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지금 여기의 사회학 이야기
요시이 히로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 / 오아시스 / 2018년 5월
평점 :
당연함에 놀라고, 그 당연함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꿰뚫어 보며, 자신이 타인과 함께 기분 좋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나아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활동이야말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사회학적으로 되돌아보는 첫 단계입니다.
p.68
분명 우리는 자신을 메이저리티라 생각하면서 그 안에 자신의 위치를 정합니다.
사람들은 메이저리티 즉 대부분의 사람이 포함된 테두리 안에 숨은 지배적 관점과 가치관을 신봉하고,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과 이질적인 존재를 보면 마이너리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준수하고 준거하는 지배적 지식 속에는 자신과 이질적인 존재인 소수자에 대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오해와 단정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p.134
차이가 있는 타인과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우선 차이에 관한 지식의 재고를 가능한 한 풍성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얕은 지식만으로는 적절하게 마주할 수 없습니다. 얕은 지식 재고만으로는 장애라는 차이에서 생기는 다양성을 볼 수 없고, 그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상상력조차 우리 안에서 자라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식의 재고를 항상 의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적 지식은 항상 지배적 가치, 지배적 관점의 영향 아래에 있습니다.
p.161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헤이트 스피치를 차별 행위라 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 행위가 얼마나 '정치적이지 않은지'를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재일 코리안이 지금까지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본이 지금껏 만들어온 제도를 통해 또는 일반적인 의식이나 감정 차원에서 그들이 어떻게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는지 하는 점입니다.
그저 재일 코리안이라는 표현 하나로 부르지만, 각자의 삶과 인생은 당연히 다 다르고 다양합니다. 그런데도 억지로 한데 묶어서 '이러이러한 존재'라고 오해하고 단정 짓는 행위는 그야말로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p.221
요시이 히로아키,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中
+) 이 책은 일본의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사회학 분야 여섯 학자들의 핵심 사상을 기준으로 '일상' 혹은 '일상적'인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고 있다. 초반부에는 막스 베버의 '행위', 게오르그 지멜의 '관계성', 에밀 뒤르켐의 '구조', 조지 허버트 미드의 '자아', 알프레드 슈츠의 '일상생활 세계', 해럴드 가핑클의 '민속방법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들의 밑바탕에는 차이를 차별로, 다름을 배제로 받아들이는 논리가 숨어 있다. 저자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차이에 관한 지식을 쌓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쌓은 지식을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굳어진 우리의 일상적 지식이 자칫 지배적 가치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그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꽤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 자신을 멀어지게 만든다고 한다. 그 말은 곧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물론 우리가 개인적으로 변하면서 차별과 배제를 당연한 일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일상적인 것이 보편화되면 그것이 주류와 비주류, 지배와 피지배, 다수와 소수를 구분짓는 편견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저자는 일상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사회학적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일본의 현시점과 사회를 돌아본다.
하지만 읽으면서 어쩌면 일본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인인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아닌가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학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 것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