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너와 나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덕목
엄성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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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란 가치를 담는 그릇이지 그 가치 자체는 아니니까요. 나이는 성숙함의 정도가 아닌 성숙할 수 있었던 기회의 수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기회는 머물다 갈 뿐 누적되지 않지요. 살아온 세월에 걸맞게 성숙한 사람을 우리는 진짜 어른이라고 합니다.

p.5

겸손이란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 C. S. 루이스

p.33

겸손한 사람은 자존감의 근거를 '나음(better)'이 아니라 '좋음(good)'의 추구와 실현에 둔다!

고민 끝에 겸손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자존감의 크기가 아니라 자존감의 근거에 달려 있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충만한 사람은 남보다 나은지 잘 할 수 있는지 불안해하며 묻지 않습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뿐이지요. 오히려 높은 자존감이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는 사람은 자세 낮추기를 꺼리지 않습니다. 남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으면서도 자세를 낮추는 것이 자신을 비하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pp.49~50

감사는 하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감사할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은 그들의 감사하는 태도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감사를 하면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남들이 놓치기 쉬운 감사의 순간을 찾아내게 된다는 점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힘든 일을 겪을 때에도 감사할 만한 대상을 찾아내고, 결국 불행 중 다행인 일을 많이 발굴하여 밝은 면을 누릴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pp.79~80

자녀가 효라는 덕목을 갖추기를 희망할 수는 있어도 요구할 수는 없다.

- P. J. 아이반호

저는 효를 관계적 덕목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적 덕목'이란 친밀한 관계에서 바람직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적 덕목으로서의 효는 '부모의 부모다움에 대한 마땅한 반응으로서 요구되는 자식의 자식다움'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pp.142~144

신뢰성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우선 개방성과 친밀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을 닫아두지 않았다는 점을 많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뢰성을 기르려면 먼저 일관성을 길러야 합니다. 일관되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p.234

진실을 말하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 마크 트웨인

p.251

간단히 말해 정직은 속이지 않는 것이고 솔직은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정직이 '하지 말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솔직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54

자기기만은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는 심리적 함정입니다. 이런 자기기만의 습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잘못과 결점을 직시할 수 있는 건강한 자존감과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자기기만은 모래 위의 성 같은 나약한 자아를 짓는 길입니다. 결국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탄탄하고 계속해서 나아지는 자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p.288

엄성우,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中

+) 이 책은 우리가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어떻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간직해야 할 덕목인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 다섯 가지 윤리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우선 겸손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예의 혹은 친절함과 어떻게 다른지, 자기 비하와 오만함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한다.

감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감사의 가치와 기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또 현대의 효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며 관계적 덕목으로서의 효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제시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끝으로 정직이란 무엇인지, 솔직과 정직을 비교해 설명하며 AI 시대에서의 정직함이란 어떤 의미인지 조언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윤리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며 그 덕목이 우리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이어주는 다리가 윤리라고 언급하는데, 그 다리 너머에 닮고 싶은 어른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덕목을 우리가 어떻게 길러야 할지, 왜 길러야 하는지, 그리고 그 덕목이 어떤 점에서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지 명확히 제시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윤리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막연한 개념이 아니다. 비슷하게 언급하는 다른 개념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비교하기 있기에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왜 이런 윤리 사상이 필요한지 제시하고 있기에,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말이 저자의 겸손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꼭 갖춰야 할,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인간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청소년이나 청년, 그리고 어른인데도 진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이들이 읽어도 좋겠다.

이 책은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에 대한 편견을 깬 틀이 되었으며, 윤리 개념을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윤리와 도덕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은 강연 듣듯이 술술 읽힌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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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5만 부 기념 눈물 에디션)
투에고 지음 / 로즈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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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각기 서로 공감할 수 없는 불안을 늘 품고 산다.

언제 어디서든 예기치 않게 맞닥뜨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이겨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와는 달리 분명 마주할 수 없는 이도 있을 테니까.

p.32

'다들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 세네카

p.40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걱정 없어 보여 부러웠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무탈하게 살기 위해 애썼던 일들이 누군가에게 행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도 받았다.

누구나 사람은 이차원이 아닌 입체모형이다.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한정된 시야로는 표면밖에 보이지 않아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p.77

이번이 마지막이라 믿었다.

시작부터 일이 잘 안 되었다.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마지막'이라는 말은

마지막 기회라는 핑계로

한 번 더 돌아보고 싶었던

나의 미련이었는지도 모른다.

p.128

"순조롭게 다 잘 풀릴 거야."

p.140

관계의 시작은 묘목을 땅에 심는 일과 같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처럼, 튼튼하지 않은 어린나무는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위험이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밑동이 굵어지기까지는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

p.175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p.221

투에고,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中

+)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어른이 되어서도 겪는 내적 혼란을 진솔하고 차분하게 글로 풀어냈다. 긍정적 메시지만 전달하는 다른 에세이집과 달리 저자는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울할 때는 우울하다는 감정을 그대로 담았고, 슬프거나 화가 날 때의 마음도 문장으로 엮었다. 물론 위안이나 위로 그리고 희망이 되는 말도 틈틈이 써내려갔다.

공개적으로 자기감정을 표출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런 시선을 견디며 꿋꿋하게 글을 쓰는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자에게 글쓰기란 위로와 위안이면서, 성찰과 희망이면서, 지지와 힐링의 요소이다. 글을 쓰는 시간과 창작한 문장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공감한 책이었다.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긍정적인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에세이집이었다고 생각한다.

긍정의 메시지를 읽고 싶은 순간도 있겠지만, 울적함이나 우울함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찾아보아도 될 것 같다.

짤막한 단상 형식의 글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중간 엽서에서 보는 풍경 같은 아름다운 사진도 실려있다. 순간순간에 떠오르는 여러 감정을 공유하고 싶을 때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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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 -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현명한 태도
오수아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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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자존감을 건강하게 유지할 내면의 안정감이 약하다. 자존감이 낮다는 표현보다 자존감의 안정성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한 자신의 무의식 속 수치심을 용인하지 못하고 그 수치심을 누군가 자극했을 때 견디는 인내력도 없다.

자신이 중심이 돼야 하고 사랑과 인정을 독차지해야 하는 나르시시스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자존감에 손상 가는 일이 생기면 가차 없이 '자기애적 격노'를 퍼붓는다.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면 묘하게 핀트가 어긋나는 사람이 있다. 어디가 문제라고 꼭 짚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뭔가 정서적으로 안 맞는 듯한 사람이 있다. 나르시시스트가 그렇다.

pp.17~19

나르시시스트는 모든 것을 단계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흑백 논리로 판단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내 편과 적, 사람도 서열이 높은 자와 낮은 자로 구분한다. 그들은 더 많은 인정과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사람들과 '서열 싸움'을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서열은 관계에 상관없이 적용되는데 조직, 연인은 물론 가족 관계에서도 서열을 매긴다.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자신의 배우자 역시 서열의 대상이며, 대체로 자신보다 낮은 서열에 둔다.

p.47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살아 낸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자존감은 올리고, 혼자 있어도 내면이 공허하지 않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힘이 된다. 나르시시스트를 차치하고 인정 욕구를 버리는 것은 한 인간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선택이다.

p.61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이 최고로 힘들고 어려우며, 자신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만 주목받을 수 있다면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p.66

보통 인간관계에서 큰 기대는 아니더라도 '응당 사람이라면 이렇게는 하지 않겠지'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이런 기대가 무의미하다.

p.97

나르시시스트는 본인의 감정을 자신이 아닌 남의 이름을 빌려 표현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말을 통해 상대방이 불편한 마음을 전가 받길 원한다. 나르시시스트는 고립의 불안감이 엄습할 때 그 불안을 전가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이런 판을 만든다.

나르시시스트의 말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는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나르시시스트는 무언가를 숨길 때 거짓말과 이간질을 한다.

pp.150~151

나르시시스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무리 비난하고 깎아내려도 꿈쩍하지 않고 웃으며 나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나르시시스트가 거짓말과 이간질을 해도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네가 두렵지 않으니까'라는 마음만 먹으면 된다. 이것은 자존감의 영역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변이 소란스러워도 흔들리지 않는다.

pp.207~208

진짜 무서운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감정을 통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자기가 진짜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아는 사람은 합의가 없다.

이들에게 나르시시스트라는 허상은 우습다. 자신의 허약한 내면을 분노로 드러내는 하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pp.230~231

오수아, <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 中

+)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깊이 있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다룬 글로 구성되어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성향과 특징,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과 그 이면에 숨은 의도 등을 설명한다. 더불어 이들을 만날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저자는 처음부터 나르시시스트가 어떤 사람들인지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나르시시스트라고.

순간 솔직히 놀라울 정도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과 겹치는 단 한 사람이 떠올랐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생각했던 그 사람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해주는 조언들이 깊이 와닿았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사람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고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데.

누군가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 어떻게 사람이 저럴까 싶을 때, 사람이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하는 바람이 생겨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지 말자. 저자의 말처럼 그들은 변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들과의 관계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가르쳐 준다.

그들이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려 들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방식으로 응대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그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나르시시스트들의 무례함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 심리적으로 거리 두기 위해 우리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신경 끄고 내 마음과 나 자신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등등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험과 마음이 담겨 있어 심리학적 분석만큼이나 위안이 되는 책이다. 나르시시스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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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을 용기 - 일해야 산다는 강요에 맞서는 사람들
데이비드 프레인 지음, 장상미 옮김 / 끌리는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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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유급 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린이가 성장해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젊은이다운 야망은 잊고 죽어라 일해야 할 것을 예상되는) '진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어른이 되는 길로 여겨진다.

부모와 교육자가 어린이의 직업적 포부를 다듬어 고용 가능성을 키우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부터 정체성과 직업이 서로 연결된다. 일 중심 사회에서 가장 당연시되는 교육의 목적은 미리 설정된 직업적 역할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젊은이를 사회화하는 것이다.

p.26

노동자로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특정한 일련의 도덕적, 물질적, 정치적 압박 아래 놓여 있다. 다시 말하면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을 해야만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사회 체제가 짜여 있다.

여기서 '필요'란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필요뿐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존중 같은 더 복잡한 정신적 필요까지 포함된다.

p.34

일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해도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는 극도로 불평등하게 주어진다. 일의 도덕적 신성성은 다수가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소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서 문제는 자본주의 기업이 보람 있는 일자리를 제공할지의 여부는 흥미로운 일을 하려는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 일이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p.82

항상 지금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배우는 노동자는 자신의 성격과 성과가 적합한지 의심하면서 현명하게 시간을 쓰고 있다는 만족감을 결코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고용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끝이 없는 자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비극의 길을 걷는다.

p.99

여기에 제시한 견해들에 따르면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물질주의, 단순함, 특별해지고 싶은 자기애적 갈망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시간적 리듬, 주어진 환경이 상품 집약적 생활방식을 보편화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재편된 결과이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자본주의의 상품화 경향이 자리한다.

p.115

일할 필요가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선택의 산물임을 인식할 때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전통적으로 유급 고용을 통해 충족되던 (또는 때에 따라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던) 필요를 채울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는 비판사회이론가들의 흥미로운 전망도 열린 자세로 대할 수 있게 된다.

pp.138~139

단절점에 관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핵심은 노동시간을 줄이건 아예 일을 그만두건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떤 철없는 반노동적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더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유급 노동 같은 기능적인 사회적 역할은 그 안에 머물도록 강요당하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사람들과 결코 일체가 될 수 없다.

pp.172~173

일을 줄이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제약을 고려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자본주의의 생산성 향상으로 얻은 시간 절감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를 조율할 수 있을지 있다면 방법은 무엇인지이다.

pp.263~264

노동 교리에 대한 저항을 일으키는데 기여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의 문을 열자 / 사회의 주변인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자 / 언어 투쟁에 참여하자, 제대로 무장하자 / 상상력의 중요성을 옹호하자

pp.275~287

데이비드 프레인, <일하지 않을 용기> 中

+) 이 책은 현대인이 왜 이렇게 일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저자는 이 책에서 일을 유급 활동과 무급 활동으로 구분하고 출퇴근하는 직장에서 수행하는 작업, 그리고 경제적 차원으로 설명한다.

일이 중심인 사회에서 일이 곤혹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 자율적으로 일하기가 왜 어려운지 논의한다.

또 오래도록 지속되는 노동 윤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잠식해가는지 보여준다.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 제시한다.

그리고 덜 벌되 더 자유로운 사람들, 일하지 않을 용기를 지닌 사람들, 일하지 않을 때의 불안을 감추는 사람들, 일을 줄이고 원하는 활동을 찾는 사람들 등의 모습을 다양한 사례로 공유한다.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들이 우리에게 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어떻게 부여하는지 언급한다. 더불어 그런 과정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삶이 왜 당연시되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일하며 살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 되고 비현실적인 사람이 된다.

무언가 옳지 못한 삶을 사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의 삶을 위해 일보다 자유를 더 추구할 수 있다. 그것이 비판을 받을 이유는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고수해왔다. 그건 저자의 말처럼 자본주의의 논리와 낡은 노동 윤리가 끝없이 부추겼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을 용기는 결국 덜 벌고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용기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시도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새로운 관점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 노동에도 적용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일하지 않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에서, 일하기 위해 배우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에서, 어떤 잣대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일하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여러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천천히 읽으면 저자의 논리와 생각을 따라갈 수 있다.

소박하게 만족하며 사는 삶을 나태나 무계획으로 지탄할 수는 없다. 현재를 기준으로 그들의 삶이 스스로에게 더 행복을 준다면 일하지 않을 용기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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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철학서 - 철학적 사유를 넘어 삶의 방식과 태도를 알려주는 위대한 문장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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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스토아 철학 체계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지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점이다.

둘째, 우주에는 만물을 통합하는 강력한 질서가 있고, 그 절서의 일부인 인간에게는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것이 <명상록>의 토대가 되는 철학 체계다.

pp.19~20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하든 그것은 육신이거나, 생명이거나, 혹은 마음 중심에서 인간을 재배하는 이성일 것이다. 책을 멀리해도 좋다. 더 이상 너의 마음이 산만해지고 요동치도록 두지 마라.

너 자신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것은 바람 같은 것이다. 그것도 한결같은 바람이 아니라, 매 순간 들어오고 나가는 바람이다.

이성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욕망과 충동에 의해, 힘줄과 신경에 의해 끌려다니도록 두지 마라. 더 이상 현재의 어떤 것을 불평하지도 말고, 운명이 네게 맡긴 미래의 것을 두려워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마라.

pp.51~52

네가 3천 년을 살든, 아니면 만 년을 살든 항상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지금 살고 있는 그 삶조차도 매 순간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긴 시간과 가장 짧은 시간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지나간 시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존재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가장 짧게 산 사람이 하직하는 삶의 길이와 지속 시간은 동일하다. 왜냐하면 그들 중 누구도 잃을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며, 가지고 있던 것도 현재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p.64~65

너의 남은 생을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공상으로 낭비하지 마라. 그것이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고, 너 자신이 더 나아지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의지에 반하거나 공동체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말고,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일과 마음에 꺼림칙한 일은 하지 마라.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도움이나 시중, 혹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휴식과 평온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곧고 바르게 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곧고 바르게 살아온 이처럼 행동하라.

pp.74~77

사람들은 말한다. 즐겁게 살고 싶다면 너무 많은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우리가 말하거나 행하는 일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것임을 고려할 때, 삶이 단순해진다면 여유를 얻고 번거로움을 덜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행동을 통제하는데 그치지 말고, 생각과 공상도 절제해야 한다.

p.101

지금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내 안에서 나온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하는가?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외부의 것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안의 것뿐이다.

p.180

자연은 시작과 지속에서뿐 아니라, 그 끝과 최종적인 완성에도 목적을 가진다.

p.218

만일 네가 너 자신의 행복을 질투하지 않는다면, 먼 훗날 무엇을 원하든 지금 이 순간에 그것을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일을 잊고, 미래를 온전히 섭리에 맡기며, 현재의 지향과 생각을 고귀함과 의로움에 둔다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p.325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철학서> 中

+) 이 책은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따르고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색이 담긴 글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상록>이 바로 이것이다.

전쟁과 전염병, 기근 등 나라 안팎의 우환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철학적 성찰을 통해 그 시기를 극복했다.

스토아학파의 철학 사상을 잇고 있기에 저자의 문장들이 이르는 지점이 한결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자연 속 모든 존재들은 서로 이어져 있고 우주에는 만물을 통합하는 질서가 있다는 것, 타인의 언행에 신경 쓰기보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라는 것.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물라는 것 등

저자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라고 조언한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연의 섭리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명상록'이라는 표현이 저자의 문장들을 너그럽게 감싸안는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안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자연의 순리대로 선하게 살아가고자 끝없이 성찰하는 자세가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이치에 맞게 타인과 세계를 대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오로지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다.

황제의 철학서는 철학을 공부하고 수용하며 자기만의 잣대를 간직한 한 사람의 성찰 기록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생각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꽤 크다고 느낀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불화와 혼돈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매일 조금씩 읽으면 잠언처럼 다가와 편안함을 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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