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현실에 부재하는 어떤 것을 형상화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원래의 사물보다도 더 영속적이라는 것이 점차 확실해졌고, 더 나아가서는 사물이나 인간이 어떻게 보였던가 또는 그 대상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였던가도 나타내게도 된다.... 이미지는 과거의 그 어떤 유적이나 텍스트보다도 다른 시대의 다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세계에 대해 더 직접적으로 증언한다. 이런 면에서 이미지는 문학보다도 훨씬 더 정확하고 풍부하다. 존 버거 보는 방법
 
박이소 작가가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옮긴이 서문을 열며 소개한 존 버거의 문장엔 구구절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존 버거 번역 문제를 듣기도 하고 겪기도 한 터라 이런 분이 존 버거 글을 번역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아쉽게도 그는 2004년에 작고했고 그의 작품집도 사후 2014년에 출간되었으나 현재 품절 상태라 아쉽다. 그가 번역한 존 스토리 문화연구와 문화이론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보는 것을 믿고 믿는 것을 보는 이때에 내게 좋은 것을 보게 만드는 못 말리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5월이다.

 

강미옥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은 보는 것과 믿는 것의 간극을 예술 과정으로 재해석해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지의 1차 해석을 넘어 더 많은 것을 포착하기 위해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때 언어는 정확성이 아니라 포괄성을 추구하고 있기에, 이미지는 더 자유롭고 글은 시로써 더 자유로워진다.  

​요즘 같은 봄날 읽기 더없이 좋은 책이다. 인상적인 이미지가 많아 종종 꺼내 볼 거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마법 같은 책이다. 매번 다른 문장에 꽂히는데, 오늘은 이 문장에 꽂혔다. ​​

쥐가 가 버리다니 정말 슬픈 일이야!” - p47
루이스 캐럴 동화, 토베 얀손 그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을 무엇에 쓰'냐고 생각하는 앨리스를 위한 책답게 대화도 그림도 풍부한 책을 행복하게 읽다가 왜 이 문장에 유독 끌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심상이 꺼지기 전에 그려야겠다 싶었다.

 

 

 1일 1그림 - 이상한 선물 나라의 A

 부담이 몰려오는 선물....이럴 줄 알았어ㅜㅜ

요즘 잘 안 풀리던 1일 1그림 영감을 주셔서 더 감사!

 

 

알라딘에는 선물의 귀재들이 많은데 리뷰 과제를 선물로 주신 분도 있다-ㅋ-);;; 

 

어제부터 알라딘이 새로운 유발 하라리 구매 이벤트를 시작했는데, 역시 화제의 책은 좀 기다렸다 사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을.... 책 읽기도 힘든 독자에게 구매 시점까지 고민하게 만들다니 너무한 거 아님까!
선물로 받아 한편으로는 속 편한 나. 5/18일부터 배송 시작이라 그랬지. 기다리고 있다능. 어서 오라능! 열심히 읽어 주겠다능!

 

 

그러던 차, 오후에 《호모데우스》 도착! 우왕~씐난당~

아니, 이 책은 어떻게 소설책보다 재밌냐ㅎ;;

 

 

 

암튼 선물 귀재들에게 음악 선물로 약소하게나마 답례~

 

 

 

Mac DeMarco - For the First Time

 

 

 

 

 

 

Roy Hargrove Quintet - Strasbourg saint De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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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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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5-17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퇴근 후 <호모 데우스> 받아볼 생각에 기대 만발입니다. ㅎ^^

AgalmA 2017-05-17 15:36   좋아요 1 | URL
이거 누가누가 빨리 읽나 경쟁되는 거 아닌가 몰라요ㅋ

AgalmA 2017-05-17 17:41   좋아요 2 | URL
저 방금 받음^0^

북다이제스터 2017-05-17 17:59   좋아요 2 | URL
바로 읽으실거죠?
우연찮게 같이 읽게 되어 반갑습니다. ^^
저도 빨리 퇴근해 읽고 싶습니다. ㅎ^^

AgalmA 2017-05-17 18:05   좋아요 1 | URL
파본이 와서 슬픕니다ㅜㅜ 부디 북다이제스터님껜 깔끔한 책이 도착하길/

북다이제스터 2017-05-17 19:57   좋아요 1 | URL
책 내용이 뭔가 이상해요. ㅠ
약 100페이지 읽었는데 신자유주의자 냄새가 폴폴 납니다. ㅠ

AgalmA 2017-05-17 19:59   좋아요 1 | URL
저도 9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이거 뭔가 아닌데 싶어요...-_-; 비관적 철학론 같기도 하고;;

북다이제스터 2017-05-17 20:30   좋아요 1 | URL
구매자에게 맛보기로 베푼 책 내용은 대충 여기까지네요. 군데군데 새로운 생각이 있어 역시 재미있습니다. 흡인력도 여전하고요.
빨리 퇴근해서 마저 읽어봐야 갰습니다. ㅎ^^

AgalmA 2017-05-17 20:33   좋아요 1 | URL
네. 흡입력 짱이죠. 막 1부 진입했는데 흥미진진~ 이러다 밤샐 거 같아요ㅋㅋ 살아서 낼 뵈어요ㅎ/

북다이제스터 2017-05-17 20:36   좋아요 1 | URL
전 낼 4시 반 일어나 출근이라 전 바로 자야 할 듯 합니다. ㅠㅠ
즐독하시고 스포없는 초기 리뷰 기대합니다. ㅋ^^

AgalmA 2017-05-17 20:38   좋아요 1 | URL
안 읽으셔도 뭐라 안합니다. 인류세 설명부터 막강 스포되는데 그럼 리뷰를 어찌 씁니까. 전 스포츠주의자가 아닌 스포주의자..우후훗)

겨울호랑이 2017-05-17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는 <사피엔스>부터 시작해야하는데.. 1권 읽으면 2권이 쌓이니.. 읽은 책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읽어야할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누구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독서법이라도 개량하지 않으면 책장의 책이 폭발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ㅋㅋ AgalmA 님은 좋은 뮤지션들을 참 많이 알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AgalmA 2017-05-18 16:11   좋아요 1 | URL
무어의 법칙은 정보 기술쪽으로만 정확하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최근엔 좀 느려진 편이라고ㅎ
뇌부분 잘 건드리면 지금이라도 엄청난 지능을 갖출 순 있기 하더라는ㅎ;; 일론 머스크가 적극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문제는 돈이 없어서 저는 이번 생엔 안될 거 같아요ㅎ;;
예전에 과학자들이 LSD에 취해 아이디어 개발에 열 올리던 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ㅎㅎ

자꾸 많이 읽다보면 좋은 책들을 알아가게 되듯이 음악도 자꾸 많이 듣다보면 늘어가는 거 같더라고요^^

호모데우스는 사피엔스 심화편 같아서 건너뛰어 보면 안될 거 같더군요. hurry up~^^

겨울호랑이 2017-05-17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잠시 생각해 봤는데, 책장의 책을 비우는 것보다 제 마음의 욕심을 비우는 것으로 하면 모든게 해결될 거 같아요.ㅋㅋ ‘선택과 집중‘을 가장한 빠른 포기의 길을 택하려고 합니다.ㅋ <사피엔스>부터 시작해야겠군요...ㅜㅜ

AgalmA 2017-05-17 17:11   좋아요 3 | URL
빠른 포기도 포기라고 볼 수 없는 게 그것도 전략적인 거죠. 빛보다 우리의 생각이 더 최단경로 찾기의 달인인지도ㅋㅋ
겨울호랑이님이 농땡이 공부형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포기하신다는 말씀이 그리 와닿진 않습니다만ㅎ...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시니 과부하 안되게 잘 하시리라 봅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이 부족한 머리가 싫어, 더이상 안해! 할까봐 저도 즐거운 책도 읽게 해드리며 굽신굽신 중ㅎ;;

cyrus 2017-05-17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프티북 주신 분, 누군지 알겠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7-05-18 00:13   좋아요 0 | URL
탐정 마니아시라 쉬운 걸까요? 제가 힌트를 잘 보이게 한 걸까요ㅎㅎ

2017-05-1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8 0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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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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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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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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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0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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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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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2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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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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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0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양효실 지음 / 현실문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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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세상을 보는 태도에 대해서 나는 다음 글에서 얘기했다. http://blog.aladin.co.kr/durepos/9337037

 

 

이 책 제목 한 대목인 불구의 삶은 저자의 이 말에서 나왔다.

 

건강한 사람, 미래가 확고한 사람, 정상적인 사람은 자기와 사회, 감성과 이성 사이의 모순을 느끼지 못하는 불구의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지 않은 것 사이에서 고통을 겪을 때, 긍정적인 사회화를 거부하는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란 계속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받아들임에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에 계속 놀라는 과정이라고 할 때, 누군가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다면 사회화에 세뇌되어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행복은 개인의 욕망과 삶을 사회적 가치로 환산하려는 움직임 안에서 일어나는 환영이며, 자명한 질서에 유익한 도구이다. 우리는 행복할 때 자기를 잃는다. 행복은 사회적 인정, 즉 바깥으로부터 내게 오는 수동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삶을, 이성이 사회를, 주체가 역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근대적 확신은 전지구적 패러다임으로 확장되면서 지속되고 있다.” 자신이 합리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주체라는 근대의 선언도 여전하다. 지성으로 세계를 환원할 수 있다고 보는 욕망은 특정한 인간만을 주체로 제한했다. 삶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덮어씌우려는 관념도덕이라는 판단 체계로 타자를 무수히 판단하며 주체는 인종, 계급, 젠더, 세대를 나누고 서열화했다.” 우리는 끝없이 타자를 만들고 우리와 다른 것, 우리보다 약한 것, 혐오스러운 것, 죽여도 되는 것으로 만든다. 현재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보라. 진보와 극우, 마초와 페미니스트, 기득권과 노동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강요하는 어른과 체제에 갇힌 아이들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을 주체로 한 대상화가 만연하다. “대상화란 우월한 존재들의 타고난 능력인 지성의 판단 아래 여러 다른 삶을 단순화, 객관화, 일반화하는 것이다.” 주체란 허위다. 모두가 모두에게 대상화될 수 있는 이 가능성의 세계에서 비정상인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앎은 모름을 뺀 나머지에 불과하며, “이름은 존재를, 삶을, 사물을 덮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근대의 인간주의가 영속적으로 계속되고 있기에 예술가들은 그 사이를 횡단하며 불가능을 인식했고, ‘익숙해지지 않는 놀이로 긍정할 방법을 찾았다.

 

김소연 시인은 바로 그때입니다시에서 비와 잎이 만나는 순간의 폭력을 세계의 폭력의 실상으로 예리하게 포착했다. “여성을 여성성이나 모성애와 같은 개념을 동원해 본질화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규정하려는 여성주의는 남성성으로서의 근대성을 여성의 자리에서 한번 더 반복할 뿐이다. 이것은 결국 이름 붙일 수 없는 여성, 무한한 차이와 다양성으로서의 여성을 억압하고 길들이려는 근대화의 일환이다.” 집안의 천사(Angel in the House, 1854년 영국 시인 코벤트리 팻모어가 지은 시에서 처음 등장한 현모양처의 영어 이름)가 되기를 거부한 실비아 플라스김언희는 여성에게 사회적 굴레를 씌우고 문명의 중심을 차지한 모든 아버지--폭력을 시적 화자의 글쓰기를 통해 단죄한다. 최승자 시인은 상호주관성의 환상 속에서 서로를 대상화하고 지우는 세속의 사랑을 시로 보여주며 각자 단독자로서 자기 긍정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니체삶을 의미로 ()구성하길 거부하면서 삶의 무의미와 허무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것을 주창한 근대 안의 타자였다. 황병승사회적 삶을 사는 자들이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관계, 행위, 이미지에 대한 철저한 거부. 인간주의적 삶에 대한 경멸. 오독과 오해를 자처하는 대범함. 도처에서 감지하는 고독의 위엄. 그럼에도 이 도시, 이 지옥, 이 악몽을 떠나지 않는, 이 폐허의 증인이 되기로 선택한 이의 결단……. 계속 말하기 위해, 계속 거부하기 위해, 근대의 한가운데에 머무르는 혐오스런 말이자 로서 표현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인간 실격》에서 요조를 통해 인간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으며 처세술의 사회를 익살로 횡단하는인간상을 보여줬다. 저자는 시를 똥으로 비유한 박연준와 소설과 영화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상징적 언어에 대한 예술가들의혐오를 억압하지 않는비체적 저항에 주목한다.

 

결론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웃음이다.

말과 사물을 쓴 미셸 푸코중국 백과사전의 분류법이 자신의 사유의 전 지평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웃음을 불러왔다"라고 말했다. “굳건한 기반의 우연성에 무지한 채 그 사유의 내용에 포획당하는진지한 삶과 사유의 허위를 보았기 때문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남긴 성철 스님도 존재하지 않는 전제, 우리를 속이는 전제를 알아본 사람이다. 성철 스님은 유언에서 속세의 인연인 딸을 찾으며 다시 세속의 인간으로 돌아가고, 기독교인의 어휘인 죄, 구원과 지옥을 거론하며 불교 자체를 부정하는 종교적 아이러니를 보여줬다. 모든 프레임을 거론하며 모든 것의 무의미를 농담처럼 남기고 성철 스님은 자기 무화를 실현했다. “꽃의 연약하고 섬세한 성질은 죄수의 거칠고 무감각한 성질과 본질적으로 똑같다"라고 말한 장 주네는 모순을 합으로 만들지 않고 모순을 대등하게 만든다. 악의 한가운데에서 사랑을 느끼는 주네는 세속의 방법이 아닌 자신의 내적 명령을 자기 행위의 준칙으로 삼고 스스로 윤리의 주체가 된다. 그래서 무가치함을 알면서도 삶을 미적으로 일관되게 실천하려는 그는 기성 사회의 도덕적 선을 따르지 않는다.

 

 

 

주네도 미소를 말한다. 그 미소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어주고 동등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텅 비어 있다. 우리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닐 때, 그러므로 우리가 사물과 동등해질 때, 더 이상 인간도 비인간도 구별되지 않을 때, 모두 빛나는 꽃이 될 때 남는 것은 미소뿐이다. 미소는 비천한 주네가 찾아낸 보편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따스한 긍정이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별이고 우주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화해하는 게 모든 이들을 위한 생존법은 아니다. 우리는 모국어를 소재로 자신의 삶과 존재를 위한 옷을, 집을,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설사 그곳이 모국어가 옷, , 장소라고 부르지 않는 곳이라 해도 우리가 경멸과 분노, 폭력을 가르치는 세상에서 사랑하고 웃고 울 곳을 만들어야 한다. 헤테로피아, , 혹은 비장소non-site로 불리는 그곳을 말이다. 성장은 어른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고, 그들을 딛고 가는 것이다. 즉 성장은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당신이 겪고 있는 시련은 삶의 포기가 아닌 당신을 위한 언어를 요구한다. 당신은 당장 시작해야 한다.”

 

 

 

생존을 위한 가치 판단이 아닌 나와 세계와 화해하기 위한 미소, 당신은 지금 짓고 있습니까.

  

 

 

 


 

ps)

책에 눈에 띄는 오류가 있다. 고흐가 생전에 그림을 한 점도 못 팔았다고 서술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붉은 포도밭 Red Vineyard at Arles」, 1888

고흐 친구였던 외젠 보슈의 여동생 안나 보슈에게 판 그림. 1500점이 넘는 그림 중에 한 점 판 것이라 미미하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어 사실 관계를 짚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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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5-16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른이 되지 않고 늙어 갈 것 같아요. 저절로...
왜냐하면 끝까지 철없는 어른일 것 같거든요. ㅋ

AgalmA 2017-05-16 22:55   좋아요 1 | URL
같이 그렇게 늙어가시죠ㅎㅎ
재능 폭발! ㅎㅎ
 

 

 

맘에 드는 잉문예술덕후라는 별칭 하나를 얻었다. 그렇담 이제 뭘 하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축하 선물과 함께 책이 이정표로 도착했다.

첫 미션인 양효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은 표지와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첫 장을 펼친 순간 그런 첫인상을 말끔히 깼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 장 주네

 

프랑스 문단의 도발적인 이단아로 취급받았던 장 주네는 창녀였던 어머니와 자신의 이력(거지·도둑·남창) 등 그의 독특한 체험들 때문에 내 생각에주류 체험의 세계에서 논의되기 꺼려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장 폴 사르트르가 성 주네를 쓰며 우리가 가진 태도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듯 양효실도 태도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 매우 신뢰가는 자세였다.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 다시 신뢰되는 자세를 보여줬. 저자는 수업이 끝나면 수업 평가 같은 쪽지를 받았는데 인생의 지침 하나가 당도한다.

 

씨발년, 너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마지막 문장은 잊었다)”

 

훌륭한 문장들을 필사하고 인용하는 탐닉자에게 저 문장은 의도를 넘어선 (, 선종(禪宗)에서 꾸짖는 외마디 소리 or 말이나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불도의 이치를 나타내는 소리)이다. 저자는 저 문장을 존재 이유이자 에너지이자 기회이자 행운이자 삶을 사랑하는 이유로 받아든다.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레 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가 아닌 12세기 신비주의 철학자 생 빅토르 위고의 말

 

1장에서는 펑크록 1세대를 대표하는 밴드 라몬스(The Ramones) I Don't Wanna Grow Up, 90년대 얼터너티브록의 신화 너바나(Nirvana) Smells Like Teen Spirit, 김행숙 시 -사춘기 3, 라이언 맥긴리와 사라 루카스의 예술, 봉준호 마더를 가져와 아이들을 가두고 우리 자신을 은폐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사라 루카스(영국, 1962~)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일상적인 소재를 도발적으로 보여주는 거침없는 예술가다.   

 

 

from Self-Portraits 1990-1998

Eating a Banana  1990

 

 

 

Black and White Bunny # 1  1997

 

 

from Self-Portraits 1990-1998

Self Portrait with Skull  1997

 

 

다시 만난 너바나의 가사는 퇴색되지 않는 서슬 퍼런 진실을 담고 있다.

 

I'm worse at what I do best 난 최선을 다할 때 더 나빠져 있어

And for this gift I feel blessed 그리고 내가 받은 축복은 이 재능인 것 같아

Our little group has always been 우리의 작은 무리는 언제나 존재해 왔어

And always will until the end 그리고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존재할 거야

  

  

뮤직비디오에서 협동, 공동체적 활동과 힘, 열정이 합쳐지는 긍정의 장소인 농구장은 거칠고 위반적인 정동의 장소인 록 콘서트장과 중첩된다. 획일화되고 세뇌되었으며 경화된 10대를 상징하는 치어걸들과 콘서트장 객석의 아이들은 모두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다가 사라져버린다. 남는 건 오직 늙은 청소부와 교장 선생뿐이다.”- 양효실

  

 

곧 여름이다. 여름마다 빠지지 않고 다녔던 록 페스티벌 나들이도 점점 내키지 않았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밴드가 오는 정도의 라인업이 아니라서 더 그렇기도 했다. 3일권을 끊고 3일 내내 술에 취해 음악에 취해 있던 경험에도 타성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고, 너바나의 가사처럼 내 취향의 생산이 아닌 소비에 최선을 다할 때 더 소모되는 기분을 계속 느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해 지산 벨리 록 페스티벌에서는 내 서재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Asgeir, Gallant 무대가 좀 궁금하다.

오늘도 많은 이들의 예술이 도착한다.


 

Harry Styles - Sign of the Times

 

 

 

 

 

Spoon - Can I Sit Next To You

 

 

 

F. Mendelssohn - Romance sans parole op. 67 no. 2 en fa dièse mineur (piano)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일하러 가야 하거든~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기보다 날 놀라게 하기도 벅찬 하루하루.

아, 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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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15 01:38   좋아요 1 | URL
ㅎㅎ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돈욕심이 없더라는...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전혀 안 생기고ㅎㅎ;
본성부터 잉여로워서 이렇게 사는 게 내 팔잔가부다 합니다ㅎ;;

2017-05-15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15 02:42   좋아요 2 | URL
일했는데요-,.-
내 컴에서 뭘 가져가려고...미완성 습작노트? 돈 될 만한 협박 물건이 없지만 막상 컴이 작동 안되면 미치긴 하겠죠ㅎ;

서니데이 2017-05-15 02:48   좋아요 2 | URL
1. 일하셨군요.^^;;;
2. 아마도 그런 개인 파일 같은 거 아닐까요. 전에 알라딘 서재 이웃 중에서 실제로 당한 분도 계셔서, 이번처럼 계속 뉴스에 나오면 조금 겁나지요.^^;

cyrus 2017-05-15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AgalmA님이 선정되실 줄 알았습니다. 선정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죠. ^^

AgalmA 2017-05-16 22:06   좋아요 0 | URL
헤헤 감사드립니다^^ 잉여와 덕후가 같이 느껴지는 B급스러운 별칭이라 더욱 맘에 듭니다ㅎ
cyrus님도 예경 꼭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7-05-16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내 삶을 이끌어 온 것은 나의 체험이 아니라 그 체험을 이야기하는 태도였다.” - 장 주네

이것, 노트에 써 놓고 싶네요. 제가 이래서 책에 미칩니다. ㅋ

뭐든 받아들이는 방식에 달렸다는 것. 그러니까 같은 체험을 하고서도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산다, 가 되겠네요.

AgalmA 2017-05-16 23:16   좋아요 1 | URL
저자가 본문에도 밝혔지만 문장 탐독자라 pek0501님이 공감할 게 많으실 듯^^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제가 인용 안한 문장들이 꽤 됩니다. 그리고 저자도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하고요.

장 주네 저 말은 흥미롭게도 칸트와 겹치더군요.
˝인간의 도덕적 가치는 그가 얼마나 많은 일을 이루었느냐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선한 의지와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데 있다.˝ _ 임마누엘 칸트

우리가 진실되게 느끼는 깨달음은 비슷한가 봄^^
 

 

'대통령도 읽은 책'이라는 타이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선생님 같은 분이라 노 대통령이 앙드레 모루아 《프랑스사》 읽는 거 보고 이 책에 급관심 갖게 됐다.
노 대통령은 앉으나 서나 시민 생각만 하고 유시민 같은 사람도 알아보고 가까이 두며 정말 못 말리게 시민스러우셔서 읽는 책도 딱이야!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가까이 두는 건 운명이다ㅋㅎ 아, 내 이름은ㅜㅜ 한자로는 나라 '정'이 있지만서도.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책 읽는 화보집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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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5-13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곧 지를거 같습니다.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cyrus 2017-05-15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닭은 글자를 모른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상한 닭 한 마리가 국제도서전에서 책 몇 권 샀을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

 
노무현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미공개 사진에세이
정철 글, 장철영 사진 / 바다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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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사진들을 통해 더 정확히 알게 된 것은 뼛속까지 그분이 그랬다는 것.
말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꾸밀 순 있지만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동은 감출 수 없다.

 

 

그분은
아이들을 만날 때도 모자를 벗고 깍듯이 인사했고 자세를 낮췄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경청했다.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고 상대보다 더 깊이 머리 숙여 인사했다.
어디를 가든 그곳 사람들을 챙겨 인사를 하고 가까이 갔다. 청와대를 개방해 관람 온 아이들이 오면 반갑게 먼저 다가갔다.
나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더 높이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사진에 드러난다.

장철영 작가가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사진은 50만 컷이 넘는다. 그중에 고르고 고른 사진들이 모두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을 보면 이 분도 영락없이 그렇다. 사람들을 대할 때면 몸을 기울이기 때문에 금세 구부정한 자세가 되는데도 개의치 않는다. 문 대통령 영상 나올 때 잘 관찰해 보시길.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플래시 앞에 멋진 제스처 취하는 자들과 얼마나 다른지. 못 보는 사람, 안 보려는 사람에겐 읽히지 않는 진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을 때 이 좋은 곳을 왜 우리만 다니냐고 하며 곧 북악산을 전면 개방했다. 국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고민한 사람.

대통령 취임 후 첫 휴일인데도 쉬지 않고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들과 북악산을 같이 오르는 것은 그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일.

사람을 위한 그들의 마음을 뼛속까지 배우고 싶다.


 


오늘도 문 대통령님과 굿모닝!
고마워요.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늦게 알아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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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13 11:09   좋아요 2 | URL
문재인 대통령이 노 대통령 시절 일할 때 늘 청와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하죠, 막힌 공간에선 청탁, 수수 들어올까봐! 따뜻함과 철저함을 갖춘 정말 준비된 대통렸였던 거!

돌궐 2017-05-13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세전환의 전형을 보여주는 문비엔 보니까 문통이 예전에 좋은 글귀가 있으면 사무소 직원들과 같이 읽고 얘기 나누었다고 하네요. 하루 빨리 문통을 알라딘 서재에 초대해야합니다.

AgalmA 2017-05-13 12:05   좋아요 0 | URL
^^ 소통하려는 사람의 특징이죠. 알라딘 서재 초대 찬성찬성요

페크pek0501 2017-05-13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뭘 보든 잘 읽어야 하겠죠. 제대로...

AgalmA 2017-05-14 12:45   좋아요 0 | URL
제 얘기 하시는 줄 알고 깜짝요^^;; 네,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