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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관계 유지의 핵심이 경제력이 된 것이다.
세대 간에 부모 자식 관계를 보는 틀이 바뀌고 있다. 사실상 효는 복지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세대 간 신사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희생해서 나를 키워 지금 이 자리에까지 있게 했으니 나는 노동능력을 상실한 부모를 정성껏 부양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받은 것을 대를 이어 자식에게 물려주는데, 자식은 나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 자식이 또 자신의 분신인 자식을 키우면서 가문이 이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효는 윤리적인 규범이기도 하지만 세대를 맞물려 부양과 피부양을 주고받는 경제적 교환 규범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p.53
에코 세대는 그렇게 다르다. 자신이 지금 소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것, 이것을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에코 세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이었던 베이비붐 세대 청년기와는 다른 특성이다. 예를 들면 민족 개념이 그렇다. 에코 세대는 통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냉소적이다.
p.61
이와 같은 불신사회, 불만과 불안이 가득한 사회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넘치지만, 나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경쟁만 존재하는 사회를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을 정치적 지도력이 절실하다.
p.85
현재 한국의 정치는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부터, 심지어는 같은 정당 내에서조차 미래 권력의 견제를 받는 시스템이다.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우리의 문제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임에도 정책은 단기적이고 임기 내 결과를 보려고 하는 것들 위주다.
각 정당이 내놓는 정책들도 차이가 거의 없다. 좋다는 것은 서로 베끼고 공유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강조점의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은 6시 5분 전과 5분 후의 차이와 같다. 그런데 정당 간 표현으로는 3시와 9시의 차이가 된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서 쓰던 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는 금기어가 되고 다른 개념으로 포장해서 내놓지만 정작 새로운 것은 없다.
p.222
첫째,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안정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둘째, '평등'한 사회의 기초는 차별을 없애고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 '연대'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공통의 투명한 규칙 하에 응집성을 가질 수 있을 때 실현된다.
넷째, '역량'은 개인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역능성이 갖추어져야 실현된다.
p.256
이재열,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中
+) 이 책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현재 한국 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특징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한국은 단기 간에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다. 국외에서는 그 점을 높이 사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의 행복감은 줄어들고 헬조선, 흙수저 등의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높다.
저자의 지적대로 이런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품격'이다. 저자는 품격 있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네 가지 키워드에 주목한다. 정의, 평등, 연대, 역량이 그것이다. 이걸 말하기까지 저자는 에코 세대(1979~1992년생)와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 간 생각의 차이를 설명하고, 중산층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른 것에 주목한다. 또 재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기업들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부분은 공감이 되고 또 어떤 부분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 편의 강의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어떤지 살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