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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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지금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집에서 밥하고 살림만 하고 있는 내 머릿속도 이렇게 갑갑하고 꽉 차있고,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도 문득 문득 뭔가 비어있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되니...... 사람은 현실보다 늘 위만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읽고있다보니 사람은 다 비슷하게 살고 있다를 느낀다. 손 안닿는 위만 쳐다보고 손 뻗어보다가 실망하고 좌절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다 똑같이 산다. 그게 사람 사는 거다란 생각. 저자는 고통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희망과 일상의 소소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에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좀 차분해지고 위안이 된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저자가 '양양'이라고 해서 중국인 저자가 쓴 에세이인줄로만 알았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뜨끔하게 된다. "세상이 원하는 프로필과는 나는 영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무명가수, 무명작가" 이 책의 저자는 양양이라는 14년차되는 무명가수겸 무명작가다. 양양?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얼굴이 떠오르지않아서 초록색 상자에 양양을 검색해본다. 이미지를 살펴보니 한옥 기와집의 풍경만이 눈에 들어온다. 아! 정말 검색에도 잘 나오지않는 무명이구나. 이내 찾은 그녀는 78년생의 아리따운 여인, 이 책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문득 35살이 되서야 시금치 나물을 만들려고 슈퍼에서 시금치를 사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무치는 방법을 물어보고 혼잣말로 만들기 쉽다고 말하고 있는 그녀를 떠올리게된다. 참 우리와 그리 다르지않은 비슷한 사람이란 느낌을 또 한번 받았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이 이야기가 더 친숙해지게 다가왔다.

 

이 책은 그녀의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앨범과 제목이 같다. 아마도 그 앨범을 내면서 노래로 다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번도 양양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가수 '하림'의 추천사를 보니 조용조용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책을 덮고 나니 책 속 이야기를 노래로는 어떻게 풀어놨을지가 궁금해진다. 그리 무겁지 않게 일상을 풀어놓고 있다. 때로는 일기같고 때로는 시같고 편안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다.

 

" '파랗고 빨간 것' '파르스름하고 불그스레한 것' 하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까. "

 

책 속 이 질문에 바로 사과라고 대답해버렸다. 그런데 작가의 대답은 '오후와 저녁 사이의 하늘'이다. 내가 늦은 오후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이런 생각을 떠올린지가 과연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참 쫓기듯이 하늘한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감흥없이 살고 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낙엽을 봐도 흐드러진 꽃을 봐도 예전처럼 온몸에 찌릿한 감흥을 느끼질 못하는 것 같다. 정말 감흥없이 메마르게 살고 있구나! 저자가 말했듯이 언젠가 문득 달을 보게 되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밑도 끝도 없이 앞뒤 말 다 빼먹고 "저 달 좀 봐!"하고 말 할 수 있는 감성을 갖고 싶어진다. 하지만 문득 밑도 끝도 없이 앞뒤 말 다 빼먹고 달타령을 하고 있어도 제정신이냐?라는 말 대신 같이 호응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겐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 돼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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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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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을 거친 나는 이 길로 "돈이 중요하지 않은' 상상과 공상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들의 권리이듯이. 이 시대는 나를 절망하게 한다. 나는 일중독자도 아니고, 양심이 내 장점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문학 덕분에 내 친구인 반 밀렌 남매와 즐기러 간다. 드디어 할 말을 했다. 휴!" - 본문 중에서

 

사강이 1960년에 발표한 희곡 <스웨덴의 성>에 나온 인물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이 책에 등장한다. 작가의 첫번째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로 십년전 인물을 다시 불러낸 것이다. 작가의 상상인 소설과 현실의 이야기인 에세이가 교대로 이어진다. 앞부분을 처음 읽어내려갔을 땐 무위도식하는 이 남매의 일상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않았다. 게다가 여동생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에게 몸을 맞기는 오빠 세바스티앵의 행동은 더더욱 눈쌀을 찌푸리게한다.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멋진 외몰르 내세워 삶을 즐기고 있는 주인공들. 작가는 십년전 인물을 꺼내가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스웨덴의 성>에 등장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를 알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엔 이 책이 출간되지 않는 것 같다. 검색을 해도 나오질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기 위해선 십년전 인물이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그런 것들을 알 수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절망과 버려졌다는 느낌에 빠진 친구의 죽음을 새벽에 알게 된 스웨덴 남매와 프랑스 청년이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복잡했다." - 172page

 

초반엔 이 책을 읽어가기가 정말 난해했다. 소설 속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가 번걸아 나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느끼는 점들 작가의 삶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은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이 책이 난해함으로 남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에세이 부분때문이었다. 사강이 이 책의 세바스티앵, 엘레오노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고자하는 이유를 듣게된다. 그 이유를 알게되니 그제서야 이 난해함이 조금씩 풀린다. 사강작가는 주인공들을 정말 견딜 수 없는 추악한 상황에 밀어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하게되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을 둘러싼 주변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는 아무것도 모자란 것이 없어보이는 한 남자가 '돈'이 아닌 '사람'을 잃고 괴로움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질적 풍족으로는 채울 수 없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극한의 상황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왠지 이 남자의 마음이 작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자살하면서 꼭 티를 내는 사람이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자살하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진심 어린 슬픔도 아니고 후회도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의 목적은 항상 그런 것이지만 말이다. 그가 남기는 것은 과시다. 최소한 절망을 드러내 보이려는 시도만 남는다. 자살한 사람의 친구들은 실제로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크든, 그들이 얼마나 이해를 못 했었는지, 얼마나 이해를 못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 - 173page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보다 사강 작가의 에세이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사진을 보니 외모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만든다.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설 속 인물 사강을 필명으로 했다. 사강이란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 반항적인 기질을 보였지만 말더듬이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사강의 또다른 면들을 알게될수록 그녀와 그녀의 책들에 더 눈이 가게된다. 대학을 중퇴하고 18세때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23살 결혼, 이혼후 27세의 재혼 그리고 또 이혼. 50대 마약복용혐의로 기소, 하루밤에 몇억원을 날릴 정도로 도박에 빠지고 결국 파산한다. 202년 탈세범으로 기소 징역형을 받고 결국 재산을 압류당하고 불행하게 노년을 마감하고 만다.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그녀의 삶이다. 작가의 삶이 소설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 것이 프랑수아즈 사강이었다!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명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을 한 것이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당했을 때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강의 책은 술술 읽히진 않는다. 매번 난해하다고 느낀다. 왠만한 책이라면 그냥 덮어버릴 법도 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강 작가를 알고 싶게 만든다. 사강작가의 사진을 보고 그녀의 삶을 알고나면 그녀의 삶이 녹아있는 그녀의 책들이 또 궁금해진다. 참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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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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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록'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역사라니! 두툼한 두께에 선뜻 집어들지는 못했던 책이다. 만화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통할 것 같은 음악이고 보통사람들과는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지는 음악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헤비메탈을 떠올리게 된다. 나와는 좀 거리가 있는 분야구나라는 생각에 어렵게만 느껴진다. 사람의 편견이라는게 정말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는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격하게 느끼게되는 순간이다.

 

"Paint It Rock"은 록의 입문서이자 지침서라 해도 무방할 만큼 5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의 록 뮤지션과 히트곡, 에피소드 등 전성기 록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전문서적만큼이나 들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서적처럼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느긋하게 낄낄거리며 침대에서, 거실에서 , 화장실에서, 기타 다른 만화책처럼 읽혀져야 하는 책이다. 그런 식으로 한 번, 두 번, 세 번, 가볍게 읽기를 반복하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뮤지션들과 그들의 대표곡에 대한 정리가 자연스럽게되어갈 것이다." - 황태연 추천의 글 중에서

 

추천글들을 보며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고 편견을 깨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에 전문서적처럼 대하지말고 편하게 읽어보기로 했다. 만화가이면서 재즈평론, 재즈다큐멘터리 연출, 공연기획과 음반 프로듀셔까지 남무성이란 사람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 책은 2009년에 초판이 나온지 5년만에 개정된 책이고 2,3권까지 나왔다. 2012년부터 2년간 네이버 뮤직 '올댓록'에 연재되던 이야기가 담겼다. 미공개분도 포함하고 있다. 커버의 주인공은 록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인기를 고려해서 1권은 비틀즈, 2권은 데이빗 보위, 3권은 커트 코베인이 그려져있다.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일러스트 표지다. 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속 소개된 록음악을 하나도 담은 CD가 포함되어있었다면 정말 멋진 책이였을 것 같다. 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록의 매력을 알려주고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최초의 만화로 그려진 록음악의 역사서라고 소개된 문구에 다시 한번 더 눈이 간다.

 

"이 책의 1편은 명목상 1950년대에서 1970년대 동안의 록을 다루고 있지만 거의 60년대의 이야기가 주가 되었고, 고작 70년대 언저리를 지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60년대이 그 10년간은 록의 역사 전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권위 있는 록 음악 매체들의 각종 집계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예컨데 '록의 명반 100선'에서 60-70년대 레코드가 무려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손위운 입증일 것이다." -21page

 

록 앤 롤 (Rock & Roll) 연예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도대체 이 뜻이 뭘까? 록과 롤은 어느 개인이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템포가 빠른 블루스 노래에서 종종 사용되었다고 한다. 템포만 빨라졌지 R&B에서 이름만 바뀐 것이 로큰롤. 미국에서 일어난 연주스타일과 리듬의 명칭을 뜻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엘비스가 로큰롤의 스타였다면 척 베리는 로큰롤의 작가라고 하는데 내가 알고 있던 건 전혀 다른 분야였던 것이다. 방송에서 가수들이 나와 록스피릿을 외칠때 왠지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던 록은 이미 자연스럽게 듣고 즐기도 있던 음악이었다. 비틀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이 책은 ROCK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편견없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모르고 있는 록의 세계를 다시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만화로 그려졌지만 글밥도 제법 많다. 하루아침에 쓰윽 보고 넘어갈 책은 아닌 것 같다. 한번에 이 많은 내용을 정리하면서 머릿속에 담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ROCK의 흐름을 이렇게 펼쳐낸 작가가 다시 한번 대단해보인다. 시간의 흐름대로 록의 역사만 나열했다면 읽기 부담스러웠을텐데 록 가수들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비틀즈의 분열을 예고했던 사건, 롤링 스톤이 왜 비틀즈와 상반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앤디 워홀의 바나나 실크 스큰인의 그림으로 유명한 앨범 커버가 누구의 앨범인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록'에 관한 편견을 확 깨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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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애벌레 - 질투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9
정은경 글, 하일권 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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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애벌레 나도 사랑해 달라고!

 

표지에 뾰로통한 표정의 아이를 보니 큰아이가 떠오릅니다. 4살 나이 터울이 있는 동생 때문에 한참 예쁨 받고 관심 받아야 할 그때, 사랑받는 동생을 보며 이런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형제, 남매가 있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곧 태어날 동생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엄마나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도움이 될 이야기입니다. 작은 아이에게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읽어주니 아이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님이 옆에서 같이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겠어요. 누나의 입장을 생각해보면서 스스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너무 짧다고 하네요. 이런 애벌레 시리즈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이해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육아서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라고 많이 하는데 생활하다 보면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공감과 이해보다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윽박지르고 잔소리를 퍼붓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이런 책을 같이 읽으면서 엄마는 반성하고 아이의 생각을 읽어주고 아이는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혜라의 생일 소원은 귀여운 동생이 빨리 태어나는 것이에요. 누나가 되고 싶었거든요. 인형같이 귀여운 동생이 생긴다는 일은 아주 재미있는 일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동생이 태어나자 혜라는 조금씩 달라지는 환경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됩니다. 엄마가 안아주는 것도 자신이 아닌 동생 진수, 아빠가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동생 진수였어요. 엄마와 아빠는 누나기때문에 동생에게 양보를 해야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혜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 속 질투가 스멀스멀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귀여운 동생 사진을 찍어주는데 열중하느라 혜라는 보지 않고 있는 모습, 엄마가 동생 진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혜라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제가 작은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작은 아이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을 때 그 옆에는 자신을 좀 봐달라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큰아이가 있었을테니까요. 늘 동생 안아주면 자기도 안아달라고 하고 옆에 붙어있던 큰아이가 생각이 나서 뭉클해집니다. 그때는 왜그리도 큰아이가 크게만 보였는지 지금 돌아보면 한참 예쁜 나이 다섯살, 여섯살 이때였는데 말이죠. 작은 아이와 비교되니 더 커보인 것 같아요. 첫째라고 또 엄마가 기대는 면도 있었고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 엄마 손을 많이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작은 아이를 보듬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큰아이가 왜 나는 안아주지 않냐며, 왜 업어주지 않냐면서 큰덩치로 업어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이제 무거워서 못한다고 안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더 반성하게 됩니다. 그때 좀 살갑게 많이 안아주고 아기처럼 좀 대해주기도 할 걸하고 말이죠. 누나라고 동생처럼 어리광도 부리지못하고 다큰아이처럼만 대한 것이 미안해집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깨달으라고 읽어주는 책인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깨닫고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작은 아이는 누나가 어떤 기분으로 지냈을지 어렴풋이 좀 이해할 수 있게되겠죠.

 

우리 딸, 집에 오면 오늘은 꼬옥 안아주고 업어주고 닭살돋는 행동을 좀 해줘야겠습니다. 너무 늦어서 도망가버릴 수 있겠지만요. 너무 늦어버린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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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3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김영진 옮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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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기를 한 번도 못 봤어요! 엄마랑 아빤 아기한테 이름도 지어 주지 않았고요!"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 한 번도 저한테 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적이 없어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엄마가 나를 끌어안았다.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 라킨, 라킨, 난 몰랐단다. 모르고 있었어......"

"아셨어야죠, 엄마잖아요." - 123page

 

 

아이세움 익사이팅북스 [가위 바위 보]의 한 부분입니다.

라킨네 가족에겐 함부로 꺼내지 못한 아픔이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라킨은 태어난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뿐 동생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적도 없고 이름을 알지도 못 합니다.

동생에 대한 추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추억이 없다고 아픔을 못 느끼진 않습니다.

가족 모두는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아기에 대해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서로에게 못할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커다란 변화가 시작됩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누군가 바구니에 아기를 담아 집 앞에 두고 갑니다.

꼭 데리고 올 거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가족이라 잘 키워줄 것 같다면서 부탁한다는 쪽지가 남겨있습니다.

아빠는 비밀스러운 아픔이 떠올라 아기에게 사랑을 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기에게 '가위 바위 보'를 가르쳐주며 자신도 모르게 아빠처럼 대합니다.

엄마는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며 가족에게 드러내지 못한 아픔을

이 아기에게 애정으로 쏟아냅니다.

비록 언제 엄마가 찾아와 떠날지 모르는 아기를 통해 가족은 그동안 가슴속 깊이 그리움으로만 묻어두던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마음을 그제야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게 된다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아기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아기가 그동안 자기와 놀아주던 아빠를 향해

팔을 뻗어 자그마한 주먹을 내밀고, 아빠는 거기에 손을 들어 '가위 바위 보'로 인사하는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납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 기른 정이라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아이.

아이와 함께 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뭉클해집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들을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들, 누군가 책임을 진다고 떠나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들.

한숨만 푹 쉬어지고 마는데요.

 

차마 떠올리기도 힘들어서 버거운 일들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손 두 발 놓게 돼버리는데요.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고통스럽다고 아이들과의 기억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계속 떠올리며 그 아이들과의 행복했던 일들을 추억해야 한다고 말이죠.

아이들을 기억하고 떠올리면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다고......

안타깝게도 하루 종일 뉴스의 실시간을 오르내리며 거론되던 사건들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잠잠합니다.

점점 잊혀갑니다.

생각할수록 고통스럽고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외면하고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고통받는 부모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그들과 함께 아이들을 떠올리고 오롯이 그리워하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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