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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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요소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삶의 주도성이 내게 있는가?'하는 점이다. 즉, 지금 하는 일을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할 때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5%

사는 게 힘들어 오늘은 걷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걸음을 그냥 반보씩 천천히 걸어요.

천천히 걷다 보면 느껴져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걸음으로 걸으면 괜찮아진다는 사실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갔기에 지금까지 힘들었다는 것을.

11%

불교 사상 가운데 자비무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서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자비로운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자비한 마음에는 적이 없습니다.

27%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내 가슴 정가운데에 놓고 괴로워하지 말고,

그 사람을 내 마음의 변방에 놓고 다른 즐거운 일에 몰두하세요.

그 사람을 자꾸 생각할수록 결국엔 나만 손해에요.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사람, 잊어버려요.

33%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면 인생은 결핍이 되지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 인생은 감사함이 됩니다.

43%

"나를 보호해주는 크고 부드러운 손이 있다."

45%

우리가 살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내 문제점만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프레임 안으로 나를 더 견고하게 가두고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럴 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보다 남에게 아주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61%

우리가 다른 사람의 불행까지 다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상대를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넘지 않아야 하는 심리적 선을 지키세요. 그를 돕다가 내가 점점 불행해지면 처음의 선의가 원망으로 변합니다.

64%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 맞지 않아서 그래. 좋은 사람도 잘 맞지 않으면 결국 나쁜 사람이 되더라고.

79%

마음 속에 올라온 생각에 집착하면서 그 속에 빠져 있으면 그 생각의 노예가 됩니다.

숨이 깊고 편안해질수록, 내 주의가 숨에 집중할수록 생각이 줄어들게 됩니다.

93%

혜민 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中

+) 이 책은 혜민 스님의 말과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힘든 사람들에게 와닿는 구절들이 있을 것 같다. 혜민 스님의 글을 읽으면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심리 상담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순간이 있다. 종교를 떠나서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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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서덕 지음 / 넥스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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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쉬면서 겨우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애쓰는 만큼 쉼은 수렁에 빠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마음의 많은 문제는 애쓰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일을 더 잘하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좋은 사람이려고 사람들에게 웃음 짓고, 잘 살아보겠다고 애쓰며 속이 썩어갔는데 쉼마저도 잘 해보자고 애쓰고 있다니. 애쓰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습관이 되고 관성이 되어서 어느 순간 애쓰지 않아도 될 쉼마저도 쥐어짜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쉬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오래도록 쉬었다. 그것은 애쓰며 살던 나의 관성에 대한 저항이었다. 애쓰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 몸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3%

나는 나를 잘 통제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많이 들어내지 않는 사람이었고, 감정에 흔들리기보다는 눈앞에 당면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나는 나를 온전하게 통제하여 다루는 게 아니라,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7%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목적 없이 쉰다. 해야 하는 것 대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울만큼만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않지만, 덜 아픈 사람이 되어간다.

39%

'위하여'는 무서운 말이다. 쉼마저도 오염시켜버린다. 우리는 어느 순간 쉼이란 말 대신 재충전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재충전은 더 나은 일을 하기 위함이다.

결국 쉼은 일의 연장이 되어버린다.

48%

계획이란 녀석이 개입하면서 '하고 싶다'가 '해야 한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지 못하면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괴롭힌다. 오래된 나의 마음 흐름이다. 무슨 일을 해도 늘 같은 패턴으로 마음은 움직인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쉬었다. 오래오래 쉬었다.

50%

나의 '관계 체력'은 네 시간 정도의 분량이다.

싫은 사람이라서, 낯선 사람이라서, 불편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 자체가 피곤하기 때문이다. 마음 편한 친구와 함께할 때면 소진 속도가 더디지만, 그래도 체력은 계속 소모된다.

76%

서덕,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中

+) 이 책의 저자는 애쓰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공황발작 증세를 겪었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상의 모든 것에 쉼표를 찍은 사람이다. 초반 도입부를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어쩌면 이 사람의 성향이 나와 닮았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공황발작 증세가 왜 생겨났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 중에는 몹시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누군가로부터 욕먹기 싫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만족 때문에 등등. 그러다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지쳐간다.

그때 우리는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프다. 둘 다 아플 수도 있고. 어쨌든 저자는 아프다는 핑게가 생긴 것을 발판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오래도록 쉬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 핑게가 반가웠을 정도로 말이다. 그 쉼이 시작되고 지속되며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그렇게 쉬고 지금 다시 일을 하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어떤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애쓰다 지친 나를 위해 진정한 쉼을 주자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주고 있다. 그 쉼이 어떤 쉼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들에 깊이 공감했다. 애쓰다 지친 사람들에게, 나도 이런 마음이구나 하는 교감을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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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익힘책 - 아들과 싸우지 않고 잘 사는 법 바른 교육 시리즈 6
임혜정 지음 / 서사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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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보다는 견제하고 싶은 다른 형제와 '똑같은' 것만 가지려 한다면 아이들은 자신만이 갖고 싶은 것, 자신의 필요, 자신의 욕구,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기 어렵게 됩니다. 누군가가 하니까 자신도 '똑같이' 해야 하고, 누군가가 받았으니까 자기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틀을 깨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해가도록 돕는 응원이 필요합니다.

11%

형제가 함께 자라는 가정에서 형제 싸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타임아웃'입니다.

엄마는 아이들과 평소에 협의를 통해 정말 긴급한 상황에 모든 행동과 말을 중지시키는 나름의 서킷 브레이크 장치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반드시 장소를 구분하여 따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특히 동생이 보는 앞에서 형에게 잔소리하는 것은 당사자의 자존심을 크게 해쳐 비난의 대상이 엄마에게 집중되는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반드시 형과 동생을 방에 따로 불러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다음에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15%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아이를 진정시키고 아이의 상황에 대한 인식, 이야기를 좀 더 끌어내어 기록하는 일입니다.

단, 아이가 워낙 힘든 경험이라 글로 쓰기 힘들어한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말을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가해자가 되었을 때

또 다른 방안은 사안의 실제 심각성보다도 더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무조건 고개를 숙이는 경우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내 아이가 절대적으로 선한 행동만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도 큽니다.

28~29%

게임은 잘못이 없다. 게임보다는 게임 외에는 재밌는 게 없고 마음 기댈 데가 없는 상황이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36%

사실 아이들이 학교와 집에서 다르다는 점은 사회적 인간으로 잘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들이 집에서는 긴장감이 풀리며 흐트러지다 보니 '정신없는' 모습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45%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

49%

임혜정, <아들 익힘책> 中

+) 이 책은 세 아들을 키우고 현재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육아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 보다 소소하게 세 아들과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읽으면서 아들, 즉 남자 아이들의 생각이나 표현 방식, 그들을 대할 때 엄마의 태도 등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세 아들을 둔 엄마의 경험을 읽으면서 아들을 기르는 엄마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 아들과 엄마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생각한다면 모자 관계가 좀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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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 법륜 스님의 지구촌 즉문즉설 야단법석 1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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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세요. 가족이라도 관여할 일이 있고 관여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2%

이 방법은 매일 108배를 하면서 자신에게 암시를 줘야 합니다. '저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뇌면서 자기 암시를 주세요. '나는 화를 안내겠습니다'하는 의지와 각오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화를 안내겠습니다.' 매일 결심했는데 나도 모르게 화가 나니까 자신에게 실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꾸 되뇌세요.

7%

좀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별로 착하지도 않은 여자가 착한 척을 하니 힘든 거에요. 못되게 굴라는 말이 아니라 칭찬받고 싶다는 그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처럼 훌륭한 성인도 오해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부처님처럼 인격이 원만한 분도 당시에는 굉장한 오해와 비난에 시달렸는데 실제로 훌륭하지도 원만하지도 않은 질문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 칭찬만 듣고 살겠어요. 이렇게 과욕을 부리기 때문에 피곤한 거에요.

10%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니 다만 사랑하고 미워하지만 않으면 된다.' -<신심명>

27%

다 좋은 관계들이 원수가 되는 이유는 기대 심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기대 심리를 버리는 것을 '무주상 보시'라고 합니다. 기대 심리를 갖는 것을 '상을 짓는다'고 하고, 기대 심리 없이 베푸는 것을 상이 없이 베푼다고 해서 '무주상 보시'라고 합니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좋은 과보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내가 남을 돕고도 기대가 크면 실망이 커지는 법입니다.

28%

그래서 이해받으려 하지 말고 이해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해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그래서 절을 하는 겁니다. 땀이 뻘뻘 나고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데도 계속 절을 한다는 것은, 성질을 고쳐보겠다는 각오가 굉장히 굳건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39%

인생에서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자기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괴로우면서 남을 돕는다고 하면 잠깐 도울 수는 있지만 오래는 못 갑니다.

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은 대가를 바란다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희생을 했으니 칭찬을 해주든지 상을 주든지 할 거라고 기대를 합니다. 기대대로 안 되면 불만이 생기고 억울해져요.

그래서 우선 자기가 행복해야 합니다. 자기가 행복한 가운데서 이웃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으면 하고 못 해주면 그만이에요.

44%

불확실한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이렇게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계속하면 치유가 됩니다.

46%

법륜 스님, <야단법석> 中

+) 이 책은 법륜 스님이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한국 교민들과 만나 대화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 각자 갖고 있는 고민들을 스님과 이야기하며 위로와 조언을 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법륜 스님을 비롯해서 여러 스님과 수녀님들, 신부님들이 일반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를 해주는 시간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한 두마디가 큰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삶에서 큰 깨달음이 될 때도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받아들이고 잠깐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런 시간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읽으면 편한 책이다.

이 책은 분량이 상당하다. 해외 교민들과 100회 정도의 대담을 기록한 것이라 읽는데 시간은 좀 걸린다. 하지만 해외에 사는 교민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고민이나 문화 등에 대해 접할 수 있어서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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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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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때문에 이 달력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고 어떤 관성의 법칙도 작용하는 것 같다. 장옥정 여사의 말처럼 매일 달력을 한 장씩 뜯어야만 정말 하루가 넘어갈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어떤 시간이 두렵다면 미리 뭉텅이로 며칠을 뜯어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단 하루라도 건너뛰는 경우는 없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좀 있는 것 같다.

24%

모든 것이 복제된 시대, 내 경험도 네 경험도 뒤섞여 출처가 어디였는지조차 불분명한 시대, 이 시대에 고유한 것이 존재할까. 이 시대에 창의성이란 건 결국 절도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30% [전설적인 존재]

누구나 책상 하나의 무게는 다 짊어지고 걸어가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뭔가에 짓눌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내게 할당된 양이니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죠. 빼면 다시 채우고 빼면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저 늙은 선생도 있는데, 나라고 여기서 물러날쏘냐 싶었던 겁니다. 누구든 인생이 몇 조각으로 큼직하게 부서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통으로 붙어 있는 인생은 없다. 그건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48% [책상]

이 끝에서 시작해서 저 끝까지 한 줄 공사를 끝마치면, 다시 이 끝으로 돌아와서 가장 덜 새로운 공간들을 또 하나씩 건드리기 시작하는 거죠. 마치 새롭지 않으면 멈춰 있는 거고, 멈추어 있으면 뒤떠어지는 것처럼,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처럼요. 늘 새롭기 위해 애쓰지만, 이상하게도 그 새로움은 또 획일적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고요.

57% [다옥정 7번지]

캥거루가 원래 '나도 모른다'는 뜻의 원주민 언어였다는 사실 말이다. 그건 늘 나를 따라다녔던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무게, 그 마지막 무게라는 건 어쩌면 저울로 잴 수 있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83%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中

+) 이 소설집 속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일관된 무게를 갖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풍기는 문장의 느낌이랄까, 문장의 무게감이랄까 하는 것을 말한다. 저울 위에 올려 놓으면 비슷할 것 같은 무게감. 묵직해서 우울하다는 말이 아니다. 한결같다고 해야 할까?

대체로 단문보다는 장문에 비문이 더 많은 법이고, 긴 문장이 글의 맥락을 끊게 할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집에는 장문들이 좀 있는 편이었는데, 어색하거나 하지 않고 매끈하게 잘 읽힌다. 이런 점도 소설을 끌어가는 힘이 되는구나 싶어서 작가가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들을 살펴보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현대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새롭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서 거기인 삶. 또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는 충고.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는 시각적인 자료들도 우리의 착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 지닌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가 무엇인지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 삶의 무게는 생존 배낭 하나에 들어갈 그 무엇의 무게와 같을 수도 있다. 혹은 생존 배낭 하나에서 꺼내어 버릴 그 무엇의 무게와 같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등에 매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가치와 무게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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