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위 바위 보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3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김영진 옮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전 아기를 한 번도 못 봤어요! 엄마랑 아빤 아기한테 이름도 지어 주지 않았고요!"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 한 번도 저한테 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적이 없어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엄마가 나를 끌어안았다.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 라킨, 라킨, 난 몰랐단다. 모르고 있었어......"
"아셨어야죠, 엄마잖아요." - 123page
아이세움 익사이팅북스 [가위 바위 보]의 한 부분입니다.
라킨네 가족에겐 함부로 꺼내지 못한 아픔이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라킨은 태어난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뿐 동생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적도 없고 이름을 알지도 못 합니다.
동생에 대한 추억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추억이 없다고 아픔을 못 느끼진 않습니다.
가족 모두는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는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아기에 대해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서로에게 못할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커다란 변화가 시작됩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누군가 바구니에 아기를 담아 집 앞에 두고 갑니다.
꼭 데리고 올 거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가족이라 잘 키워줄 것 같다면서 부탁한다는 쪽지가 남겨있습니다.
아빠는 비밀스러운 아픔이 떠올라 아기에게 사랑을 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기에게 '가위 바위 보'를 가르쳐주며 자신도 모르게 아빠처럼 대합니다.
엄마는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를 그리워하며 가족에게 드러내지 못한 아픔을
이 아기에게 애정으로 쏟아냅니다.
비록 언제 엄마가 찾아와 떠날지 모르는 아기를 통해 가족은 그동안 가슴속 깊이 그리움으로만 묻어두던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마음을 그제야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게 된다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아기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아기가 그동안 자기와 놀아주던 아빠를 향해
팔을 뻗어 자그마한 주먹을 내밀고, 아빠는 거기에 손을 들어 '가위 바위 보'로 인사하는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납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 기른 정이라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아이.
아이와 함께 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뭉클해집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들을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들, 누군가 책임을 진다고 떠나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들.
한숨만 푹 쉬어지고 마는데요.
차마 떠올리기도 힘들어서 버거운 일들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손 두 발 놓게 돼버리는데요.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고통스럽다고 아이들과의 기억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계속 떠올리며 그 아이들과의 행복했던 일들을 추억해야 한다고 말이죠.
아이들을 기억하고 떠올리면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다고......
안타깝게도 하루 종일 뉴스의 실시간을 오르내리며 거론되던 사건들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잠잠합니다.
점점 잊혀갑니다.
생각할수록 고통스럽고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외면하고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고통받는 부모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그들과 함께 아이들을 떠올리고 오롯이 그리워하는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