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선아이그림책방) 한이네 동네이야기
아이들 그림책인데 어른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책들이 있는데요.
'한이네 동네이야기'가 옛날 제 추억을 새록 새록 떠오르게 만들어서
남편을 불러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같이보며 "이거 기억나?"
를 계속 말하게 하는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처음 한이네 동네이야기를 봤을때는 사회교과서 연계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사회숙제로 동네 그림 그리기를 했는데요.
이 책이 참 유용하게 쓰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아이와 같이 보다보니 그림속 작은 세상들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네요.
책을 덮은 아직까지도 제가 어릴 적 살던 동네가 떠오르게 됩니다.
"한이는 집 독상에서 동네를 내려다봅니다.
한이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골목에서 바라보던 동네와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을 따라 즐비한 가게와 건물들.
또 그 속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학교 앞 문방구와 우체국, 놀이터의 아이들, 시장에서 저녁찬거리를 사는 아줌마와
과일가게 할머니, 짜장면 배달부와 세탁소 아저씨.......
여러분의 동네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나요?
한이네 동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지 어디 한번 펼쳐 볼까요?
(이 그림책의 배경은 2000년 서울 한강 근처 동네의 모습입니다.)"
이 책이 더욱 실감가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2000년 서울 한강
근처 동네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 같은 그런 동네의 실제 모습이었어요.
6살 울막내를 그려놓은 것 같은 한이의 모습에 더욱 정감이 가는데요.
또래의 아이들이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겠어요.

이 책의 주인공인 한이와 똘이는 흔들목마 아저씨가 온 소리를 듣고
같이 산책을 나가는데요. 마침 길고양이를 보고 흥분한 똘이를
쫓아다니느라고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내용이에요.
매 페이지마다 건물 속 사람들 건물 밖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은 그림찾기처럼 다가옵니다. 한이와 똘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네요.

무엇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와 정말 살고 싶은 동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북적거리고 동네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정감있는 곳. 이곳은 지나다니는 누구나가 다 아는 사람!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지간일 것 같은 그런 동네입니다.
요즘은 정말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어요.
한낮에 아파트를 돌아보면 사람들이 안보입니다.
물론 아이들도 마찬가지구요.
옛날 제가 어릴 적 해가 질락말락 저녁먹을 시간이 되서야
엄마가 "밥먹어라~~~"하고 부르면 그때서야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들어가던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초등학교때도 집에오면 가방만 후딱 던져놓고
밖에서 친구들이랑 땅따먹기며 고무줄, 숨바꼭질,구슬치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오징어, 벽돌치기등
비싼 장난감 하나도 없이! 동네 아이들 죄다 모여서
왕따하나 없이! 깍두기로 끼워주며 그렇게 놀았는데!
요즘은 그런 놀이들을 돈을 주며 학원에 가서 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오전에 텔레비젼 프로를 보니
도심이 아닌 곳에 농촌으로 귀화한 가족들이 모여 아주
멋진 자연친화적 옛날 동네의 모습을 갖춘 학교를 만들어
살고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진짜 저렇게 살아야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이네 동네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빼곡한 아파트에
정원처럼 잘차려있지만 정작 노는 아이들과 노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우리 동네가 왜 이렇게 삭막하게 느껴질까요!
한이네 동네 정말 살고 싶은 동네!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사는 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정작 진짜 좋아진게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요 흔들목마가 생각나시나요!
정말 동네에 흔들목마 아저씨 오면 아이들이 줄서서 타느라고
인기짱이었는데요! 옛날 추억의 냄새가 폴폴나서 넘 행복해집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 "엄마 어릴때 이런거 해봤다~"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요. 엄마의 수다가 좀 많아지지만요.

글은 한두줄밖에 없는데 이 책은 한시간도 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건물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옛날 어릴 적 울집 동네를 떠오르고 싶으시거나 아이들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시면 이 책 꼭 한번 보여주세요.
위로만 길쭉한 아파트 말고 한이네 동네가 더 많아지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