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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신청합니다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4
이명랑 지음, 이강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3월
평점 :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학교만 들어가면 이제 좀 제 시간도 생기고 여유도 많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만이 생각이었어요!
학교에 들어가니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왕따!라는 문제가 이제는 뉴스로만 통해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더군요.
내 아이는 별 문제가 없었기에 딸아이 학교에는 왕따라는 것도 없는 학교라 생각했고 내 주위엔 그런 일이 없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텔레비젼에만 나오는 이야기. 나와는 좀 거리가 떨어진 제 삼자의 이야기.
우연히 딸아이 반엄마들 모임에 갔다가 학교에 왕따를 당하는 유명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학년때부터 심각한 문제로 엄마도 학교에 왔다 갔다 했고 아이도 다쳐서 병원까지 갔다는 이야기에
과연 내가 지금 내 아이를 제대로 알고 있나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만 모르고 있는 내 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학교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들.
세대차이인지 예전 초등학교 시절 그 때만 떠올리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진 않는가 싶어서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담은 책들에 눈이 가게됩니다.
나만 모르고 있는 내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죠.

뭔가 굉장히 억울한 듯 눈물을 찔끔 흘리며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두 아이가 보입니다.
재판을 신청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이에요.
학교에서 무슨 재판을? 무슨 일일까 궁금해집니다.

5학년 5반에 새로 전학 온 현상이는 아직 친구들과 서먹합니다. 딱히 어울리는 친구들도 없어서 더 그렇습니다.
미트볼이 급식으로 나오는 날. 현상이는 더 먹고 싶어서 미트볼을 더 받게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급식을 받은 친구가 미트볼이 모자라 받지 못하게 되었죠.
그 친구는 갑자기 "재판을 신청합니다!"라고 외쳤어요.
5학년 5반은 친구가 잘못을 저지르면 일주일에 한번 재판을 신청하는 날에 학급 친구들이 모여 재판을 합니다.
아이들끼리 판사와 검사, 변호사, 배심원까지 정해서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한 친구는 '도우미'라는 벌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재판.
시간이 갈수록 '도우미' 친구를 괴롭히고 부려먹는 나쁜 행동들로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어요.
반에서 인기있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할까봐서 모무들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합니다.
아이들의 현실이겠죠.
실제로 지인의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친구와 불쌍해서 같이 편들어주고 놀았다가 같이 왕따를 당해서
그 친구와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왕따를 시키는게 나쁘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그 친구가 괜찮다는 건 알지만
자신이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같이 안놀고 멀어진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남의 이야기라면 그러면 안된다! 왕따는 나쁜거다! 그런 아이들은 무시하고 친하게 지내라라 조언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내 아이의 이야기라면 차마 그렇게 말하진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면 안되는 일들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니 어쩔 수 없겠다는 공감도 갑니다.
그런 현실에 참 답답하기만 하구요.

이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재판에 끼어들지 않고 아무말 없이 지켜보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아니 왜 선생님이 이런 말도 안되는 재판을 마냥 지켜보기만 할까?라는 답답함에 욱하고 올라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외면한게 아니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기를 믿고 지켜보고 계신거였어요.
아이들을 믿는 다는 것, 기다려준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때리고 윽박지르고 혼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데요.
예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기다려주고 바라봐야하는 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책 속 이야기일뿐인데도 기다려주기가 이렇게 힘든데 현실로 닥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집니다.

얼마전 학교폭력 설문조사라는 걸 온라인에서 한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폭력에 관한 교육이 있었는데요.
친구가 왕따를 당하면 가만히 있지 말고 선생님께 알리거다 도와줘야한다고 말하더라구요.
정말 당연한 일인데도 그게 힘드니까 나오는 거겠죠!
누군가가 잘못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줄 아는 아이로 당당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지킬줄 아는 바른 아이로 커가야겠죠.
아이들이 용기를 내서 친구에서 손을 내미는 방법과 행동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면 좋겠습니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
세상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건 수학공식이 아니라 이런 용기인데 말이죠.
생각하면 할수록 깊은 한숨이 푸욱 쉬어집니다.

눈감고 보지 않으려던 아이들의 세계를 살짝 보고 온 느낌이에요.
골목에서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할때까지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이랑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술래잡기하고
고무줄하고, 딱지치기하고, 구슬치기하고 천당과 지옥을 했던 그 시절이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우리 아이들도 제가 어릴 때처럼 초등학교 수업 끝나자마자 가방 던져놓고 밖에서 뛰어 놀다 오게 그렇게 키울 수는 없는 걸까요.
아이들이 불쌍하고 또 불쌍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