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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소비와 행동의 개인화와 기술적인 발전은 공간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맞추어서 가구들의 통폐합 혹은 융합이 되어 새로운 가구가 나오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에는 가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건축 평면상 방의 구획이 바뀌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p.43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사적인 외부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파트 정원보다는 나의 발코니다. 필요하다면 건축 법규를 바꿔야 한다.
p.54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생겨난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p.86
동양인의 우리는 휴대폰에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 ^^ '로 웃는 눈을 표기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 :) '로 웃는 입을 표기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p.157
도시가 형성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전염병이 없어야 하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전염병이 있으면 모여 살 수가 없고, 물이 없어도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은 건조한 기후대에 물이 풍부한 곳이다.
p.175
흑사병이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돌았을 때 일시적으로 도시의 규모가 줄거나 해체된 적은 있지만 결국에는 다시 모여 살았고 도시는 계속 성장해 왔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공간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여서 살아야 했지만,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지금은 도시를 떠나서 전염병의 위험이 적은 시골에 살지 않겠는가?"라고.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화상 통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손을 잡는 데이트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온라인 기회와 오프라인 기회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대신 두 가지 기회를 모두 가지려고 할 것이다.
p.184~185
디자인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원은 정방형의 공원보다는 가로로 긴 모양의 공원을 만드는 것이 좋다. 보통 공원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혜택을 누리는 곳은 공원에 접한 변에 위치한 집들이다.
가로로 긴 공원의 또 다른 장점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선형의 공원은 전염병에 대처하기에도 좋다.
p.200~201
LH의 업무는 바뀌어야 한다. 지난 50년간 녹지를 택지로 만드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택지를 녹지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린벨트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곳은 도시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도시와 접한 경계부의 땅이다.
p.224
향후 상업 공간이 갈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지금의 위기를 소규모 다핵 구조로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컨트롤된 대형 공간으로 갈 것인가. 소규모 다핵 구조란 지난 몇 년간 진행됐던 쇼핑몰 대형화의 반대로, 오프라인 공간에 작은 상업 시설을 여러 개 두는 것을 말한다. 그 길의 끝은 편의점일 것이다. 미래의 편의점은 기존의 편의점과 차별시키기 위해 특별한 공간적 체험을 제공하고 지역성을 부각시킨 편의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p.259
유현준, <공간의 미래> 中
+) 이 책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서 공간의 사용을 예측해본 책이다. 저자는 집, 회사, 상업시설, 공원, 물류 터널 등의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해보고, 어떤 식으로 달라지면 좋을지도 권해본다. 법을 고치거나, 경제적인 투자를 해서 지금의 시스템과 다른 방식의 집과 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은 파격적이지만 고려해볼만 하다.
저자의 말대로 미래는 한 두가지 요소로 예상할 수 없다. 다양한 변수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래의 공간 역시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염병이 돌았던 시기의 도시 모습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변할 시공간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우리의 미래 사회 모습을 상상해보며, 지금 시점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여러 의견들을 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쓰여졌고, 저자의 기존 작품에서 내놓았던 의견도 다시 볼 수 있다. 너무 파격적인 것은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의견에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