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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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자기 몸에 대해 뭘 말할 수 있을까. 성인의 뼈대는 총 206개이고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기계적 설명이나 인간 유전자 지도(게놈 프로젝트)가 인간에 대해 어떤 사실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우리 자신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없이 하고 각종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리종의 아버지는 말한다.

 

「요즘 의사들은 몸에 손을 대려고도 하지 않더군. 의사들에게 몸은 아주 단순한 것, 세포들의 조합일 뿐이지. X선 촬영, 초음파 검사, 단층촬영, 피 검사의 대상, 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연구 대상, 항체를 생성해내는 기관. 결론을 말해줄까? 이 시대의 몸은 분석을 하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덜 존재한다는 거야. 노출과 반비례하여 소멸되는 거지. 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 2010년 8월 3일 리종에게 보내는 편지」

 

흔히 일기를 내면의 기록으로 쓰지만 리종의 아버지는 요동치는 정신의 상태를 반추하기보다 몸이 정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에 집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외부 환경과 몸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변화를 더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아주 작은 상처에도 신경이 쓰이고 팔이나 다리를 못 쓰게 될 때는 세상의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나이 들어가며 예전 같지 않은 몸의 상태를 발견할 때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멸을 곱씹게 된다. 우리의 일기가 그러했듯 리종의 아버지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깊은 혜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어릴 적 그가 가상의 동생이자 자신의 페르소나 도도를 만들어 불편한 가정에 적응해보려 했던 것처럼 일기도 자신의 삶에 적응해보려는 투쟁의 기록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산송장이 되어 돌아온 남편을 회생시키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보고자 그를 낳았던 어머니는 가망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두 사람을 증오했다. 쌀쌀맞은 어머니에게서 애정을 바랄 수 없었고 죽어가는 아버지에게서 애정과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은 정신적으로는 조숙했지만 육체적으로는 아버지를 흉내 내며 유령 같은 모습으로 살려 했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마자 아버지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린 어머니 때문에 그는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유령 고아 행색이었다. 그때 가사도우미로 나타난 비올레트 아줌마가 그의 구원자였다. 비올레트 아줌마와 소년의 이야기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을 떠올릴 정도로 감동적인 대목이 많다. 몇 번을 울게 만들었는지……. 비올레트 아줌마의 동생 마네스 아저씨와 올케 마르타 아줌마, 그들의 자녀들(티조, 로베르, 마리안)은 소년에게 실제 가족과 같았다.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비올레트 아줌마의 죽음을 목도한 순간은 그의 트라우마로 오래 남는다. 아줌마의 죽음 뒤 단식투쟁으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기숙학교로 갈 수 있었고 이후 이 일기에는 어머니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고로 실종된 어머니에 대한 기술은 아주 짧게 처리되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그는 학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게 되었고 거기서 팡슈도 만났다. 죽음이 목전에 있는 전쟁은 우리를 진정 몸으로 있게 만든다.

 

「은밀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자신의 건강 문제에 관해 조금이라도 신경 써본 자가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건 정말 한 번 연구해볼 만한 주제다. 동지들 중에서 아픈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거든. 온갖 시련을 다 겪으면서도 말이야. 배고픔, 목마름, 불편함, 불면, 기진맥진, 두려움, 외로움, 감금, 지루함, 상처. 그런데도 몸은 잘 버텨냈다. 우리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어쩌다 이질에 걸리는 것 정도. 냉기를 느끼다가도 수행해야 할 과업을 생각하면 금세 몸이 데워지는 식이었지. 심각할 게 없었다. 우리는 배가 텅 빈 채 잠을 잤고, 발목을 삔 채로 걸었고, 몰골은 추했지만, 병에 걸에 걸리진 않았으니까. 내 관찰이 모두에게 다 해당되는지는 모로만, 어쨌든 내가 주변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렇다. 반면 STO(비시 정부에 의한 대독협력 강제 노동국)에 팔려간 청년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파리처럼 쓰러졌다. 노동 재해, 우울증, 전염병, 온갖 종류의 감염, 그곳을 벗어나고픈 자들의 자해 등으로 작업장은 점차 비어갔다. 그 무상의 노동력들은 그들의 몸만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에 건강을 갖다 바친 거지. 반면 우리의 경우엔 정신이 동원된 셈이고. 저항 정신, 애국심, 점령자에 대한 증오, 복수의 욕구, 정쟁에 대한 취향, 정치적 이상, 박애, 해방에 대한 기대, 이름을 어떻게 갖다 붙이든, 그게 무엇이었든, 그건 우리 건강 상태를 좋게 해주었다. 우리 정신은, 전쟁이라는 위대한 몸을 위해 우리 몸을 기꺼이 써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이 없었던 건 아니지, 각자 자기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평화를 준비했고, 자기 식대로 해방된 프랑스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레지스탕스는 그 양상이 아무리 다양하다 하더라도, 침략자에 대한 투쟁 속에선 언제나 단 하나의 몸일 뿐이었다. 평화가 돌아오자 우리 각자는 그 거대한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시금 세포들의 덩어리로, 다시 말해 모순 가득한 존재로 되돌아왔다.

- 21~26세(1945~1960)에 대해 리종에게 남기는 말」

 

그가 비올레트 아줌마에게 배웠던 청각 마취술(부상자를 치료할 때 요란한 소리를 질러 부상자의 정신을 빼놓는 것)을 팡슈에게 가르쳐줘 부상자 치료에 도움을 줬는데, 이 기술은 그의 자녀, 손자, 증손녀 (미친 사람 같았다는 소리까지 들으며ㅎ) 의 가정 치료 요법으로도 자리잡는다. 팡슈의 입김으로 레지스탕스 폭파전문가였던 쉬잔과 23세 생일에 처음 가진 성관계에서 자신이 성불능자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계급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심판받는 첫 구직. 24세 발견한 비용종(콧구멍을 가로막고 있는 혹)이 그를 계속 괴롭히게 되는 사연. 25세에 첫 치과 방문과 첫 정장 맞춤. 맞지 않는 여러 교제 끝에 몸과 영혼의 동반자라 할 모나를 만나 27세에 결혼.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그의 생이 이어진다.

 

「난소도 역시 어지럼증의 척도 역할을 하냐고 모나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그런데 모나가 절벽 가장자리로 다가가는 걸 보면서 내 고환은 또다시 조여들었다. 난 그녀 대신에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다. 불알에도 감정이입이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산책하다 절벽에서 떨어진 어떤 사람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돌 더미 위를 몇 미터 굴러떨어지며 허공 속에서 허우적댔다. 친구들은 겁에 질려 계속 소리를 질러댔지만, 정작 그 자신은 한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자기가 발을 헛디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공포도 떠나간 것 같단다. 그는 그 뒤로 평생 동안, 희망을 잃었던 그 순간을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가 목숨을 건진 건 나뭇가지에 걸린 덕분이었다. 그 순간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공포도 또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 28세 4일(1951년 10월 14일 일요일)」

 

불안한 현실과 편안한 잠을 오가며 살듯이 공포와 희망은 우리 인생을 돌리는 양면의 동전이다. 홉스의 고백처럼 ‘두려움은 내 인생의 유일한 열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아이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시간도 갖지만, 내면 일기를 쓰든 외면 일기를 쓰든 일기는 결정적인 걸 포착하지 못한다. 그의 일기에는 임신한 아내에 대한 묘사, 첫아이 브뤼노를 만난 순간도 기록되지 않았다. 일기를 쓰며 우리는 자신의 취향과 선택, 자기 역사의 단편을 바라볼 뿐이다. 현실에서는 몸을 둘러싼 끝없는 비교가 벌어진다.

 

「집 앞 공터에서 브뤼노와 걔 또래의 사내아이가 태곳적부터 이어져 온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다름 아닌 이두박근 자랑, 작은 두 팔을 직각으로 굽힌 채 주먹을 쥐고, 이두박근을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녀석 다 힘을 주느라 얼굴을 연극배우처럼 찡그리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평생 우리의 몸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단 유년기를 벗어나면 그 방식이 은밀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열다섯 살 때 나도 해변에서 내 또래 남자애들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복근 시합을 벌였었다. 열여덟 살인가 스무 살 때는 수영복 아래쪽이 얼마나 불룩한지를 자랑했다. 서른 살, 마흔 살이 되면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비교한다(대머리에겐 불행이다), 쉰 살 때는 배(배가 안 나와야 한다), 예순 살 땐 치아(빠진 게 없어야 한다). 이제 소위 원로라 불리는 늙은 악어들의 모임에선 등, 걸음걸이, 입을 닦는 방식, 일어나는 방식, 외투를 걸치는 방식을 비교한다. 한마디로 나이,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무개가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지, 안 그래?

- 36세 11개월 21일(1960년 10월 1일 토요일)」

 

 

「여럿이 어울려 있을 때 우리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그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 거기 속하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다. 그걸 교육이나 맹종 혹은 주관 없는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만ㅡ그게 티조의 가설이었다ㅡ난 거기서 오히려 존재론적 고독에 저항하는 시원적(始原的) 반응을 본다. 본능적으로 유배의 고독을 거부하고, 공동체에 끼어드려는 몸의 반사적인 움직임이랄까. 심지어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공공장소에서ㅡ살롱, 공원, 술집, 복도, 지하철, 엘리베이터ㅡ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놀랍게도 우리 몸의 움직임에선 우선 동조하고 보자는 그 성향이 나타난다. 그럴 때 우리는 기계적으로 찬성하는 새 떼가 된다. 나란히 걸어가며 네, 네, 하고 있는 비둘기 떼와 흡사한 것이다. 티조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 표면적인 동조가 개인의 주관을 손상시키는 건 결코 아니다. 비판적 사고가 곧 뒤를 따를 테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비판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 부딪치기 이전에 우선 집단에 확실하게 들러붙고자 하고, 우리 몸은 그 본능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 37세 13일(1960년 10월 23일 일요일)」

 

 

「남들 앞에선 억지로 감추는 악취도 혼자 있을 땐 은밀하게 즐긴다. 생각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는 이 이중성이야말로 우리 삶의 중요한 속성이다. 테니스 치던 그 여자나 나나 각자 자기 집에 돌아가면 각자 자기 식으로 긴 방귀를 즐길 것이다. 악취의 파동이 이불에 흔적을 남긴 뒤 콧구멍까지 올라오도록 숙련된 기술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 40세 7개월 13일(1964년 5월 23일 토요일)」

 

건강염려증이 생기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의 이름을 들으며 몸은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가장 힘든 건, 주위 사람들에게 이 피곤함을 감추기 위해 쏟아야 하는 정신적 노력이다. 식구들에게(피곤 때문에 가족도 낯설다) 똑같이 다정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겐(피곤 때문에 이상하게 낯익다) 전문적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세상은 원래 무게보다 더 무거워질 것이다. 그러면 피로 속에 불안이 침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 있는 나 자신, 무능하고 헛되고 거짓된 내가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친 내 의식의 귀에다 대고 불안이 속삭이는 말들이다. 그러면 난 결국 화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아이들은 날 위태로울 정도로 불안정한 기질을 가진 아버지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운명을 탓하기엔 인생은 매일 바쁘고 책임질 일로 가득하다.

 

 

기억력은 떨어져도 잊히지 않는 마음의 의지처들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마네스 아저씨의 죽음, 13살에 기절놀이로 서로 죽어보는 체험도 하며 같은 성장기를 보낸 똑똑한 친구 에티엔이 치매로 맞는 죽음, 그가 병나지 않게 돌봐줄 의사가 되겠다고 했던 손자 그레구아르의 황망한 죽음, 그보다 어렸지만 어른스러울 때도 많았고 매번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던 티조의 죽음, 그가 백내장 수술까지 하며 말년에 마지막 사회 참여를 하게 만들었던 팡슈의 죽음. ‘함께한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너무도 절절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도 지나간다. 그토록 묘사하고 싶었던 내 몸도, 생의 기록도 80세가 넘어보니 그저 피상적으로만 기록했을 뿐이라 깨닫게 된다. 평생을 노력했음에도 나는 나였을까. 평생 열렬히 사랑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이 일기장으로 딸 리종에게 마음을 전하는 그처럼 우리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끝까지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이 세계에서 짐 졌고 온통 수수께끼 같던 '자기'라는 정체성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우리가 ‘자기’를 너무 무거운 짐으로 지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삶도 죽음도 슬픔도 덜 무거울 것이다. 그렇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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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질문을 해댔다. 이건 보이스카우트 제복이야, 똑바로 들어, 이건 제복이라고, 숲을 산책하던 그 부부가 보이스카우트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게 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니? 아뇨, 죄송합니다, 그 생각은 못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봐, 이 연극이 그래도 재미있었지? 안 그래? 거짓말하지 마, 재미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진 말라고! 넌 그걸 즐겼던 거야, 그렇지? 이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엔 이 일기를쓰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때 이후 평생 써온 이 일기의 목표는 이랬다. 몸과 정신을 구별하고, 내 상상력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고, 또 내 몸이 보내는 부적절한 신호에 대항해 내 상상력을 보호하는 것, 너의 어머니는 뭐라고 하실까? 어머니가 뭐라고 하실지 생각해봤니? 아뇨, 아뇨. 난 엄마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다. 신부님이 그 질문을 한 순간 난 깨달았다.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내가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는 것을.
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엄마가 날 데리러 왔다. 그다음 날, 난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은 이랬다.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젠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1. 첫날(1936년 9월) : 64세 2개월 18일(1987년 12월 28일 월요일)」




「전 결혼 안 할 것 같아요.」 모리스가 말했다.
「10년 뒤 오늘, 우리 부부가 너와 네 아내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마, 어떠냐?」
「선생님도 참!」 모리스는 환하게 웃었다.
「그럼, 약속한 거다!」 어쨌거나 대화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농담이었다. 모리스는 우쭐해져서 결혼에 대해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편하게 산책을 하는 도중, 갑자기 듀시 선생이 걸음을 멈추고 온 입 안의 이가 다 쑤시는 듯 볼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서서 길게 뻗은 모래밭을 바라보았다.
「그 흉측한 그림을 안 지웠구나. 그가 천천히 말했다.
만(灣) 저쪽 끝에서 몇몇 사람이 그들이 지나친 바닷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대로 오면 이제 곧 듀시 선생이 그림으로 성을 설명한 장소에 이르게 될 터였다. 그런데 그중에는 부인도 있었다. 듀시 선생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곳으로 뛰어갔다.
「선생님, 괜찮을 것 같은데요. 모리스가 소리쳤다. 지금쯤이면 밀물에 지워졌을 거예요.」
「다행이구나…… 아아, 큰일 날 뻔했어…… 밀물이 들고 있구나.」
순간, 소년은 선생을 경멸했다. <거짓말쟁이.> 아이는 생각했다. <거짓말쟁이, 겁쟁이, 다 헛소리였어......> 그 후 어둠이 피어올랐다. 시원부터 있었지만 영원하지는 않은 어둠, 고통스러운 여명 앞에 스러질 어둠이.
- E. M. 포스터『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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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13살인 리종의 아버지, 14살 9개월의 모리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많은 것들 속에서 살았다.
내 일기나 잘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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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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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기대를 하고 산 내가 바보가 된 기분. 작가님의 투정과 살찌는 스트레스를 듣고 싶어 이 책을 산 게 아닌데요. 폰트와 자간 키워서 책 한 권 뚝딱, 참 쉽군요. 많은 사람들이 책 내고 싶어 하는데 이런 완성도의 책이라니, 휴. 이 책 읽기보다 오늘의 일기를 쓰는 게 더 유익할 겁니다.
이 책 사실 분은 한겨레에 실린 칼럼(책 제목과 동일) 검색해서 몇 챕터라도 꼭 읽고 구매 결정하십시오. 저처럼 후회하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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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뇽뮤뮤 2020-03-19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만인들이 겪는 사회적 혐오의 현실을 충실히 담았다고 살찐 스트레스/ 투정 한다고 비하하다니...이런 게 정말 악플이다 싶네요. 말씀하신대로 이런 글은 일기에나 쓰시지 그랬어요. 팬으로서 기분이 참 더럽네요.

AgalmA 2020-03-20 04:54   좋아요 6 | URL
문장을 제대로 읽으세요. 살찐 스트레스 투정이라고 하지 않았고요. 투정과 비만 스트레스는 다른 맥락입니다.
전 작가님이 뚱뚱하다고 비하하거나 비난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지금 인신공격이 아니라 글의 퀄리티에 대한 실망감을 제 딴에 매우 순화해서 전달하고 있거든요. 님은 팬으로서 매우 호의를 가지고 보셨겠지만 제가 작가님께 기대한 건 이런 내용과 질이 아니었어요. 저도 작가님 팬 기분 맞출 기분 아니네요. 님 맘에 안 든다고 악플이라며 저를 비난하는 님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시죠. 무조건 편만 드는 것만 팬이라면 저는 그런 팬 안할랍니다.

Jeanne_Hebuterne 2020-03-19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살짝 궁금했는데 제가 기대하는 종류의 깊이가 있을까 싶어 망설였더랬어요. 책마다 색깔이 다른 것 같아서요. 김소연 시인의 그런 에세이같은거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늘 도움되는 평 고마워요^^

AgalmA 2020-03-19 03:49   좋아요 0 | URL
통통 튀는 그런 에세이를 바랐는데 전혀 다른 결과물을ㅜㅜ
한겨레 칼럼 모음이니 책제목으로 인터넷 검색하면 거의 다 나옵니다. 읽어보시고 결정하세요/

2020-03-1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0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0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0-03-19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색해서 읽어보고 결정해야겠어요. 살까말까 했거든요. 솔직한 말씀 감사합니다.^^

AgalmA 2020-03-20 12:33   좋아요 0 | URL
오만하단 소리까지 들어서 이 글은 참고용으로도 쓰면 안 되는 패인 거 같으니 알아서 잘ㅜ.ㅜ/

moonnight 2020-03-20 14:39   좋아요 0 | URL
내게는 좋았던 책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일 수 있는데 왜들 이렇게 흥분하시는지 어리둥절하네요-_-; 그러려니 하고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잠수는 안 됩니다ㅜㅜ;

poiuy1224 2020-03-20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그냥 책 사지 말라는 대환장 광고를 해놓으셨네요. 편집의 다양한 의도도 알아채지 못하고 책 한권 뚝딱이라고 비하하는 님 댓글에 속아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많은 미지의 독자들에게 독자인 제가 정말 죄송하네요. 참 쉽네요. 무슨 통통 에세이를 바란 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한겨레 칼럼으로 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글인데 어쩌라고요. 그냥 님의 취향과 정서가 아니라고만 해두세요. 뭔 객관적인 척, 냉철한 척, 후회할 거라는 둥 악의적 평가를 가장한 악플을 달고 다녀요. 님의 오만함이 여러 독자들을 짜증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두세요.

AgalmA 2020-06-27 20:44   좋아요 6 | URL
이 책 참 저를 피곤하게 하는군요. 님 관심책, 팬인 작가 악평이다 싶으면 다 이렇게 댓글 달건가요? 안 그러신다면 제가 화날 거 같군요. 당신이 진상을 해 참고 넘어갈 수 없다 하신다면 님이 저를 참 만만하게 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네요.
‘대환장‘, ‘오만‘ 단어 쓰면 님 이미지만 더 마이너스된다는 거 아시고 쓰신 거죠? 물론 저도 제 이미지 마이너스 될 거 알고 이 100자평을 썼습니다. 객관적인 척 하지도 않았고요.

제 경험상 좋은 글은 제 취향, 정서 상관없이 음미하게 만들고 여기저기 알리고 싶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제 서재에 많은 리뷰를 쓰게 된 것이고요. 애초에 카뮈나 에코 정도 되는 에세이 바라고 이 책을 보려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국 작가 에세이 꾸준히 읽습니다만 이 책은 참.

편집 의도요? 요즘 작가들 자기팔이로 괴롭죠. 이 책에서도 박상영 작가가 그 얘기도 하고요. 자기 비만 얘기를 콘셉트로 이 책을 끌고 나간 걸 솔직해서 좋다라고 할 분도 있겠지만 제겐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싶더군요. 그걸 길게 끌고 나가면 자꾸 자기 얘기, 자조로 가득하게 되거든요. 방식이 여기 알라디너 글, 블로그 글을 보는 거보다 못했어요.

제가 박상영 에세이를 까기 위해 이 책을 샀습니까. 박상영 작가 소설 괜찮게 봤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굳이 사고 읽은 겁니다. 이 칼럼을 미리 봤더라면 전 분명 안 샀을 겁니다. 님 말씀대로라면 취향과 정서가 안 맞는 분이 이 책 읽고 악평을 남기느니 미리 사전 정보 알고 구매하라는 게 더 나은 거 아닙니까?
이 책에 대해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죠. 그리고 그게 반영된 평을 달 수도 있고요. 일개 제 평 하나로 이 책이 잘 안 팔린다면 저보다 더 많이 있는 호평은 아무 의미 없습니까?
보기 싫어하는 님 마음도 잘 알겠습니다만 님 평만 옳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정의로운 척 하지 마시고요. 님은 그냥 제 글이 보기 싫었을 뿐입니다.

책 판매 걱정 운운하시는데 제가 님보다 책 더 많이 사서 출판시장 돕고 있으니 넘 걱정 마시고요.

님한테 오만하다는 욕 들은 김에 한 말씀 더 드리죠. 이 책 현재 제가 올해 읽은 책 중 최악이었습니다. 이게 제 본심이었는데 님이 결국 뱉게 만드시네요.


그렇게 훌륭하게 생각하신다면 이 책에 대해 멋진 리뷰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믿고 사라는 판촉만 하지 마시고요.

전 싫은 말도 건네며 다음 작품도 보지 팬덤 속에서 좋아요 남발하는 사람 아니라서요.

mybooook 2020-03-20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고가 되는 글입니다. 저는 소중한 의견 감사해요~

AgalmA 2020-03-20 12:29   좋아요 1 | URL
한숨 나서 잠수 탈까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제 의견은 부정적 의견 하나다 생각하시고 작가에게 부정적인 느낌은 안 가지셨으면 합니다ㅜㅜ

달비 2020-03-20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말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하잖아요.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 표현하셨으면 읽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불편하고 화가났을까요? ‘책 한 권 뚝딱‘, ‘일기 쓰는 게 낫다.‘ 글을 쓴 사람과 만든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을 때 느낄 감정은 생각해보셨나요? 취향에 따라, 기대하는 바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저는 경쾌하고 공감가는 글이라 매주 연재하시는 것 챙겨서 보았고 이미 읽은 글임에도 작가님의 다음 연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할 생각입니다. 덧붙여, 느끼고는 있지만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을 글로 잘 옮겨주셨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어요. 글쎄요. 제가 이런 긍정적인 말을 공들여 남겨도 부정적인 말의 힘은 워낙 강력해서요. 많은 호평이 있으니, 악평 하나쯤은 받아들여라. 저는 그 말이 푝력적으로 읽히네요. 악평 그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요. 읽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 글이요.

AgalmA 2020-03-20 18:09   좋아요 2 | URL
서로 뭐가 부정적인지 의견이 많이 다르시네요. 말씀하신 ‘통찰력 부족, 깊이가 없었다‘ 그 말이 제겐 더 세게 느껴져서 저는 에둘러 표현한 겁니다.
작가님 팬들에겐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저는 제 평을 참고하실 분을 더 염두에 뒀습니다. 그것도 읽는 이를 위한 마음입니다.
이 북새통에 말씀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gotatickettoanywhere 2020-03-20 14: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자‘ 혹은 ‘구매자‘라는 이름이 ‘예의 없어도 됨‘과 같은 의미는 아닐 텐데 말입니다...

AgalmA 2020-03-20 18:12   좋아요 0 | URL
난데 없이 나타나 가타부타 하는 님의 훈수도 다 들어야 할 건 아니죠.

cocoococoo1 2020-03-20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까뮈도 에코도 읽는다는 말이 촌스러워서 한숨. 출판시장 운운하는 말에 또 한숨. 책 읽는 ˝나˝에 취해 사시는 것 같은데... 좀 유치하단 생각 안 드시나요? 안 드신다면 평생 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스트레스 덜 받아서 장수에 도움은 되겠네요.

AgalmA 2020-03-20 18:43   좋아요 0 | URL
국내 작가는 일부러 피했습니다. 안 촌스러운 님의 리스트는 뭔가요? 비꼬자고 들면 뭔들 안 되겠습니까.
제가 이 책 읽으며 느낀 게 ‘나에 취해 사는 작가‘였는데요. 어렵게 노력하시고 성공하신 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저보다 작가가 더 장수하셔서 님 같은 독자들께 많은 기쁨 주셔야겠죠. 성질나서 말이 이 모양인데요. 작가 잘 되는 거 저도 빕니다.

서로 2020-03-20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 권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마음에 안 들면 안 드는 대로, 들면 드는 대로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100자 평 쓰신 분도, 여기에 댓글 다시는 분들도 모두 속상해서 글 남기시는 거 알지만, 조금만 둥글게 말하면 서로 덜 속상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행복하게 독서해요~

AgalmA 2020-03-20 18:35   좋아요 1 | URL
불쾌한 풍경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제 말들이 경솔한 점도 분명 있었죠. 저도 모난 말 쓰는 거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독서,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바라니바람 2020-03-21 1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0자평과 이 댓글에 달린 대댓글을 보니, 정확히 어떤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신 것 같아요. 책도 많이 읽고, 리뷰도 충실하게 하시는 분 같은데 왜 이 책에 대한 100자평을 ˝순화해서 표현한 것˝, 통찰력 부족이나 깊이가 없다는 표현이 세게 느껴져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간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의 표현을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좋은 말로 넘기기에는 꽤나 감정적인 폭력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요. 저는 이런식의 100자평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100자평을 본인의 의견을 참고할 사람들을 더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는 것도 어떤 접근인지 알 수 없고요. 그 내용이 책에 동의하는 것이든, 반대하는 것이든 100자평은 감정을 배출하는 일기장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100자평도 간단한 형태의 평론이기 때문에, 앞으로 표현에 보다 신중해주시길 바랍니다.

vango 2020-03-21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저는 예전에 유명한 어떤 책에 별 하나 주고 (남들은 별 다섯개도 준 )
저열하다는 댓글 받은 적 있어서
그 후론 안 좋은 100자평은 작성 못하고 있습니다

100자평에 칭찬을 하건 악평을 하건 어차피 본인이 읽은 후 그 느낌을 안 쓸 수 없어서 그러는 건데 왜들 그리 난리인지...

코로나 때문에 실직했지만 (하루 아침에 호텔이 문을 닫으니)
여기 알라딘 블로그 와서 위안을 받고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었는데

여기 쥔장님이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악댓글러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가슴 아픈 현실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 마디 적고 갑니다

Stay Strong !

AgalmA 2020-03-27 16:16   좋아요 1 | URL
실직까지...맘 고생이 많으실 거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를 위로할 생각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vango님도 기운내셔서 일상 잘 꾸려나가시길 빕니다/

2020-03-21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6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2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ong 2020-03-27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좋은데 뭐 이렇게 징징대는지.. 좀 다양한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살에 대한 얘기를 1절도 모자라 2절 3절까지 해버리니 질리더라구요 3분의 2쯤 읽다 덮었네요

AgalmA 2020-04-04 20:01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심정이었어요. 작가들의 에세이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실망 느낄 부분이 꽤 있을 겁니다. 작가의 소설보다 굉장히 소프트하고 작가의 일상 얘기 특히 비만 관련해서 집중되어 있으니 말이죠. 이런 소재로 쓴 게 신선했을 독자와 달리 제겐 마감에 맞춰 그때그때 써내려간 일상글이란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 공감하며 읽은 다른 독자와 달리 저는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내러티브도 식상해 공감하며 읽어나가기 힘들었어요. 이런 독자 저런 독자 있기 마련이지만 저는 이 책과 안 맞는 독자였던 모양입니다. 작가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 건지도요.
이 책에 혹평을 남기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지금 상황도 말해 주듯이 타인의 일상과 글을 통해 대단한 뭘 얻겠다는 발상이 웃겼던 건 아녔을까요. 소소하게 공감하며 읽을거리에 제 잣대가 너무 거창했을 수도 있죠. 자신이나 잘 성찰할 일이지. 이 책을 읽기보다 일기를 쓰는 게 낫겠다란 제 표현은 공격적인 뜻만은 아닌 거죠.

샤콘느 2020-04-0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폰트와 자간, 공감합니다. 읽어보고싶어 저도 사긴했는데 내용은 참신하고 위트가 있는데 원고분량이 부족했던지 다독하시는 분들 양엔 안차는 페이지늘리기가 심하더군요. 차라리 200p미만 분량에 12000원정도 라이트한 책으로 찍어내줬다면 더 좋았겠더라구요. 저도 솔직하게 한줄평 남기는편인데 요새 출판사지인 댓글러들이 많아 물어뜯길때가 있어요; 간만에 보는 엄청 대담한 100자평에 시원하지만 놀랬네요. 담엔 단순변심반품해버리시고 화를 조금만 삭혀서 수위조절해보심이~힘내세요!

AgalmA 2020-04-05 18:38   좋아요 1 | URL
제가 워낙 집중포화를 받아서 다른 분들이 이 책에 부정적인 평 남기기 꺼리게 될 거 같은데요. 이 100자 평으로 여기서만이 아니라 다른 sns에서까지 저격을 당했죠. 혹평 많이 봤지만 이렇게까지 공격받는 건 저도 생소해서 당황스럽고 피곤했지요.
평소 솔직하게 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100자 평 많이 썼는데 이 책에 대한 100자 평이 혹평에 가까운 건 인정합니다. 변명 같지만 제 평은 금방 읽고 난 경우 책의 문체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화를 좀 삭이고 100자 평을 할 걸 지금 생각하면 경솔한 행동이었죠. 그럼에도 이 100자 평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은 건 제 잘못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렇게 페이지 늘릴 게 아니라 민음사 쏜살문고나 문학과 지성사 스펙트럼 시리즈처럼 저렴한 가격에 라이트 한 책으로 나오는 게 더 적당했을 분량이죠.

읽다가 반품하긴 그렇고 초반에 읽고 실망하는 건 아닌 거 같아 꾸역꾸역 읽었는데 그게 더 안 좋은 선택이었어요.
이 책 트라우마로 국내 에세이 당분간 안 읽을 거 같습니다. 요즘 에세이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경향성이 우려도 되고 그렇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 낸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같은 좋은 에세이 책 생각하면 아쉽고요.

조언과 위로 감사합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 2020-05-07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책을 안 읽어봤고 <대도시의 사랑법>은 e북으로 구매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AgalmA님 평가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왜 저리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개인 서재에 개인이 감정적으로 단평 쓰면 안됩니까 ㅎ 독서가까진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가벼운 에세이류 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그만큼 책을 펴낸다는 행위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지만 동시에 사사로운 일상에 단상이나 감정 몇조각 얻어서 책을 너무 쉽게 펴내는 건 아닌지하는 걱정 혹은 우려도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볼 것도 아니지만 10000원 넘는 책값을 생각하면 또 쉬이 그러려니 할 것도 아니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단상이나 시 같은 글 찍찍 적어놓고 사진이나 편집으로 때우는 책들인데요. AgalmA님의 편집 지적을 보니 실물 확인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상영 씨의 한겨레 칼럼 한 5개 정도 봤는데 막 엄청 좋거나 그렇진 않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에세이 시리즈인아직 이 책을 안 읽어봤고 <대도시의 사랑법>은 e북으로 구매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AgalmA님 평가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왜 저리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개인 서재에 개인이 감정적으로 단평 쓰면 안됩니까 ㅎ 독서가까진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가벼운 에세이류 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그만큼 책을 펴낸다는 행위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지만 동시에 사사로운 일상에 단상이나 감정 몇조각 얻어서 책을 너무 쉽게 펴내는 건 아닌지하는 걱정 혹은 우려도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볼 것도 아니지만 10000원 넘는 책값을 생각하면 또 쉬이 그러려니 할 것도 아니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단상이나 시 같은 글 몇자씩 찍찍 적어놓고 사진이나 편집으로 때우는 책들인데요. AgalmA님의 편집 지적을 보니 실물 확인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상영 씨의 한겨레 칼럼 한 5개 정도 봤는데 막 엄청 좋거나 그렇진 않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에세이라면 김영하의 에세이 시리즈인 보다-읽다-말하다 정도는 돼야 고품질 라벨을 붙여줄 수 있을 것 같네요ㅎ 이상!

AgalmA 2020-06-27 20:45   좋아요 0 | URL
각자 생각하는 예의의 기준선이 있겠죠. 이 경우는 팬덤이 있으니 민감해진거죠. 서점이니 책 읽는 교양인의 자세를 갖춰라 제게 요구하기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바로 위에 여럿 있으니;;

말씀하신 것처럼 에세이 붐 시류에 맞춰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그러다보니 함량 미달 책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취향맞는 책 뿐 아니라 좋은 책을 찾는 것도 상당히 품이 많이 들게 됐죠. 그래서 인지도 있는 저자나 관심 주제 같은 걸로 찾게 되고요. 가벼운 읽을거리로 에세이를 찾는 독자도 있고, 진지하고 깊은 통찰의 에세이를 읽고 싶은 독자도 있겠지만 저는 후자 쪽입니다. 박상영 작가 에세이는 소설에 대한 신뢰로 사게 됐는데 제게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주셨어요;

김영하 작가 에세이 좋지요.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오래 준비해온 대답』도 읽고 싶더군요.

추풍오장원 2020-06-27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플러들 때문에 공들여 쓰신 글이 오염되는것 같아 보는 제가 다 불쾌해집니다. 악플도 되게 비열하게 다네요 참.. 폐기물들 보는 느낌입니다..

AgalmA 2020-06-30 10:29   좋아요 1 | URL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느끼는 게 사람이니... 이 상황에 시달리며 제 표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에둘러 쓴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솔직했던 거 같습니다. 절 비난한 분들도 너무 그랬던 거고요. 상처와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한 팬들은 제게 돌려주고 싶었겠죠. 제가 화가 났던 건 그 분들의 감정보다 그 분들의 기준이어서 저도 과잉으로 댓글 대응을 한 거 같습니다. 얻은 것에 비해 굉장히 소모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데 시간 쓰고 맘 상하지 않고 조용히 독서를 하고 싶은 맘만 간절합니다.
위로의 마음 감사합니다.

전영주 2020-10-18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댓글을 이렇게 열심히 읽긴 처음인데, 제가 딱 싫어하는 류의 책임을 알게 되어 제겐 아주 유익한 리뷰였네요. 솔직함을 응원하며.. 님의예리한 감각을 믿고 예가체프 구매를 ㅎㅎ)

AgalmA 2020-10-31 17:13   좋아요 0 | URL
여러 사람 보기에 불편할 대화 가득인데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매달 출시되는 알라딘 블랜딩 순회하다보니 예가체프 그리워져서 저도 11월엔 예가체프를 재구매 할 생각입니다^^

qhdtjr0215 2020-12-1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와 자간 키워서 책 한 권 뚝딱‘

이 말 정말공감합니다.
직접 책을 보고 구매의사를 결정했다면 안 샀을겁니다.
한 페이지에 이렇게 적은 문장이 들어있는 책은 처음봅니다.
시도 아니고...


AgalmA 2020-12-18 21:39   좋아요 0 | URL
이 책의 호불호는 참 극단적인데요^^; 저도 님과 같은 생각이어서 100자 평 남겼다가 집중 포화를;
중고로 팔고 싶어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는 재고가 많다고 매입 불가 판정 받아서 팔기도 어려워요ㅜㅜ

아수라 2021-06-13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다 보면 책값은 고사하고 책 읽은 시간 아까운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저는 일개 북플 눈팅러지만 취향이 맞는 분들 친구로 맺고 정보를 조합하여 책을 고르며 감사함을 느낍니다.
여기 댓글 왜 난리인지, 이 글에 무슨 악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팬분들이 좋은 평들 많이 써주면 될 것을요.





chunsoyong 2022-01-0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살까 했는데 감상평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이 댓글 달아주신거 보고 꼭 책을 안 산다기 보다 좋고 싫음 의 기준이 다른데 이 감상평을 보고 이렇게 비난?조의 글이 많이 달렸다는 거에 놀랐고 , 그 팬분들의 댓글이 더 책 구입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네요. 앞으로도 좋읔 감상평 많이 부탁드립니다.

chunsoyong 2022-01-0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한 댓글 감사합니다. 많이 도움 됐어요. 당연히 감상평이 다를 수 있는데 격한 반응들에 놀라고 갑니다.

chunsoyong 2022-01-0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살까 했는데 감상평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이 댓글 달아주신거 보고 꼭 책을 안 산다기 보다 좋고 싫음 의 기준이 다른데 이 감상평을 보고 이렇게 비난?조의 글이 많이 달렸다는 거에 놀랐고 , 그 팬분들의 댓글이 더 책 구입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네요. 앞으로도 좋읔 감상평 많이 부탁드립니다.

2022-01-08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8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르마타 2023-06-05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정부분 공감해요. 님의 평이 폭력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에세이니까 작가가 자기불평 불만 할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한 태도나 마음씨는 좀 불편하더라고요. 상대방의 좋은 의도일 수, 별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일일이 뒷 말, 딴 소리 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다 무안하고요. 그리고 소재가 너무 일관되고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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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사고 전작인 1, 2권부터 천천히 읽었다. 1, 2권이 평이했다면 제로는 가장 완성도 높으면서 자기만의 사유를 펼치는 힘이 강했다. 일원론으로 모이는 이 사유를 끌어내기 위해 전작들이 필요했다는 것도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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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27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채사장이 왜 좋은지 물으셨죠?^^

AgalmA 2020-04-04 18:34   좋아요 1 | URL
신영복 선생님이『강의』에서 이런 말씀하셨죠.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存在論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 책을 읽고 채사장『지대넓얕』 시리즈를 다시 생각해보니 일원론으로 모으는 분석에서 동양 사상 분석이 상당 빈약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채사장의 스펙트럼이 관념론의 한계는 아닐까 싶어 별점 하나 빼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북다이제스터님의 채사장 사랑은 인정할 만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4-04 19:25   좋아요 1 | URL
전 존재론이나 관계론 모두 관념론이라는 점에서 두 이론 모두 문제 있음과 동시애 나름 한계를 갖고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주장과 이론이 없다는 전제 안에서요.
이런 코로나 사태에 별 일 없이 잘 지내시죠?^^ 하루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블렌드 산수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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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는 로스팅 직후가 아니라 2~3일 지났을 때 제일 좋은 맛이 난다고 하죠. 3월 11일 로스팅으로 며칠 먹어보니 3일 지났을 때가 가장 흡족한 맛이더군요. 브라질과 에티오피아를 섞으면 이런 맛이군요^^ 에티오피아의 강한 펀치를 누른 듯ㅎ 상품 설명대로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신맛과 단맛이라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이번 봄 신상도 맘에 드네요. 이 달 안에 한 번 더 살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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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6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6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