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한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어느 지향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영향을 미치는 과정 속에서 그 변화되는 양상은 불규칙적으로 바뀌는 것 같네요... 그 변화가 자주 그리고 크게 발생하기에 ‘자기 부정‘이나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러한 변화가 여러 면에서 단절을 불러오는 것 같구요.. AgalmA님 글 읽고 두서 없는 여러 생각이 들었네요.

AgalmA 2017-06-05 04:03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인간은 진화적인 특성상 쓸모와 경제성을 따지는 성향이 많죠. 그래서 더 멀리 더 넓게 내다보지 못하는 경향도 많아요. 한 번 옳다 싶으면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니 서로 충돌하는 일도 잦고요. 기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만큼 혼란도 많이 줬죠. 월드와이드웹이 소통뿐만 아니라 단절, 소외, 도태도 동시에 주잖습니까.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요^^;; 말로만 사람, 사람 하지 않고 내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만 되어도 세상이 이렇게까지 비인간적으로 치닫진 않을 텐데 안타깝죠...

2017-06-0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8 18:14   좋아요 0 | URL
부모 자식간은 전생에 원수라고 하듯이ㅎ; 세상사 다 그렇게 맞물려 아웅다웅할 수밖에 없는가 싶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쓰고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가 된 E. H. 카가 19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인 도스토예프스키를 파헤친 책이라니 느무느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도스또예프스키 평전》은 당대 러시아에 관한 최고의 학자였던 E. H. 카가 쓴 첫 번째 저작입니다. 책을 마주하고 있으니 떨려>0<)ㅇ~~~

 

전기 작가로 최고라 할 수 있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도스토옙스키를 쓰다》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일단 E. H. 카가 쓴 것 좀 보고. 갈 길이 머니 마음이 급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고 보면 책이 너무 낡아 있어서 참 싫더라고요. 장편 경우 샀다가 묵혀두기 십상이라 완독할 수 있을 때 사려고 일부러 안 사고 있었습니다. 김연경 씨 번역을 좋게 봤던 터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세트가 노트 사은품도 있고 낱권보다 가격도 저렴해 질렀습니다. 아이고, 좋아~ 

 

 

김영하 작가가 신간 출간과 함께 재미난 예능 프로 『알고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어 제가 더 관심이 가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요. 한국 작가 탐험으로 그나마 흥미가 생기는 김영하 작가 신간은 (굿즈를 많이 주길래;;... 아니 뭐 가격도 저렴하고... 여차하면 중고로 팔기도 쉽고 겸사겸사...) 읽어 보기로.
서점마다 주는 특별사은품이 달라서 재밌습니다. 알라딘은 북커버 K, YES 24는 맥주잔, 교보문고는 클립보드. 어쩐지 알라딘 WIN? ㅎㅎ

 

 

알라딘 제공

 

YES 24 제공

 

교보문고 제공

 

 

공통 사은품인 [김영하 소설 A-Z]는 영어 A-Z에 해당하는 단어 하나씩을 키워드로 놓고 그동안 그가 쓴 소설에 그 단어가 나오는 단락들을 가져온 소책자입니다. 작품이 많은 소설가라 꽤 괜찮은 아이디어입니다. 그가 쓴 소설들을 안 읽어본 독자들에게 다른 작품에 대한 흥미도 불러일으키니까요. 저도 몇몇 작품은 꼭 읽고 싶어졌습니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특히.
발췌된 단락에서 또 쪼개어 인상적인 대목을 옮겨 봅니다.

 

 

J : JUSTICE 1. 정의 2. 사법 3. 공정 4. 재판
그러니까 21세기에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쓰는 것은 온당한가의 문제.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 권선징악을 이야기 속에서 기대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_『아랑은 왜』


P : PEACH 1. 복숭아
지원은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복숭아를 자르는 것과 비슷하다. 겉은 부드럽지만 어떤 지점에 이르면 더는 날이 들어가지 않는다. 진짜 감정은 딱딱하게 응결된 채 부드러운 과육 아래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마치 비밀문서라도 새기듯 골똘히 손톱을 손질하고 있었다.
_「퀴즈쇼」


Q : QUESTION 1. 질문 2. 문제 3. 의문
그가 혹시라도 슬픔과 고독을 못 이기고 목이라도 매달까 봐 감시해주는 존재들.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인간이란, 얼마나 편리한가.
_『아랑은 왜』


U : UMBRELLA 1. 우산 2. 보호
남자는 자기가 들고 있는 축축한 우산이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수경의 종아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수경은 애써 몸을 피해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질 않는다. 그녀는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러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본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자 한결 견딜 만했다.
_「로봇」,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W : WITNESS 1. 목격자
사람들은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씩은 혐오하며 살아간다. 그 대상은 개일 수도 있고 가수일 수도 있고 정치 지도자일 수도 있고 때로는 특정 지역 사람들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혐오하는 것들과 닮아 있다.
_「도드리」, 『호출』
 

 

새로 나온 5만원 이상 구매사은품 알라딘 유리 보틀이 작을 줄 알고 신청했는데 예전 거보다 더 커서 이게 아닌데... 대충 보고 사면 이런 참사가...
예전 유리 보틀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휴대하기 너무 큽니다;; 구입할 때 참고하세요. 우산 줄 때 살 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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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6-02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처럼 굿스에 현혹되지 않는데,
어쩌다가 흰 우산에 넘어갔었습니다.

근데 다른 우산도 다 그런건지,
흰색만 그런건지,
색이 꼭 빛 바랜 것 같았어요.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는 도시락이 갖고 싶어서~리,
환장하겠습니다~ㅠ.ㅠ

AgalmA 2017-06-02 17:35   좋아요 0 | URL
지난 달에 우산 못 산 거 후회하고 있어요ㅜㅜ....앨리스 우산 갖고 싶었는데. 힝.
도시락ㅋㅋ 양철나무꾼님 의외의 매력ㅋㅋ

중랑은둔자 2017-06-02 19:35   좋아요 1 | URL
알라딘 굿즈는 중고나라에 가면 있지요ㅋ전 바틀이 예뻐서 책을 많이 샀는데... 도스또옙스키 평전...장바구니에 책만 늘어가는군요..

2017-06-02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3 19:00   좋아요 0 | URL
젊은 노인님 반갑습니다/ 알라딘굿즈가 중고로운 평화나라에도 등장할 줄은 몰랐네요ㅎ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종류는 모르겠는데 보틀은 알라딘이 최고인 듯^^

2017-06-0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6-02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굿즈의 유혹이란 정말.
그나저나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언제나
과연 다 읽게 될 지 모르겠네요.
하도 여기저기서 말들 해서 몇 번이나 읽겠다
고 나섰다가 결국 완독을 못했으니 말입니다.

AgalmA 2017-06-02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 다시 읽을까 고민 중^^; 페이퍼만 잔뜩 쓰고 제대로 된 리뷰를 못 남겨서 아쉬웠거든요.

2017-06-02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2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크기를 보니 이번 가을 은행주를 담글 때 쓰면 좋을 것 같네요 ㅋ

AgalmA 2017-06-03 19:01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게 깜찍하고 짓궂게 그러시네요ㅎㅎ 은행주까진 모르겠고 소형 매실주는 담궈도 될 듯요ㅋ

2017-06-02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는 순전히 저 북커버가 탐이 나서 김영하 작가 신작을 구입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AgalmA 2017-06-03 20:07   좋아요 0 | URL
다른 서점은 뭐 있나 돌아다녀 봤는데, 예스는 맥주잔 주고, 교보는 클립보드 주대요. 알라딘이 제일 나은 듯~
커버는 실물로 봐도 완전 좋고요. 소설은 아직 안 읽어봐서 뭐라 말씀 못 드리겠어요ㅎㅎ;

지금행복하자 2017-06-02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굿즈 이번엔 도시락통이 땡겨요. 도시락 쌀일이 많아져서요 ㅎㅎ

AgalmA 2017-06-03 19:04   좋아요 0 | URL
도시락통 보기엔 예쁘긴 한데 내구성이 좀 의심스러워서...저는 망설이다 실용성으로 빠졌어요ㅎ; 스테인레스 컵이 갖고 싶은데 그건 제가 살 수 있는 영역에 없더라는ㅜㅜ

목나무 2017-06-03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책 파우치 하나 받았습니다. ㅎㅎ 책파우치는 알라딘 굿즈 중 노트 다음으로 좋아하는 굿즈라
친구에게도 부탁해서 다른 파우치 하나 더 득템 예정이네요. ㅋㅋ
아~~~ 이번달 알라디 굿즈는 굿굿이라며...^^

AgalmA 2017-06-03 19:06   좋아요 1 | URL
책파우치 여러 개 있어서 이번에는 통과했는데, 그래도 가질 수 있다면야 좋긴 하죠ㅎㅎ
이달엔 신간은 그만 살 거라서 알라딘 굿즈는 다음 기회에 탐을 낼 수 있을 듯요ㅎ;
알라딘 굿즈 나눠줄 정도로 책 친구 있으셔서 부럽습니다!

2017-06-05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6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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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 시인선 315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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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는 지진의 전조가 있지만 잘 쓴 시에서는 그런 전조가 없다. 방심하고 있던 우리 생각에 언어의 도끼가 내리 꽂힌다.
가볍고 산뜻한 곡들을 주로 트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 같은 1부를 읽고 2부로 접어들며 지형이 좀 달라지는군 하는 순간 나는 「지진」 시에서 크게 멈춘다. ˝누군가 하루 종일 生活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로 끝낼 줄 몰랐다. 그 말은 지진으로 인한 어떤 인생의 종말을 말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 번 시작된 生에는 수많은 여진이 몰려온다는 통찰도 함축되어 있다. 하필 生活만 한자로 씌어 있어 한글로 이뤄진 이 시에 강렬한 균열이자 지진의 근원처럼 작동한다. 김수영 시에서 한자가 그랬듯 이장욱 단어 배치 감각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나는 단어 비즈발을 걷으며 詩 스튜디오 속으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이탈」시를 만났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는 찰나 속에 밤하늘의 별빛과 질주하는 택시와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난과 잠에 빠져드는 너와 아직 추락하지 않는 선반이 이상한 목적으로 배치되어 있. 靜과 動의 운동성이 잘 느껴지는 시다. 나는 이쯤에서 드디어 알아챈다. 이장욱의 이 시집은 운동성의 즉흥연주가 되려 한다는 것을.
바로 이어지는 「잡담」에서는 분수처럼 흩어졌다 스며드는 ‘나‘가 있고 ‘손톱이 자라는 속도‘ 속에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불놀이야」  시에서는 ‘두 팔을 벌리고 불놀이야 아 아 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갈 것 같은 ‘나‘가 있다. 「식물성」 시는 어떤가. ˝최대한 빠른 속도˝, ˝이동˝, ˝중력˝, ˝슬로모션˝, ˝추락˝, ˝뻗어간다˝는 단어들이 모여 있다. 「아마도 악마가」 시에서는 ˝온몸이 지워질 만큼 빠르게 생각˝, ˝줄어드네˝, ˝미친 듯이 후진하는˝, ˝되돌아오는˝, ˝잠기자˝, ˝줄어들자˝, ˝날아다니겠지˝, ˝뒤로 걸었네˝가 우글거린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다가오는˝, ˝올라가고˝, ˝이룩했는데˝, ˝모여들었다˝, ˝타타타 떠가는˝, ˝우주선처럼 떠오르자˝, ˝내리는˝, ˝사라지˝는 운동성의 파티다. 내 추측이 꽤 신빙성 있지 않은가. 이렇게 운동성에만 열중해서 시를 읽을 순 없지. 시가 다 사라지기 전에 시의 풍경에 다시 집중했다. 왜 이러한 운동성이 나와야 했는지 찾아야 한다. ˝나는 지구의 회전을 느낄 때가 있다˝(「복화술사」)고 말하게 된 건 ˝저 완벽한 균형이 지겹지도 않은가 봐˝ (「비열한 거리ㅡ코끼리군과의 통화」)란 생에 대한 환멸과 ˝그대에 대한 나의 중얼거림이 문득 물리적인 것들로 가득할 때˝ 만들어지는 궤적(「궤적」)에 대한 도취 때문이지 않았을까 짐작하자 2부가 끝난다.
3부에서도 스며들고 통과하고 질주하며 안되면 이륙이라도 해서 사라지고픈 염원으로 가득하다. ˝삼차원은 지겨워˝(「중독」)라고 말하며 어떤 내부도 지니지 않는 평면을 꿈꾼다. 그러나 무관한 것들은 서로를 통과하며 ˝한없이 환원˝( 「물질들」 , 「기하학적 구도 ) 된다.
˝그러므로 이상한 同感의 순간이 있다. 지금 누군가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나는 당황한다. 나는 황혼을 통해 내게 건너온 당신과 무관한 자. 황혼이란 항상 사소한 우연일 뿐.... (중략)... 침묵. 다시 돌아온다는 것. 침묵˝(「용의자」)
침묵에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음악처럼 이장욱 시들은 질주의 회귀를 멈출 수 없다. 겨냥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詩로 찌르고 지우며 이동해야 한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괴물과 함께 톨게이트」)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지만(「확산」) ˝내가 말하는 속도는 속도가 아니라 나의 변신˝(「외계인 인터뷰」)이며, 음악이 음악을 통해야 완성되듯 언어는 언어를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집 끝으로 올수록 시들은 심야방송 음악처럼 어두워진다. 이 시집 제목과 표제시 「정오의 희망곡」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표제시는 『정오의 희망곡』이란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기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연의 통속성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수록 시 중에 뽑아서 책 제목을 만들기 마련이지만, 이 시집은 결국 자신의 머리 위로 흘러가는 태양을 떼어내지 못하는 자의 끝나지 않는 읊조림이므로 ‘정오의 희망곡‘이 적확했다고 말하고 싶다. ‘희망‘에서도 중의적인 뜻을 살펴야 한다. 간절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우린 희망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절망이란 뒷모습을 갖고 있지 않던가. 끝을 알 수 없는 희망고문으로 시가 쓰인다는 걸 안다면 밝은 울림의 ˝정오의 희망곡˝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결코 알 수 없고 결코 책임질 수 없으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게 보내는 서명으로도 딱이다. 아무리 써도 나는 받을 수 없으니 시인의 페르소나 같은 코끼리 군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가 당신이 아무리 사라져도 코끼리 군의 엽서는 또다시 도착할 것이다. 사라지기 좋은 음악 같은 언어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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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6-01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오의 희망곡‘ 세대세요? ㅎㅎ

AgalmA 2017-06-01 20:35   좋아요 2 | URL
오다가다 스치듯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그 방송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고요. 아직까지도 건재하더군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0:45   좋아요 0 | URL
앗, 인도 문바이 다녀오셨어요?^^

AgalmA 2017-06-01 20:49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오래 전에 유명한 타지마할, 바라나시에서 화장하는 장면, 아잔타 석굴, 붓다가 대오각성한 보리수, 동굴 단식 수행한 전정각산 두루두루 구경했지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1:00   좋아요 1 | URL
역시, 인도는 반드시 다녀오셨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저도 예전 한 번 이름도 생각 안 나는 인도 시골 다녀왔는데요.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

AgalmA 2017-06-01 21:03   좋아요 0 | URL
저도 몇몇 시골을 기억하고 있는데 푸쉬카르와 특히 만두라는 곳이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느긋하게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했죠. 만두에선 인도귀신한테 가위눌림 당하고 식겁-ㅁ-;;;

dys1211 2017-06-0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집니다. 부럽습니다.^*

AgalmA 2017-06-01 20:49   좋아요 1 | URL
내공은요^^; 좋아하니까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하다보니 제 관점을 가지고 보게 되는 정도죠^^;

겨울호랑이 2017-06-02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장욱 시인의 시집 詩集 안의 시 詩들은 종합적으로도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시 한 수 안의 형태, 의미 등 모든 것이 시를 구성할 뿐 아니라, 시 들간의 조합 역시 의미가 있다는 것을 AgalmA님 리뷰를 통해 알게 되네요.^^:

AgalmA 2017-06-02 17:1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시죠^^

2017-06-02 0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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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02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전 사실 시하고는 인연이 없어서 말이죠.

오래 전에 한 번 가자미인가 하는 시를
읽었는데 시적 감수성이 없어서인지 시큰둥
하더라구요.

시를 좀 읽어야 할까요 ^^

AgalmA 2017-06-04 14:30   좋아요 0 | URL
ㅎ;
그런 감수성 차이 때문에 이과, 문과로 나뉘게 된 건지도 모르죠ㅎ
자기계발서라는 것도 있듯이 계발하기 나름 아닌가 합니다^^
 

타로카드 세트나 만들어 볼까. 귀찮아 먼저 죽을 거면서.
작년 12월부터 1일 1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해 6개월에 접어들었다. 온라인에 올리지 않은 것까지 치면 40장 남짓 그렸다. 1일 1그림이 아니라 4.5일 1그림이라고 해야 할 판. 1년이 넘으면 100장이 넘으면 뭐가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나는 불만스럽게 오늘 그림을 바라본다. 꾸준히 하는 걸 칭찬할 수 없겠니. 읽은 책보다 적은 건 혼날만 하다.

마티스의 초상화를 보던 어느 부인이 여자의 팔이 너무 길다고 하자 마티스가 대답했다.
˝부인, 잘못 보셨습니다. 이것은 여자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 마티스와 동시대인이며 화상이었던 다니엘 칸바일러(Daniel Kahnweiler)가 ‘회화는 환상의 대상이 아닌 기호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쓴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ㅡ 2000년 2월, E. H. 곰브리치

 

 


기호에 익숙해지게 만들면서 다시 기호를 탈피하는 사고를 하라는 인간의 시스템은 참 괴이하다. 소위 진보, 발전, 진화의 메커니즘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얼마나 적절한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둘 다에서 최대치로 얻고자 만든 게 인공지능이겠다. 바둑, 음악... 인공지능이 예술을 점령해오는 소식이 점점 자주 들려오고 있다. 사실 난 좀 기대된다. 인공지능 학문을 연구하는 건 인간이 하려나 인공지능이 하려나. 인공지능은 타로점 같은 거 보면서 내일의 운세 같은 거 안 볼 거 아냐. 꿈에서 본 영감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며 운명에 삿대질을 한다거나 책 보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지도 않을 거고. 어찌 보면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단순하면서 간소한 삶이다. 미니멀리즘과는 참 거리가 먼 인간이 미니멀리즘을 만든 것도 웃긴 일이지. 인공지능은 내일 아침엔 일어나서 평양식 냉면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안 하겠지. 내가 이 말하면 누군가 냉면을 먹고 싶어지리라. 그런 거지.

 

인공지능은 Slowdive처럼 재결성해서 22년 만에! 음반 내는 거 안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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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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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01 20:24   좋아요 1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누야사 여성 캐릭터와 좀 닮은 듯도^^;
˝시간의 신을 모시는 여자같은˝ 표현 멋지십니다^^b

겨울호랑이 2017-05-31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그림을 보니 타로 카드 중 ‘world‘ 카드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AgalmA님은 새벽부터 묘하게 긴장을 주는 음악을 들으시는군요. ㅋ

AgalmA 2017-06-01 20:28   좋아요 2 | URL
타로카드 좀 아십니까^^ 저는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종류 구경만 해 본 소인인지라 대단찮은 말은 못 드리겠어요ㅎ;
제가 슈게이징록, 앰비언트, 트립합 같이 불협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음악들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커피소년 2017-06-01 20:43   좋아요 2 | URL
아갈마님의 글과 겨울호랑이님의 댓글을 읽고서 과거에 읽었던 타로카드 관련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더 월드는 이름 자체가 밝아서 혹시 긍정적인 의미의 카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맞았네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2 02:41   좋아요 1 | URL
^^: 저 역시 타로 카드 잘 모르지만, 카드에서 풍기는 느낌이 ‘World‘ 느낌이었습니다. 김영성님 말씀처럼 ‘world‘카드는 긍정적인 카드입니다. 다만, 옷의 색이 검은 색이어서인지,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네요. 저는 늦은 밤에는 곡명도 모르는 JAZZ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ㅋ

2017-05-31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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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2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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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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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01 20:33   좋아요 2 | URL
피안화를 정확히 알아 보셨네요^^
어쩐지 저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배치했을 뿐 굉장한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님들이 읽어주는 의미가 참 흥미롭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 그림을 관심있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타로카드 공부까지ㅎㅎ ㄱ님은 참 특이하신 분^^

2017-06-01 2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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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02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겠지만, 훗날 정확하게 빅데이터 혹은
메타데이터를 통해 인간이 좋아할 만한 음악까지
만들어낼 세상이 온다면 참 그럴 것 같습니다.

뭐 작금의 시대도 대중이 선호하는 공장에서 찍어
낸 것 같은 음악이 범람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티스트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네요.

AgalmA 2017-06-02 17:3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프로보다 아마추어라는 말이 더 정감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숙하지만 순진한 열정이 가득한 그 모습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