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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철학서 - 철학적 사유를 넘어 삶의 방식과 태도를 알려주는 위대한 문장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6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스토아 철학 체계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지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점이다.
둘째, 우주에는 만물을 통합하는 강력한 질서가 있고, 그 절서의 일부인 인간에게는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것이 <명상록>의 토대가 되는 철학 체계다.
pp.19~20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하든 그것은 육신이거나, 생명이거나, 혹은 마음 중심에서 인간을 재배하는 이성일 것이다. 책을 멀리해도 좋다. 더 이상 너의 마음이 산만해지고 요동치도록 두지 마라.
너 자신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것은 바람 같은 것이다. 그것도 한결같은 바람이 아니라, 매 순간 들어오고 나가는 바람이다.
이성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욕망과 충동에 의해, 힘줄과 신경에 의해 끌려다니도록 두지 마라. 더 이상 현재의 어떤 것을 불평하지도 말고, 운명이 네게 맡긴 미래의 것을 두려워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마라.
pp.51~52
네가 3천 년을 살든, 아니면 만 년을 살든 항상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지금 살고 있는 그 삶조차도 매 순간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긴 시간과 가장 짧은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지나간 시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존재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가장 짧게 산 사람이 하직하는 삶의 길이와 지속 시간은 동일하다. 왜냐하면 그들 중 누구도 잃을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며, 가지고 있던 것도 현재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p.64~65
너의 남은 생을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공상으로 낭비하지 마라. 그것이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고, 너 자신이 더 나아지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의지에 반하거나 공동체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말고,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일과 마음에 꺼림칙한 일은 하지 마라.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도움이나 시중, 혹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휴식과 평온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곧고 바르게 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곧고 바르게 살아온 이처럼 행동하라.
pp.74~77
사람들은 말한다. 즐겁게 살고 싶다면 너무 많은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우리가 말하거나 행하는 일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것임을 고려할 때, 삶이 단순해진다면 여유를 얻고 번거로움을 덜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행동을 통제하는데 그치지 말고, 생각과 공상도 절제해야 한다.
p.101
지금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내 안에서 나온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하는가?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외부의 것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안의 것뿐이다.
p.180
자연은 시작과 지속에서뿐 아니라, 그 끝과 최종적인 완성에도 목적을 가진다.
p.218
만일 네가 너 자신의 행복을 질투하지 않는다면, 먼 훗날 무엇을 원하든 지금 이 순간에 그것을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일을 잊고, 미래를 온전히 섭리에 맡기며, 현재의 지향과 생각을 고귀함과 의로움에 둔다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p.325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철학서> 中
+) 이 책은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따르고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색이 담긴 글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상록>이 바로 이것이다.
전쟁과 전염병, 기근 등 나라 안팎의 우환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철학적 성찰을 통해 그 시기를 극복했다.
스토아학파의 철학 사상을 잇고 있기에 저자의 문장들이 이르는 지점이 한결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자연 속 모든 존재들은 서로 이어져 있고 우주에는 만물을 통합하는 질서가 있다는 것, 타인의 언행에 신경 쓰기보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라는 것.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물라는 것 등
저자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라고 조언한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연의 섭리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명상록'이라는 표현이 저자의 문장들을 너그럽게 감싸안는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안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자연의 순리대로 선하게 살아가고자 끝없이 성찰하는 자세가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이치에 맞게 타인과 세계를 대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오로지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다.
황제의 철학서는 철학을 공부하고 수용하며 자기만의 잣대를 간직한 한 사람의 성찰 기록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꽤 크다고 느낀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불화와 혼돈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매일 조금씩 읽으면 잠언처럼 다가와 편안함을 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