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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자신의 쓰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얻어 온 물건들은 대부분 버려졌다. 아까운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단지 내가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나보다 더 필요한 누군가에게로 가서 유용하게 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물건을 쉽게 얻은 지난날을 반성했다.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언젠가'일지도 모른다.
p.33
형형색색의 입지 않는 옷부터 버리기는 아깝고 입기엔 영 껄끄러운 옷까지 비우고 나자 옷장은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옷장 겉모습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옷과 나의 관계도 좋아졌다. 옷의 양이 줄어들자 이전보다 내 옷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싫어하거나 입고 싶지 않은 옷들을 비우다 보니, 내게 어떤 옷이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p.64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 해보면 좋은 질문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는가? / 단지 미련이 남아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같은 아이템을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 나를 위한 물건인가, 남을 위한 물건인가? / 이 물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한가?
pp.73~80
우리는 중고 거래로 물건을 비울 수 있었고,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약간의 돈을 벌기도 했다.(물론 원래 썼던 돈의 일부가 되돌아온 것뿐이지만)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중고 거래는 참 매력적인 물건 비우기 방법 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나는 중고 거래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일단 사보고 '안 쓰면 중고로 팔아버리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이 나의 소비 습관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p.84
하지만 물건 비우기를 시작하고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비울 물건을 하나씩 살펴서 골라내고, 집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햇빛에 바싹 마른 빨래를 개는 일 하나하나를 통해 성취감과 기쁨을 얻는 나를 발견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노트에 할 일을 적었다. 해야 할 일 리스트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졌다. 밥 먹기, 글쓰기, 장보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영화 보기, 옷 기부하러 다녀오기 등. 거의 매일 해야 할 일을 적고 지워냈다. 단지 생활을 기록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했을 뿐인데. 대단한 것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성취감이 매일매일 나를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를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었다. 나의 하루, 나의 생활, 다가올 내일 같이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이 기다려졌다.
pp.124~125
스티브 잡스는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미니멀리스트다. 그는 늘 같은 디자인의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으며 자신의 복장을 유니폼화시켰다.
미니멀리스트가 된 나는 스티브 잡스처럼 가진 옷의 종류를 줄이고, 나만의 시그니처 룩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옷에 신경 쓰는 시간을 줄이고,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었다.
p.209
에린남,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집안일이 귀찮아져서 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이 많아서 매번 씻기가 귀찮아졌고, 집안 청소를 하다가 물건들이 많아서 치우는 것이 귀찮아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안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물건의 개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예 없으면 치울 일도 청소할 일도 없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기보다, 나를 위한 어떤 목적을 형성한다면 간소하게 사는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매일 하나씩 버리고 정리하면서 하루가 즐거워졌다는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 책이다. 매일 조금씩 정리하면서 가벼워져야겠다고 다시 결심하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