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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일이란 다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대규모로 죽을 쑤는 원인은 바로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성,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바로 그 특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즉, 인간은 세상에서 패턴을 읽어낸다. 그리고 알아낸 것을 다른 인간에게 전할 수 있다. 또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줄 알아서 '이걸 이렇게 바꾸면, 저게 저렇게 돼서, 살기가 좀 더 편해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p.13
아무튼 이렇게 훌륭하면서도 참으로 희한한 것이 인간의 뇌여서, 꼭 최악의 타이밍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늘상 한심한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것을 믿고, 코앞에 뻔히 있는 증거를 무시하거나 턱도 없는 계획을 세운다.
p.34
우리 뇌는 그렇게 본의 아니게 무작위 속에서 패턴을 창조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뇌가 사용하는 각종 편법 때문이다. 그중 중요한 것 두 가지가 '기준점 휴리스틱'과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둘 다 문제가 참 많다.
기준점 휴리스틱이란 뭔가를 결정할 때, 특히 사전정보가 부족할수록 제일 처음 얻은 정보에 따라 결정이 크게 좌우되는 것을 가리킨다.
한편 가용성 휴리스틱은, 우리가 모든 정보를 신중히 따지기보다는 무엇이든 제일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p.41~43
물론 민주주의의 주요 요건은(요컨대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 시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를 교체할 권리 등) 누구까지를 '시민'으로 보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역사를 통틀어 여러 나라에서 여성, 빈민, 소수민족 등 보잘것없는 약자들은 시민으로 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권력을 '아무'한테나 줄 수야 없지 않았겠는가?
민주주의의 또 한 가지 문제는, 누구든 민주적 절차에 의해 권력을 잡는 것을 좋아하지만 권력을 빼앗길 것 같으면 갑자기 영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계속 유지하는 데만도 참으로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p.187
하지만 다행히도, 과거를 재단하는 게 바로 이 책이 하는 일이다. 그러니 한 가지 결론부터 내리고 가자. 식민주의는 나빴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p.270
과학은 대략 옳은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자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씩 덜 틀려가는 ' 느린 과정을 밟아야 한다. 즉, 이런 식이다. 내가 세상의 원리에 대한 가설이 하나 있다고 하면, 그게 옳은지 알아보기 위해 그게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애를 쓴다. 틀렸다는 것을 입중하는 데 실패하면, 또다시 시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도한다.
p.383
미래의 바보짓은 과연 어떤 형태로 벌어질까?
산업혁명 이후로 우리가 신나게 태워대고 있는 그 탄소가, 우리 모두에게 퍽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올 전망이다.
아니면 항생제 내성 문제도 있다.
아니면 우리는 인간이 결정할 일을 컴퓨터 알고리즘에 점점 많이 위임함으로써 파멸을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인류는 핵전쟁으로 멸망할지도 모른다.
그냥 조용히, 우리 게으름 덕분에 영 후진 미래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는 바뀔 지도 모른다.
p.451~461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中
+) 이 책은 제목처럼 그동안 인간이 해온 실수 혹은 잘못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인간은 그간 해온 '바보 짓'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그 멍청한 짓들로 인해 세계 인류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곤 했다. 참 어이없고 당황스럽게 정말 그랬을까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쓴웃음이 나올 정도로 그런 일들이 많다. 묘하게도 그게 재미있으면 안될 것 같은데, 나름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어떤 한 분야에 해당하는 인간들의 잘못된 선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인간이 해온 바보짓을 사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간 중간 저자의 위트있는 의견에 공감하게 되고 웃게 되는 재미도 있다. 문화, 예술, 과학, 역사, 사회, 정치 등등의 분야에서 유명한 리더든, 평범한 일반인이든 그들이 해온 바보짓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며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과거 인간의 바보짓이 앞으로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짐작하게끔 쓰여졌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계속 그렇게 바보짓을 해대면 우리의 미래가 참 암울해질 것임을 상상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저저의 말처럼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을까? 바보짓을 멈추지 않는 인간도 있겠지만, 그게 바보짓이라는 걸 끝없이 언급하는 인간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