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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웃픈 내 인생
앨리 브로시 글.그림, 신지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ㅋㅋ"와 "ㅠㅠ"를 합쳐 큐큐라는 제목이 되었다는 이 책.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한 달 방문자가 600만 -1000만 명에 달하는 'Hyperbole and a Half'라는 인기 블로그의 운영자.
블로그의 내용을 담은 같은 제목의 책이 미국 아마존, 반즈앤노블, 아리브러리 저널, 굿리드, 애플아이북스, 코보에서
2013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구글에서 그녀의 블로그를 찾았다. 첫인상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느낌.
그림도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의 다듬어지지않은 느낌.
첫눈에 왜 사람들이 이렇게 이 블로그에 열광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모두 영어로 적혀있기에! 댓글과 그녀의 모든 글들을 오롯이 느껴볼 순 없어서 아쉬웠다.
책을 통해 그 열광의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상의 그림 느낌과 책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책이 좀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블로그 글 중 선별해서 담았나?란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방문했을 때의 거친 글씨체대신 둥글둥글하고 깨끗한 글씨체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책이 좀 더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되지 않을까!
첫장면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25세에게('25세인 나'에게나 '25세인 나 자신에게'도 아닌 '25세에게'라니......
여전히 개를 좋아하니? 제일 좋아하는 개는 뭐지? 개를 훈련시키는 직업을 갖고 있어? 머피는 여전히 살아있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지? 엄마, 아빠는 여전히 살아 있어?" - 14page
열 살 때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서 뒷마당에 묻은 저자는 그 편지를 읽고 나서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종종 과거의 나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건이나 스스로에게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두살의 나에겐 케이크처럼 보이지만 먹어서는 안되는 얼굴에 바르는 크림이 있다는 것, 네 살의 나에겐 후추를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전에 먹었던 엄청난 양의 소금을 중화시켜주지 않는다는 것등 과거의 다른 '나'들에게 더이상 괴상한 짓을 하지 않았음을 감사한다.
저자는 생각하는 것이 어릴 적부터 남달랐단 생각이 든다. 열살때 25살인 나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란 흔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한번 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잘 끄집어내서 그림과 글로 잘 표현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생각 해본 적있는데하면서 그때를 떠올리게된다.
"나는 우리 개가 어떤 검사도 통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래, 우리 개는 '다를'뿐이야.
젠장, 나는 가엾은 저 개...... 저능한 우리 개가 말이야, 좌절감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줄거라고." - 42page
저자는 개를 참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귀엽고 작고 똑똑한 개가 아니다.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 개.
단순한 개 '둔팅이'는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 같은 개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챈 저자는 개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럴 수록 점점 둔팅이는 덜떨어졌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인터넷을 뒤져 개 지능 검사법을 찾아낸 저자는 검사를 시작했다.
결국 아무런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었지만 저자는 그걸 받아들인다. 우리 개는 '다를'뿐이라면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줄거라 다짐한다. 그리고 둔팅이의 친구가 될 최악의 개를 찾는다.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아무도 입양하길 원치 않아서 그곳에 처박힌지 몇달이나 된 개를 입양해온다.
안타깝게도 다른 개가 조금이라도 눈에 띄면 신경질적으로 미친 듯이 울부짖어 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개였다.
둔팅이의 친구로 데려온 개인데!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저자는 확실히 독특하다!
"그렇지만 우리 개인 걸. 그렇기 때문에 단점투성이 바다에서 아주 작은, 발견하기도 힘든 좋은 점을 발견해내고 우리는 그걸 보게 돼. 왜냐하면 우리 개를 예뻐하고 싶으니까." - 107page
이웃집 개를 보고 과잉반응을 일으키는 개를 위해서 진공청소기를 옆에 가져다 두고, 소리가 요란한 환풍기를 사고, 온갖 물건으로 울트라 장애물을 만들어 계단을 막아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개만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문제일 뿐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연다. 단점이 수두룩하지만 그것보다 장점에 주목하는 모습엔 따뜻함을 느낀다. 결국 그 마음이 통했는지 개는 화장실에서는 옆집 개를 신경쓰지 않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일이다. 하지만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많은 생각들이 툭툭 떠오르게 된다. 이런 느낌때문에 사람들이 저자의 글과 그림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와 동생, 엄마가 숲 속을 거닐다 길을 잃었을 때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엄마는 숲의 생리를 가르쳐주고자 자연으로 데리고 나가야 생각했고 저자와 동생은 방향감각을 잃은 엄마 덕분에 숲 속에서 길을 잃게된다. 엄마는 당황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길을 찾으려 애쓴다. 아이들에게 솔방울을 모아야 갈 수 있다고 그럴싸한 이유를 댔고 아이들은 열심히 모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는 다른 게임을 찾았다. '도와줘요'라고 소리치는 게임. 아이들은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도저히 길을 잃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저자는 그런 엄마를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엄마가 완전 이상해진거라 생각했다. 엄마한테 숲 속이 무섭다는 걸 알려주려고 숲에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엄마는 결국 울어보리고 진실을 말하려한다. 이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마지막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만든다. 마지막 결론을 보고는 저자가 개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란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저자의 어린 시절이야기를 들을때면 악동이 따로 없단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동생이랑 장난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만다. 거위 습격사건 같은 이야기는 이게 정말이겠어?라는 의심을 할 여지도 주지 않는다. 실제로 찍은 비디오 캡쳐 화면으로 진짜 이야기라는 걸 증명까지 해준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블로그에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면? 당연히 매일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가게 될 것이다. 독특하다. 이 매력으로 그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블로그를 찾는구나를 알게되었다.
영어를 잘해서 원서로도 볼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단 생각을 뜬금없이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