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 게임 -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 게임!, 197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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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대해진 출판시장에서 그래도 괜찮은 책이다를 보증해주는 증표쯤 되는 것이 수상작이다.

읽을 책이 부족했던 시절엔 한권을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면서 입체적인 책읽기를 했던 것 같다.

내용은 물론이고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의 성격을 캐내고, 인물들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분석해 보기도 하면서

굳이 그러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곤 했다.

제인에어도 그렇고 데미안도, 시드니 셀던의 소설들도...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나만 그런건지 책읽기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엔 책이 부족한게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재독을 마음먹고도 한번더 읽기가 쉽지 않다.

바쁜 일상탓도 있겠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기웃거리다보면 읽고픈 책이 줄을 선다.

한권을 읽고 있는 중에도 다른 읽을 책들이 눈에 밟혀 그 한권에 오롯이 몰입하기조차 힘들때가 많다.

결코 올바른 책읽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웨스팅 게임, 이 책도 다른 책을 보는 와중에 뉴베리 수상작이란 심벌이 눈에 띄었다. 

또 올바른 책읽기가 아닌 짓을 하고야 만다. 

읽을 예정인 책사이에 끼어넣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2008년도에 한국어 번역본 초판이 나오고 얼마전 개정판 1쇄가 발행되었다.

읽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원본은 괜찮았을 것이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괜찮을 추리형식의 소설인데다 수상작인만큼 어느정도의 신뢰가 미리 확보되었지만 

내용의 특성상 보다 세밀한 번역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단서가 '조각난 단어들'인 만큼 

그 단어를 조합해서 맞아떨어지는(퍼즐을 완성했을때의) 통쾌함을 극대화시켜 누가 읽어도 수긍되는 결론에 이르러야 추리소설의 묘미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실패한것 같다.

우리나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언어 퍼즐을 맞추어도 추리의 묘미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다(영미권 독자들은 괜찮았겠지).

그리고 게임 참여자인 동시에 용의자가 열 여섯명이나 되는 설정은 처음부터 사건에 집중하는데 확실히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내용의 많은 분량이 이 열 여섯명이나 되는 인물소개와 배경, 서로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분량을 잡아먹다보니

사건이 전개되어 나간다기 보다 계속해서 그 자리를 맴돌고만 있는 느낌.

책은 끝까지 독자가 사건에 개입해서 용의자를 추적해갈 필요를 상쇄시킨다.

실마리를 찾을수 없을뿐더러 중간중간 이 모든 사건을 조작한 작가의 추임새(?)가 등장해 궁금증을 미리 해소시켜주는 친절을 베풀어주기까지..ㅠ

극악한 행태의 범죄없이 게임을 풀어가며 범인을 찾게 만든다는 장치는 좋은데 번역본으로서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원본은 괜찮을 것이라는게 나의 감상.

그리고 한가지, 초판을 입수해 비교해 보고 싶다.

개정판을 내면서 이런 한계를 멋지게 건너뛰어 퍼즐맞추기의 통쾌함을 독자에게 한껏 전달할 수 있는 책으로 바꿈되었으면 좋으련만

그 한계는 분명히 극복하지 못한듯 하고 

거기에 오자와 띄어쓰기 오류, 대박이다. 문학을 무시한 직역형 번역도 거슬리고

그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불렀다가 이름만 불렀다가 줄였다 늘였다 와~ 정신 하나도 없었다.

황금부엉이 출판사는 교정작업을 하지 않나?

원본 표지엔 용의자 열 여섯명의 캐리커처를 표지로 삼은 적이 있네.

(용의자가 아닐뿐 다른 인물도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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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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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한 여행기다.

대학3년생의 세상맛보기가 특유의 젊은 끼로 똘똘뭉쳐져

본거, 맛본거, 느낀 것을 조금의 치장도 없이 있는그대로 드러내놓은 것.

대개 여행기라 하면 현장에서 찍어 수록한 사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데

이 책은 글밥에도 못지않은 비중을 두었고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솔솔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책크기가 작아서 글씨도 작은데다 그림에 덧붙여진 설명글은 째려봐야 읽을수 있는..ㅠ)

‘220일간의 직립보행기’라 표명한대로 7개월간 인도, 남미를 돌며 낯선 땅에서 부딪힌 환경과 사람을 통해

여행에서 돌아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세워보는 그야말로 청춘의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저자가 느낀 그대로를 공감하며 읽을수 있지 않을까싶다.

 

항상 뭐라도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안 그러면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불안했거든요.

이대론 안되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p.4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걸 내려놓을 시간과 공간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게 또 젊음의 특권이라 읽으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첫여행지였던 인도에서의 기록들은 집떠나 고생편을 보는 듯 애처롭기도 하고

'여자몸으로 그렇게 무작정 혼자 떠나니 그렇지'하며 안스러워하며 읽게 된다.

돌아와서 떠올려보면 고생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기 마련인데 당시에 기록한 일기다보니

얼마나 생생한지 여행이라해서 모두가 낭만이 가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과없이 실어놓았다.

그럼에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괜찮겠거니하며 내처 읽어가자니

드디어 남미로 건너간 첫국가 콜롬비아에서 작가는 신났다.

이후 주욱~ 콜롬비아 예찬을 듣게 되는..

그렇게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을 지나며

중간에 지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파티도 하고 농장에서 봉사도 하는 전형적인 배낭여행기를 보인다.

 

그렇지만 이 책이 여타 여행기들과 구분되는 점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학생이나 또래들을 소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다른 점이랄까

차이를 현격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의실에 앉아서 교수님이 들려주는 강의나 교재를 통해 머리로만 익히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지식은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론에 불과한 지식이라는 점이다.

농장에서든 마을에서든 필요한 자리에서 외국의 대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실제로 적용하고 창출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다는 점이 거듭 언급된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들은 부모님이나 타인을 의지하거나 그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스스로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직접 찾아나서고 여행의 도중에 발견한 것들을 자기것화 하는데 탁월한 모습들을 스케치해 놓았다.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지가 분명하고 그것을 발견할때까지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 부럽다.

 

220일간의 기간동안 최경윤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러지 않으려하면서도 또 그러고를 반복한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올 때엔 하고싶은 것을 찾고 이렇게 살아가야지의 실루엣을 잡기도 했지만 한국인 특유의 현재를 즐기지 못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그 모습이 결국 나의 모습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싶어 측은하다.

지난번 오소희 여행작가의 남미여행기와 겹쳐지는 부분도 작게 있지만 대하고 느끼는 부분은 전혀 다르고

접근방식도 달라 식상함없이 읽을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행기에서 볼수 없었던 우리나라와 다른 타국 학생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깨달음과 작심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돌아오는 와중에서조차 잘해갈수 있을까 불안해 했었는데..

내가 최경윤 학생의 그맘때는 뭐했나 싶고 그만큼의 생각도 못하고 그 시절을 지났는데 읽으면서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래서 작가가 나아가는 길이 비록 거창하지 않더라도 현재를 즐기며 하고싶은 것을 즐겁게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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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1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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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 참 괜찮다.

겉핥기식 관광이 목적이 아닌 살내음 나는 유람.

고작 초등3학년 아들내미를 데리고 엄마는 겁도없이 남미를 횡보한다.

그것도 렌트카를 빌려 유명관광지를 들르거나 휴양지에서 느긋한 휴식을 하는 돈냄새 물씬 풍기는 여행기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러는 가운데 현지인과 섞이고 그네들의 삶의 풍경에서 느끼는 감상을 펼쳐보이는 여행기.

치안이 불안하다고 알려진 남미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탓에

유럽이나 북미를 다닌 여행기나 지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접할수 있지만 남미는 생소한 낯설음이 먼저다.

그런데도 그녀가 풀어놓는 남미 여러 곳을 따라가노라면 점차 낯설음은 옅어지고

모자의 머무는 곳에 멈춰서 그들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고 그녀의 감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어느새 여행의 동반자로 섞인다.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점령하에 있었던 남미 대부분의 나라엔 어디를 가나 그 흔적과 마주하게 되고 그것은 그들의 아픈 상처와의 조우를 뜻한다.

JB가 알아듣기 쉽게 들려주는 남미의 역사이야기가 귀에 쏙쏙 박힌다.

화려해 보이는 건축물 뒤에 가려진 인디오들의 애닮은 역사를 간과하지 않는 그녀의 세밀한 준비가 고맙다.

유적지 순례를 최소화 한 채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야기는 참 정겹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그네들의 차림새, 기질, 여유, 삶의 양식들을 미주알고주알 잘도 전한다.

거기에 그녀가 말하는 ‘내일은 없는 것처럼’의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의 삶이 얼마전 우리네 모습이었는데 무슨 소중한걸 잃어버린양 아련한 그리움이 마냥 밀려드는 느낌, 그것이다.

 

여기, 

우리와 정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남미의 라티노들,

그들에게서 받은 경박함을 드립니다.

내일이나 모레를 짊어지는 건 너무 무겁다고,

오늘은 오늘만 생각하자고,

일단 물고,

일단 빨고,

일단 사랑하고 보는

그들의 열정을 드립니다. -프롤로그

 

내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라티노들의 삶을 통해 카르페디엠을 리마인드해 본다.

 

책말미에 수록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밝다.

책읽으며 중간중간 새로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사이 친숙해져버린 얼굴들,

그만큼 그녀가 사람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일게다.

그리고 JB와 토닥거리는 모습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그녀의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에 응원을 보내며 남미 여행기 2부도 읽어야 할까보다.

 

흔히들 이야기하듯, 우리는 생의 나그네들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일하고 금은보화로 창고를 채워두려 하지만, 사실 나그네에게 축적은 무의미하다. 생은 ‘현재’에 짤막하게 머물다 사라지는 것. -p.120

 

부디 개미처럼 살지 말라. 모두가 인류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사조의 창시자가 될 수도 없다. 정복 같은 건 더더욱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나무를 심어라. 그저 꽃에 물을 주어라. 그저 자식을 낳아라. 나이를 먹으면 약간의 지혜를 얻거든 어린 이들에게 물려주어라. 그로써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발판을 닦아놓아라.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 떠나는 방의 쓰레기통을 비워놓듯이.

지금 네가 머무는 곳에 앉아라. 곁에 있는 사람의 입을 맞추고 사랑을 속삭여라. 죽을대 후회되지 않을 만큼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또 사랑해 속삭여라. 이유를 묻지 말고 안아라. 내일을 생각하지 말고 안아라. -p.121

 

어린아이도 알아가는 것이다. 존재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 내재한 것들 때문이란 걸, 외관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그럴싸해도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망가지거나, 망가지지 않더라도 보는 이를 질리게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가슴속 마음 조각에 있다. 내 마음 한 조각을 누군가에게 떼어주면 그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그 사람이 머무는 그곳도 아름다운 곳이 된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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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한 줄 독서 - 꿈을 키워주는 나만의 서재
이상민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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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는 글이 있으면 갈피를 해둔다.

그리고 서평을 쓸때 주로 옮겨적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할 때

이 구절만 보아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떠오르고 맥락까지도 짚어낼 수 있다.

그만큼 어떤 구절은 한권의 책을 집약해 놓았다해도 과언이 아닌 아포리즘과도 같은데

이 책은 딱 그런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생각한 인상 깊었던 구절에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수록해 놓은 형식.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365일에 걸쳐 하루하루 읽을 수 있도록 월별로 나누었고

주로 경영, 경제, 자기계발 분야가 대부분이다.

역사, 철학, 종교, 과학, 예술도 다루고 있으나 대개는 전자에 치우쳐 있다.

부제가 ‘꿈을 키워주는 나만의 서재’인데

여기서 말하는 꿈은 확실히 ‘사회에서의 성공’이란 키워드에 집약돼 있다.

인생전체에 걸친 성공의 의미도 약간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기준, 기회를 잡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 이미 성공한 인물들의 일례, 등등

이런쪽에 관심있는(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겠지만) 이들, 특히 사회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각오를 다질겸,

빠듯한 시간에 한권의 책을 다 읽지는 못하지만 자신에게 자극이 필요하다면 매일매일의 처방이 될 것은 같다.

하지만 쉽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이 몇 줄의 독서를 선사하기 위해 작가는 무수히 많은 책들을 읽어왔고

그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구절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코멘트 했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의 집필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저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너무 많은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인생의 길, 경영과 철학, 희망과 대안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많은 이들이 저술한 한 권의 책은 비록 짧은 시간에 읽힐지언정

그 안에는 한 인물의 살아온 인생 즉 성공을 위해 달려오면서 겪어야 했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축적돼 있기에

단 몇 줄로 대변하기엔 벅찬 깊이를 저자가 대면해야 했으리라.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루 한줄의 독서가 끝이 아니라 출발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나 쓰여진 그 글들이 마음을 움직여 행동에 영향을 미칠때

비로소 문자에 지나지 않던 글들이 생명력을 부여받아 살아움직이는 독서가 될거라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고 싶은 분야의 한줄 독서가 아니어서 다소 실망스럽지만

이 글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 마음에 가닿을 것이기에 작은 책의 힘을 믿어보자.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경험이 아닌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혈안이 돼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빌 게이츠의 말을 여기에 옮긴다.

 

성공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던 시절,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를 비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초기에 모험을 거부하면, 나중에 시장에서 도태된다. 그러나 크게 걸면, 그 모험 중 일부만 성공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0403 「빌게이츠@생각의 속도」, 빌 게이츠

모험은 기피한채 안정된 곳에서의 얕은 경험을 지향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귀기울여 들어야 할 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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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져도 향기를 남긴다 - 비우고 돌보고 내려놓는 마음 다스림
김윤탁 지음 / 미르북컴퍼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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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12년) 우리 사회를 간통한 화두가 있었다면 ‘힐링’이 아니었나 싶다.

힐링프로그램에서부터 힐링캠프, 힐링레시피, 힐링토크, 힐링투어..등등

출판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느때보다 힐링을 주제로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대중의 잠재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책들이 많았다. 

그만큼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삶에 지쳐있고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치료받아 재활하고 싶은 필요에의 방증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 또한 그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명상을 통한 테라피(therapy)가 목적인데 재료는 바로 ‘향기’.

 

향기명상은 씨앗의 고통이 나무의 탄생과 이어짐을 깨닫게 합니다. 씨앗이 분해되는 고통을 겪은 후에야 싹을 틔우고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는 명상입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가슴으로 받았을 때, 모든 영혼이 자신의 진화를 위해 몸으로 현현해 이 세상을 체험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스쳐 지나가는 향기나 바람에서도 느낍니다. <중략>

그저 우리가 숨을 쉬듯이, 향기와 함께 숨을 쉬고 있다 보면 평화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 줍니다. -p.9

처음에 향기명상이란걸 들었을때 생경함에서 느껴지는 거부감 같은게 있었다.

언뜻 생각난게 인공향으로 만든 인위적 환경에서 하는 명상 같은걸 떠올린 탓이다.

하지만 금세 생각이 바뀌었는데 그것은 캠핑을 할 때마다 이른 새벽 자연에서 번져오는 자연향을 접할 때 몸이 나타내었던 반응을 떠올려보면

이 명상법이 정녕 허튼 소리만은 아니란걸 이해하게 된다.

도시에 있던 몸을 자연에 맡겼을 뿐인데 그때 반응하던 내 눈과 코와 귀, 정신 모두가 명징해지는 체험은 놀라울 정도다.

그래서 주말이면 자연으로 떠나기를 반복하게 되었으니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나마 자연의 향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며 정신을 맑히는 향기명상이

그들의 지친 몸과 영혼에 안식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가족들, 직장이나 학교, 만남과 경험, 감정을 떠올리며 내가 살아온 인생과 현재 서있는 자리,

 ‘나’를 돌아볼 때 일어나는 감정의 울림을 세밀히 관찰하며 그런 가운데 통찰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 이것이 향기명상인 것이다.

 

책에는 귀담아 들을 글귀와 나에게 적용해갈 글들이 많아 그때마다 갈피를 끼었더니 촘촘히

종이조각이 채워져 버렸다.

글마다에서 어떤 이들이 떠오르고 그가 이 글을 읽으면 상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료될수 있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

나를 향한 어떤 글들에서는 읽기를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그리고 어루만져 보고자 한참을 멈춰있기도 했다.

 

이 향기명상을 하면 많은 이들이 누구가 아닌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기 이름을 부를때 많이 오열한다고 한다.

슬프고 아픈 감정을 내비치지 않고 살아왔던 남자들 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에 충실하며 자신의 슬픔을 모두 드러내어 운다고 한다.

그렇게 쏟아낼 때 치유되고 정화된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풀어서가 아니라 그냥 문제가 아닌 것으로 되어 버리고 말(p.100)기 때문이란다.

 

작가가 이 세상을 보는 세계관은 삶에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 일들, 환경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들은 이 세상에서 배워야 할 덕목을 체험하게 하는 것들로

세상전에 그 관계를 스스로가 선택했다고 본다.

어떤 관계가 헝크러져 있거나 어떤 문제가 자신을 괴롭힐때

처한 상황을 탓하지만 말고 그것이 주는 의미를 깨달아 알게 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여러 경우의 문제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자, 그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문제를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깨우친다.

책 뒷면에는 향기명상에 사용되는 여러 향초들과 그 작용에 대해 알려주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법까지 곁들여 놓았다.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 이렇듯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요법들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힐링이 더이상 사회의 화두가 되지 않을 사회로 발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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