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
전민진 지음, 김잔듸 사진 / 비타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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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세계적으로 하루에 25억 잔씩 소비된다. 이 엄청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커피가 자라는 적도 주변 열대 우림은 계속해서 커피 농장으로 바귀고 있다. 세계 열대림의 절반 정도가 이미 사라졌고 지금도 매년 한번도 면적 크기의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애써 일군 농장을 두고 또 다른 농장을 개발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45

"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콩 20kg이 들어요. 그 한 자루면 스무 명이 먹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스무 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걸 한 사람이 먹어버리면 어디선가 그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밀어내고 또 경작지를 만들어야 해요. 어려운 나라는 굶게 되죠. 내가 사는 동네만 생각하지 말고 세상을 길게, 더 멀리 봐야 해요."

p.51

커피를 끊을 자신은 없지만 지구가 걱정된다면,

아래 네 가지 커피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기농 커피 / 친조류 커피 / 열대 우림 연합 인증 커피 / 공정 무역 커피

p.59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

지구법은 말하자면 자연에게 법인격을 부여해 '자연의 권리'를 대변하는 법이다.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쉽게 전하기 위해 사용한 예는 이것이다. 만약 강에 댐을 건설하려고 한다 치자. 기존대로라면 우리는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 뒤 합의 하에 댐을 세울 것이다. 하지만 지구법 입장에서는 다르다. 강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댐 건설로 직접적인 훼손을 입는 것은 가장 먼저 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은 말이 없다. 이를 대변하는 법을 바탕으로 사람이 변호한다.

p.131

두 다이버가 바다 속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쓰레기 한 보따리씩 어깨에 짊어진 그들에게 누군가 묻는다. "이 넓은 바다가 그런다고 회복될까요?" 그러자 이들은 대답한다.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귀잖아요." 단숨에 카피를 외워버릴 정도로 내게 강렬하게 다가온 박카스 광고다.

p.136 [바다를 대변하는 사람들]

실제로 축산업은 인간이 발생시키는 전체 온실가스 중 18%를 차지한다.

가축이 자랄 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푸른 숲을 밀어야 하거니와 이미 전체 농경지의 70%를 이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물 부족을 초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는 약 68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가 두 달 동안 샤워하는 데 쓰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p.288 [80% 비건도 괜찮아]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와 생태주의의 교집합은 분명 있을 거예요. 친환경과 재활용이라는 딱지만 붙인 채 물건을 더 많이 생산하기보다 수리와 재사용 쪽으로 자본을 분배한다면 생산량을 줄이면서도 자본 총량은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p.369 [제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전민진,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中

+) 이 책은 자연을 위해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선택한 저자가, 환경을 보호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비롯하여 업사이클링을 하며 사는 사람, 미니멀리스트로서 소비를 줄이는 사람, 그리고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줍는 사람,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종자를 키우고 연구하는 사람 등등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 고기 등을 생산하고자 사람들이 얼마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지 알게 된다. 또 바다에 떠다니는 35년 전의 과자봉지가 전혀 썩지 않고 발견되는 것을 보며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사지 않음으로써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 육식보다 채식을 즐기는 삶, 기존의 물건들을 재사용 및 재활용하며 사는 삶, 자연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기에 우리 마음대로 자연을 사용했다면 꼭 그만큼 자연을 되살리는 삶.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철저하게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되도록 잊지 말고 환경을 먼저 떠올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적어도 내가 자연을 생각하며 행동한 그 한번의 순간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환경에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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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해 오피스텔에 투자하라 - 단기 차익에 매몰되지 말고 풍요로운 50년을 설계하라
강승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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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과 오피스텔의 투자 비교]

구분 ㅡ 투자비용 / 위치 / 주차 / 관리비 / 장점 / 단점 / 주의할 점

원룸(다가구주택) ㅡ 5억~10억원 / 주로 주거지역(지하철역에서 멀어) / 거의 불가능 / 저렴한 편 / 수익률 / 많은 자본이 필요 / 위치에 따라 공실 우려

오피스텔 ㅡ 1채당 3천만~ 5천만원 / 업무지역이나 상업지역(지하철역에서 가까워) / 대체로 가능 / 비싼 편 / 공실 우려 적음 / 수익률 하락 추세 / 최근 분양가 상승

p.32

[오피스텔 투자의 5가지 원칙]

4~5년 투자한 후 적당한 시점에서 빠져라 / 손해 보는 투자를 하지 마라 / 환상의 물건을 쫓지 마라(최상 보다는 차상 선택) / 조언은 참고만 하고 자신만의 원칙을 확립하라(자기만의 원칙 적립해야) / 공짜 심리는 버려라(엄연한 시장 가격이 있다)

pp.39~43

관심 지역에서 신규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면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절차는 간단하다. 우선 가계약금을 넣는다. 보통 300~500만원 선. 선착순 호수 지정이라면 호수부터 부여받는다. 이 과정까진 계약 해지를 해도 언제든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후 본 계약이 체결되면 대체로 분양 금액의 10%(가계약금 포함)를 계약금으로 지불한다. 이때부터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마음이 바뀌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한다. 시행사에 따라 계약금의 10%만 받고 중도금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차 계약금, 2차 계약금으로 나누어 진행되기도 한다.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대부분 중도금의 50~60%를 무이자 대출로 받을 수 있다.

p.55

[오피스텔의 적정 매입가를 구하는 공식]

적정 매입가 = 월세X250+보증금-(준공 연도X200만원)

이 공식을 대충 설명하면 대출을 제외하고 오피스텔 수익률 마지노선인 5%를 맞추기 위한 공식이다. 공식에서 '준공연도X200'을 뺀 것은 오피스텔이 감가상각되는 물건이라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p.61

[매매가와 수익률은 반비례]

매매가가 높은 곳은 수익률이 낮다 / 도심 핵심 지역보다 외곽으로 눈을 돌려라 / 임차인 수요 많다면 비역세권도 괜찮아 / 오피스텔 매입 전 반드시 분양가를 체크하라

pp.65~70

[세입자의 심리적 저항선은 '월세 60만 원']

직장인의 월세는 60만원이 한계 / 월수입 30% 이상은 월세로 내지 않아 / 세입자의 월세 지불 능력 감안해야 / 월세 저항선에 따라 매입가 결정해야

pp.71~76

준공 연도를 기준으로 3~5년 된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미분양 물건이라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취,등록세도 감면받을 수 있다. 비교적 신축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임대가 가능하다. 주변 평판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몇 군데만 물어봐도 OO오피스텔은 임대가 잘 되는 곳인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다.

p.88

오피스텔 분양 면적 = 공급 면적 + 전용 면적 + 주차장

p.91

['불패' 역세권 투자의 미학, 540미터 이내를 노려라]

지하철역 540미터를 벗어나면 역세권 영향 못 받아 / 유동 인구가 적은 역세권은 피하라 / 초역세권은 언제나 투자 가치 높아 / 착공 직후, 혹은 지하철역 개통 6개월 전에 투자하라 / 꾸준히 가치 오르는 급행 역세권

모든 역세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역과의 거리는 물론 역 주변 환경, 활성화 정도, 지하철 이용객의 동 동선, 유동 인구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역세권 예정지 오피스텔에 투자할 때는 착공 직후나 역 개통 6개월 전이 가장 적당하다는 것도 잊지 말자.

pp.105~111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땅은 따로 있다]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 상업지역에만 오피스텔 가능 / 주변 땅의 용도부터 확인하라/ 용도지역부터 이해하라 (건폐율은 건물을 더 넓게, 용적률은 더 높게)

pp.123~127

[오피스텔 구입 후 1년은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

오피스텔 구입 후 2년 차부터 수익 발생 / 분양권 전매 아니라면 준공 1년 내 오피스텔 매도해선 곤란 / 빠른 매도를 생각하면 전매로 처분해야 / 오피스텔 매수, 매도 시 세금 많고 보유 시 세금 적어

[오피스텔 세금 종류와 사업자 등록 절차]

구분 ㅡ 사업자 미등록 / 일반 임대사업자 등록 /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취득시 ㅡ 부가가치세 ㅡ 환급 불가 / 환급 가능(의무 임대기간 10년 유지해야 함) / 환급

취득시 ㅡ 취득세 ㅡ 취득세 4%, 농특세 0.2%, 교육세 0.4% / 취득세 4%, 농특세 0.2%, 교육세 0.4% / 취득세 4%, 농특세 0.2%, 교육세 0.4%, 감면 적용 대상 (1. 전용면적 60m2이하는 면제 ㅡ> 취,등록세 20만원 이상시 85% 감면) (2. 60m2 초과 85m2 이하는 25% 감면. 임대를 목적으로 20호 이상 취득하거나, 20호 이상 취득한 사업자가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 감면 적용 요건, 임대의무기간 4년 지속(기준일은 임대개시일)

pp.274~284

[부가가치세 환급의 검은 유혹]

오피스텔 임대 주택 허용되면서 세금 문제 수면 위로 / 주거용 임대 시 부가가치세 환급 포기해야 / 업무용 오피스텔은 부가세 환급받을 수 있어 / 업무용에서 주거용 전환 시 환급받은 부가세 돌려줘야

pp.291~296

[오피스텔 세금이 어려운 이유 '양도세' 때문]

1) 양도차익= 양도가액 - 취득가액 - 필요경비

2) 양도소득금액 = 양도차익(시세 차익) - 장기보유특별공제

3) 양도소득 과세표준 = 양도소득금액 - 양도소득기본공제(250만원)

4) 양도소득세 산출세액 = 양도소득 과세표준 X세율 - 누진공제

5) 납부세액 = 양도소득세 산출세액 + 지방소득세(산출세액X10%)

p.298

임대차 계약서에 특약사항 명시하기

특약 1번으로'만기 전 퇴실 시 임차인이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명시하자. 임대인 입장에서 기본이다.

p.349

강승태, <노후를 위해 오피스텔에 투자하라> 中

+)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노후 대비를 위해 오피스텔에 투자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제안한다. 1인 가구 시대가 늘고 있고, 파이어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오피스텔 투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피스텔에 대해 잘 모른채, 막연하게 짐작만 하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떤 오피스텔이 투자 가치가 높은지,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또 오피스텔에 거주한 사람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세입자의 심리 분석도 담고 있어서, 오피스텔을 투자 목적으로 사려는 사람에게 참고할 내용을 알려준다.

몇몇의 사례를 통해 오피스텔에 투자했을 때 잘못된 결과와 성공한 결과를 같이 보여주고, 핵심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세금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덧붙인다. 그리고 오피스텔을 구입한 뒤 어떻게 운영해야 공실률을 줄일 수 있는지도 제시해준다.

이 책 한 권만 읽고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오피스텔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부동산과 관련한 법과 제도는 계속 변화하는 추세이므로, 투자 당시 시기에 적합한 법적, 제도적 절차를 감안해서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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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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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그사이 재연은 모아놓은 돈을 절친대행 서비스로 탕진했다. 돈이 떨어졌다고 해서 선희와의 연락을 끊을 수는 없었다. 재연은 카드론을 이용해 금액을 충당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끝이 났다. 이제는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건 곧 선희와 더는 만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미안해, 재연아. 하지만 난 이게 직업이야. 너도 그건 잘 알잖아."

재연은 그런 선희를 잡고 눈물을 쏟아냈다. 난 언니 없이 못 산다. 이렇게 누구에게 마음을 연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하지만 선희는 매정했다. 처음 재연을 만났을 때처럼 국화차를 한 잔 따라주며 마시라고 하더니 정확히 시간을 채운 후 재연을 혼자 두고 가버렸다.

p.41 조영주, [절친대행]

하지만 막상 호텔에 들어와 보니 세상에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그리고, 안전한 기분이 드는 장소가 또 있을까 싶었다. 낯선 나라에서 여자 혼자 여행을 하면서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소는 단연코 호텔밖에 없을 것이다. 안전은 돈으로만 보장받을 수 있는 걸까. 코로나는 부자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들은 코로나에 좀 더 노출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p.61

ㅡ 코로나 따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다.

p.68 김의경, [두리안의 맛]

떡볶이가 다 그게 그거 아니냐는 그의 질문에 그냥 말을 말지 싶어졌다. 듣기 싫은 말을 듣기 싫어하는 건 나의 나쁜 습관이었다. 세상에 듣기 싫은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나의 경우 너무나 듣기 싫은 나머지 애초에 싫은 말이 나올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문제였다. 회피형이되 적극적인 회피형이라고 할까.

p.115

이대로 괜찮을까. 누군가 대답해 주면 좋겠다. 남 부러워할 것 없다고,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자기계발의 대가들이 주술처럼 반복하는 그런 뻔하기 짝이 없는 말을, 오직 나만을 위해서만 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p.129 이진, [빈집 채우기]

"예측하신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맞아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범죄자들은 항상 자기만 생각하니까. 만약 힘을 합쳐서 방법을 찾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겠지."

p.211 정명섭,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 <코스트 베니핏> 中

+)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작가들이 '코스트 베니핏'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창작한 소설 다섯 편이 실려있다. 코스트 베니핏은 쉽게 말해서 가성비를 말한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고나 할까. 다섯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작품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에 고민하고, 그 선택의 결과가 과연 효율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절친대행]은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그에 맞게 문자, 전화, 만남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빌려주는 시스템을 소재로 삼았다. 이 작품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절친대행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매력적인 시스템이지만 경제적인 비용과 심리적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지 않으면 결국 몸도 마음도 모두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성비와 가심비가 분리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격 대비 성능은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와 짝을 이룬다. 그렇기에 가성비에 따른 선택은 행복하지만 위험하다.

[두리안의 맛]은 공짜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떠나는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처럼 보이는게 불쾌했던 사람, 그러나 상대의 힘든 일상을 찾아보게 되며 천천히 그를 이해해간다.

합리적인 선택이란 사람들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 차이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 [빈집 채우기] 역시 그 부분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예비 부부가 신혼 살림을 마련하면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차이로 다투게 된다. 사람마다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럽고 장난 같은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2005년생이 온다]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가장 빨리 돈을 모을 수 있는 장소를 탐문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읽는 내내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던 작품이다.

또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가성비가 가장 높은 선택을 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고, 그 결과 다양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합리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오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보니 다양한 색깔의 단편 소설들을 모아서 재미있게 읽은 기분이 든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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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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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p.49

함민복, 한성옥, <흔들린다> 中

+) 이 책은 함민복 시인의 시를 한성옥 화가의 그림과 함께 담고 있다. 한 편의 시를 이야기 덩어리로 풀어서 그림과 함께 책으로 구성했다. 천천히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다보면 한 두 문장이 나타난다. 그 문장들과 그림을 눈에, 가슴에 담으며 읽다보면 시적인 감수성을 참 잘 담아냈구나 싶다.

그렇게 또 더 읽다보면 어느샌가 눈치챈다. 아, 시구나. 그림 같은 시면서, 시 같은 그림이다. 책을 보는 내내 바람이 느껴지는 듯 했고, 또 그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 편의 시를 가슴에 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한 권의 책을 가슴에 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이 그림책은 따뜻한 편안함을 전해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평온한 느낌을 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천천히 읽어도 금방 볼 수 있어서 부담이 없고, 오래도록 마음에 울림이 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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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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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이상 의지나 열정 같은 말에서 의미를 찾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기대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반복 사용하던 이런 말들이 아니라, 몸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서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p.6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p.39

목적 없이 한 대상에 이토록 긴 시간을 내어 준 적이 전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p.115

"부모님하고의 관계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p.192

"제가 못 고치는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합리적으로 굴어요. 상대방이 감정에 호소해올 땐 더 이성적으로 대응하게 되고요. 무지 빡빡한 스타일입니다."

p.215

"가끔 그런 생각이 들거든.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바람을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녁 바람만 맞으면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어 얼마나 다행인가. 지옥엔 바람이 없다는데 그럼 여기가 지옥은 아닌 듯하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꽤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p.288

"안고 갈 수 없는 걸, 안고 가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어. 잘 산다는 게 잘 정리하면서 사는 거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 두려워서, 남 눈치 보여서, 후회할까 봐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 나도 그랬지. 그런데 이젠 홀가분해."

p.499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中

+) 이 소설에는 동네 골목 깊은 곳에 서점을 열고, 삶의 여유를 지키며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주인공 영주가 등장한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걸어온 길에 언제나 성실했으나 목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바리스타 민준도 있다. 그 둘이 동네 서점을 이끌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서점이 배경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작품에서 작가는 여러 책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작가의 그런 면은 등장 인물의 언행에도 녹아있고 소설의 플롯에도 활용되고 있다.

서점을 중심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상처와 고민 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서점의 책이나 혹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작가는 그런 면에서 책이 지닌 영향력을 부각하지 않나 싶다.

이 소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으로,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내가 편한 모습으로,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살기보다 삶의 여유를 갖고 사는 모습도 의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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