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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ㅣ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나는 개를 싫어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무서워한다. 서른 중반넘어 그것도 아줌마가 참 창피한 일이다.
아이들과 지나가다가 개가 있으면 되도록이면 돌아간다. 아이들도 엄마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집은 장사를 했기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처지였었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와 친하지 않았다.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존재들.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이유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옆집에 갔다가
그 집 강아지가 사납게 쫓아오는 바람에 놀라서 뛰어 도망가 높은 곳에서 두부가 든 검은 봉다리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울던 기억이 30년도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하다.
다른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말이다.
그래서 반려견을 가족같이 여기는 사람들과 애묘가들을 보면 솔직히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내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블로그 지인들을 통해 고양이와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을 보면 고양이와 개는
자식이고 가족이고 애인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참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 지인들의 반려견과 고양이 사랑을 보면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그리고 길고양이 시리즈를 접하고 부터는 더더욱...
아이들과 남편에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부쩍 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을 하게 되면 꼭 반려견과 고양이와 함께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이미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입소문으로 듣고 밤을 꼴딱 세워가면서 정주행한 기억이 난다.
웹툰으로 미리 봤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던 책이라서 다시 보면 그때의 감동이 또 전해질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보는 내내 울컥울컥하면서 울었다. 그리고 슬플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는 걸 몇번이고 확인해야했다.
이 책은 꼭 혼자있을때 봐야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보면 혼자서 책보면서 울컥울컥거려서 당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다정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만화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 현재 네이버 웹툰 평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 기쁨, 즐거움, 또는 이별하면서 겪은 슬픔, 아쉬움 등 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던 여러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며 진한 감동을 준다. 제목 그대로 작가가 키우는 한 살짜리 어린 고양이와 열다섯 살의 나이 많은 늙은 개의 이야기를 주로 하지만 때때로 유기견, 유기묘, 구제역, 로드킬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열다섯살의 늙은 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몸에 종양이 퍼져도 마취를 하면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수술도 못하는 늙은 개.
이 개의 하루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받고 가족이 돌아올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게 다다.
오래도록.

고양이는 유독 사람이 손길을 타는 애정을 받아야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새침하고 다소 까칠해보이는 외모와달리
사랑을 많이 고파하는 동물인가보다.

회색태비 안구부종고양이로 서류상으로 사망처리만 된 고양이를 저자는 한눈에 반해서 키우게된다.
다리도 성치 않고 눈도 성치 않은 고양이 그런 고양이에게서 저자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한다.


이 책은 저자와 어린고양이, 늙은 개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자신을 돌보던 개가 죽어갈때의 남겨진 강아지의 이야기같이 강아지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들도
많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고양이와 개가 꼭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책에서는 네이버 웹툰에서 볼수 없었던 저자가 그림만으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웹툰만으로 충족되지 않았던 궁금증과 생각들을 채워준다.
이 책을 통해서 한번도 개와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던 나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사람이 아닌 존재를 가슴따뜻하게 아니 그보다 더 절절하게 사랑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깨닫게 되었다.
이별하는 순간들의 아픔도 가슴 시리게 다가오지만 그들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며 아끼는 모습에
정말 나도 고양이와 개를 꼭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나이 드신 분들이 개를 참 많이 키운다. 진짜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키우시는데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그 이유를 알것 같다.
금쪽같이 키워놓은 자식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키운 개들은 정말 주인에게 지극정성이다.
자식보다 더 잘한다. 많이 사랑해준다. 위로도 해주고.
이유없이 사랑해주고 이유없이 같이 있어주고 미워할줄 모른다.
갑자기 남편이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남편이 아주 어릴적에 동네에서 개잡는 것을 본적이 있다고 한다.
진돗개 같은 큰개였는데 주인이 망치로 머리를 때려 피를 흘리면서도
주인이 부르면 꼬리를 흔들면서 곁으로 다가간다고 그러면 또 주인은...
남편은 개는 무조건적으로 사람을 따르고 좋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처럼 잔인한 존재가 없는 것이지...


얼마전 뉴스에서 개를 사랑하기로 유명하다는 영국에서 경제가 어려워져서 사람들이 키우던 개를 버려서
유기견이 급속도로 증가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좋아서 키우다가 물건처럼 취급당해 버려지는 개들 그리고 고양이.
다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일이다. 사랑으로 보살피고 키워져야할 동물들...
지금 이 순간에도 버려진 동물들이 참 많다. 유기견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살처분한다고 한다. 입양인이 없다는 이유로
생명을 살처분하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고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