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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라이프 - 도시생활자의 낮과 밤
김석원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플라스틱 라이프
도시생활자의 낮과 밤

플라스틱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도시 인생.
회식빛의 어두운 도시를 담고 있는 표지가
굉장히 우울하게만 다가옵니다.
그런데 책 속 내용은 표지와는 상반대는 느낌으로 다가오며
우울과는 거리가 먼 신선한 이야기였어요.
이 책은 한마디로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관"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미술관의 그림을 그냥 감상하는 것보다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알고 보면
전혀 다른 것들이 느껴지고 보여지듯이!!
저자가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는
도시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담고 있는 사진들은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먼지와 함께 도착한 어떤 순간들의 기록 .
도시에 사는, 도시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벗어나고 싶어 하는,
도시가 키운 사람들, 그리고 도시라는 공간 자체의 이야기를 담았다. - 저자의 말 중"
저자는 영화 "체리 향기"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자살을 시도하려다
달콤한 체리 나무의 열매 때문에 마음을 돌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며
죽으면 체리 향기도 맡을 수 없다는 노인의 말에 삶에 대한 애착을 느낀 것처럼
플라스틱 라이프가 기계화, 거대화된 도시생활자들의 낮과 밤에 체리 향기가
되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록 거친 쇠냄새만을 풍기는 도시지만
도시와 그 속의 사람을 담은 책속의 거친 사진들은
또 다른 향기를 뿜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자가 도시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을 영화와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들이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홍수로 피해를 입은 우면산 인근 주민들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보며
느낀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지하 셋방에서 노모와 사는 한 남성이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는 장면에
가슴 먹먹했다고 해요.
"자연재해마저도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해서
안그래도 힘든 사람들을 더 가혹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 같아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만 닥치고
아쉬울 것 업싱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이 계속 이어진다면
삶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닐까? -10 page"
다큐멘타리를 버드아이뷰(새의 관점 조감도)로 촬영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세상을 객관적이고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지상은 한층 객관적으로 보이고 피해를 복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혹한
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역한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자연재해라는 엄청난 일도
어쩌면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일로 생각할 수 있게 접근할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12page"
홍수로 힘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연민을 느끼는데 그치는데 반해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 어울리는 사진작가의 사진들을 함께 싣고 있어서
이야기와 함께 보는 사진관이다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걸리버가 바라본 소인국의 풍경과 유사한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권경용 작가이 사진도
소개해주고 있는데 도시의 풍경이 이렇게 미니어처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버드아이뷰 사진 촬영을 보고 난후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에 어울리는 버드아이뷰의 시선을 담은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와 사진작가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책이에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 완벽히 남남이 된 듯한 연인, 아쉬움이 남아 있는 연인, 마치 지금도 사귀고 있는 듯한 연인,
지금 사귀고 있지만 앞으로 헤어질 것 같은 연인 등 각 커플이 풍기는 느낌이나 분위기가 다양하다.
......
분명 헤어졌음에도 현재진행형 연인처럼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
남은 미세한 감정의 흔적 때문 아닐까?
흥ㅁ로운 것은 비록 헤어진 연인이지만 각 커플의 생김새나 이미지가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207page "
아직까지 도시의 체리 향기는 맡을 순 없었지만
도시를 좀 더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맛볼 순 있었어요.
청춘, 사랑, 성에 대한 고정관념, 아름다움, 살아가는 것, 세상 모든 것과의 교감등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한번쯤 생각해봤을 과제들에 대해서
독특한 시선과 생각을 담은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도시가 그렇게 삭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도시생활에 찌들어 있다면 도시에 긍정의 에너지를 넣어주는
이야기들을 접해보길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