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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 어제는 아프고 오늘은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마음 수행 산문집
인현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0월
평점 :
이 순간, 내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그렇게 한 해가 갑니다. 그렇게 한 해가 옵니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이는 말했습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직 지금뿐.
지금 다가오는 것들을 긴장된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pp.30~33
지금, 정녕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난 고난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그 시린 겨울을 이겨냈던 순백의 열정이 아직도 온전히 가슴에 간직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워지려고 욕심내지 않아도 됩니다.
평화로워지려고 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순수한 열정에서 지혜의 싹이 움틀 것입니다.
p.66
좀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습니까. 갖고 있는 능력 전부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2등, 3등으로, 아니 꼴등으로 살면 안 되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앞서가는 이가 기준이 되지 않고 한 걸음 뒤쳐져 가는 이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면
우리 삶의 비용이 훨씬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만나는 이마다 반갑지 않겠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에 그리 대단한 것은 없잖아요.
사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서둘러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한 생각 내려놓고 빈둥거림이 익숙해지면,
차츰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주변을 게으른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정 내가 감사해야 하고, 몸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pp.90~91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 싶어하는 벗이 내 삶의 모든 것입니다.
행복은 삶의 목적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벗과 함께 깨어 있는 이 순간에 있는 것입니다.
곡절 없는 삶은 없습니다.
이때, 벗은 삶의 주인공으로 나를 분명히 서 있게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벗을 선지식이라고 합니다.
나를 주인 된 삶으로 깨어 있게 하는 벗은 한없이 기대고 기대오는 행복입니다.
인생의 도정은 누구를 위한 길이 아니라 벗과 함께 참된 나, 참사람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당신에게 벗이 있다면 삶의 모든 것을 얻은 것입니다.
pp.100~102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정작 '나의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생각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을 방해받습니다.
세상의 문제가 나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다 하나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세상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삶의 실타래를 더욱 엉키게 하는 것입니다.
차를 마실 때는 차를 마셔야 차 마시는 소망이 이루어집니다.
하나가 풀려야 둘 셋 넷이 풀려갑니다.
내 안에서 생각이 어떻게 생겨났다 어떻게 사라지나 지켜보면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을 뿐입니다.
바람은 바람의 일을 하고 눈은 눈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면 세상의 일도 절로 굴러갈 것입니다.
pp.144~145
인현 스님,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中
+)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때로는 내면을 둘러보고, 때로는 주변을 둘러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소박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책이라 저자와 차담하듯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앞에서 우리는 담담하게 각자의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주는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바라보는 것. 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한다는 것 등등 살면서 순간순간 떠올리면 좋은 장면들을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