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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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알라딘 커피가 훨씬 맛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좋아하고 요즘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셔 원두가 똑떨어질 때가 잦아 통 크게 500g 구매. 고소 50%, 향긋 50% 적절한 배합입니다. 신맛은 많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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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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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일본 요괴 말고 한국 요괴는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생소한 요괴가 상당히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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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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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창조론을 바탕으로 진화론에 반박하는 ‘창조과학’(과학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도 부적절)을 포함해 우리는 여전히 종교, 신화,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의 첫 장도 우리의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

몇십 년 전 한 유명한 과학자(어떤 이들은 그가 버트런드 러셀이었다고 한다)가 천문학에 관한 대중 강연을 했다. 그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태양은 거대한 별들의 모임인 이른바 우리 은하계의 중심의 주위를 돈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키 작은 할머니가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말도 안 돼요. 세계는 거대한 거북의 등 위에 얹혀 있는 평평한 판이라구요.” 그 과학자는 여유 있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거북은 무엇의 위에 서 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똑똑하군요, 젊은이, 아주 똑똑해”라고 비아냥거린 후 이렇게 대답했다. “그 아래로는 그렇게 끝없이 거북들이 있지요.”

-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관찰이 있었지만 신이 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믿음처럼 ‘지구평면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존재한다. 거북이 지구를 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힌두 신화부터 중국 등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도 사방을 지키는 사신 중 현무는 대지를 상징한다. 각 문화는 자신만의 독특성을 내세우려고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문화는 서로 닮았다. 이를테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지옥문을 지키는 삼두견(三頭犬) 케르베로스(Cerberus)가 있는데, 한국에는 암흑대왕의 불개(《조선민담집》), 저승의 삼목대왕이 이승으로 와 개로 변신한 삼목구(눈이 세 개인 개) 이야기(《청장관전서》) 등은 현실에서 우리가 개를 가까이하며 사는 것과 같이 이계에서도 비슷한 형상을 그린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머리가 셋에 다리가 하나인 ‘삼두일족응(삼두매)’, 태양에 사는 다리가 셋인 까마귀 ‘삼족오’를 통해서도 숫자 ‘3’을 완벽한 숫자로 여기는 동서양의 문화가 동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고기에 대한 신성시도 종교와 민간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성배 『한국 요괴 도감』은 짐승 혹은 사람처럼 생긴 ‘괴물’,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인 ‘사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해온 한국의 ‘신’ 이렇게 네 분류로 소개하고 있다. 도깨비, 달걀귀, 손각시(처녀귀신), 몽달귀(총각귀신)처럼 익숙한 한국 요괴들부터 현대 도시괴담 속 자유로귀신, 콩콩콩귀신, 홍콩할매귀신, 한강괴물 등 신종 요괴들까지 두루 등장한다.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한국에는 요괴가 많지 않고,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귀신이 많다는 게 내 소감이다. 많은 요괴들의 출몰 시기가 조선 시대인 것도 흥미로운데 기록 때문에 요괴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역설도 된다. 관련된 인물이 유명인이면 더욱 그렇다. 괴이한 지네가 등장하는 김자점 탄생 설화(괴오공), 금돼지가 등장하는 최치원 탄생 설화(금돼지), 동명왕이 길렀다는 기린(기린), 박혁거세가 죽자 장사를 방해한 큰 뱀(대사), 선덕왕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침실에서 늙은 여우를 죽인 일화(매구-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천 년 묵은 늙은 여우), 나라가 망할 징조인 여우들이 의자왕의 궁에 들어오는 장면(백여우) 등.

 

 

 

 

 

 

 

 

 

 

 

 

 

 

 

 

 

 

 

한국 요괴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 영노, 장자마리, 주지 등 탈춤에만 소개되는 독특한 괴물이 있다. 불교가 민간신앙으로 오래 전해져 왔기에 불상과 관련된 요괴 이야기도 많다. 동식물 모습의 요괴들은 이 땅의 기후와 지역 특색에서 등장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듯 호랑이 귀물도 많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래도 있고 금을 두꺼비 형상으로 만들 정도로 한국에서는 재물에 관련된 두꺼비가 많은데, 아닌 게 아니라 업신·조왕신·터주신으로 두꺼비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식물로 만들어진 병사인 녹두병, 죽엽군처럼 전쟁에서 도움을 주는 병사가 있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우렁각시나 선녀처럼 도와주는 여성 존재도 많고, 중국에서 불로장생약을 찾아온 곳이 한국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을 낫게 해주는 물이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한국의 요괴 이야기들은 생활과 관련된 게 많아 염원을 담은 실용, 교훈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탄생한 것 같다. 제주도에서만 출몰하는 요괴 소개는 섬 문화만의 특이한 문화 탄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은 오래전부터 어떤 것을 신성시했고 터부시했는지 그리고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자료들은 재미나 이야깃거리로만 소비할 게 아니다. 여기엔 지금의 나, 세계의 뿌리들이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역병 앞에 우리의 두려움은 많은 것들을 또 만들어낼지 모르는데, 우리의 두려움이 그것들의 힘을 키운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ps)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숙지할 수 있었다.

봉황은 특정 새가 아니라 수컷인 ‘종’과 암컷인 ‘황’을 합쳐 부르는 신령한 새로 고귀함의 상징이다.

기린도 수컷을 ‘기’, 암컷을 ‘린’이라 통틀어 기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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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보여요! 저 요즘 우부메의 여름 읽고 있어서 우리나라 요괴도 조사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한 발 앞서가주시는 아갈마님!! :) 좋은 밤 보내세요!

2020-09-12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9-13 05:37   좋아요 0 | URL
심오할 것까진 없는데요^^;

『시간의 역사』 내용은 기존 지식에 편향돼 세상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과학적인 사실이 더 바뀔 수도 있겠지만 거북이가 지구를 받치고 있다는 생각은 이젠 폐기해야죠.

겨울호랑이 2020-09-12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요괴 도감>을 보니 요괴들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산해경>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귀신, 요괴를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무라야마 지준의 <조선의 귀신>과도 통하는 것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조선의 귀신>은 많은 귀신이 소개되었습니다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그림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한국 요괴 도감>은 이보다 편하게 다가오는 책으로 보입니다.^^:)

AgalmA 2020-09-13 06:17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산해경을 언급하며 중국 요괴와 비교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미세하게 다르더군요. 다른 문화와 섞이면 다양성이 나오듯이요.
『조선의 귀신』이란 책도 있었군요ㅎ 무속에도 관심이 많아서 서정범 교수님의 연구에 관심 많았는데 억울한 사건으로 그리 되셔서 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한국 요괴 도감』 보면서 책도 예쁘고 내용도 간단해서 아이들 키우는 분들은 그림 보며 같이 읽기 좋겠다 하긴 했습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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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페소아의 작품들과 그의 다른 이름(자아)들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즐길 글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타부키가 쓴 페소아 연구서『사람들이 가득한 트렁크』, 페소아의 산문선 『페소아와 페소아들』을 읽는다면 더 도움이 된다.
타부키는 이 책에서 페소아가 사망하기 전 다른 이름들과 작별하는 장면을 그렸는데 그가 페소아에게 가진 깊은 애정 때문이었으리라. 페소아에 대한 타부키의 애정은 그 자체로도 정말 이야깃감이다. 타부키가 페소아와 포르투갈에 빠져든 계기였고, ˝20세기 최고의 시˝라고 상찬한「담배 가게」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격찬받을 만한 시다. 민음사에서 김한민 번역으로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에 수록된 시와 읽는 맛이 다르므로 페소아의 명시를 음미하고픈 독자에겐 또 다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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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는 베개에다 뺨을 갖다 대며 피로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사랑하는 안토니우 모라, 페르세포네가 자기 왕국에서 나를 원해요. 이제 떠날 시간이에요,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이 이미지들의 극장을 떠날 시간입니다. 내가 영혼의 안경을 통해 무엇을 보았는지 당신이 알까요. 나는 저 위 무한한 공간 속에서 오리온의 버팀대를 보았고, 이 지상의 발로 남십자성 위를 걸었고, 빛나는 혜성처럼 무수한 밤을 가로질러갔고, 별들 사이 상상의 공간, 쾌락과 두려움을 가로질러갔고, 또한 나는 남자이자 여자, 노인, 소녀였고, 서양 세계 수도들의 커다란 대로에 모인 군중이었고, 우리가 평온함과 지혜를 부러워하는 동양 세계의 온화한 부처였고, 나 자신이면서 동시에 타자들, 내가 될 수 있었던 모든 타자였고, 명예와불명예, 열광과 쇠진함을 알았고, 험준한 산들과 강들을 가로질러갔고, 평화로운 양떼를 보았고, 머리 위로 햇살과 비를 맞았고, 타오르는 여성이었고, 길에서 노니는 고양이였고,
태양이자 달이었고, 모든 것이었습니다. 삶이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 충분합니다. 사랑하는 안토니우모라. 내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무수한 삶을 사는 것과 같았어요. 이제 피곤해요. 내 촛불은 소진되었어요. 부탁해요, 내안경을 주세요.

1994년에 나온 이 책은 타부키가, 1935년 페소아가 죽기 전 사흘을상상하며 환상적으로 풀어낸 전기적 픽션이다. 다시 말해 페소아를 위한문학적 초혼제이자, 타부키식의 오마주인 셈이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1935년 11월 30일 리스본의 한 병원에서 간부전으로죽었다. 타부키는 임종 직전의 페소아 앞에 그의 수많은 다른 이름로서의페소아들(베르나르두 소아르스, 알바루 드 캄푸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히카르두 헤이스, 안토니우 모라 등)과 페소아의 주변인들(연인 오펠리아케이로즈, 이발사 마나세스 씨, 페소아 연구자 코엘류 등)을 불러들인다.
인도 야상곡]에 나오듯, 심한 근시였던 페소아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내 안경을 주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이 책 『페르난두 페소아의마지막 사흘은 멀리 있는 것이 잘 안 보였던 그에게, 그 먼 곳에서도지금 여기가 잘 보이도록 페소아의 마지막 눈에 건넨 타부키의 ‘문학(영혼)‘ 안경인지 모른다. 타부키 역시 2012년 3월 25일 리스본의 한병원에서 암 투병중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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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0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서 마지막을 보낸 시간은 고통과 고독의 시간이었을까요?

AgalmA 2020-09-12 20:50   좋아요 0 | URL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결말짓진 않았습니다. 담담히... 사고사가 아니라면 우리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