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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ㅣ 다릿돌읽기
노경실 지음, 이영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제목에 한번 빵 터지고 예전 열살이던 나와는 전혀 다른 것 같아보이는!
딸아이의 모습에 또 한번 끄덕거리며 빵 터진다.
내가 열살때는? 유난히도 까먹지 않고 기억하는 아이가 있다.
이름도 잊지 않았다. 얼굴은 기억이 안나고 코밑에 점이 있었다는 건 기억난다.
소풍 때 초콜릿을 그 아이에게 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우연히? 지나가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내껀 없냐고 므흣하게 웃으시던 기억,
그 아이가 나중에 떡볶이를 사준다고 분식집에 데리고 갔는데
눈치없이 끼던 울동네 아이.
다른 것들은 기억도 안나는데 지금까지도 이 기억은 참 선명하게도 남아있다.
내 딸아이의 열살 추억은 어떤 것일까? 이십년, 삼십년 후 떠올렸을 때
기억에 남는 소중한 열살의 추억.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려면 공부하느라 허덕이며 아등바등 살지 말아야하는데
요즘은 참 노는 초등학생이 없다.
아이들과 제대로 놀며 멋진 추억 만들 시간이나 있는지 참 안타깝다.

이 책은 세상을 알 만한 나이 열 살! 희진이가 주인공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이나 컴퓨터나 태권도나 세 달 이상을 못 배우고,
밥 먹을 때 숟가락을 자주 떨어뜨리고, 두 발을 벌벌 흔들고, 치마보다 바지를 좋아하고!
용감한 남자애보다는 착하고 얌전한 남자애를 더 좋아하고, 용돈을 받으면 이틀 만에 다 써버리고,
피자보다 호박떡을 더 잘 먹고! 그래도 나는 입만 열면 공주 이야기를 합니다." - 15page
희진이의 엄마는 열 살밖에 안 됐다고 야단치고,
아빠는 열 살이나 된 어른이라고 혼을 낸다. 우리 집과는 반대이지만 비슷하긴 하다.
아이가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이되면 은근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그 전보다는 훨씬 많이지는 것 같다.
동생도 더 잘 챙겨줬으면 좋겠고 공부도 더 알아서 해주면 좋겠고
뭐든지 다 알아서라는 말이 붙는 것 같다.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엄마와 아빠에게 응석을 부릴 때인데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모습에 그런 걸 염두해두질 못한다.
학교가기 싫어하는 동생에게 학교에 가면 참 행복해진다고 학교는 놀이동산처럼 재미있다고
거짓말도 해주는 철있는 아이이다.
"훈아, 미안해. 나는 나쁜 누나인가 봐. 너를 나처럼 고생하게 만들다니.
누나를 용서해라. 다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 - 30 page
방귀쟁이 짝꿍이 없어졌다고 걱정도 하고 엄마,아빠가 싸우면 이혼하실까봐 속앓이도 합니다.
제가볼 땐 책 속 희진이는 정말 아이다운 초등학생인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애어른이 다되서 아이다운 면을 많이 잃어가고 있단 생각이 드는데
희진이의 모습은 천진난만해서 웃음이 나오게 된다.


열 살 딸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만 보면 못잡아먹을 것 처럼 짜증내고
뭔가 신나서 말을 하다가도 조금만 못알아들으면 눈을 찌푸리는 모습에
예전 귀엽기만 하던 딸아이가 아니라,애써 그런면을 더 무시하고 안보려했던 것 같다.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인 내 딸.
책 속 희진이처럼 더 많은 걸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기대와 눈높이를 조금 낮춰줘야겠다. 세상을 알 만한 나이인 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