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비워둘게요 - 되도록 가볍게 조금 더 느슨한 삶을 위해
이애경 지음 / 언폴드 / 2021년 6월
평점 :
삶을 담백하게 만들고 나니 무엇은 붙잡아야 하고 어떤 것은 그냥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지도 보인다. 요새는 대부분 되는 대로 놓아두는 편인데 딱히 애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될 일은 되더라'는 경험치가 쌓여서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나태하게 사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늘 사소한 것에서 온다. 사소한 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p.8
조금 가다가 길이 사라질 것 같으면 조급해진 내가 묻는다. 잘못 가는 게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이렇게 답한다.
"틀린 길은 없어. 조금 돌아가거나 덜 돌아가는 거지."
p.23
가끔은 완벽하지 않아야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나에게 빈자리가 있어야 다른 사람의 도움이 그곳을 채운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언젠가 필요한 순간에 반드시 주어진다는 진리. 이것만 명심하면 삶이 그렇게 고단하지 않다.
p.37
가지치기는 겨울에 해야 한다. 나무 전체에 수액이 올라오기 전에, 영양분이 아직 뿌리에 있을 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더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다. 내 인생이 추운 겨울인데 가지마저 무참히 잘리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간 줄 알았는데 그 아래 구덩이가 또 있구나, 하는 절망감에 휩싸일 때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 보자. 버텨내면 봄이 오고 또 가을이 올거니까. 삶이 건강하고 더 풍성해질 테니까. 비록 지금 당장은 믿기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p.42
내 꿈은 소박하다. 좋은 사람들과 밥 한 끼 먹을 때 망설임 없이 밥값을 지불할 수 있는 마음과 물질적 여유. 사실 큰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요즘은 누군가에게 먼저 베풀면 어디선가 그만큼 채워지는 일이 생긴다. 여유로워 베푸는 게 아니라 베풀고 났더니 다시 채워져 모자람이 없는 것. 나눔과 채움의 순환이 이렇게만 되어도 내 꿈은 이뤄질 것 같다.
p.119
"나라고 왜 걱정이 없겠어. 걱정한다고 해결될 수 있으면 걱정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감정 소모, 에너지 소모를 안 하는 거지"라고 말해주었다.
그렇다. 걱정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몇 번 사다 보면 어떤 물건은 쓸데없다는 걸 알아서 나중에는 사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살다 보니 알겠다. 걱정도 딱 그렇다는 것을.
p.132
나쁜 사람은 남한테 해코지를 하지만 착한 사람은 그걸 하지 못해서 술로 몸을 망가트리거나 우울을 깊이 안아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해코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래서 차라리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서운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표현하고 욕하고 싶으면 욕하고 관계를 끊고 싶으면 끊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도 못하지만 나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더더욱 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또라이 짓을 한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p.150
"신이 계시니 큰 문제는 아니지요."
p.168
좋은 사람도 없고 나쁜 사람도 없다. 그 사람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그 사람을 좋다고 혹은 나쁘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다만 항상 명심할 것은 나의 '생각'은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이효리의 말은 옳다.
-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나랑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거지.
p.188
이애경, <마음을 비워둘게요> 中
+) 이 책은 전직 기자인 저자가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살면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힐링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 위안이 되어 주는 것들은 특별한게 아니라고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농작물을 기르면서 깨닫는 자연의 이치를 통해 저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삶을 바라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며 위로를 받았다. 저자의 말처럼 일상의 소소함에서 발견하는 삶의 이치는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를 녹여내는 힘이 있다. 아마도 저자는 그러한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마음의 넉넉함을 찾았을 것이고 그것을 독자들과 나누려고 한 것 같다. 그런 면이 목표였다면 이 책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