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부터는 '기본에 충실하리라' 라는 결심을 했는데, 그 기본이란

1) 집안 일, 아이들 일, 병원 일 빵꾸내지 않고 미리 챙기기와

2) 책읽기, 기존에 활동하던 모임 잘 챙기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만들기에 지나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원칙도 더불어서 세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만들던 것들을 일단 다 마무리를 지어야 했고, 그래서 지난 달은 평소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만들던 것들을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완전 본말이 전도되었죠.... ㅡㅡa)

그래서 1월달에 건희, 준희 목도리 한개씩,  내가 봄에 가지고 다닐 가방 한개 (그런데 실 색이 첨부터 맘에 안들더지 역시나 별로입니다.  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좀더 손을 보아야 할 듯), 그리고 책싸개 7개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아ㅡ,  이제는 한눈 팔지 않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을까?  이제는 새로운 일 벌이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 또 결심하는 중입니다. (참, 아직 로켓모양 볼펜 10여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것은 차차 하나씩 하려고 합니다. 2월부터는 '본업'에 충실하기로 했으니까!' --a )

또 책싸개야? 라고 식상하셨을지 모르지만..... 지난 번 책싸개는 모 단체의 년말 행사 경매품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하늘땅 별땅. 



 이번 책싸개는 한복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물빨래 해도 줄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 한번 빨아서 뜨거운 다리미로 다렸습니다.












펼친 모습입니다.
지난 번에 만든 책싸개는 '찍찍이'로 크기를 조절하게 했는데, 그렇게 해놓으니 접히는 부분이 찍찍이가 있는 부분에 겹치면 뻣뻣해서 불편한 감이 있어서

조금 번거롭지만 똑딱이 단추를 달았습니다. 
(원래는 단추구멍을 내는 것을 시도했는데, 재봉틀로 단추구멍 내기가 생각처럼 깨끗하게 되지 않더라구요. )




이번 볼펜 책갈피는 똑딱이를 한쪽 끝에 달아서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사이즈 별로 7개를 만들었습니다.

그 많은 똑딱이들을 단 덕에 또 비디오로 영화 여러 편 봤답니다. 













자, 책싸개들을 차곡차곡 접어서 가장 큰 7번 책싸개 속에 넣고.....











7번 책싸개의 겉면에 큰 똑딱 단추를 달아 잠그면,
보관도 편합니다. 


이번에 만들면서 좀 더 단순화된 공정이 생각 났는데,
(바이어스를 쓰지 않고 만드는 법) 당분간은 만들 생각이 전혀 없으니 한참 후에나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똑딱이 단추를 기계로 팍팍 박는 방법이 있거나,
단추구멍을 가지런히 예쁘게 낼 수 있는 솜씨가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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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2-0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세상은 불공평해.....ㅠ.ㅠ
(가을산님 혹시 이거 제작법 자세히 올리신 페이퍼 있나요?@.@)

2005-02-01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2-0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달거리대 만들 수 있는 분이면 누구든 만들 수 있어요.
만드는 법 페이퍼라..... 노력해볼게요. ^^

날개 2005-02-0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앗~ 너무 예쁜 책싸개네요.. 저런거로 책 싸가지고 다니면 너무 좋겠어요..+.+

sweetmagic 2005-02-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추구멍을 가지런히 예쁘게 낼 수 있는 솜씨가 있다면 좋을텐데.... 라구요 ??

자수 겸용 재봉틀을 사세요.... 요즘 재봉틀은 이거 다 된다구요 ^^;;

연우주 2005-02-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저도 세상은 불공평해요~ 에 동감.

줄리 2005-02-0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싸개도 만들수 있겠군요. 저두 언젠가는 도전해 봐야겠다는... 그런데 그날이 언제일런지...

조선인 2005-02-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감생심 전 가을산님이 책싸개 이벤트할 날만 기다립니다. ㅋㅎㅎㅎㅎㅎ

부리 2005-02-0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대단하단 말밖에...하지만 전 책싸게 안받을래요. 그냥 읽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책싸게 있어도 안쓸 것 같아요. 호홋. 님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balmas 2005-02-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는 접니다.^^ 이러면 왠지 유리할 듯 ... (근데 뭐에 유리하지?? ㅋㅋ)

가을산 2005-02-0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lmas님, 추천 고맙습니다. ^^ 흐흐...
부리님도 배려해 주어서 고맙구요...
조선인님, 똑딱이를 10초에 1개 붙일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기 전에는 이벤트는 어려울 듯한데, 어떡하죠?
불공평하다고 하신분들, 설마 진짜는 아니겠죠? 예쁜 비누와 초콜렛 만드시는 우주님은 더욱더 말이에요.
매직님 - 이거 실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요, 제 재봉틀도 단추구멍 박기 기능이 있는데요.... --a, 그게, 해보니까 삐뚤삐뚤 되더라구요. 실도 자주 끊어지고 ㅜㅡ, 아무래도 연습부족일까요?

비로그인 2005-02-0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바느질 하시는 것 같은데, 단추달기가 번거로우시면 손몰드라는 도구를 구입해서 활용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저는 하나 구입할까 하다가 그리 자주 쓸 것 같지 않아서... 손몰드는 8,000원에서 10,000원 정도 하는 것 같고, 단추부속들은 백개단위등으로 파는 것 같더라구요, 서울의 경우엔 동대문상가에 가면 되는데, 가을산님 동네에도 비슷한 시장이 있겠지요... 아니면 인터넷으로 검색하셔서 판매상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 ^^ 책싸개 이벤트하시라는 말씀 아니에요.

가을산 2005-02-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손몰드! 찾아볼게요! 안그래도 내일 '중앙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을 뒤져보려고 그랬는데..... 고맙습니다. ^^
 

그동안 제 서재를 알라딘의 즐찾 페이지로 했었는데, 길가메쉬 서사시 관련 이벤트를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 알라딘 메인 화면을 알라딘 즐찾페이지로 바꾸었습니다. 

알라딘 접속할때 혹시 뭐 이벤트 없나~~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

요즘 진행중인 '마이리스트에 소원담기' 이벤트는 워낙 눈에 잘 띄게 해놓아서 모르시는 분이 없겠고....

자세히 뒤져보니 메인화면의 아래쪽 공지사항에 인터넷 쇼핑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있네요.

3-5분 정도 걸리는 설문조사에 참여를 하면 "참여해 주시는 고객님들 중 200분께는 추첨을 통해 알라딘 상품권(5,000원)을 드립니다.(추첨 및 발표 : 2005년2월4일 알라딘 공지사항에서)" 라구요. 

마감이 1월 31일인데, 모르고 지날 뻔 했습니다. 

아.... 길가메쉬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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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1-2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길가메쉬도 놓치고, 마이리스트도 놓치구...설문조사도 놓칠뻔 한걸, 그래도 가을산님이 하나는 구제해주시는 군요...앗, 경쟁률을 높이지 말라구요? 넙죽...흐흐.

가을산 2005-01-2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마이리스트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서재 달력 아래 빨간 네모칸 보이시죠?
으으..... 경쟁률 높아지는데.... 천기누설했다... ^^;;

털짱 2005-02-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서울이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이 추위가 가면 다시 봄이 오겠지요. 가을같은 봄이 왔으면 좋겠네요. 만사에 수확할 수 있는.

가을산 2005-02-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
정말, 이 추위가 이번 겨울 마지막 추위였음 좋겠어요.

ceylontea 2005-02-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덕분에.. 설문 조사 했구요... 오늘 5천원 상품권 받았어요... 히히..
감사합니다..

가을산 2005-02-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실론티님 축하합니다. ^^
전 안됐지만, 이벤트는 언제든 또 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써내보렵니다. 하하..

가을산 2005-02-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메일 확인을 해보니 제게도 상품권이 왔네요! ^0^ /
ㅎㅎ, 공짜로 받으니 역시 좋네요.
 

어제 저녁, 모 의료생협의 비상 이사회가 있었다.

양/한방 협진 형태인데다가, 의료생협이라는 체제가 공무원이나 보험공단에 생소한 차에,
지난 월요일부터 실사를 받은 것이다.

실사 결과, 한방에서 진료를 받고, 같은 날 양방에서 진료를 받거나 물리치료를 받으면 불법이란다.
그리고 이 외의 몇 가지 문제들이 지적되어서 조만간 징계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생긴 지 3년 밖에 안되는 생협의 최대 위기이다.

이사들이 모여 실무자들로부터 경과보고를 받았다.
경과보고를 하고 난 실무자들 왈, "거 실사팀, 정말 열심히 일하데요. 우리 나라 공무원들 다시 봤어요!"
" 정말 궁디~도 안띠고 일하데.... 밥도 자기들끼리만 사먹고~"

맘고생이 심할 실무자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모인 이사들이 생각보다 씩씩한 실무자들의 말에 오히려 위로를 받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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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실사는 의료보험공단에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건을 적발하기 위해서 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직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몇일에 걸쳐 의료기관의 모든 자료를 조사하고 환자들에게도 확인 전화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생협의 이번 실사도 5일간 진행되고 있다.

생협이 '타겟'이 된 이유는 청구한 내용 중에 양방과 한방의 진료 날자가 겹치는 건이 상당수 있었다는 것도 있지만, 또다른 큰 요인은, 생협이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인 복지의원'을 표방하면서 운영되는 의료법인들은 평판이 좋지 않다. 
노인 환자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심지어 버스 대절이나 식사 제공까지 하면서 유인하고,
보험공단에 허위 청구하기, 제약회사에 리베이트 요구하기, 약국에 리베이트 요구하기, 돈 떼먹고 폐업하기 등의 수법으로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부분의 의약품 도매상들이 '법인'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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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의료생협에 들이닥친 조사원들도 이런 법인을 염두에 둔 듯하다.
생협의 이사장인 모 교수님이 마침 외국 출장 중이신데, 상근자가 출장중이시라고 하자 '출국증명서'를 떼오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다고 했다.
이사장이 무보수직이라고 하자, '다들 그렇게들 말하지요.'라고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ㅡㅡ;;

보통 '복지의원'의 상근 의사는 고용된 의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비리에 직접 관련 없이 월급을 받고 진료만 할 뿐이기 때문에, 실사가 나오면 재단측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그런데 생협의 상근 의사인 N 선생님은 청구와 진료에 관한 것은 다 자기 책임이라고, 본인이 책임 지겠다고 했단다. 실사자들은 '정말 봉직의 맞냐? 청구 액수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았던 것 아니냐?' 고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란다.
그런데 실상 N 선생님은 생협의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 중 상당 부분을 출자했는데도 불구하고 월급은 같은 경력의 봉직의의 절반정도밖에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의료생협을 제안해서 설립하는 일을 주도했고, 지역 생활공동체, 대안학교 운동 등 정말 생활 자체를 학생때부터의 꿈인 '생활 공동체'를 실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실사자들은 ' 저 의사 씩씩하기도 하지. 아마 개인적으로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몰라서 저럴거다"라고했단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면허 정지나 취소까지도 각오하고 있다.

한편, 이사회는? 
어제 이사회 명의로 제출될 소명서 초안 중에 "이번 일은 우리 조합의 실무자 임의로 이사회의 의결을 어기고 편법, 위법을 한 사실이 있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초안은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었다.

실재로 이사들은 의원의 운영이나 청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었다. 매달 이사회를 하더라도 전체적인 보고를 받고, 생협의 주된 목적인 주민건강운동에 대해 의논할 뿐이지, 보험 청구 속사정까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단지 작년에 협진 건으로 인해 공단에서 지적을 받았을 때, 더이상 협진에 문제가 없도록 같은 날 진료를 했더라도 청구하지 말자는 결정을 한 적은 있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이런 내용을 이사회 명의로 소명한다는 문건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문장 자체를 삭제하도록 했다.

이사장인 K교수는 금년이 안식년이라 외국에서 1년간 연구를 할 예정이다. 이런 일만 아니었으면 이사장직을 물려주었을텐데, 만약 문제가 될 경우 본인이 책임을 지시겠다는 뜻에서 이 문제가 일단락 될때까지 이사장을 하시겠다고 한다.

이사회 전체도 이번 실사 결과와 함께 그동안 생협이 해온 일들에 대해 다음달에 있을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어렵게 시작한 생협의 운동이 이번 일로 인해 꺾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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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1-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의 왕성한 활동에는 늘 경의를 표합니다..그러니까 가을산님도 이사신거죠?

가을산 2005-01-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늬만 이사입니다. 실재로 하는 일은 없어요.
게다가, 직함으로 따지자면 마태님이 훨 많지 않으실까요? ^^

starrysky 2005-01-28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너무 멋진 분들.. ㅠ_ㅠ
나뿐 공무원들..이라고 하면 안되겠지만(나름대로 맡은 일은 열심히 했다니까), 하여간에 두 눈 멀쩡히 뜨고는 도대체 뭘 보고 간겨!!
부디부디 일이 잘 풀려서 빨리 엉뚱한 누명(?)도 벗으시고 선생님들 평소처럼 열심히 일하시고 환자분들도 편하게 진료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파이팅!! ^^
 

전인미답의 숲 속에 길을 내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뻥 뚫린 길을 시원하게 내는 것.
엘리트들의 계획과 설계를 바탕으로, 정부의 중앙집권적인 통제 하에 땅을 수용하고 고속도로를 까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 필요에 따라 이리 저리 헤메면서 길을 찾아가는 것.
처음에는 한걸음 한걸음 나뭇가지를 헤치고 거미줄을 피하면서 전진해야 하지만, 
그 길이 유용한 길임이 판명되고 그 길을 찾는 사라들이 늘면 그 길은 곧 오솔길이 되고, 도로가 될 것이다.

이 두 방법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고, 길의 목적이나 기능, 필요성의 경중에 따라 어느 방법이 더 유용한 것인지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사회포럼의 한국 참가단이 어제 저녁 출발했다.

세계사회포럼의 조직의 원리와 준비 과정을 보다보면 두번째의 길내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와 자본과 제국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제안하고 경험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다.
세계사회 포럼에는 8개의 단체가 준비의 실무를 맡고,  129개의 단체가 국제 위원회를 구성해서 포럼의 방향을 의논한다. 

포럼 수개월 전서부터 주제를 제안하고 분류하고,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는 단체끼리 프로그램을 고안한다.
금년에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11가지 주제에 대해 3000여 개의 워크숍이 6일간 열린다. 전체 운영위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첫 날의 개회식, 마지막 날의 폐회식 뿐이다. 나머지 회의들은? 관심 있는 단체들이 이메일과 전화로 서로 연락해서 구상한다. 

각 워크숍은 그 크기에서 50명부터 4000명에 이르고, 
주제은 인권, 대안사회, 자연보호, 노동운동 같은 기본적인(?) 사회운동의 영역에서부터,
이런 사회운동을 어떻게 미국 국내에 옮겨심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 
순수 기독교 봉사단체들의 모임, 
네팔의 독립에 관한 논의를 위한 티벳 승려 단체,
심지어  ' *** 에 관해 내 이야기를 들어볼 사람은 오시오" 하는 프로그램도 등록되어 있다.
물론, 대부분의 회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문제를 밝혀내고, 경험을 나누고, 공동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이다.

이렇게 '방만하게' 준비되는 포럼이기 때문에, 기획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행사의 준비가 위태위태해 보일 수 있다. 
이번에 출발한 우리 단체만 하더라도, '이런 주제에 대해 관심 있고 활동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단체 있으면 연락 바람'이라는 이메일을 받은 것이 불과 1주 전. 그것도 그 워크숍을 준비하는 단체에서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한 세 다리쯤 걸쳐서 단체 메일로 받은 것이다. 우리 단체의 관심사와 일치하고, 우리 경험을 나눌만 해서 발제를 하겠다고  다시 세 다리 걸쳐서 주관 단체와 연락을 한 것이 출발 3일 전, 이메일 및 전화로 직접 구체적인 참가 협의를 한 것은 우리 나라 참가단이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토요일이었다.
그 워크숍 참가자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여 준비하는 것은 워크숍 바로 전날이 될 예정이다.

때로는 행사 전날이나 당일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고, 준비하는 단체의 역량이나 주제에 알맹이가 없는 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문제의 제기와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회의 변화에 관심 있는 단체라면 사회포럼에 한번쯤 참가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가는 귀중한 장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회포럼도 주로 문제제기 혹은 성토, 사례발표 중심이었다.
참가자들끼리도 '계속 이렇게 말만 하고 있으면 언제 행동할 것이냐?' 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만남이 몇 번 지속되면서 회의의 중심이 점차 대안 제시와 공동대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면, 너무 낙관적인 관측일까? 

참가하고 싶은 단체 혹은 개인에게....

우선, 지구 반바퀴를 가서 수줍게 듣고만 오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면 좋겠다.
점잖은(?) 우리 국민성으로 보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밝힐 건 밝히는 것이 좋다.
우리 시민운동의 성과도 어느정도 있으니까 주눅 들 필요 없다.

영어 공부를 하자.
사실, 얼마 전, 한 서재인이 퍼온 이진경씨의 글처럼, 한 '학문' 한다는 이진경씨까지도 국제 학회에서 외국어 때문에 서러웠다고 한다. 이진경씨의 지적대로, 당시 이른바 운동에 관심을 둔 사람들 간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좀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그 결과, 우리 나라에서 외국과 활발히 교류하고 하는 쪽은 경제계, 법조계, 학계 중심이고, 시민 사회 단체에서는 주로 국내 문제에 촛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외국어와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영어가 유창한 인재들이 주로 경제계의 '선진 이론'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우리의 앞날인 것으로 떠들어 댈 때에도, 우리의 시민단체들은 외국과 반 세계화 논리를 제대로 접하지도 못했고, 우리 시민운동의 성과 혹은 한국의 상황을 외국에 알려 연대하는 것도 변변히 하지 못했다.
영어가 받쳐 주지 않으면 사회 포럼에 참가해서도 수천개의 워크숍 중에서 오직 영한 동시 통역이 가능한 몇 개의 워크숍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아무리 다른 워크숍을 듣고 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자.
명함을 만들어 가지고 가자.  단체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라면 자기 단체에 관한 간단한 소개 전단지도 만들자.
관심사가 같은 외국의 단체 참가자나 발제가 인상 깊었던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고 받자. 관심 이슈가 같은 단체나 활동가라면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된다.
궁금한 자료나 질문을 부탁하면 대부분 아주 반갑게 자료 제공을 해주고, 지속적으로 정보 및 활동 공유를 할 수 있게 된다.

돌아와서 잊지 말자.
꼭 보고서 혹은 메모 형태로 기록을 남기자.
새로 알게 된 단체나 개인의 연락처, 이메일, 주 활동 분야, 특이사항을 정리해 놓자.
이 참가 경험을 국내의 다른 활동가들과 나누고, 향후 활동 방향에 반영하자.
가져온 자료들 중 중요한 것들은 가능하면 한국어로 번역하자.

이렇게 하면 '아래로부터의 변화'로 한걸음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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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1-2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적극적인 충돌!!! 서로 갈길은 가더라도 서로 길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별이 보일정도로 꽈앙!!, 그런 교차점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이 글을 보았으면 한마디 당부 더해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대견해서 그냥 아무말 못하고 뻘쭘히 보냈네요. 쯧~

조선인 2005-01-2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영어공부를 하자'에서 무척 부끄러워집니다. 에, 또, 저는 주로 재일단체와 만날 기회가 많은 편인데, 그곳 실무자들의 일취월장하는 한국어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아직까지 일본어 배울 생각을 안 하고 있다지요.
옆지기의 꼬심에 넘어가 같이 일본어를 배울까 싶다가도 그놈의 게으름 때문에 0,0;;

가을산 2005-01-2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영어 부분에서 찔리면서 쓰는겁니다. ^^

2005-01-25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1-2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딸래미를 임신했을 때, 증권담당 기자였슴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선물, 옵션을 공부했죠. 제 사수였던 선배는 "우리땐 그런거 몰라도 기사 썼는데, 요즘 증권기자는 힘들겠다"고 놀렸죠.......점점 더 요구하는게 많아지는 사회임다. 이젠 운동가들도 영어 못하면 힘든 시대라니....역시 세계화는 대단함다. 넘 타당하신 말씀이신데, 왠지 허탈한 이유는 뭡니까..흐흐.

깍두기 2005-01-2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ㅠ.ㅠ
가을산님 제 이벤트에서 4등 하셨으니 오셔서 선물 고르세요^^

파란여우 2005-01-2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제발 그런 거는 안하면 안되나요?...영어해야 세계화가 된다면 그건 영어권 국가의 힘의 권력이 쎄진다는 의미가 되겠죠. 우리의 모국어도 쎄져야 하는뎅..그나저나 웍크샵 잘하면 진정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해도 될까요?..그것도 설마 영어를 잘해야 하는 일하고 관련 있는건 아니겠죠? 아띠, 영어는 취약한 종목인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군요..흑
 

겨울철 성수기동안 환자가 조금 늘다가 1월 들어 다시 감소했다.
우리 병원처럼 영세한 곳은, 겨울에 조금 돈을 저축해 두어야 여름철 비수기까지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간판도 조금 손보고, 기타 감가상각에 의해 보충해야 할 것들을 지출하고 나니,
겨울이 지났는데도 비축된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달은 책을 주문하지 말고 밀린 책이나 읽을까 하다가.....
이번달에 돈이 없다면, 다음달은 돈이 더 없을테니까, 그래도 이번달에 사는게 낫겠다 싶어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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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나지 않은 전쟁 - 이슬람 세계의 소수민족 분쟁  한국이슬람학회 지음 / 청아출판사

2. 세계의 민족지도  - 21세기연구회 지음, 박수정 옮김 / 살림 

이 두권은,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의 끊이지 않는 분쟁, 그리고 그 민족적 종교적 배경에 대해 한번쯤은 정리해 보아야 같아서 샀다. 
인도네시아의 아체나, 스리랑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번 수나미 해일에 의한 피해복구조차 소수민족 분쟁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니, 임계 상태에서 '역사'의 흔적은 정말로 지우기 불가능한 일일까?

3.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 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글방

세계적인 패권국이라고 해도 그 수명은 길어야 수백년이다.

4. 서양미술사 -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기존에 미술사 계통의 책들이 있어 살까말까 했다가, '미술에 선입견이 없는 십대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 설명에 그대로 장바구니로 들어갔다.

5. 술탄 살라딘 -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M&B(미래엠앤비) 

운빈현님의 리뷰를 읽고 사게 됨.

6. 튜링 - 인공지능창시자 - 문예신서 236 - 장 라세구 지음, 임기대 옮김 / 동문선

이 남자의 머리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

7. 우주가 지금과 다르게 생성될 수 있었을까 - 마틴 리즈 지음, 김재영 옮김 / 이제이북스

8. 우주의 고독 - 과학 오디세이 1, 외계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이한음 옮김 

이 두 권은 우주에 관해 근래에 별로 읽지 않아서 주문했다.
특히 다중우주론에 관한 내용은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다. 
Meet Joe Black 에서 앤소니 홉킨스가 'You are violating the rule of the universe.' 라는 말에 Black이 " This universe?' 라고 묻고, 이연걸이 주인공인 'The One'이라는 영화에서도 multiple universe 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등, 이미 대중매체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그 이론적인 배경을 모르고 있다.

9. 피플워칭 - 보디 랭귀지 연구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동광 옮김 / 까치글방

10. 한잔만 더 - 알코올중독 치료리포트 엔더슨 스피카드.바바라 R. 톰슨 지음, 정지훈 옮김 / 창조문화

이 두 권은 환자를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샀다.
진료센터에 오는 사람들 중 가장 재활이나 쉼터 적응이 어려운 부류가 알콜 중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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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1-2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미술사가 10대를 위한 책이라고요? 금시초문입니다. ㅋㅋㅋ

여울 2005-01-2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 강대국 흥망사가 끌리네요. ㅎㅎ

가을산 2005-01-2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서재에서 얻어듣는 게 많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날씨가 오늘처럼 계~속 이대로 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을산 2005-01-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의 고독'의 차례를 보다보니, 초등학교 때 동생하고 우주인 그림 그리고 놀던 생각이 난다.
예를 들면 '중력은 지구의 3배, 바다로 덮인 행성의 우주인'을 그리고 왜 그렇게 그렸는지를 서로 설명해곤 했었는데...   ^0^
     
1.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2. 외계인은 어떻게 느낄까? / 3. 극한 환경 속의 생명체/ 4. 더 기이한 세계/ 5. 생명, 어디서 시작되는가? / 6. 외계인도 성별이 있을까? / 7. 외계인과 어떻게 대화할까? / 8. 외계인의 여행/ 9. 외계인의 납치 / 10. 결론


마립간 2005-01-24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5,6... 가을산님과 저와 가까이 산다면 책값을 많이 절약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