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립간님의 "당연하지 않은가!"
자.... 이제 발등의 불을 끄고..... 저도 화끈하게...... ^^
미리 알림.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될만한 분'이라는 전제에서 씁니다.
재미있게 토론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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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님, 대단한 환원주의자시군요!
물론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물론 인간은 이윤을, 자기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당연하지요.
저도 이기적입니다. 저도 돈 많이 벌면 좋습니다. 저도 머리 아프지 않고 살면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것 하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약, 만들어서 많이 팔면 좋죠. '너무 비싸면 약이 덜 팔릴지도 몰라서 조금 가격을 낮추어' 팔아도 좋죠. 맞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입니다.
다국적 제약기업, 그정도의 양심조차 없습니다. 다국적 기업,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에 분칠을 할 뿐입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현재의 우월적인 위치나 이익에 빠지지 않고, 앞날을 대비해서 염려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오늘은 내가 착취자의 입장에 있더라도, 언젠가 내가, 나의 후손이 약자의 위치에 놓일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있다면, 오늘날처럼 지구의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이 나와 내 자손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질서가 '인간으로서의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인간적인 사고'를 가진 기업가라면, 선진국 환자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매긴 약가를 전 세계적으로 고집하지 못할겁니다. 인간적인 생각이 있다면, 일년 수입이 240불 이상인 중국인 백혈병 환자에게 하루에 200불 가량의 약을 매일 먹도록 강요하지는 못할겁니다.
(노바티스는 세계의 일부 선택된 백혈병 환자에게 '글리벡'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년 수입이 하위 10% 이내 - 년 240불 - 에 들고, 혈청학적 검사 및 chromosomal study가 적응증에 해당하고, 인터페론 치료를 시도해서 효과가 없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일년 수입이 240불 미만인 환자가, 과연 인터페론 치료는 고사하고, 의사 얼굴 보는 것이, chrosomal study를 하는 것이, 그리고 인터넷을 할 줄 알고, 영어를 읽을 줄 알아서 이런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완전히 빛좋은 개살구죠. )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약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그저 '약이 덜 팔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동정'이나 '이타적'인 생각이 아니라, 언제라도 내가, 나의 자녀가, 나의 가족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고 염려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계산의 결과입니다.
이게 더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 아닐까요?
저는 사실, 결혼 한 것에 대해서 구속을 많이 느낍니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루었을 것들에 대해 동경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제가 바람직하게 변했다는 것들 중 몇가지가, 조금은 갈등과 고통을 이기고 기다리는 참을성이 생길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기적 유전자니, 사회생물학 논쟁이니 하는 것에 대해 압니다.
우리는 이기적이라는 것 무척 공감합니다.
저도 이기적이기 때문에, 머리 굴리는겁니다.
저도 가족이 없었다면 '그게 그런거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나 하나쯤이야 어찌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내 유전자 풀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물론 진짜 위험이 닥쳤을 때에는 유전자적 본능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자식이 생겼고 - 부처는 '라훌라(장애물)'이라고 했지요 - 이로서 이 세상과의 끈이 더 강하게 묶이게 되었습니다 .
자식과 미래의 세대를 걱정하는 것이 '이기적 유전자'의 작동 원리이지요.
저는 이기적인 머리 굴리고 있습니다. 재벌이 될 가망도 없고, 자자손손 돈걱정 없이 만들어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려는겁니다.
돈 벌려고 아귀다툼 하기 싫고, 내 자녀들이 아귀다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무언가 안전망을 만들고 싶은겁니다.
동정? 그런건 집어치우세요.
다 내 맘 편하자고 하는겁니다. 다 나와 내 자식들 편하자고 하는거에요.
간단히 머리를 굴려 80:20 사회에서 우리가 어느쪽에 속할 확률이 높은지 생각해보세요.
내가, 아니면 나의 자식들이, 가족들이 20에 들기보다는 80에 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20안에 들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것보다는 80도 맘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얻을 게 많은 싸움이라는겁니다.
마립간님은 자신 있으신가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해서 사족.
제 계급적 출신 때문에 80 운운하는 것 아닙니다.
저는 몰라도, 제 부모님.... 상위 1프로 이내에 드십니다.
저도 현재 상태로는 아마 상위 20-30 내에 들겠지요.
당대에는 이래도 미래는 알 수 없는겁니다.
유전자는 생각보다 영리합니다. 더 계산을 잘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