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을 머리 쥐어뜯어가며 읽다가ㅡ이렇게 길 필요까진 없는 거 같은데ㅡ왜 도스토예프스키를 잡기 시작해서 이 고생인가 생각하면서도..... 재밌다ㅜㅜㅇ~~ 이토록 분석 거리 많은 작품을 좋아하는 내 성격을 탓해야지; 에효))
(읽는) 벌과 (읽었다!) 상을 다 주시는 도선생 같으니라구!

머리 식히러 잠시 왔다가 재미난 이벤트 발견.
http://blog.aladin.co.kr/minumsa/9357003
이웃 서재들 읽고 싶어요 목록에 왜 뜬금없이 들뢰즈&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가 있나 했더니 *민음사 배 철학책 백일장* 때문였군.
묵혀두고 있던 이 책 읽을 동력 발동! 6월을 빡세게 시작하겠구나....

1등 현대사상의 모험 10권 너무 좋겠음! 난 안될 거 같아 이미 부러워함; 상품으로 철학책 주는 건 당연한 거 같은데, 차차석 상품 후레쉬베리 5박스 협찬인가요 개그인가요. 목 메지 않게 우유도 주지-_-a ‘먹고 떨어지라는‘ 표현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어허! 지나치시오! 웃자고 한 소립니다. 19세기 소설을 여러 날 읽고 있자니 표현이 참으로 고답적; 타임머신이 필요해!

[죄와 벌] 미친 듯이 읽어 나가다가 미친 듯이 웃고 싶어서....

몰래카메라 미친 택시편
https://youtu.be/ftjeUfEaYAk

몰래카메라 식수대편
https://youtu.be/yFASmjqQnUc

이게 안 웃긴다면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소설 속에서 자주 듣는 말.
너도 웃겨! 그래요. 저도 가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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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5-2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전해 보고 싶으나, 입상 여부도 확실치 않고 어쩌구 저쩌구 해서 패스해야 할 듯 합니다. 부디 건승을 기원합니다.

AgalmA 2017-05-26 18:01   좋아요 0 | URL
[안티 오이디푸스] 읽는다 읽는다 하구선 여러 해 흘러가서요. 이렇게라도 읽을 계기가 생겨야 끝을 볼 거 같아서^^ 도선생도 이렇게 읽자고 달려드니 하나둘 정리가 되어서 좋더군요. 레삭매냐님도 이언 매큐언 그리 진행되고 계시잖아요^^ 혼자만의 비밀스런 이벤트가 사실 더 재밌죠ㅎ

뷰리풀말미잘 2017-05-26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미친택시편 엄청 좋아해요. 열번은 봤을 거 같애요. 식수대편은 처음 봤는데 회사에서 현웃 터졌다는.

https://www.youtube.com/watch?v=aWtcsz6O1_0

이거 보셨나요.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야쿠자? 편 입니다.

AgalmA 2017-05-26 18:23   좋아요 1 | URL
야쿠자 편 안 끌려서 안 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수가 너무 보여서 큰 재미는 없는 듯.
이 시리즈에선 택시 귀신 편도 빼놓을 수 없죠^^

겨울호랑이 2017-05-28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께서 부디 영광의꽃길을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ㅋ 화이링!! (혹시 출판사별 서평 대회 그랜드슬램 도전중? ㅋㅋ)

AgalmA 2017-05-28 19:27   좋아요 1 | URL
제가 좀 시끄럽게 얘기를 떠들고 있기 때문이지 알게 모르게 많이 참여하고 계시죠ㅎ
늘 그렇듯이 저야 재미가 우선입니다ㅎ;
아낌없는 응원 늘 감사드립니다^^

cyrus 2017-05-27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라면 북플도 포함되는 건가요? 애매하게 ‘SNS’라고 말하면, 블로거들은 혼동하겠는데요. 차차석 상품은 뜬금없네요. 장원, 차석 상품과 비교하면 퀄이 떨어지지만, 리뷰 대회에 먹을 것을 상품으로 내건 경우는 흔치 않아요. 차차석도 받을 만해요. 좋은 결과가 들려오길 응원하겠습니다. ^^

AgalmA 2017-05-28 19:29   좋아요 0 | URL
북플도 소셜네트워크에 해당되지 않나요? 소셜 네트워크라고 해도 트위터 경우는 형식을 맞추기에 타당하지도 않죠.
왜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만 하십니까. 같이 하셔야지요!

cyrus 2017-05-29 06:33   좋아요 1 | URL
알라딘의 민음사 공식 서재에 이벤트 공지 내용을 확인했어요. 알라딘 블로그도 된다고 하더군요.

리뷰 대상 도서들의 내용이 어렵습니다. 리뷰 대상 도서 한 권 읽기 전에 해설서 몇 권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일단 음악 하나 걸어놓고 시작하자.

 

 

 

 

Oddarrang ㅡThe Sage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처럼  머릿속을 가득 휘젓는 책을 만났을 땐 떠오르는 질문부터 풀어나가면 쉽다. 나는 평소 완벽한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주의다. 보여주기에 매달리는 형식보다 재미라는 내 만족을 추구하며 형식은 내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다.《죄와 벌》,《악령》도 전면적인 개작을 했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킨 게 아니라는 걸 유념할 것.

 

서재 친구가 재밌는 책 추천을 바라길래 칼비노와 도선생이 실망시키지 않는 실비 보험 같은 책 아니겠느냐고 추천한 김에 마침 도착한 이 책을 읽었다. 원래 도선생의 후기 5대 장편 《죄와 벌》-《백치》-《악령》-《미성년》-《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순서대로 읽을 계획이었지만 나는 늘 (필요의) 즉흥성에 더 끌리지. 이 선택은 느슨하고 엉성하며 논리적 인과성이 결여된 듯한 구성을 취해 다소 광란적인 글쓰기로 지적받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독자 다운 자세 중 하나 아니겠는가.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를 읽고 나서 나는 연계되면서 질문을 확장시켜 줄 책을 바랐는데 이 책을 읽게 돼 좋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악령》은 유발 하라리의 두 책《사피엔스》와《호모 데우스》의 주요 논점, 신이라는 허구, 자유의지, 인간이 물리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에 대해서 앞서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어떤 민족도……." 그는 줄을 따라 마치 책 읽는 것처럼 말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스따브로긴을 위협적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민족도 아직 과학과 이성을 기반으로 해서 건설된 적은 없었다. 그런 예는, 오직 어리석음 때문에 한순간 그렇게 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없었다. 사회주의는 그 본질상 벌써 무신론이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바로 첫 줄부터 사회주의무신론적인 기반을 갖고 있으며 오직 과학과 이성의 뿌리 위에서 건설될 생각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성과 과학은 민족들의 삶에서 언제나, 지금도, 창세기에도 오로지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의무만을 수행해 왔다. 민족들은 명령하고 지배하는 어떤 힘에 의하여 대열을 정비해서 움직이지만, 그것의 기원은 알려지지도, 설명되지도 않았다. 이 힘은 끝에까지 이르려는 채울 길 없는 소망의 힘이며, 동시에 그 끝을 부정하는 힘이다. 그건 자신의 존재를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확신시키려는 힘이고 죽음을 부정하려는 힘이다. 성서에서 말하듯, 삶의 정신은〔살아 있는 물의 강〕이며, 묵시록에서는 그것이 마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철학자들은 미학적 근원을 얘기하면서 그것을 도덕적 근원과 동일시한다. 난 그걸 무엇보다도 더 간단하게신의 추구〕라고 부르고자 한다. 민족의 모든 움직임의 유일한 목표는, 어떤 민족이건, 그 존재의 시기가 언제건, 오직 신의 추구, 틀림없는 자기 민족만의 신의 추구이며, 그리고 그 신을 진실한 유일한 것으로 믿는 것이다. 신은 민족의 시작부터 끝까지 취해진 민족 전체의 종합적인 인격이다. 아직까지 모든 민족, 혹은 많은 민족에게 있어서 하나의 공통 신이 있었던 적은 없었고, 언제나 제각각의 민족마다 개별적인 신이 있어 왔다. 여러 신들이 단일한 공통의 신으로 통합되면 그건 민족성이 파괴된다는 징후이다. 여러 신들이 단일한 공통의 신으로 통합되면 신들과 그들에 대한 믿음은 바로 그 민족과 함께 죽어 간다. 민족이 강할수록 그 민족의 신은 더 특별해진다. 종교를 가지지 못한 민족, 즉 선악의 개념이 없는 민족은 결코 없었다. 모든 민족은 선악에 대한 자신들만의 개념을 갖고 있고, 또 자신들만의 선악을 갖고 있다. 많은 민족들이 선악에 대한 공통의 개념을 갖기 시작하면, 민족들은 죽어 가고 그때는 선과 악 사이의 차이조차도 지워지고 사라지게 된다. 이성은 결코 선악을 정의할 힘이 없고, 근사치로도 그 둘을 구별할 힘조차 없다. 오히려, 언제나 치욕적이고 애처롭게 혼동을 해왔고, 과학은 주먹구구식의 해결책만을 내놓았다. 이것은 특히, 페스트나 기아, 전쟁보다도 더 고약하고 금세기 이전까지는 알려지지도 않는 가장 섬뜩한 채찍인 반(半)과학의 특징이 되어 왔다. 반과학ㅡ 이것은 지금까지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군인 것이다. 자신의 사제들과 노예들을 가진 폭군, 그 폭군 앞에 한결같이 지금까지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사랑과 미신으로 경배하고, 심지어 과학조차도 그 앞에서 전율하고 수치스럽게 그를 묵인한다. 이 모든 것이 당신 자신의 말입니다. 스따브로긴, 오직 반과학에 관한 말만 제외하고. 이건 내 말이죠. 나 자신이 반과학이고, 그런 까닭에 내가 그걸 유난히 증오하니까요. 당신의 사상, 당신의 말에서 아무것도, 심지어 단어 하나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바꾸지 않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스따브로긴이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당신은 열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눈치도 못 채면서 열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신이라는 것을 민족성의 가장 단순한 속성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벌써……."

그는 갑자기 유난히 강한 주의를 기울여서 샤또프를 예의 주시했는데, 그의 말을 예의 주시한다기보다는 샤또프라는 인간을 예의 주시했다.

"신을 민족성의 속성으로 낮춘다고요?" 샤또프가 소리쳤다.

"오히려, 민족을 신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겁니다. 언제건 그렇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요? 민족, 이것은 신의 육신입니다. 모든 민족은 자신의 특수한 신을 갖고 있으면서 어떤 화해도 하지 않고 세계의 다른 모든 신들을 배제하는 동안만, 오직 그때까지만 민족입니다. 즉, 자신의 신으로 승리하고 나머지 모든 신들을 세계에서 쫓아낼 거라고 믿는 그 순간에만. 창세기부터 모든 사람들은 적어도 조금이나마 두드러졌으며, 인류의 선두에 서 있었던 위대한 민족들은 모두 그렇게 믿어 왔습니다. 이 사실에 반박할 수 없죠. 유대인들은 오직 진정한 신을 기다리기 위해서 살아왔고 세계에 진정한 신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을 신격화했으며 세계에 자신의 종교를, 다시 말해서 철학과 예술을 남겨 주었습니다. 프랑스는 그 기나긴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내내 로마 신의 관념의 현현이었고 발전에 불과했지만, 그 프랑스가 드디어 자신의 그 로마 신을 심연 속으로 던져 버리고서, 당분간 그들 사이에서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무신론으로 몰두하게 되었고, 그건 어쨌거나 오직 무신론이 로마 가톨릭보다는 더 건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대한 민족이 자기 민족 속에만(그것도 다름아니라 배타적으로, 오직 자기 민족 하나 속에만) 진리가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면, 그 민족만이 자신의 진실로써 모든 사람들을 부활시키고 구원할 능력이 있으며 그런 소명을 부여받았다는 걸 믿지 않는다면, 그 민족은 그 즉시 위대한 민족이 되기를 멈추고, 그 즉시 위대한 민족이 아니라 인종 지리학적인 물질로 변해 버립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민족은 결코 인류에서 2차적인 역할을 하는 걸로 타협할 수 없고, 심지어 1차적이 역할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으며, 반드시 배타적으로 첫 번째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타협할 수 있습니다. 이 믿음을 잃어버린 민족은 이미 더 이상 민족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실은 하나고, 따라서 나머지 민족들은 자신만의 특수하고 위대한 신들을 갖겠지만, 민족들 중에서 유일한 민족만이 진실한 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신의 잉태자〕인 유일한 민족, 바로 이 민족이 러시아 민족이고, 그리고…그리고……  그리고 정말, 정말, 당신은 나를 그따위 바보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스따브로긴."


범슬라브주의자 샤또프와 무신론자 스따브로긴의 대화

 

 

 

"어쩌겠어요. 모든 사람은 좀 더 좋은 곳을 추구하게 마련인걸요. 물고기는 ……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은 일종의 안락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전부 다 그래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죠."

"네 놈이 안락이라고 말한 거냐?"

"뭐, 말을 가지고서 논쟁을 해야 하다니."

"아냐, 너 말 한번 잘했다. 안락이라고 해두지. 신은 필수 불가결한 거야.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에 존재해야만 하지."

"그래, 멋지군요."

"그러나 난 신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으며, 있을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그쪽이 더 그럴듯하군요."

"정말로 네놈은, 이런 두 사상을 가진 인간이라면 계속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모르겠어?"

"자살해야 된다, 이건가요?"

"정말로 네놈은 오직 이것 때문에 자살할 수 있다는 건 모른단 말이야? 수십억이나 되는 네놈 같은 인간들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살기를 원하지도 않고 그걸 참을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네놈은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중략)

 

"난 모든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늘 놀라웠어." 끼릴로프에게 그의 지적 따윈 들리지도 않았다.

"음, 뭐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관념상으로는 그렇지만…… ."

"이 원숭이야, 네 놈은 나를 복종시키려고 맞장구를 치고 있지. 입 닥쳐. 네놈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신이 없다면, 내가 신이야."

"내가 당신한테서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게 바로 그 사항이라니까요. 왜 당신이 신이 되는 겁니까?"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그의 의지이고 난 그의 의지에서 벗어날 수 없어. 없다면, 모든 것이 나의 의지이고 난 자의지(自意志)를 천명해야 할 의무가 있어."

"자의지라고요? 그리고 왜 그럴 의무가 있는 거죠?"

"왜냐하면 모든 것이 나의 의지가 되었으니까. 정말이지, 이 지구상에서 신을 끝장내고 자의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서, 가장 완전한 지점에서 자의지를 천명할 용기 있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일까? 이런 가난한 사람이 유산을 받고 깜짝 놀란 나머지, 자기 자신은 이런 걸 소유하기엔 너무 박약하다고 생각하여 감히 자루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는 것과 같아. 난 자의지를 천명하고 싶어. 혼자라도 좋아. 그러나 해낼 거야."


무정부주의자 뾰뜨르와 무신론자 끼릴로프의 대화


 

 

"당신은 아마도 당신 자신을 보고서 판단하시는 거지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말했다. "사느냐 죽느냐는 것이 아무래도 좋게 되었을 때, 그때야 완전한 자유가 있게 될 겁니다. 바로 그것이 모든 것의 목표지요."

"목표라고요?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아무도 사는 걸 원치 않을 게 아닙니까?"

"그렇죠, 아무도."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인간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래요." 내가 말했다. "자연은 그렇게 명령했으니까요."

"그건 비열합니다. 바로 거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겁니다!" 그의 눈이 번득였다. "삶은 고통이고 삶은 공포며 인간은 불행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왔지요. 지금 삶은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진 것이며, 바로 여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겁니다. 지금 인간은 아직 그 인간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오만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겁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신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그 신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에 따르면 그 신은 존재하는 겁니까?"

"그 신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합니다. 돌 자체에는 고통이 없지만 돌에서 비롯된 공포 속에는 고통이 있습니다. 신은 죽음의 공포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그 사람이 직접 신이 될 겁니다. 그때는 새로운 삶이, 그때는 새로운 삶이, 그때는 새로운 인간이, 모든 것이 새롭게…… 그때는 역사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게 될 겁니다. 고릴라에서 신의 파괴 이전까지, 신의 파괴에서부터…… ."

"고릴라 이전까지인가요?"

"……지구와 인간의 물리적인 변화 이전까지. 인간은 신이 되면서 물리적으로 변화될 겁니다. 그리고 세계도 변화되고 사건들도 변화되며, 사상과 모든 감정들도 변화될 겁니다. 그때는 인간도 물리적으로 변화되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느냐 죽느냐가 아무래도 좋다면 모두들 자살을 할 테고, 바로 그런 것이 어쩌면 변화일 수 있겠죠."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기만을 죽이는 겁니다. 지고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감히 자살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감히 자살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기만의 비밀을 알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은 자유가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모든 것이 있고,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감히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사람, 바로 그가 신입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단 한 번도 그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백만의 자살자들이 있었는데도요."

"하지만 한결같이 그것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한결같이 공포를 안고서 행한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서가 아니었다는 얘기지요. 오직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만이 즉각 신이 되는 겁니다."

"잘 안 될 겁니다, 아마도." 내가 말했다.   

 

합리주의자 안톤과 人神 사상의 허무주의자 끼릴로프의 대화

 

 비가 오려 하는군. 음악 하나를 더 걸자.  

 

Thrupence - Conversations (feat. Edward Vanzet)

 

 

등장인물 이름과 조사를 제외하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헛소리"다. 그에 버금가게 많이 나오는 단어는 "광기", "기만" 등이 있다. 서로에게 헛소리라고 악을 쓰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광기와 허위와 기만에 빠져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허구라는 헛소리 성격이 있고,《악령》이 1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식이며, 위 대화 인용을 봐도 알겠지만 인물들이 도선생의 관념적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이건 정말이지 헛소리 카니발이다. 지금 내 헛소리는 좋은 뜻에서 썼다-ㅅ-; 

 

러시아 사상가 S. N. 불가꼬프가 작품 평론 속에서 밝힌 통찰처럼 《악령》은 출간 사반세기 후 일어난 러시아 혁명을 예견한 듯한 정치적 혁명의 혼란과 내용이 아니라 정신적인 본질을 다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처음 도선생은 '위대한 죄인의 생애'라는 작품 구상 중에 ㅡ 급진적 모임 속에서 사상 전환을 이유로 탈퇴하려던 회원을 네차예프가 살해한ㅡ〔네차예프 사건〕을 접하고 그것을 플롯으로 한 무정부주의자들의 희극적인 한판 소동으로 집필할 계획이었다. 이 줄기는 샤또프 - 뾰뜨르 휘하 5인조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러나 뾰뜨르가 아닌 '위대한 죄인'으로 스따브로긴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 구조가 바뀌게 되면서 정치극에서 심리적이고 형이상학적 비극으로 변모했고 19세기 리얼리즘 정통 소설과 다른 특이한 소설이 탄생하게 됐다.

귀엽지만 삶에 무한히 게을러서 학자라고 부르기도 뭐한 스쩨빤 뜨로피모비치의 다음 말은 당시 사회의 정신성을 보여준다. "도대체 이건 뭣 때문인 거요, 내 한마디 하리다. 이 모든 절망적인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이 동시에, 그토록 대단한 구두쇠이며 치부에 눈이 어두운 자본주의자인 건 도대체 뭣 때문인가요? 그가 철저한 사회주의자일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철저한 자본가가 되는데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것도 또한 예민한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요?" 스쩨빤은 스따브로긴의 유년 시절 가정 교사로 그에게 우수(toska, 비애와 슬픔과 고뇌를 포함한 복잡한 감각)의 정신성을 안겨준 인물이다.

 

이 소설의 모든 인물, 모든 사건들은 스따브로긴과 (위치적으로나 오염 정도로나) 방사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대부분 스따브로긴의 외모와 재력, 귀족적 분위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악행에서도 오스카 와일드의 미남 악마 도리언 그레이보다 한수 위다. 이를 간파한 뾰뜨르가 스따브로긴을 조직에 이용하고 싶어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가 《악령》에서 본 가장 대비되는 기둥은 악-욕망에 대한 열광(스따브로긴, 뾰뜨르)과 신-관념에 대한 열광(끼릴로프, 샤또프)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악령이 든 돼지를 들고 한강으로 달려가던 장면으로 재현되기도 한 '루가의 복음서'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특히 허무주의와 무신론이라는 관념-악령에 먹혀버린 돼지로 묘사된 스따브로긴과 끼릴로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눈길을 끈다. 끼릴로프는 신을 부정한다기보다 '부재' 자로 판단해 신의 자리에 인간을 둬 결과적으로 신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힌 채 광인으로 종말을 맞는다. 끼릴로프가 순수한 허무로써 극복하려 했다면 스따브로긴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음에도 악행의 허무 속에서 파멸한다.

 

광신을 대표하는 샤또프와 무신을 대표하는 끼릴로프가 관념과 애증이 뒤섞인 불가분의 관계로 옴짝달싹 못하고 현실에 못 박힌 존재라면(이들은 함께 아메리카 모험을 했고 뾰뜨르의 조직에 가담해 음모에 빠졌으며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한집에 살며 같은 날 죽음을 맞는다), 사회를 파괴하는 악인 뾰뜨르와 타인을 파괴하는 악인 스따브로긴도 상반되는 성격임에도 현실을 돌아다니며 들쑤시는 존재라는 점에서 쌍을 이룬다. 모두 도선생의 특징들을 가진 분열적인 캐릭터들이다. 이 이야기에서 아무런 해도 벌도 받지 않고 살아남는 건 뾰뜨르가 유일하다. 뾰뜨르가 사회악, 스따브로긴이 개인악을 상징한다고 볼 때 뾰뜨르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않을 것이란 상징성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잠깐, 라디미르 나보코프《악령》을 반복해서 읽어도 재밌다고 말했다.

일전에 나는 도선생과 나보코프의 관련성을 분석한 바 있다.(http://blog.aladin.co.kr/durepos/8815151)

 

 

 

 

 

《악령》을 읽으며 10살 소녀 마뜨료샤와 스따브로긴의 일화에서 나보코프가 《롤리타》의 모티프를 얻었을 거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도선생 작품 속 악행 연대기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도선생 《악령》에서 뚜르게녜프, 셰익스피어 등의 영향을 느낄 수 있듯이. 스따브로긴의 여성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리자가 스따브로긴에게 희롱당하고 군중 폭력 속에 진흙탕에 처박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광경에서 오필리아가 햄릿에게 버림받고 연못 속에 빠져 죽는 장면이 스쳐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악령》은 셰익스피어 비극과도 견줄 만하다. 강렬하고 다양한 캐릭터들과 비극적인 스토리 때문에 읽는 내내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 

 

 상트 페떼르부르크 말리 극장 로비, 《악령》연극을 형상화한 작품

[출처: http://press.sac.or.kr/_press/000-2004/2004%20gull/200306%20mally%20theatre.htm]

 

 

 

 

 

 

 도선생은 뚜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을 염두에 두고 《악령》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상주의자인 스쩨빤과 무정부주의자 뾰뜨르는 부자지간인데 어수룩한 광대와 교활한 마귀로 대조적이다. 아들을 버렸던 구세대 스쩨빤의 시련은 당연할 수밖에 없고 아버지와 결별한 세대인 뾰뜨르의 거침없음도 일견 이해된다.

그러나 뾰뜨르와 스따브로긴의 문제점은 타인과의 불화라든지 어떤 갈등에 있지 않고 보다 본질적인 데 있다. 그들을 통해 자유의지와 마찬가지로 강조되는 인간의 큰 특징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들에겐 반성적 사고’가 없다. 뾰뜨르는 아예 없고, 스따브로긴은 그것을 계속 기만하고 부정한다. 뾰뜨르와 함께 사회 위협과 샤또프 살해에 참여한 5인조(럄신, 비르긴스끼, 리뿌찐, 똘까첸코, 쉬갈료프)가 체포되고 각각 반성적 사고를 거치는 인간적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이해 불가능한 인간의 상태를 도선생은 최종적인 "악령"으로 본 게 아닌가 싶다.

 

 

 

 

The Acid - Red (Official Audio)

 

 

 

 

 

 

좀 더 쓸까.... 뭔가 떠오르면 또.

 

 

 

 


덧)

열린책 도선생 전집 중 《악령》 번역은 김연경 씨가 했는데, 번역과 특히 해설이 좋았다. 《죄와 벌》,《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김연경 씨 번역은 민음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민음사 판으로도 꼭 읽어야 될 것으로 사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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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5-23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상태로도 충분히 좋고,
게속 수정을 하셔도 좋을 것을 장담하면서어~‘좋아요‘ 빵~!

AgalmA 2017-05-24 01:51   좋아요 0 | URL
나혼자 골머리 분석 아닌가 몰라요ㅎㅎ 응원 감사요^--^

페크pek0501 2017-05-23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를 이미 빵 했어요.

저도 덧붙이면서 계속 쓰는 페이퍼를 구상한 바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길어지는 페이퍼를요.ㅋ
이 방법, 신선해 좋습니다.

오래전, 두꺼운 책으로 ‘죄와 벌‘을 읽고 도선생이 천재라고 생각했죠.
‘지하생활자의 수기‘(이건 그리 두껍지 않음)를 읽고 역시 경이로운 작가라는 데 한 표 던졌죠. 몇 번이고 반복해 읽었던
몇 군데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젠 세 권짜리 작품은 읽을 엄두를 못 냅니다.

AgalmA 2017-05-24 11:34   좋아요 1 | URL
해설 보니 도선생 소설에 있어서《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중요한 분수령이더군요. 이 저작 이후에 씌어진 모든 장편소설은 否定과 부정적 인물들을 그려내는데 집중하게 되었다고요. 일명 ‘지하인‘들이라고 할. 《악령》은 후기 소설 중에서 그 부정성의 밀도는 좀 떨어지지만 스따브로긴은 부정의 극단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라고. 이 인물 정말 매력적.

도선생 후기 장편소설은 다 2권 이상이라 부담스럽긴 하죠ㅎ; 열린책은 자간도 촘촘해서 더 압박되는 느낌입니다;;;
《악령》 읽었으니 3권짜리는 이제《카라마조프 형제들》만 남았네요. 저번에 1권만 읽고 끝나서ㅎ;; 저도 이번에 재도전이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7-05-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과극은 통한다고 하던데요.
유발 하라리와 토스토옙스키는 상극 아닌가요?^^

AgalmA 2017-05-24 02:27   좋아요 1 | URL
아까 뉴스보니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우연이라고 취급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말을 인용하더군요.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온다˝고도. 상극이라 생각하는 건 우리 각자 판단 범주이고, 그 연결들-필연을 보는 것은 역사가나 소설가나 일반 대중이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레삭매냐 2017-05-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끼 선생 책들은 예전 열린책들 도끼 전집
으로 하나둘씩 컬렉션하고 있지만 정작
읽은 건 <죄와 벌> 하나 뿐인 것 같아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읽다 말고...

AgalmA 2017-05-24 12:0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은 도끼선생으로 부르시는군요^^
도선생 책은 처음에서 한 100 페이지까지 진입장벽이 힘들어서 그렇지 어느 정도 읽다 보면 폭 빠져 읽게 되는 거 같아요^^ 인물도 많은데 생소한데다 길고 헷갈리는 이름ㅡ 따로 부르는 애칭, 약칭도 넘 많고; ㅡ때문에 매번 괴롭습니다ㅎㅎ;;


저도 2권 이상 넘어가는 장편은 피해서 읽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군요; 배울 게 많은 작가라 힘들어도 5대 장편은 반드시 다 읽으려고요^^

겨울호랑이 2017-05-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서양문화에 있어 ‘신 god ‘문제는 빼놓을 수가 없군요. 수학과 철학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심지어는 문학의 주요 소재가... 신의 존재가 모든 서양문화의 주제가 될 정도로 중요한지는 모르겠네요...

AgalmA 2017-05-27 02:29   좋아요 2 | URL
니체는 도선생을 자신이 무언가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라고 했죠. 도선생이 작품에서 꾸준히 논의하는 무신론, 인신사상, 허무주의는 니체에게 대단히 고무적이었을 겁니다.
프로이트에게도 도선생은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은 자료가 되었죠. 문학은 인간 정신의 보고니까요.
그리스 신화부터 해서 가톨릭, 기독교 등 서양 문화는 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왔죠. 바흐부터 해서 서양 대부분의 음악, 건축, 예술도 종교가 주요 소재죠.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종교가 어떻게 세상을 움직여 왔는지 겨울호랑이님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종교 전쟁 뿐 아니라 선교를 목적으로 타국에 들어가는 흐름을 봐도. 초창기 미국 이민자들도 종교 때문에 그리 넘어간 거 아닙니까.
시오니즘, 슬라브주의, 이슬람... 그들의 선민사상은 신없음 애초에 말이 안 되죠.
서양의 언어 발달도 종교 영향이 매우 컸죠. 인쇄술의 발달로 가장 널리 퍼져 나간 출판물은 성서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도 성서입니다.
종교는 모든 생산-소비에 대단한 주재료였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신-종교적인 걸 다루죠. 영웅담쯤으로 알고 있는「돈키호테」조차 결말은 돈키호테가 그간의 모험을 인간의 어리석음이었다고 고해성사하고 신에게 귀의하는 걸로 끝나요. 이 결말이 제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
근대 이후 자아, 인권이 크게 대두되면서 신과 인간의 대결로 확대되긴 했지만,
이성의 산물처럼 여겨지는 진화론, 과학조차 여전히 가장 큰 적은 신, 종교적 믿음 아니던가요? 아인슈타인조차 신을 믿었잖아요.
알면 알수록 인간은 나약합니다. 자신을 지탱해 줄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찾죠. 신 없는 허무를 우리는 너무도 극복하기 어려워 합니다. 돈으로는 현실적 만족밖에 얻지 못하니까요. 오죽하면 위안을 얻기 위해 면죄부를 살 생각까지 했겠어요. 종교의 세속화라는 걸 알면서도 십일조로 여전히 남아있죠.
이 모든 우울한 상황은 우리 관념이 원흉이죠. 수학과 철학, 예술이 거기서 나왔다고 해도.
이렇게 말하는 저야말로 참으로 허무주의자인지도요.

겨울호랑이 2017-05-26 10:49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한편으로, 세계에 있는 여러 문명 중에서 인도-유럽문명에서 나타나는 신중심(神中心) 문화는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늘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가와 하늘의 존재를 의심하는가의 차이로 나타나는 ‘신 존재‘ 문제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북다이제스터 2017-05-26 20:52   좋아요 0 | URL
AgalmA 님, 십일조가 면죄부라니 좀 쎈 표현 아니세요?^^
 
인벤톨로지 : 불평가, 문외한, 몽상가, 낙오자, 불법 거주자, 눈엣가시들의 역사 - 새로운 것을 도래케 하는 생각의 힘
페이건 케네디 지음, 강유리 옮김 / 클레마지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인터넷 글들을 멀리서 바라볼 때면 우리는 일종의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를 주체할 수 없는 분열증의 일종) 상태가 아닐까 싶다. 논리나 재미가 있건 없건 간에 그 지속성은 놀랍다. 그야말로 유발 하라리가 말한 사피엔스의 허구의 소통 場이다. 가까이서 보게 될 때엔 더 기묘하다. 비슷한 범주의 이야기만 계속 말하고 있는 편집증적 상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 마켓이 만들어지긴 했는데, 편식쟁이거나 다이어트, 소화불량 등의 다양한 한계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러니 서로 정보나 공감대가 맞지 않으면 대화를 피하거나 외면하게 되고 대화를 해도 곧 반목하기 일쑤다.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문제라는 게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가 교육과 방송과 언론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껏 세대 차이 정도로 봐 왔다면 앞으로는 정보 갈등이라 불러야 될 거다. 기술은 날로 앞서 나가고 안타깝게도 현재의 우리는 정보의 10분의 1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발명가들이나 재기 넘치는 대중들의 생각의 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싱크탱크 인프라가 대중적이어야 인공지능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좀 더 나은 방도를 짜볼 것 아닌가. 서로를 충이니 빠니 공격하고 놀려대거나 막연히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낡은 자세로는 다가올 세계에도 지금 처지보다 나을 게 없을 거다. 정치를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듯이 우리는 모든 분야 공부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폰 히펠은 "선도 사용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에나 만나게 될 상황에 이미 익숙한 덕에 수요 예보 실험실need-forecasting laboratory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선도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미래적인 문제를 겪는다. 일명 ‘화성 시차 피로Martian jet lag‘가 그런 예다. 화성 시차 피로란 화성 탐사 장비를 조종하는 엔지니어들을 괴롭히는 수면장애다.

우리는 괴로움과 좌절감이 발명에 누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애덤 스미스의 지적처럼, 사람들은 같은 작업을 끝없이 반복하게 되면 그 괴로움과 불쾌함을 없앨 방법에 관한 많은 것을 터득한다.

얼마 전까지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구입하거나 스스로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제3의 방법이 생겼다.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제는 분산적이고 탈중심적인 발명, 제작, 유통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생산 도구가 대중의 손 안에 있으니까요. 산업혁명에서 정보혁명을 거쳐 이제는 대안경제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로체스터 공과대학의 존 셜 교수는 예언했다.

심리학자 개리 클라인은 .... 자기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머릿속에서 계속 재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아주 자그마한 실수에도 신경을 씁니다. 실수에 좌절감을 느끼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수행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궁리하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남들이 실수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사건에서도 무언가를 배운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구름의 패턴, 한 가닥의 연기, 지나가는 말 한 마디, 새는 곳, 도로의 파인 자국을 보고 문제를 예상한다.

디자이너 크리스 호커Chris Hawker는 고객들이 디자인의 어떤 무형적 특질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제품은 단순히 기능적이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고객이 그걸 원하게 만드는 시각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가 수십 차례씩 시안을 수정하며 제품의 점진적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올바른 디자인은 마음과 눈으로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상태를 오르가슴에 빗대어 "아이가슴 "eye-gasm"이라고 부른다. "제품을 본 사람들이 ‘우와, 저거 꼭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게끔 해야 합니다.

ㅡ 1부 문제 찾기

이 책의 1부에서는 우리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 내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이제 2부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방법으로 작업하는 발명가들에게 관심을 돌려 보려고 한다. "애초에 존재했던 해결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거꾸로 거기에 맞는 용도를 찾아내는 경우다. 전자레인지, 테플론[음식이 들러붙니 않도록 프라이팬 등에 칠하는 물질], 벨크로[흔히 ‘찍찍이라 부르는 옷의 여밈 장치], 심박 조절기, 안전 유리, 엑스레이 등은 모두 실험실의 연구원이 어떤 특이한 현상을 우연히 마주친 뒤 거기에 매려되어 결국 그 활용처를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유형의 발명가들은 직감적으로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지는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에 미주리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샌다 에델레즈Sanda Erdelez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운 좋은 발견을 연구했다. 그녀는 100여 명의 시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식으로 자료를 수집하는지 알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작업 중 수시로 예상하지 못한 발견에 맞닥뜨린다고 말했다. 에델레즈 교수가 "슈퍼 인카운터러super-encounterer"(패턴 인식과 발견에 능한 달인)라고 명명한 이 사람들은 언제든 의외의 일을 마주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자신이 어쩌면 특별한 지각 능력을 타고난 덕에 우연히 그렇게 단서를 찾아내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비-인카운터non-encounterer"들은 오로지 자기 할 일에만 집중했고, 작업 중 접한 신기한 현상을 살펴보려고 가던 길을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팅커링tinkering은 "실질적인 효과없이, 무언가를 대충 어설프게 수리하거나 개선해 보려고 애쓰는 행위"로 정의한다.
닥 에저턴Harold E. "Doc" Edgerton이라는 발명가는 응용과학과 팅커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그러한 인식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한 인물이다....그는 생소한 기술이던 스트로브 조명을 현대 생활의 필수품으로 정착시켰다. 저렴하고 휴대성 높은 섬광등을 만들고, 공황 활주로에서 사무실 복사기까지 무궁무진한 쓰임새를 찾아냈다. 오늘날 에저턴은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왕관 모양으로 퍼지는 우유 방울, 사과를 뚫고 지나가는 총알, 원자폭탄이 폭발해 버섯 모양으로 퍼지기 직전의 모습, 날갯짓하는 벌새 등을 담은 그의 사진은 20세기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스트로브 사진은 과학적 현상을 수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그려 냈다. 나중에 그는 수중 음파 탐지기를 개발해 해양고고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미지를 탐구하기 위한 새로운 영상 기법을 또 한 번 선보인 셈이다.

팅커링의 달인 스콧 버넘Scott Burnham은 사운드를 일으키는 디스토션 페달을 만들고 랫rat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타에 랫을 부착하면 모든 소리가 폭발적인 굉음으로 바뀌었다. 너바나, 라디오헤드 같은 밴드들이 이 페달을 사용했고,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추가되었다.
버넘은 귀 기울이고, 만져보고, 이리저리 손대보다가 발견을 이루었다. 손과 귀와 눈이 총동원된 장인의 작업 과정이었다. 팅커링은 속도가 느리다. "슬로우 푸드"가 느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냄새와 소리를 받아들이고, 물리적 세계와 대화를 나누고,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찰스 타운스Charles H. Towness는 1960년 초 그가 발견한 레이저와 그에 대한 연구를 두고 "동료들은 나를 놀려대곤 했다."고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빌견을 시답지 않게 여겼다. 벽을 태워 구멍을 뚫는 광선을 대체 무엇에다 쓴단 말인가. 당시 사람들은 "해결할 문제를 찾고 있는 해결책"이라며 레이저를 조롱했다.
그러나 수십 년 뒤, 레이저는 안과 수술, 컴퓨터칩 제조, 광섬유 등 수많은 문제 영역의 해결책이 되었다. 타운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오늘날의 실용 기술 대부분은 수십 년 전에 밝혀진 기초 과학의 산물이다. 연구자들은 호기심에서 움직였을 뿐 자신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그랬던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하는 아이디어는 문자 그대로 진정 ‘새롭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의 바로 그 "쓸모없음"이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을 한데 뒤섞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새로운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불가능을 상상케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새똥, 흙더미, 만년설을 연구하게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ㅡ 2부 발견

재능있는 엔지니어 스톨라로프의 시도는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다. 역사는 무려 기원전 1400년 델피의 한 신전에서 여사제들이 점을 쳐 주던 시절로 거슬로 올라간다. 전설에 따르면 이 여성들은 점을 치기 전 지하묘지로 내려가 바닥의 갈라진 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흡입했다고 한다. 2002년에 발표된 한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은 델피 신전이 실은 두 개의 단층이 만나는 지점 위에 위치해 있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수 세기 전 지하 모지에는 신전 바닥 밑에 쌓인 화학적 퇴적물로부터 피어오른 기체가 소용돌이치며 올라왔을 것이다. 여사제들에게 환각 상태를 유발해 영감을 주었던 예언의 약은 에틸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물은 상상력을 증진시키는 한 가지 방법에 불과했다. 수학자, 과학자, 천문학자들은 머릿속으로 온 우주를 소환해 낼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통해 집중력을 훈련했다.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지구가 자체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탈리아 물리학자 갈릴레오는 판타지 소설가에 견줄 만큼 능란하게 가상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냈다. 그는 머릿속 실험실에 원양 항해선을 한 척 지은 다음 사다리를 타고 갑판 밑 선실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난데없는 나비들이 서까래 안에서 파닥이고 있었다, 그 날갯짓에 선창으오 비쳐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이 깜빡거렸다. 갈릴레오는 주장하고픈 바가 있어서 상상의 나비를 상상의 배안에 들여보냈던 것이다. 나비들이 움직이는 배에 타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파닥이며 돌아다니듯이, 사람도 지구가 빙빙 돌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차 땅 위를 걸어 다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당시는 과학적 개념을 논할 가상의 시나리오를 근거로 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19세기에 이르러 이 같은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은 초등학교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될 만큼 아주 보편화되었다. 십대 시절 진보적인 학풍의 학교에 다녔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그곳에서 사고실험의 원칙을 배울 수 있었고, 열여섯 살 때는 사람이 빛의 속도로 광선과 나란히 달린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가상의 풍경 속에 돌진하는 기차, 자물쇠를 채운 트렁크, 스톱워치, 엘리베이터, 눈 먼 딱정벌레 등을 등장시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곤 했다.
미래를 내다본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역시 다종다양한 재료를 풍성히 구비한 머릿속 실험실을 활용했다.

흔히 상상은 신나는 놀이공원, 정신의 디즈니랜드라고 여겨진다. 백일몽에 넋을 잃는다거나 공상의 세계로 빠져든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내면 세계에서 고작 몇 분 머무는 것도 고통스럽게 느낀다. 최근 연구에서는 여성 피험자의 약 4분의 1과 남성 피험자의 3분의 2가 15분 동안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혼자 앉아 있느니 전기 충격을 견디는 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atthew Hutson, "People Prefer ELectric Shocks to Being Alone with Thoughts", 2014) 많은 이들에게 상상은 에베레스트 산 정상과도 같다. 초월적인 경관이 펼쳐지지만 산소가 부족해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세부 여건을 하나씩 추정해 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우리의 머릿속 실험실은 대단히 서사적인narrative 특성이 있다.


고착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조직이나 산업 전체를 감염시키기도 한다. 수천 명의 디자이너가 똑같은 맹점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텍사스 A&M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스티븐 스미스는 한 가지 예를 제시했다. 철도시대의 초창기에 기차는 역마차를 사슬로 줄줄이 이어 놓은 것 같은 형태였다. 차장이 객차 사이를 이동하려면 추락하고나 불똥과 재에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허공을 건너뛰어야 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문제의 해결책을 발명가들이 생각해 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 한 기술에서 다음 기술로 전이할 때, 우리는 맥락적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가져가게 됩니다." 스미스는 설명했다. 일평생 말이 끄는 마차를 타 온 사람들은 증기엔진이 돌연 열어젖힌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차를 보면 자연히 ‘말이 없는 마차‘를 연상했던 것이다. 여러 대의 마차를 복도와 연결 통로를 연결하면 객실 사이를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지금도 틀림없이 우리는 비슷한 편견에 묶여 있을 것이다.


ㅡ 3부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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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9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이제는 ‘실수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AgalmA 2017-05-19 18:51   좋아요 0 | URL
에디슨도 그런 식으로 생각했더군요^^
˝나는 만 번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효과 없는 만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효과 없는 방법들을 제외해 나가다 보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입니다˝ ㅡ 에디슨

북다이제스터 2017-05-1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하루 한 권 실천이세요?ㅎㅎ^^

AgalmA 2017-05-20 06:15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도 그렇겠지만 읽기는 늘 하고 있죠. 하루 한 권 이루기가 어려운 게 탈이죠. 괜찮은 책 하루 한 권 읽자면 일상이 그 중심으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게 제겐 어려운 문제. 책만 읽는다고 능사도 아니고.
책을 여러 권 겹쳐 읽다보니 정리 못하고 후루룩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죠. 읽기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정리가 시간을 상당히 잡아 먹으니 시간이 많이 아까워요^^; 이 책 밑줄긋기는 다른 사람에게도 유용할 지침 같아서 2시간 정도 소요하며 올려 봤어요^^; 늘 하는 생각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희선 2017-05-20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가 발명의 날이었어요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그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에서 발명 많이 한 분 말도 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살면서 편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면 편할까 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도 있어요 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하죠 생각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희선

AgalmA 2017-05-20 12:5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새로운 것을 도래케 하는 생각의 힘‘인 거죠. 저는 공감력도 상상력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명의 날, 어쩌다보니 제가 시의적절한 글을 쓴 게 되네요ㅎ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 책에 러시아 공산주의 시절 얘기가 나와요. 기술 특허 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남자가 자국에 발명 아이디어가 하도 형편없어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죠. 공산주의 시절과 관련이 있었죠. 과학자나 수학자 등 창의적인 사람들을 숙청하거나 죽이거나 괴롭혀서 그 분야 인재풀이 아주 좁아지게 된 거죠. 그도 마찬가지로 눈 밖에 나서 여러 가지 혐의로 당국의 고문과 유형 생활을 겪어야 했어요. 뛰어난 발명을 해서 세상을 더 낫게 할 사람이 그런 고생하는 걸 보니 맘이 참 언짢더군요. 그런 성격이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감옥 나와 전세계적으로 인재 양성하는 데 공을 세우죠. 이 사람은 그나마 재능이 특출나서 이 정도까지 했지만 자기 재능을 개발하고 발휘 못하고 시절에 휘둘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 이겠습니까. 여기 한국만 해도 입시지옥 경쟁 시스템으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짓을 하고 있죠. 사람들이 스스로를 경직된 사고에 가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뷰리풀말미잘 2017-05-22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리뷰가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 ) 바뀐 플사는 뭄바이에서 찍은 사진인가요? 멋져요 멋져. 이 참에 사진 카테고리도 만들어서 여행 사진고 구경시켜 주세요~

AgalmA 2017-05-22 15:10   좋아요 0 | URL
이 글은 밑줄긋기 외엔 부지런하다 소리 들을 힘 안 썼어요ㅎ;;

인도 갔을 때 인생 사진 참 많이 건졌죠. 다시 그런 사진들 건질 수 있을까 싶은데...똑딱이 카메라 아녔음 더 대단했을텐데 게을러서 아직도 대충 찍기에서 못 벗어남요. 뷰리풀말미잘님만한 능력 안 됨요ㅎ
서재는 서재답게~ 관련 책 얘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사진만 올리지 않겠다는 게 최근 제 방침^^; 1일1사진이나 대선 관련글은 좀 벗어나긴 했지만;; 블로그와 서재 사이에서 늘 고민되는 점이죠.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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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하라리는 전작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집단신화(, , 인권, 국가, )를 발명한 후 지구를 정복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이번 호모 데우스에서는 그 신화들이 새로운 기술 혁명을 만나 어떤 변화를 겪을지 예측하고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난제였던 기아(가난), 역병, 전쟁을 신이 기적으로 퇴치해주길 빌었다. 그러나 스스로 신이 되어 극복했다. 경제성장 덕분에 그것은 더 이상 최상위의 의제가 아니게 되었다. 사피엔스가 7만 년 사이 지구 생태계를 바꾼 과정(인류세)빙하기 시대와 지각판 운동이 지구에 미친 영향과 맞먹는다. 저자는 백 년 안에 우리가 미칠 영향은 6,500만 년 전 공룡을 없앤 소행성의 영향을 능가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녹아내리는 만년설보다 자신들의 마이너스 통장이 훨씬 큰 걱정거리인 인류는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멸, 행복, 신성이라는 다음 목표로 향하고 있다. 최근 300년 동안 인본주의의 기본 바탕이었던 생명, 행복, 의 현실적 대두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좋아지면 오래 살고 싶은 건 당연한 수순이고, 행복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분석도 흥미로워 소개한다. 인간의 행복심리적인 것생물학적인 것 두 기둥이 있다. 심리적으로 인간의 행복은 객관적 조건이 아니라 기대치에 달려 있기 때문에 만족보다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으로는 기대와 행복이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생화학적 조건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하루 종일 힘든 것부터 비디오게임의 쾌감에 빠져 사망하는 사람들 등의 예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의 죄수들 상당수가 약물 때문에 수감된 사례도 소개한다. 모두가 영적 만족 상태의 수도사가 될 수 없는 현실상 우리는 영구적인 만족을 위해 생물학적 기제를 조작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자연선택을 통해 품질관리가 되던 알고리즘을 인간은 더 넓은 분야로 확대시킨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유기체 합성(인공지능)이다.” 유전 공학으로 똑똑한 자식을 낳을 수 있게 해주고 생명공학과 생체공학의 발달이 치매 예방과 성기능을 개선해주며 없던 팔을 만들어 준다는 데 거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깨닫는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집단적 숙고 과정에 있지 않다.

 

농업혁명이 유신론적 종교를 탄생시켰다면, 과학혁명은 신을 인간으로 대체한 인본주의 종교를 탄생시켰다.’ 인간은 농업 혁명 이후 대형동물의 90%를 가축화했고 지배자가 되었다. 신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2012년에도 미국인의 15퍼센트만이 자연 선택을 믿는 상황이었지만, 진화론의 연구가 활발해질수록 신과 짝을 이루는 영혼의 과학적 사실 근거는 더욱 희박해졌다. “진화는 변화를 뜻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다.” 르네 데카르트는 동물들을 마음이 없는 자동장치라고 주장했지만 진화론으로 볼 때는 유전자, 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는 뉴런의 전기신호로 작동하는 인간이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저자는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이유가 불멸의 영혼이나 어떤 특별한 종류의 의식때문이 아니라 여타 동물들과 달리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유연하게 대규모로 협력할 줄 아는 능력 때문이라고 보았다.

앞서 언급한 집단신화(, , 인권, 국가, )는 많은 사람이 공동의 이야기망(허구)을 짜서 만든 의미이고 공동의 상상 질서이다. 그것은 객관적 실재(나무, 바위, )나 주관적 실재(두려움, 즐거움, 욕망)가 아니라 상호주관적 실재이다. “상호주관적 실재들은 개개인의 믿음과 느낌보다는 여러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의존한다.”

 

농업 혁명 뒤에 이어진 인지혁명으로 인간은 문자를 통해 알고리즘을 짜듯 사회 전체를 더욱 잘 조직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자 덕분에 추상적 상징의 매개를 통해 실재를 경험하는 일이 점점 익숙해졌고, “이야기의 그물은 힘을 급속도로 키워 역사를 석기 시대에서 실리콘 시대로 떠밀었다.” 세계를 고정된 파이로 보는 전통적 세계관은 원재료와 에너지를 자원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지식(데이터)자원이 더 중요해졌다.

종교가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신의 유무보다는 사회구조에 초인적 법칙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규범과 가치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기능(질서, 협력)에 있다. 종교는 윤리적 판단, 사실적 진술, 실질적 지침으로 교묘하게 짜여 있다. 그러나 과학이 성장하면서 사실적 진술의 증명할 수 없음이 계속 문제시되고 있다. 종교의 윤리적 윽박지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종교는 진리보다 질서와 힘을 우선시하는 공통점으로 공생해왔다. 저자는 과학혁명이 역사상 가장 교조적이고 불관용적이고 종교적인 사회에서 시작된 것을 강조하며, “근대 이후의 사회는 인본주의 교의를 믿고, 그 교의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교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근대 이후 경제 성장은 이러한 계약 관계를 서서히 깨뜨려왔다. ‘수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 성직자, 유대교 율법학자, 이슬람 종법 해석가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할 수 없다고 설파했지만 은행가, 투자자, 기억가 들이 등장해 200년 만에 극복해냈다.

 

예전엔 신만이 선, 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정의할 수있었으나 근대의 핵심인 종교혁명으로 인류가 그 힘을 가지게 됐다. 신을 믿는 것은 내 선택의 문제이고, “권위의 원천은 나 자신의 감정이다. “인본주의는 삶의 경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무지에서 계몽으로 가는 점진적인 내적 변화 과정으로 본다. 인본주의적 삶의 최종 목표는 광범위한 지적·정서적·육체적 경험을 통해 지식을 온전히 발현시키는 것이다.” “인생을 경험의 연속으로 보는 인본주의의 시각은 관광에서 예술까지 수많은 현대 산업의 창립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종교처럼 인본주의도 분열하게 되는데, 정통 분파(자유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로 크게 나뉜다. 자유주의는 집단 정체성 및 동족의식과 융합해 근대 민주주의를 형성했으며,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개인의 자유 추구보다 공동 행동을 더 강조했다.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히틀러와 나치의 극단적 형태도 있었지만 인류의 진화적 잠재력을 강조하기에 근대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21세기 형성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20세기는 이 인본주의 세 분파의 살벌한 종교 전쟁터였다.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 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는 가치문제를 다루지 않는 21세기 과학 앞에 흔들리고 있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 시대의 자유의지는 당시에는 사실적 기술이었지만, 영혼과 마찬가지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 앞에서는 모순적이다. ‘살인을 초래하는 뇌의 전기화학적 과정들은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이거나 둘 다이지 자유의지를 따르지는 않는다.’ 이 시점에서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뫼르소 생각에 눈물이ㅜㅜ... ‘경두개 자극기 연구만 봐도 자신도 모르게 인간은 능력이 향상된다.

 

 

과학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개인주의에 대한 믿음도 약화시킨다.’ 인간의 뇌 연구 사례는 모든 인간이 비슷한 기제로 작동하는 모습과, 결정을 하는 단일한 자아가 있는 게 아니라 충돌하는 내적 실체(경험하는 뇌:자아-이야기하는 뇌:자아)의 결과론을 보여준다.

저자는 “19세기와 20세기에 개인주의에 대한 믿음이 통했던 이유는 나를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외부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시대가 저물며 지금 크게 부상하는 외부 알고리즘은 기술인본주의데이터교. “기술 인본주의는 인간의 마음을 업그레이드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과 의식 상태에 접근한다. 인간의 의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상황이다. 데이트 말고 데이터교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믿지 않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신뢰하며, “인간의 욕망과 능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 데이터를 결정으로 전환하며 경쟁하게 만드는 경제 메커니즘(‘데이터 흐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한다.

 

 

인간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한 때가 인본주의 혁명으로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감동적인 이상들을 설교한 18세기였다. 1789년 이래로 무수히 많은 전쟁, 혁명, 격변이 있었지만, 인간은 새로운 가치를 내놓지 못했다. 그 이후 모든 무력충돌과 투쟁은 인본주의의 세 가지 가치를 위해, 또는 신에게 복종하거나 국가에 봉사하는 것 같은 더 오래된 가치들을 위한 것이다. 데이터교는 1789년 이후 처음으로 진정한 새로운 가치(정보의 자유)를 창출한 운동이다. ……(중략)……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를 받아준다고 믿기 때문에 신을 믿었고, 나를 이해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아를 믿었고, 만물인터넷(알고리즘)이 내 취향과 필요를 더 잘 알아서 따르는 과정 속에 인류는 내면도 외면도 잃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그리스도교가 인간은 신과 그의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듯이, 데이터교는 인간의 뇌로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략)…… 이런 알고리즘들은 어떤 인간도 망라하지 못하는 천문학적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 인식 방법을 배우고, 인간의 마음은 생각해낼 수 없는 전략들을 채용한다. ‘종자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이 알고리즘은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따라 인간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그리고 어떤 인간도 갈 수 없는 곳으로 간다.


 

마지막에서 저자는 중요한 질문 세 가지를 제기했다. 안 읽은 독자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밝히진 않겠고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생명을 지금과 다르게 파악할 방법은 없을까.

가치를 따지지 않는 사피엔스의 진화를 꿈꿀 순 없을까.

의식 없는 지능도, 지능 없는 의식도 상상의 질서로 협력하는 사피엔스가 아니라면 적이 될 확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고. 이것이 진화라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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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9 0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데이터교의 등장에 한병철이 싫어합니다.. ㅎㅎㅎ

AgalmA 2017-05-19 12:34   좋아요 2 | URL
문지지자들도 광신도 취급을 받는데요ㅎ;; 황우석의 황빠처럼 지구상에는 여차하면 종교적 맹신으로 빠지기도 해석되기도 쉽죠.

겨울호랑이 2017-05-19 0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제목이 <호모 데우스>가 된 이유를 알겠네요. AgalmA님의 리뷰를 읽으니 포인트가 다소 잡히는 것 같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리뷰에 감사합니다.

AgalmA 2017-05-19 12:37   좋아요 2 | URL
혹시 신이 되고 싶으셔서..... 농담ㅎ)
하라리 글을 보니 지각변동만큼 인류가 지구를 참 많이 바꿨다 싶으니 우리가 말하던 신의 능력 비슷하지 않나 싶더군요. 지금은 더 가공할 아이템을 획득해 지구 게임 시뮬레이션 상태라ㅎㄷㄷ

겨울호랑이 2017-05-19 12:44   좋아요 1 | URL
^^: 저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겠지요..ㅋㅋ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유발 하라리가 이스라엘인이라는 것과 AgalmA님의 리뷰를 통해 봤을 때, <창세기>의 바벨탑 이야기가 연상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경고를 하라리가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아니면 기각하면 되겠지요.^^:

AgalmA 2017-05-19 12:51   좋아요 2 | URL
유발 하라리도 본문에서 이건 예언서가 아니라고 거듭 당부ㅎㅎ
정보가 모이면 이게 어떻게 쓰일지 쓸지 검토하고 생각해 보는 건 사피엔스의 특징이잖아요? 역사학자라면 더더욱 그럴 테고요. 그런 바탕에서 나온 추측이라 겨울호랑이님이 말씀하신 가설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통찰력을 생각할 때 가볍게 무시할 사안도,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밥벌이가 걱정인 사람에겐 배부른 사고실험처럼 들리겠지만...

AgalmA 2017-05-19 13:06   좋아요 1 | URL
인간 아니어도 어흥~하는 겨울호랑이 정도면 남 부러울 거 없을 거 같은데요......이히히

겨울호랑이 2017-05-19 13:10   좋아요 2 | URL
^^: 어흥 빼고 다 부럽습니다 ㅋ 예를 들면 AgalmA님의 그림솜씨? 많지요..

AgalmA 2017-05-19 13:15   좋아요 2 | URL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멸종ㅎㅎ
부러운 거야 스쳐가면 그만 아니겠나요. 지식은 좀 탐나지만(내 안에 이미 호모데우스 유전자가!!!) 생활 전반에선 전 기대치를 아주 낮추고 살아서ㅎ

겨울호랑이 2017-05-19 18:42   좋아요 1 | URL
AgalmA님께는아마도 볼프강 amadeus 모차르트의 유전자가 있을듯합니다 ㅋㅋ

AgalmA 2017-05-19 18:47   좋아요 1 | URL
amado 아닐 걸요ㅎ;

dys1211 2017-05-19 0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급 읽고 싶어지네요...

AgalmA 2017-05-19 12:38   좋아요 0 | URL
알찬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재미있어서 금방 읽으실 듯^^

2017-05-1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19 12:46   좋아요 1 | URL
deus(신)은 모든 걸 알고 계신다는 우리의 오래된 정의에 따르면 인간이 모든 data(정보)를 알고 다룰 줄 알게 된다면 인간을 homo deus라고 부르는 게 과장은 아니죠^^; 좀 무섭긴 함)))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종자 알고리즘의 과정처럼 신도 모든 걸 다 다루는 만능체는 아녔을 거다 라고 말해도 신과 인간은 유사^^

레삭매냐 2017-05-1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고 나니 앞으로 사피엔스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 지 궁금하네요.

지금의 모습과 다른 방식의 새로운 인류 출현이 가능할지도
궁금하요. 물론 지금의 사고로는 받아 들일 수 없겠지만 말
이죠.

AgalmA 2017-05-19 14:08   좋아요 1 | URL
하라리는 사피엔스와는 다른 인류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원시 인류와 현대인의 차이보다 더 큰 낙차일 거라고요. 지금 우린 당연시 생각하지만 사피엔스도 사실상 새로운 인류 출현이었죠. 그러니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술과 인간의 합체가 맹렬히 진행 중이니까요. 자유자재 변신도 허무맹랑한 공상과학 같은 소리가 아니게 되고 있죠.

단발머리 2017-05-19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Agalma님~~~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교에 대해 읽는데 섬뜩한 느낌은 뭘까요....
더 이상 읽기를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AgalmA 2017-05-19 13:03   좋아요 1 | URL
저도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요. 자기보존 본능에 대한 위협감 때문이겠죠.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인데 뭘 그렇게 서두르십니까ㅎ; 그럴만한 책이긴 하지요^^

뷰리풀말미잘 2017-05-20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마의 정보량을 계산해 보면 2.4pb 정도 나온다는데. 이제 뇌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다면 생명은 곧 특정 패턴으로 고집적된 정보유기체정도로 정의되지 않을까요. 저는 기술이 신체를(두뇌를) 데이터화 하는데 성공하는 순간이 구원의 시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얘기 아시잖아요. 특이점이 온다. 2047년 이라던가요? ㅎㅎ) 구원받은 자들에게 물질가치는 의미가 없어지겠죠. 유희와 소멸에 대한 희구만이 고민의 전부로 남게 될 날을 저는 기다립니다.

유발 하라리의 글은 다소 성긴 그물처럼 보이는군요. 거대담론, 사이언스까지는 못 되는 픽션을 낚는.

지나가다 툭 던져 봤어요.

AgalmA 2017-05-20 04:45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전망은 미치오 카쿠 [마음의 미래]에서 재미나게 제시되었죠. 뇌는 집에 있고 아바타만 돌아다니는 뭐 그런. 번거로운 뇌 조차도 비유기체에 옮겨버리면 인간은 완전한 비유기체적 존재로 날아다니는 전자 유령이 되는 거죠ㅎ
물질에 대한 가치를 인간이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게 잘 안 되니 불멸의 영혼 같은 것도 만들어서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거 아닙니까. 인간의 본능, 습속이란 게 워낙 질겨서 자신의 전부를 비유기체로 옮기는 데에는 일종의 도약 단계를 거쳐야 할 겁니다. 매트릭스에도 그런 얘기 나오잖아요. 전자정보에 불과한 가짜인 걸 알면서도 콜라와 스테이크를 즐기고 싶어 하던 거. 그게 유기체적 향수이냐 비유기체에 대한 동화냐 하는 건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겠죠.

픽션으로 읽어도 역사서로 읽어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책입니다. 그도 미래를 정확히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끝처리를 좀 미흡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자기 논리와 체계로 이야기를 푸는 능력에서는 저는 인정

뷰리풀말미잘님 지나가다 만나기 쉽지 않은데 황송이요ㅎ/

희선 2017-05-2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어떤 글을 보니 낙관주의자보다 비관주의자가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비관주의자는 병원에 자주 가서... 인류의 앞날을 낙관만 할 수도 비관만 할 수도 없을 듯합니다 ‘데이터교’라는 말은 좀 재미있네요 사람이 가진 지혜가 더 낫기도 한데, 데이터만 믿는 것도 안 좋을 듯합니다 그런 것을 말하는 만화영화도 있는데...


희선

AgalmA 2017-05-20 05:57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내용은 과학잡지 [스켑틱]창간호에 ˝캐럴 태브리스 ;긍정심리학의 그늘˝ 칼럼으로 읽은 적 있습니다. 거칠게 나눠보면 낙관은 감정적 상태, 비관은 이성적 상태라 볼 수 있죠. 낙관적 사고에 행동력이 더 실린다고 생각할 때 결론적으로는 두 사고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가진 지혜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희선님 이하 대부분 사람들의 가치 평가죠^^ 물론 현재로서는 인간의 지혜가 더 풍부하다 볼 순 이겠습니다만 기계중립적이고 데이터적인 사고가 더 중요할 때도 많으니까요. 위급한 상황이나 병원 경우는 인간의 실수로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으니까요. 세월호 경우만 해도 그런 인간들만 아니었어도.... 지혜로운 인간은 사실 많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데이터를 더 신뢰하게 된 것이라는 아이러니.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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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시간 소요.
전작 《사피엔스》 읽지 않고 읽어도 무방.
최단시간 최대효용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추천. 역사 - 뇌과학 - 진화생물학 - 철학 - 경제 분야 10권 읽는 거보다 이 1권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잡다한 지식보다 그러한 지식을 수용했던 역사와 우리 자세를 검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뛰어난 책.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를 뛰어넘어 본질을 꿰뚫어보는 미래 예측서.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산물이다˝(p534)를 키워드로 파헤쳐 들어가는 서스펜스 SF 역사서!
어두컴컴한 서론 100페이지를 지나면 1부부터 재미 롤러코스터 급상승. 두 번 읽어도 흥미진진할 책.
상반기 읽은 책 top 1로 꼽겠음 b


노무현 대통령과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고생이 오버랩되는 부분...

˝김정은과 알리 하메네이의 가장 무모한 이상도 원자폭탄과 탄도 미사일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사실상 1945년과 다를 게 없다. 푸틴의 염원은 구소련을 재건하는 것, 심지어 훨씬 더 오래된 차르 제국을 재건하는 것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한편 미국에서는 편집증적인 공화당원들이 버락 오바마를 미국 사회의 근간을 파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인정사정없는 전제 군주인 것처럼 비난하지만, 그는 8년간의 임기 동안 의료보험 개혁안도 겨우 통과시켰다.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일은 그의 의제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p515)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깊이 인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있었나 거듭 각성해야 했다. 


 


신나게 읽고 난 뒤라 긴 리뷰는 To be Continue~
정리할 생각하니 까마득하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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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5-18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벌써 읽으셨어요?^^
저도 빨리....ㅎㅎ

AgalmA 2017-05-18 21:51   좋아요 2 | URL
끝이 궁금해서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ㅎ 읽는 거보다 리뷰 쓰는 게 더 고통. 흑흑

북다이제스터 2017-05-18 21:55   좋아요 2 | URL
제가 읽은 책 초반은 인본주의 찬양인데,
책 나머지는 인본주의 반성이라니 넘 궁금해집니다. ㅎ
어떠한 논리 흐름으로 엮었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

AgalmA 2017-05-18 21:57   좋아요 3 | URL
인본주의가 종교를 물리친 대항마였다는 의의가 크죠. 하라리는 그 점을 높이 산 거지 동의나 찬양까지는 아니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후반 알고리즘 부분도 빛을 발함^^

AgalmA 2017-05-18 22:28   좋아요 3 | URL
우리의 골칫거리 자유의지에 대해 이보다 더 철퇴를 내리는 글 못 봤음요ㅎ;

북다이제스터 2017-05-18 22:49   좋아요 2 | URL
점점 더 궁금하게 만드시네요. ㅎ
제 관심사 덧없는 자유의지 얘기도 있군요. ㅎㅎ
그럼 우린 이제 다니얼 데닛과 결별인가요? ㅎ

AgalmA 2017-05-18 22:52   좋아요 3 | URL
데닛은 기술적으로 설득해 들어간다면 하라리는 감정적으로도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 달까요ㅎ;;

cyrus 2017-05-18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미국판 탄핵을 볼 수 있을까요? ^^

AgalmA 2017-05-18 21:53   좋아요 3 | URL
현재로선 상, 하원 공화당측이 탄핵 과반 찬성 안해 줄 거 같고 트럼프가 실책 골 더 넣어주면 곧 있을 의원선거에서 탄핵선수들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의 촛불운동이 여러 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보여줬으니 알아서 잘해 나가겠죠^^

2017-05-18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8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5-19 0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께서 완전 몰입하신 상태에서 읽으셨군요... 집중력이 대단하십니다. 뉴스공장을 듣고 계시겠군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김어준이 예전 LG 이상훈과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ㅋ

AgalmA 2017-05-19 12:30   좋아요 2 | URL
여러 분야 책에서 봤던 내용이 상당수 였는데요. 하라리 맥락에서 읽으니 더 재밌게 읽히더라는^^ 재치있는 문장력 때문에 지루하지 않아 더 몰입해 읽게 되는 거 같아요. 집중력에 대해선 제가 겨울호랑이님 리뷰 볼 때 하는 생각인데요ㅎ
오늘자 뉴스공장은 아직 듣지 못했는데요. 어제 jtbc에서 김어준 뉴스공장 콕 집어 언급해줘서 김어준 기분이 엄청 좋았을 듯ㅎㅎ 자기 방송에서 나온 뉴스인데 출처 안 알리고 말한다고 자주 투덜투덜댔으니까요. 이젠 무시못할 인지도를 가진 방송이 된 듯.
스포츠를 잘 안 봐서 이상훈 선수 검색해 봤는데, 생김이나 털 수북 비슷하긴 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