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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담겨있는 그림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작가들이 계절의 변화를 표현할 때엔 나무라는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계절따라 바뀌는 그림의 색채도 계절의 느낌에 맞추어 그리구요..
작가들에 따라 표현법도 다르고 말글도 다르지만 아이들은
그 다른 그림속에서 '계절의 어떠함'을 머리속에 인지하게 되겠지요..
그럼, 계절이 담겨있는 그림책 한번 살펴볼께요~
나무 - 네버랜드 Picture books 046
옐라 마리(그림)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중인 옐라 마리의 글자없는 그림책입니다.
책장을 펼치면 눈덮힌 듯한 땅에 잿빛 나무 한그루가 떡~하니 서있습니다.
다음장을 넘기니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듯한 다람쥐를 닮은 동물인 도마우스가 한껏 몸을 웅크린채 잠을 자고 있네요.
도마우스의 겨울잠 깨기로부터 시작하는 봄,
잿빛 나무에 새순이 돋고 나무 한쪽엔 새둥지가 놓였습니다.
그리고 땅을 비집고 나오는 도마우스.
잎들은 더 많이 자라고 새둥지로 새들이 날아드네요.
잎이 무성해진 나무엔 어느새 여름이 시작되고 새들은 아기새를 기르고 있어요.
봄부터 조금씩 올라오던 민들레가 꽃도 피우고요..
그런 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리고 나뭇잎 색도 바래어 집니다.
새로운 무리를 이룬 새가족은 먼 길을 떠나고 도마우스도 겨울날 채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땅위로 켜켜히 떨어지는 나뭇잎..
나무는 다시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모습으로 겨울을 맞습니다. 눈보라를 이기며..
이 책이 일본에서 번역되었을 때는 「나무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네요..
단순히 「나무」라는 제목으로 대했을 때는 뭔가 건조한 느낌이 들던데 「나무의 노래」라...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풍성함이 사계절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 같지 않으세요?
사계절 - 네버랜드 Picture books 086
존 버닝햄 (지은이), 박철주 (옮긴이)
모자를 눌러쓰고 가는 신사, 우산으로 날아오는 나뭇잎을 겨우 막으며 유모차를 끌고가는 부인, 쓰러질 듯이 휘청대는 나무..
「사계절」의 표지 그림입니다.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표지이지요..
내용 또한 우리 나라에서 느끼는 사계절의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존 버닝햄이 영국작가니까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시작될 적마다 마을어귀에 서있는 나무가 색깔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계절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좋은 이유 한가지가 존 버닝햄의 다양한 그림기법을 한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말끔한 때론 흐린듯한 수채화 풍의 그림이,
안개에 쌓인 듯한 희뿌연 배경처리가,
펜으로 스크래치한 듯한 거친 느낌의 가는 선이 한편의 대자연을 그리고 있죠..
작품에 대해서라는 코너에 「사계절」을 이렇게 소개해 놓았네요.
크로 넓은 창문이 있는 방 안에 편안히 앉아서 창 밖 풍경을 막연히 내다보고 있는 듯 편안하다라고..
이 글은 제가 바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을 적어 놓은 듯 하네요.
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놀이
김성은 (지은이), 김종도(그림)
이 책은 크레용 톤으로 따뜻하게 표현해 낸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
그리고 옛적의 기억을 떠올리는 놀이로 책장을 덮고 나면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랍니다.
산과 들, 강과 마을이 나오지만 이 책 역시 계절의 변화를 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고목의 변화하는 모습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소담이는 아직 오빠들이랑 언니들이랑 함께 놀만큼 커지를 않았어요.
혼자 따로이 놀고 있는 소담이에게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수수께끼를 냅니다.
그 수수께끼는 한계절이 끝나갈 즈음, 소담이가 알아 맞히면서 또다른 수수께끼로 넘어가죠..
그렇게 봄에서 시작해서 겨울까지..
겨울이 끝나갈 즈음 마지막 수수께끼를 푼 소담이는 일년사이 훌쩍 커버리고
까치는 이제 지난봄 소담이가 그랬듯 혼자 놀고 있는 아이, 누리에게 날아가서 수수께끼 놀이를 하자고 하면서 끝이 납니다. 그 옆에서 지금껏 수수께끼를 풀었던 소담이는 이제
언니 오빠들 대열(?)에 끼여서 그네를 타고 있군요..
「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놀이」에는 무엇보다 우리의 산과 들, 놀이가 있어서 정겹습니다.
봄이면 캐고 다녔던 쑥을 뜯는 장면, 진달래로 만들었던 꽃목걸이, 민들레 꽃반지도 보이고요..
여름엔 나무옆에서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네요..
(예전에 많이 해봤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여름밤에 보고 들었던 개똥벌레랑 풀벌레 소리..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리워 지네요~)
개울에서 홀라당 벗고 멱을 감는데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도 재미있구요..
겨울의 나무 아래에서 하는 아이들의 놀이는 제가 어릴적 남자아이들이 많이 했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리고 눈내린 언덕에서 내려오는 포대자루 눈썰매..
꽁꽁 언 강위에서 팽이도 돌리고 연싸움도 하고..
정월 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도 장관이군요..
책을 읽으며 구석구석 이런 놀이를 아이에게 얘기해 주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리겠어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존 윈치 (지은이), 조은수 (옮긴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머리가 허허백발인 할머니랍니다.
할머니는 책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는 길에서도 할머니가 읽은(또는 읽을) 책꾸러미가 여기저기 묶여져서는 놓여져 있네요..
할머니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항상 책 읽을 틈을 내서 책을 읽습니다.
심지어는 양의 털을 깍이면서까지도요..
그런데 그런 할머니가 해야 할 일은 또 왜그리도 많답디까?
또 돌보아야 할 동물들은..
집안일 모두를 할머니 혼자서 맡아 하지만 할머니의 배경엔 늘 책이 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할머니의 일도 겨울이 깊어지자 모두가 끝나고 비로소 마음껏 책을 읽을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 바쁠 때 늘 책을 읽으시던 할머니..근데 막상 여유가 생기니....??
할머니는 눈을 감고 계시네요..
이 책은 제가 이해하기에 참 난해한 내용입니다.
여기저기 책소개를 읽었는데 맨뒷장에 읽어야 할 책들이라며 리스트가 주~욱 있거든요..
그리고 흩어져 있는 황량함..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아무튼 이 책은 할머니의 머리카락까지 한올 한올 그린 존 윈치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무화과 열매를 따는 할머니의 크로즈업 되어 그려진 장면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평면적 구도만으로 표현하는 장르가 아닌 색다른 식의 구도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그림책으로 평을 받았었지요..
또한 일러스트들에 의해 뽑힌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에도 선정되었구요..
이 책도 존 버닝햄의 「사계절」처럼 이국적인 계절감을 느낄수 있지만
장면 장면 꽉찬 시원스런 그림과 함께 할머니를 따라가다 보면 사계절을 느낄수 있는 책입니다.
내 나무 아래에서
에릭 바튀 (지은이), 최정수 (옮긴이)
에릭 바튀의 독특한 그림풍으로 그려진 짙은 유화 그림책입니다.
그림에 맞추어 글을 지은듯한 시적인 글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네요.
나무가 아이들에게, 또 어느 글은 아이가 나무에게 속삭이는 듯한 읊조림 속에
'나무'로서 우리에게 주는 여러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도시에 노래를 불러주는 새의 버팀이 되어주고,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도록 숨겨주고,
나무의 자람에 맞춰 자라가는 아이의 모습이 되어주고,
축제속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주고,
그늘에 앉아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열매를 맺혀서 맛보게 해주고,
집에 필요한 소품이 되어주고,
양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정원에 심기어져 조경수가 되고,
오두막 집을 숨겨주고,
크리스마스를 멋지게 장식하도록 해주는..이렇게나 많은 풍요..
어쩌면 작가가 이런 나무를 노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특별히 계절을 염두해 두고 그려진 책은 아닌 듯 하지만
책속에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찾아볼수 있네요.
도토리 계절 그림책 시리즈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각 권으로 볼 수 있는 계절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이 책의 그린이 이태수 님은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의 작품에도 참여하신 작가분이죠..
각 권의 그림이 정말 훌륭합니다.
계절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세밀화 기법으로 어찌 이런 그림을 그릴수 있을까 싶으네요.
저는 이 시리즈 중에 어느 책이 좋다라고 꼭~ 집을수 없을 만큼 한권 한권에 애착을 느낍니다.
하은이도 무척 즐겨읽던 시리즈이구요..
올해 봄에 국도를 달려서 시외를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이 시리즈의 봄 편인 「우리 순이 어디가니」의 그림이 오버랩 되더군요..
산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한 분홍빛 진달래며 노랑빛 개나리며, 벚꽃이며, 목련...
마치 책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분명히 일년이라는 시간을 꼬박 우리나라의 산과 들을 돌아 다녔음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심해서 그려낸 작품이 바로 이 시리즈겠지요..
봄편인 「우리 순이 어디가니」에서는
밭갈러 가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새참을 드리러 가는 순이와 말을 나누는 동물과 새들의 모습에 우리 나라의 봄날 정경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만나는 동물들 마다 묻습니다.
"우리 순이 어디가니?"라고..
반복되는 어구의 사용으로 아이가 금방 익히게 되더군요.
여름편인 「심심해서 그랬어」는 혼자서 집을 보던 돌이가 심심해서 벌인 사고를 중심으로
여러 동물과 채소를 등장시키면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돌이의 망연자실을 아이들이 공감할 때 쯤이면 우리아이도 많이 컸겠지요?
가을편인 「바빠요 바빠」에서는 우리의 농촌이 그렇듯 한창 바쁠 때의 농촌의 모습을 마루네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참깨도 털고, 고추도 말리고, 콩도 털고, 곶감도 만들고, 김장도 하고...
사람손은 바쁜데 그 가운데서도 한줌씩 먹이를 챙기는 동물들의 등장도 재미있고
'~하면 ~하느라고'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운율감도 읽는 맛을 더해 줍니다.
겨울편인 「우리끼리 가자」는 동화처럼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겨울을 지내는 숲 속의 동물들이 한날은 토끼의 제안으로 산양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가기로 하지요..
그런데 산양 할아버지에게 가는 길에 동물들은 하나씩 어떤 이유로 가는걸 포기하고
그때마다 남은 동물들은 "우리끼리 가자"고 합니다.
다들 떠나고 토끼와 사슴만이 가는데 그만 큰 일이 났어요..
늑대와 여우가 각기 토끼와 사슴을 먹이로 뒤쫓아 오고 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이 장면의 긴장감 때문에 이 책을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연필로만 그려진 흑백 그림책임에도 정성들여 그려진 세밀화로 인해 동물들의 생생함을 느낄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여러 동물의 발자국을 대응시켜도 보고,
각기 동물들이 내는 소리도 따라해 보면서 읽혀보세요.
겨울편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우리 농촌의 세간이 많이 그려져 있어서
구석 구석 이야기 거리도 많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