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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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천국'이란 존재를 인정할 것이고 종교가 없다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천국'에 버금가는 평온한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기원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늘 알면서도 저지르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며 산다. 언제나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어느 날 내 곁을 떠났을 때 마지막 순간 전하지 못한 말들로 평생을 괴로워하거나 마음에 담아두고 살게된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이 이야기는 "한 번만 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순간 엄마를 잃은 아이, 아들을 전쟁터에서 떠나보면 부모,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언니밖에 없었던 남겨진 여동생등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떤 이는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떠올리기만해도 마음이 아파 잊고 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언제가 그들과 함께한다.

 

어느 날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먀...... 네게 할 말이 있는데." 전화기 속 목소리는 이미 4년 전에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마을 여기 저기서 죽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들은 모두 천국에 있으며 사랑이 가득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천국에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공통된 말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던 사람들은 이 일을 기적이라 여겼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언론에 까지 알려지게 된다. 천국에서 온 기적의 전화로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기적의 전화는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기적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그 '기적'을 믿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특별한 선택을 받지 못해 천국의 전화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반대로 힘들어한다. 그리고 잘못된 방법으로 그 기적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같은 전화기를 사용하면 내게도 기적의 전화가 오지 않을까란 생각에 엄청난 수량이 판매가 되기 시작하고 방송은 이에 힘입어 기적의 전화를 광고의 목적으로만 이용한다.

 

평생 다시는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전화를 받는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하지만 이 기적의 전화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국이라는 곳에서 고통받지 않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는 말에 그 누군가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병상에서의 삶을 마감해버렸다. 현실도피. 천국이 그렇게 행복하다는데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눈을 감으면 천국에 가게된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기적의 전화는 거짓이라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죽음 뒤의 천국보다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기적의 전화를 받은 이들에게 질타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퍼붓는다.

 

 

 

 

엄마를 잃은 아이는 자신에게도 엄마가 전화를 주지않을까 기다리며 전화기를 든다.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현실적인 아빠는 너무도 힘들다. 아이에게 막연한 희망고문을 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자신도 아내가 죽는 순간 그 옆을 지켜주지 못해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기에 아내와 다시 전화를 한다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천국에서 온 전화의 비밀을 풀기에 나선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과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내 밝혀지는 진실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부터 그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별이 있기때문이고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죽음이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죽음 뒤에 천국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못한 사람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행복한 천국에 있길 기도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게 옳은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게 옳은 것 같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후의 삶. 꼬리에 꼬리를 물게되는 정말 난해한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난해한 문제보다는 떠나간 사람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더이상 괴로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마음 아파 현실을 부정하고 괴로워하는대신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 속에 남기는 것이 그들을 우리 곁에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제발 조심하십시오. 기계가 여러분의 인간미를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더 빠르고 더 쉬운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특별한 것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운전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지름길이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어 매일 어디서나 벌어지는 작은 기적에 마음을 열기 바랍니다. " -  저자의 말 중에서

 

요즘은 정말 스마트한 시대이다. 하지만 참 정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카페에 앉아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기보다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눈은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이는 외식, 아빠도 아이들도 모두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전철안에서도, 버스안에서도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좋아졌는지 묻고 싶어진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듯이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 전화를 한다. 편지를 쓰는 대신 문자를 하고 아이들은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카톡을 한다. 이런 모습들에 둔해지고 거기에 더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된다. 이제 전화를 드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주봐야겠다. 아낌없이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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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까지 달려가는 판타스틱 우주 교실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21
스테파노 산드렐리 지음, 일라리아 파치올리 그림, 황지민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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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까지 달려가는 판타스틱 우주교실

 

우주, 지구에 관한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그런데 남편을 보면 참 신기해요. 다큐멘터리에서 꼭 우주와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골라봅니다.

화성에 관한 이야기, 빅뱅, 태양에 관한 이야기등 저는 같이 보고 있으면 꼭 자고 마는데 재미있어합니다.

저와는 다르게 천문학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겠지요?

뭐든지 잘하기 위해서는 흥미와 관심이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꼭 알아야하는 것이라고 해도

관심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저처럼 잠이나 쿨쿨 자고 지루함만 느낄 뿐일테니까 말이죠.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학교 교과서에서 이론으로 접하기 전에 책을 통해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집니다.

 

 

 

 

 

 

블랙홀까지 달려가는 판타스틱 우주교실은 실제 천문학자인 저자가 글을 썼습니다.

조카들과 이모가 차로 주말여행을 떠납니다. 천문학자인 이모는 운전을 하면서 차안에서 아이들과 밤하늘을 보며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둘 들려주고 아이들에 그에 대한 대답과 질문을 합니다.

 

"친애하는 우리의 우주 박사 이모. 별들이 이번 주말은 어떨 운세 한번 봐 줘."

 

아이들은 천문학자인 이모를 점성술사로 여기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운세를 봐달라고 합니다.

이모는 천문학자를 점성술사로 오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면서 별을 알아보고 신분증을 주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하늘에서 별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하는 이유등과 함께 천문학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이모...... 너무 지루해! 정말 죽을 만큼 따분했겠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모의 천문학에관한 설명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모는 굴하지않고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려줍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아이들 스스로 질문하고 궁금해하게 만들고 대답해줍니다.

일방적으로 천문학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쏟아내지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대답합니다. 

 

 

 

  

 

이론들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들에 대해서 대화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쓰였기에

이론책처럼 딱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태양과 별, 은하계, 태양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저자가 천문학자라서 그런지 최신의 천문학 이론을 알려줍니다.

저학년이 읽기에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글밥도 제법있고 천문학의 개념에 관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기에

고학년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한 번 읽는다고 책 속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용어들도 생소한 것들도 많이 보이기에 처음부터 수월하게 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양과 우주에 대한 흥미는 불러일으켜줄  이야기입니다.

부모와 같이 읽으면서 아이가 모르는 부분들을 설명해주고 책 속 이모와 조카처럼 대화를 나누면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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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개 삼년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9
정하섭 글, 김규택 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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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개 삼년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에서 작가가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무식한 사람이라도 유식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유식해진다는 속담.

요즘 속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줘야하는 이유를 찾아보다 꼭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라는 문구를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머리맡에서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그냥 이야기를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하고 교훈적인 것들을 추가하고 독후활동을 해야만하는 이야기로 바뀐 것 같다.

엄마도 아이도 그런 활동에 지쳐 점점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은 그냥 보고 읽고 느끼면 그만 인 것을 마구 무언가를 끄집어 내서 아이들 머릿 속에 집어넣어주려고 하다보니

그런 부작용이 생기는게 아닐까.

서당개 삼년이는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잠자리에서 흥미롭게 들려 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뭔가 교훈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낼 필요없이 편하게

아이들이 상상하면서 읽어갈 수 있는 이야기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훈장님이 살았다. 훈장님은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건성건성, 대충대충이었다.

한 스님이 찾아와 강아지 한마리를 건네며 3년만 길러보면 복을 받게 될거라고 했다.

그 말에 훈장님은 강아지에게 '삼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딱 3년만 키우기로 했다.

똑똑한 삼년이는 서당 아이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살게 되었다.

훈장님도 똑똑한 삼년이를 정성껏 돌봤다.

삼년이가 3년만 키우면 복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을 믿고 키웠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아무런 좋은 일이 생기지 않자 훈장님은 화가 난다.

복은 하나도 안오고 밥이나 축내고 시끄럽기만 하니 개장수가 오면 팔아버려야겠다!

삼년이는 그 말을 듣고 슬퍼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던 것이다.

삼년이는 서당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며 글 읽는 소리도 제법 알아듣고

말도 하게 되었다.

삼년이는 자신이 글을 알면 개장수에게 훈장님이 자신을 팔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시를 읊기 시작했다.

세상에 개가 시를 읊다니! 훈장님과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게된 삼년이.

3년이는 과연 어떤 복을 가져왔을까?

훈장님은 삼년이를 개장수에게 팔지 않았을까?

삼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딱 한줄의 속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서당개 삼년이면이라는 속담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한 때 아이들에게 속담을 외우게 하는 책들이 있었는데 외우는 것보다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알게되면 더욱 흥미롭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더 많은 속담을 다룬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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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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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태양. 분명 아이들 그림책인데! 두께에 놀라고 말았다. 204page.

아이 잠자리에서 읽어주다가 목이 아파 켁켁 거리면서도 끝까지 읽어준 책이다.

중간 중간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아이들 책인데 자꾸 내용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아마도 내가 아무것도 못해주는 어른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자책하는 눈물일지도.

 

나는 책 속 어른처럼 곤경에 처한 아이를 보고 용감하게 맞서 싸워줄 수가 없는 어른이다.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황을 모면할까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어른이다.

왕따는 나와 나의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 것이다 눈 감고 외면하고 있는 어른이다.

 

베란다에서 쳐다보면 바로 보이는 벤치.

삼삼오오 남학생들이 모여있다.

분명 덩치는 나보다 크고 키도 크지만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학생이란 건 알 수 있다.

처음엔 모여서 컵라면을 먹고 쓰레기를 집어 던지더니 축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왠지 모여있으면 무슨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그래 아직 학생들이네라고 한편으로 안심했다.

아! 그런데 이 아이들이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벤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운다.

그것도 바로 경비실이 보이고 자신의 집이 올려다보이는 곳에서!

너무나 황당해서 남편에게도 말해보고 경비 아저씨에게도 말해봤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결론은 부모도 어찌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예전 같다면 어른들이 지금 뭐 하는 거냐며 아이들을 혼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게 당연시되지가 않는다.

훈계하는 어른을 집단으로 구타하고 그게 아니라면 몰래 쫓아가서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하니

아무리 뜬소문일지라고 해도 무섭다. 선뜻 그 담배 끄지 못하겠냐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

답답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어른도 아닌 나를 책망하게 된다.

 

 

 

 

 

점점 어른도 아이들도 우리 서로 상관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옆집 숟가락 수까지 알던 시절은 지나갔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니...

사는 게 점점 삭막해지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고 하지만 정말 살기 좋아졌는지 엔 수긍하기 힘들어졌다.

 

이 책은 왕따를 당하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전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다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왕따를 당하고 만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아이들의 괴롭힘에 소년은 괴롭다.

선생님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고 하지만 소년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결국 하루하루를 견디다 지친 소년은 학교로부터 도망친다.

이사리비라는 한적한 마을에 홀로 가게 된 소년.

그곳에서 소년은 사람들의 정을 느끼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자신의 자식처럼 느끼고 대해준다.

교장선생님도 외지에서 온 소년을 문제아라 생각하지 않고 따뜻하게 감싼다.

친구들도 형들도 동생들도 동네 주민들 모두 소년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 했던 관심과 사랑에 소년은 점점 자신감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고통 속으로 던져버린 그곳 학교로 돌아간다.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이사리비 마을에서 소년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을 아이들로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고 대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하고

나는 뭘 해줄 수 없는 어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늘 모르고 솟아오르는 아파트보다 다닥 다닥 붙어살던 골목길 있는 주택이 사뭇 그리워진다.

예전엔 참 정있게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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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지음, 양진성 옮김 / 문학테라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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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이 문구에 확 끌려서 책을 들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줄 것 없는 사회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주는 작품,

임시직과 수습직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야망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세대,

취업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취직당하다가 결국 노동을 거부하는 세대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관심이갔다.

이 이야기가 우리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프랑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말에 이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란 생각에 더욱 궁금해졌다.

 

<Libre et assoupi> 란 제목으로 2013년 프랑스에서 영화화된 작품이다.

책으로만 접했을 땐 굉장히 암울한 느낌이었다.

세상과 문을 닫고 침대에만 누워서 사는 일본의 은둔자를 떠올려서 보는 내내 음울한 기분이었다.

주인공과 함께 땅밑으로 축축 껴져만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영화 예고편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분위기랑은 너무도 다른 이미지!

 

 

 

 

 

 

우선 여자 주인공의 모습에 먼저 놀랐다. 책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는 약간 머리가 빈듯하면서도 팜므파탈의 느낌이었는데?

어라? 영화 속 여주인공은 범생이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여러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육감적인 매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팍 깨지는 것을 시작으로

남자주인공의 모습 또한 파격적이다.

 

 

 

"다행히 나는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화폐 단위는 잠이었다.

한 달 동안 낮잠 잔 시간을 돈으로 따지면 나는 백만장자였다.  '생활비는 벌어야 할 거 아냐!'하고 엄마는 화가 나서 말씀하셨다.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떡해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게으름뱅이에 둔하고, 스물여덟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곰과 뱀의 유전자가 합쳐져 생긴 괴물쯤으로 여겼다. 아바지에게 난 인간도 아니었다.

아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 9page

책 속 문구를 통해 듣게되는 주인공의 생각은 무척이나 사람을 한심하게 보이게도 하고 우울하게만 보이게 했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은 너무도 다르다!

은둔자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 유쾌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까지 들게했다.

내가 책을 통해 느끼던 프랑스 젊은이들의 암울함과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것이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다니!

나는 도대체 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지금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나는 그동안 너무나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동안 방송매체나 책을 통해 접하고있는 취업을 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렇게 같은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된다.

이들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색안경을 끼고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일까.

아마도 이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세대들로 인해 더욱 답답한 세상을 살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넌 그냥 한 번도 제대로 일하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은 빌어먹을 응석받이 어린애일 뿐이야.

일을 찾아봐, 뭐라도! 그리고 네가 공부 좀 했다는 이유로 따지고 고르는 것 좀 그만둬."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듯하지만 비수가 될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콕콕 집어 던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까지.

이 책이 프랑스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생을 포기하고 살고 있는 것아보이는 주인공은 부모의 잔소리를 피해 여자 친구의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집값이 비싸기때문에 같이 살며 집값을 같이 내고 있다. 벌이도 없이 모아놓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여자친구도 떠나고 같이 은둔자 생활을 하는 친구도 떠나면서 점점 세상이라는 곳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그가 접하는 세상은 녹록치않다.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일만 주어지고 그런 일을 하다보면 꿈도 없는 사람, 없는 존재가 되는 것만 같다.

사랑도 일도 그에겐 쉬운 일이 없다. 그런 그가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자동차 세일즈를 하게된다.

그는 쫓겨나지않고! 사표를 던지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는 은둔자생활과 적성에 전혀 맞지도 않은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낮잠형 인간의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고 침대에 누워만 있을 것인지 박차고 나올 것인지,

그 선택에 무엇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선택은 정말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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