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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
p.7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깐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p.13
나는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할 만한 것'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하위문화 중 첫손에 꼽을 만한 것이 부모의 체벌이라고 생각한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계층화, 정치적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폭력적 문화가 심한 사회일수록 체벌이 t심한 경향성이 있다.
p.47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족의 사생활 영역에 국가의 개입을 요청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 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가정폭력, 부부강간을 금지하듯 아이들에 대한 체벌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관심과 보호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가 어려우므로 성인과 동일하게 아이들도 신체의 온건성을 보존할 권리를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p.67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보낸 나라다.
p.165
자녀의 수가 줄어든 요즘에도 교육을 중심으로 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 자녀의 보답'을 아름다운 관계로 바라보는 오래된 가족주의의 경향은 약해진 것 같지가 않다.
p.224
여성이 일과 양육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고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도록 사회가 양육의 부담을 나눠 가지고 교육, 의료, 주택 문제를 사회가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출산장려를 위해 제안된 정책을 국가가 수용하여 여성의 산전산후 휴가 제도화, 저소득층 가족에 대한 주거 지원, 보편적 의료보험과 무상교육, 아동 수당 등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웨덴식 복지정책이 만들어졌다.
p.277
아이들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모-자녀는 생애의 가장 일차적 관계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부모의 친권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 이 경우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부모의 권리보다 우월하고 정당하다. 이게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이자 약자의 편을 들어줘야 할 공공의 역할이다.
p.304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中
+) 이 책은 아동학대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들을 설득한다. 가족 안의 약자인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 과보호 혹은 방임하는 경우를 제시한다. 그리고 친권이 악용되어 쓰일 때 국가 혹은 사회가 아이를 보호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임도 보여준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가족과 가족외 사람들을 나누어 차별이 정당화되고 있는 모습도 설명한다. 체벌이라는 표현 아래 폭력이 정당화되어 아이들은 그것에 길들여진다. 저자는 바로 그점에 주목한다. 성인 간의 폭력처럼 성인이 아이에게 행하는 체벌도 폭력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뉴스나 신문 기사로만 접한 아동폭력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가족주의 아래에서 아이들에게 행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폭력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인식 자체를 바꾸어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