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 머플러
우상호 지음 / 모디자인그룹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레드머플러. 빨간 털실의 머플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책 속 사진이 아닌 실제로 붙여놓은 듯한 느낌까지 드는 이 책은 그림과 소품을 이용한 사진으로
무척 독특한 느낌으로 고급스럽게 다가오는 그림 책이었어요.
딱 보는 순간. 와! 하게 만드는 그림 책.
빨간 머플러가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어른 거리네요.

온통 하얀세상 여기는 남극기지입니다.
사람들은 하얀세상에 검은 물체들을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자동차라 불리고 집이라 불리고 생활용품으로 불리는 것들이지만
하얀 남극세상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것들이에요.
커다란 망원경도 보이는 것을 보니 이 사람들은 남극기지에서
별을 관측하는 일을 하러 온 사람들 같아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요.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스마트한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
페인트 칠을 하는 사람,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하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
꼭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처럼 그림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있었어요.

그 사람들을 뒤로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두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하얀 아기펭귄과
하나는 휘파람을 불며 보글보글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에요.
쓰레기통을 힘들게 뒤지고 있는 아기펭귄의 모습이 안쓰러워
요리사는 음식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안녕, 폴"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따뜻한 빨간 머플러를 아기 펭귄 목에 둘러줍니다.

흑백으로만 그려진 아기펭귄과 레드머플러가 인상적인데요.
그 뒤로 아기펭귄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요리사의 두 손도 눈에 들어옵니다.
둘은 친구가 되었고 매일 찾아오는 아기펭귄을 위해서 요리사는
팬케이크에 생선도 꽂아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요.
그런데 이 아귀펭귄은 왜 가족과 함께 있지 않고
매일 사람이 사는 곳에 찾아오는 것일까요?
왜 다른 펭귄들은 보이지 않을 것일까요?
아기 펭귄의 두 손에 들려있는 검은 봉지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위험하게 홀로 나서는 아기 펭귄을 보고
남극기지의 사람들은 걱정이 되어 몰래 그 뒤를 따릅니다.
넓게 펼쳐진 남극풍경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펭귄세계에 닥친 잔인한 현실에 마주하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때문에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부터 일은 벌어졌어요.
남극의 한쪽은 얼음이 녹아 내리고 다른 한 쪽은 더 추워져서 바다가 얼어붙었습니다.
바다에 먹이를 잡으로 갔다 얼어붙은 바다로 돌아오지 못해
남겨진 알들이 모두 부화되지 못하고 깨져 얼어붙어버린 것입니다.
아이들은 지구온난화,환경오염으로 인해 왜 멀리 떨어진 남극이 위험에 처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지 몰라요.
그리고 남극에 사는 생물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건지도 이해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귀여운 아기 펭귄의 이야기를 통해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조금은 가깝게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알수 없지만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레드머플러를 두른 아기펭귄은 깨지지 않은 알들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가져다 말이죠.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하고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일부러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아기펭귄의 모습을 통해서 왜 자연을 아껴야하는지를 느끼게 될것 같아요.

사람들은 아기펭귄의 모습에 감동해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알을 지켜주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장화 속에도 알을 넣어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약간은 엉뚱해보이지만 알을 돌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누구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레드머플러를 두른 아기 펭귄과 사람들의 노력은 성공했을까요?
깨진 알 속을 바라보고 있는 요리사와 아기펭귄의 마지막 모습에 웃음이 가득해지는데요.
아이들과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어요.

행복한 남극을 위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라도 생각하고
왜 생명을 소중히하고 자연을 아껴야하는지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책이었어요.
환경에 관한 문제는 아이들에게 참 설명하기도 어렵고
아이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한편의 동화처럼 따뜻하게 풀어간 이야기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아기펭귄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